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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427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1:04
조회
1,412
추천
49
글자
18쪽

29화. 복수는 또 다른 피를 부른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미르산 아래를 지나고 있던 드워룬의 부대는 야산의 넓다란 공터에서 쉬고 있는 이백여 명의 천인족 무리를 발견하였다.


몰래 지나치기에는 병력수가 많아서 들키기 쉬우니 들이쳐서 섬멸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때 천인족 무사들 사이에서도 전음이 서로 오갔다.


“적이 온다. 계획대로 모두 준비!”


마침내 적소인족 이천 명이 검치범을 타고 바람처럼 덮쳐들었다. 쉬고 있는 천인족 무사들을 향해서 동시에 말이다.


깜짝 놀란 천인족 무사들이 허겁지겁 일어나서 도검을 미처 뽑지도 못한 채 허둥지둥 싸우더니, 도저히 안 되겠는지 우르르 도주하기 시작했다.


싸울 때는 비실비실하는 것 같더니 도망칠 때는 귀신같이 잘도 도망간다. 다리에 뭘 달았는지 검치범보다도 빨랐다. 저기 원수들이 도망을 간다! 모두 잡아서 죽여야 하는데...


“잡아라! 한 놈도 놓치지 마라!”


“원수를 갚아라!”


적이 도망가니 흥분하여 모두 큰 목소리로 외치지만 정작 한 놈도 잡지 못하고 모조리 놓쳐 버렸다.


허둥지둥 도망치는 꼴을 보니 덩치만 크고 싸움은 소문과 다르게 별로인 모양이다. 저런 놈들이라면 아무리 많이 몰려와도 무섭지 않았다.


반인족과의 전투는 아무래도 많이 부풀려진 것 같았고, 염탐꾼이 알아낸 정보가 제대로 맞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병사 중에 똘똘한 녀석 하나가 아무래도 이상한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의심을 품고 나서서 말했다.


“적들이 못 싸우는 것처럼 하면서 허둥지둥 도망을 가지만 행동이 너무 날랩니다. 우리가 검치범을 타고도 제대로 뒤쫓지를 못하니, 우리를 원하는 곳으로 유인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조심해서 천천히 살피며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잘못하면 저들의 꼬임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드워룬의 최측근인 피얼이 살펴보니, 이름도 모르는 애송이 병사가 감히 겁도 없이 피얼들과 피혼 앞에서 말하는지라 어이가 없었다.


“감히 어린놈이 뭘 안다고 나서서 떠드는 것이냐? 죽기 싫으니까 혼신의 힘으로 내빼는 것이겠지. 빨리 뒤쫓아서 묵사발을 만든다. 빨리 쫓아라! 놓치면 모두 혼날 줄 알아! 어서 쫓아!”


“빨리 쫓아라!”


결국 계속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적들은 직접 몸으로 달려야 하니 많이 지친 모양이다. 중간에 쓰러져서 쉬다가 다가가면 또 정신없이 허겁지겁 내뺀다.


자신들은 검치범을 타고 달리니 적보다 먼저 지칠 리가 없었다. 계속 뒤쫓다가 몇 명에게 가벼운 상처를 입혔으나 정작 붙잡지는 못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는데···.


‘이놈들이 도망만 가는 것이 정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게 아닌가?’


갑자기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의심하던 부하를 묵사발을 만들었으니 지금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상사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래도 이번까지만 쫓아 보고 어떻게든 전략을 다시 세워야겠어.’


그렇게 쫓다 보니 어느새 제법 넓은 벌판으로 뛰어들었다. 풀이 한 자가 넘게 자란 곳이다. 그런데 풀벌레도 새들도 울지 않았다. 마치 적막강산(寂寞江山) 같아서 기분이 묘하고 등골이 서늘하다. 이게 뭐지? 뭔가가 있다!


“모두 멈춰라! 뭔가 수상하다.”


제일 후미(後尾)에서 따라오던 드워룬이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풀밭의 여기저기에서 천인족이 도깨비처럼 벌떡벌떡 일어선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대충 살펴보니 인원수가 자신들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었다. 거기에다 말도 안 탄 것으로 봐서 그 무섭다는 기마대도 아니다.


조금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는 드워룬.


“적을 쳐라! 모두 죽여라!”


빠아아아앙~ 빠아아아앙~


여기까지 와서 도망갈 수는 없다. 어떻게든 전과를 올려야지. 소각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소인족은 앞뒤 가리지 않고 적을 향하여 뛰어들었다.


그런데 천인족의 무사들은 맞붙지 않고 이리저리 피하기만 했다. 그래도 계속 몰아붙이니 나름대로 어떤 정해진 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틀이 잡혔다.


그러자 지휘자인 듯한 사람의 목소리가 저음으로 벌판 전체에 울려 퍼졌다.


“현천행성진(玄天行星陣)을 가동하라!”


“진을 가동하라!”


피하기만 하던 천인족들이 이 지시에 따라서 잽싸게 이리저리 뛰기 시작했다.


소인족은 이미 검치범을 타고 전장에 뛰어들어서 뒤따라 몰고 온 고대코뿔소를 전장으로 밀어 넣을 수가 없었다.


원래 작전은 이 거대한 짐승을 적진으로 몰아쳐서 혼란을 주고, 한 번 짓밟은 뒤에 검치범을 타고 들이치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이미 적아(敵我)가 서로 뒤엉켜서 고대코뿔소를 적에게 몰고 갈 수가 없으니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어 버렸다.


‘조그만 천천히 생각하면서 대응했으면 좋았을 텐데······.’


후회는 항상 늦는 법이다. 말단 병사가 말하는 것을 귀담아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미 어쩔 수가 없었다.


엎질러진 물이다. 이왕 싸움이 시작되었으니 반드시 이겨야 하고······.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전투에 임하라! 적을 철저히 무찔러라!”


그렇게 큰소리를 치면서 정작 본인은 싸우지도 않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것도 가장 뒤쪽의 나무 그늘 아래서 그 무섭다는 백수왕을 탄 채 말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비겁하게 도망만 치던 천인족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서 덤벼드니 너무 무섭다.


진세가 드러나는데 구백여 명이 안팎으로 이중의 둥그런 원을 치고, 겉과 속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돌아간다.


머리에 흰 띠를 묶은 검수와 검은 띠를 묶은 도수가 짝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긴 창을 든 창수 이십여 명이 중궁을 차지하고 둥글게 서 있었다.


외부에는 건곤감리 네 모서리에 이십여 명씩의 도검수가 나선은하처럼 둥근 원에 사괘의 날개를 달고 회전했고.


그런데, 이 사괘에 있는 작은 진들이 자전과 공전을 하면서 중앙의 큰 원진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소인족은 이미 삼분의 일은 큰 원진 안에 갇혀 있었고, 나머지는 진 밖에서 공격하고 있으나 밖을 맴도는 작은 나선은하가 계속 휘돌면서 몰이를 해서 큰 원진 안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밖에서 적들이 다가오면 문을 열어서 들어오게 하는데 일단 한 번 안으로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소인족도 백발백중(百發百中)이라는 각궁을 쏘기도 하고, 창을 투척하고 검치범 위에서 칼을 휘두르며 짐승과 한몸이 되어 싸웠다. 공방은 비록 거세지만 아직 서로 큰 사상자는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보니 이미 소인족은 밖에 있는 드워룬만 빼고 대부분이 큰 원진 안으로 몰이를 당해 밀려 들어갔다. 그러자 기분이 이상해지는 드워룬.


별로 죽는 사람이 없으니 전사들이 크게 위협(威脅)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인데 그래도 뭔가 이상했다.


이때 밖을 휘돌아 치며 맴돌던 행성들의 기운이 강대해지기 시작하더니, 아직 원진 밖에서 싸우고 있는 소인족을 가차없이 추살(追殺)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실력을 숨기고 있었는지 살벌한 공격을 퍼부으니, 짧은 시간에 소인족 전사들 수백 명이 검치범과 함께 목이 잘려서 바닥을 나뒹굴었다.


“으아~악!”


“아~악! 커헉!”


정신없이 비명 소리가 들려오자 바라보고 있던 드워룬은 정신이 아득해지며 큰일 났다 싶었다. 아무래도 뭔가 잘못되었다. 꼭 뭐에 속은 것처럼······.


“모두 후퇴하라!”


큰 소리로 외치지만 뒷전으로 밀려난 고대코뿔소들만 멀거니 바라볼 뿐이다. 이제는 안에까지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뿐더러 들린다고 해도 빠져나올 수가 없었고.


그때 야율린 대족장이 큰 원진의 중궁에 있다가 밀봉된 함에서 주먹만 한 마정단을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 입으로 뭔가를 중얼거리며 외우더니 주술진의 기석을 땅속으로 깊숙이 박아 넣었다.


그러자 네 사람이 주위를 돌며 같이 주술의 진언을 외우니, 방금 박아 넣은 마정단으로부터 새까만 연무가 뭉게뭉게 구름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지옥 저 깊숙한 곳의 끝도 밑도 없는 무저갱의 암연(暗然)처럼······.


점점 검은 연무가 짙어져서 이제는 앞이 전혀 보이질 않는데, 천인족의 무사들은 모두 일류고수들이라 진기를 눈에 모아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검은 연무는 이중으로 돌고 있는 큰 원진 안을 가득 채웠으나 밖을 돌고 있는 무사들의 진기에 막혀서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안에서만 맴돌았다.


마기가 섞인 연무를 들이마시자 진기운용을 못 하는 소인족들은 정신이 혼미해지고 환각 증세가 오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괴상하게 생긴 마수들이 뻘건 눈을 부라리며 덮쳐 온다. 몸은 이상하게 천근만근(千斤萬斤) 무겁고 누워서 자고만 싶은데······.


그 사납다는 검치범도 다를 바가 없어서 사람이나 짐승이나 눈이 풀렸다.


그때 야율린 대족장이 허리춤에 달고 있던 작은 북, 소고를 손바닥에 진기를 실어서 두드렸다.


퉁퉁퉁퉁~ 퉁퉁퉁~


소고가 울려 퍼지자 큰 원을 맴돌던 행성 같은 사괘의 작은 진들이, 밖에 있던 적을 모두 제거하고 큰 원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때부터는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처참한 살육전이 전개되었다.


왜 천사장이 마정단을 함부로 내주지 않는지 알 만했다. 이미 눈이 풀린 소인족과 검치범은 사방에서 휘몰아치며 돌고 있는 작은 행성진(行星陣)의 힘없는 먹잇감에 불과했다.


“으아악~! 커흑~”


“으흐흑! 아아아아아~악!”


여기저기에서 귀청을 찢는 듯한 통한의 비명만이 수없이 전장을 울린다.


‘내가 왜 복수를 하자고 했던가?’


‘내가 왜 이 싸움에 끼어들어서 비참하게 죽어야 하는가?’


의문은 잠깐. 그 사이에 목은 이미 떨어져서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부하들의 비명 소리에 드워룬은 자기가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지 그제야 깨달았다. 그러나 비루한 목숨이 아까워서 뒤돌아 정신없이 도망치는 드워룬!


부하들을 모두 버리고 혼자서 말이다! 다 죽어도 저만은 살겠다고...


하늘에서는 염탐하는 비월족 몇이 높이 날며 주변을 맴돌고 있으니 오늘의 전투 정보도 비월족까지 전해지리라.


미시 초(13시경)에 전투가 시작되어 이제 겨우 한 시진이 되어 가건만, 원진 안은 소인족들이 모두 쓰러졌는지 비명이 그쳤다. 그저 비참한 신음 소리만이 여기저기에서 울려 퍼질 뿐이다!


이때 다시 소고 소리가 울려 퍼졌다.


퉁퉁퉁 퉁~ 퉁퉁퉁 퉁~


그 소리에 싸움이 멈추고 휘돌던 현천행성진이 풀렸다. 가운데를 검게 물들이며 한 치 앞도 안 보이게 쌓여 있던 흑무가 그제야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러자 사물이 희미하게 드러나는 전장.


점점 진 안의 참상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차마 눈 뜨고는 보지 못할 아수라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대부분이 목이 날아간 시신들이요 여기저기에 팔다리가 잘린 것도 보인다. 바닥에는 사람과 짐승의 피가 모여서 내를 이루어 흐르고······.


적과 싸웠던 천인족의 무사들마저도 그 참혹한 모습에 자신들이 한 짓이 부끄러워서 고개를 돌렸다. 몇몇은 한쪽에서 훌쩍이며 눈물을 삼킨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쟁터에 온정이 있을 리 없건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싶은 것일까?


‘내가 왜 저들을 이리도 처참하게 죽여야만 했던가?’


한 가닥 회의가 심중을 파고들지만, 저들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것이 전쟁이니 어찌할 것인가?


이제 일방적인 살육전이 되어 버린 전투가 끝나고 뒤처리만 남았다.


이천 명이 와서 온전히 살아 돌아간 사람은 드워룬 한 사람에 불과했고, 천구백여 명이 죽고, 백여 명은 중경상을 입어서 전투력을 상실했다.


검치범도 천오백 마리가 죽고 백여 마리는 상처를 입었으며, 비교적 멀쩡한 사백여 마리는 겁을 집어먹고 꼬리를 만 채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렸다.


마치 전쟁에서 항복한다는 모양새다. 천인족은 비록 죽은 사람은 없으나 백여 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그러니 그 피해가 소인족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야율린 대족장은 빠르게 뒤처리를 지시했다. 죽은 사람은 모두 한쪽에 길게 구덩이를 파서 묻고 검치범은 한쪽으로 모았다.


비록 적이라고는 하나 이미 전투력을 상실한 적을 죽일 수는 없으니, 상처에 금창약(金瘡藥)을 바르고 천으로 묶어 주는 등 대충 돌보아 주었다.


그리고 인원수에 맞추어 검치범 백여 마리와 고대 코뿔소 백여 마리를 남긴 채 나머지를 끌고 발길을 돌렸다. 다시 천인족의 주거지를 향해서······.


여기저기서 상처를 입은 검치범들이 ‘으허헝! 으허헝!’ 하고 울어 대지만, 사람도 많이 다쳐서 다 살피지 못하는 판이라 외면하고 돌아섰다.


환자들은 검치범에 태우거나 고대코뿔소 등에 태웠는데, 녀석들도 전투에 참가하거나 지켜보면서 뭔가를 깨달은 것일까? 그저 무사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부리는 대로 고분고분 따랐다.


비록 전투에서는 전사자 없이 대승(大勝)을 거두었지만, 머릿속에서는 적들의 참혹했던 모습들이 떠나지 않아 모두 우울한 표정이다.


그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기뻐한다면 그게 바로 마귀가 아닌가? 주거지 앞으로 마중을 나온 인파에서도 그것을 느낀 듯 분위기가 숙연(肅然)하였다.


이번에 싸움이 벌어진 벌판은 나중에 회홀(回홀)이라는 뜻글과 소리글이 섞인 말로 불리웠다.


그 뜻은 소인족 피혼인 드워룬이 죽어 가는 자신의 부하들을 모두 팽개치고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간 전장(戰場)이라는 뜻이었다.


반대로 천인족의 입장에서는 한 명만 살려 보내고 모든 적을 무찌른 영광스러운 전장이라는 뜻이겠지만······.


모든 것은 승자의 역사이니 소인족에게는 뼈아픈 곳이요 천인족에게는 한 명의 전사자도 없이 적의 침입을 막아낸 자랑스러운 곳이 아니겠는가?


천인족은 나중에 이 전투를 기념하여 이곳에 그들의 기지 중 하나인 회홀성을 세우고 주요 거점으로 삼았다.


이 회홀성이 있어서 비월족, 소인족과의 국경을 셀렝게강으로 정하는 데에 명분(名分)을 내세울 수 있었다.


또한 이 회홀성은 비월족과 소인족의 경계에 위치하여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두 종족이 함부로 남진(南進)을 하지 못하게 한 것.


* * * * *


이렇게 처참한 또 한 번의 전투가 벌어진 줄도 모른 채, 쥬맥은 야차족 말을 배우면서 미라챠에게 토납술을 가르치기 바빴다.


이제는 서로 말을 배워서 쉽게 소통(疏通)하였고, 미라챠도 호흡법을 완전히 깨우쳐서 아침저녁으로 쥬맥과 함께 운공했다. 그것을 바라보던 마린챠도 같이 배우면서 기분이 흐뭇해졌다.


이제 쥬맥의 풍토병은 완전히 나았으나 그래도 흉물스러운 상처는 남았다.


그러나 만남이 있으면 언젠가 헤어짐이 있는 법! 마린챠는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즘 대협곡 건너편으로 추격자로 보이는 무리가 가끔씩 눈에 보인다. 아직 협곡을 건너는 방법을 몰라서 이쪽 편을 기웃기웃 살필 뿐이지만 건너오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 전에 더 안전한 먼 곳으로 떠나야 한다. 그리고 그날을 오늘로 잡았고.


그동안 쥬맥을 자식처럼 돌보아서 정이 들었지만 험한 피난길에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 쥬맥도 그것을 이해하였고 할 일이 있기에 따라나서지 않았다.


생김새는 달라도 헤어지는 두 아이의 눈에는 수정 같은 눈물이 가득 맺힌다.


“쥬맥아! 이제 아프면 안 돼. 우리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 응?”


“그래, 미라챠. 그동안 함께 지내서 행복했다. 꼭 살아서 다시 보자. 마린챠 아줌마! 그동안 너무 감사했어요. 안녕히 가세요.”


“그래, 쥬맥아! 정들었는데 헤어지려니 마음이 아프구나. 혼자 남더라도 건강하게 자라서 우리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 잘 있어.”


떠나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이나 모두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마린챠와 미라챠는 비록 겉모습은 야차 같았지만 쥬맥에게는 속마음까지 모두 주는 더없이 따뜻한 이웃이었다.


이렇게 그동안 정든 모녀를 보내고 오랜만에 지내던 동굴로 다시 돌아오니, 아무도 없는 허전한 동굴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다.


동굴 앞의 너른 바위에 다리를 내놓고 걸터앉으니 수려한 대협곡이 오랜만에 왔다고 반기는 듯하다.


그런데 동굴 앞에 있는 노송에서는 언제 둥지를 틀었는지 커다란 독수리가 새끼를 키우고 있었다.


처음에는 쥬맥의 등장에 놀라서 달려들어 쪼려고 하더니, 쥬맥이 손을 흔들며 웃자 멈칫거리다가 돌아갔다.


한갓 동물도 척 보면 해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아는 걸 보니 이심전심(以心傳心)이란 것이 있는 모양이다.


끝없이 펼쳐진 웅대한 대협곡을 바라보니 마음이 확 트이고 대자연의 호연지기(浩然之氣)가 밀려들었다.


오늘 비록 사귀었던 친구와 헤어졌지만 이보다 더한 상황에서도 잘 버티어 왔다. 나중에 커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믿고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이제 그동안 하지 못한 무술 수련을 또 시작해야겠어. 위대한 무인이 되려면······. 그게 내 꿈이니까.”


쥬맥은 우선 차분하게 좌정(坐定)하고 운기조식부터 실시했다. 마음이 불안정할 때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데는 운기조식이 최고였다.


이번에는 태을현천신공의 심법에 따라 혈맥을 일주천시키며, 신공의 오의를 깨우치기 위해 깊은 명상에 잠겼다.


그리고 한 시진이 지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들고 태을현천검법을 시전했다. 심신단련(心身鍛鍊)을 위해서 내공을 쓰지 않고 오로지 육신의 힘만으로 검을 휘두르니 점점 숨이 가빠지고 땀이 비 오듯이 흐른다.


온몸이 땀에 푹 젖을 때까지 초식을 펼치고 또 펼치면서 거듭 반복하였다. 한계를 넘고 또 다른 한계에 부딪칠 때까지······.

29화 회홀의 위치 지도.png

29화 회홀의 위치 지도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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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3화. 거인족과 야차족의 전투 21.06.29 1,358 47 19쪽
52 52화. 거인족과 반인족의 전투 21.06.29 1,357 47 18쪽
51 51화. 쥬맥이 맥쮸~ 되다 21.06.29 1,350 47 19쪽
50 50화. 구원(舊怨)과 비무 21.06.29 1,339 47 19쪽
49 49화. 재회 그리고 새로운 출발 21.06.29 1,353 48 19쪽
48 48화. 친구를 찾아서 천인족으로 21.06.29 1,350 48 18쪽
47 47화. 회상(回想) 21.06.29 1,354 48 18쪽
46 46화. 복수 준비와 떠날 준비 21.06.29 1,382 47 20쪽
45 45화. 비월족의 패전 대책 21.06.29 1,387 48 19쪽
44 44화. 주작이 준 기연(奇緣) 21.06.29 1,398 48 18쪽
43 43화. 청룡(靑龍) 출현 +1 21.06.29 1,387 48 19쪽
42 42화. 비월족의 습격(襲擊) 21.06.29 1,402 48 18쪽
41 41화. 반인족 울트의 계략 21.06.29 1,431 48 18쪽
40 40화. 또 하나의 경지를 넘다 21.06.29 1,417 48 19쪽
39 39화. 무공(武功) 수련과 첫 전투 +1 21.06.29 1,417 48 19쪽
38 38화. 친구들의 동태 21.06.29 1,412 47 19쪽
37 37화. 생사현관(生死玄關)을 뚫다 +1 21.06.29 1,444 48 20쪽
36 36화. 친구의 선물(膳物) 21.06.29 1,404 48 18쪽
35 35화. 비월족(飛月族) 금령월 21.06.29 1,421 48 18쪽
34 34화. 거인족 사절단(使節團) 21.06.29 1,420 48 20쪽
33 33화. 새로운 신공(神功) 수련 21.06.29 1,447 48 18쪽
32 32화. 태을 선인과의 조우 21.06.29 1,422 48 18쪽
31 31화. 선인(仙人)의 연신기 21.06.29 1,438 50 19쪽
30 30화. 자식을 잘못 가르친 죄 21.06.29 1,431 46 38쪽
» 29화. 복수는 또 다른 피를 부른다 21.06.29 1,413 49 18쪽
28 28화. 적소인의 복수전(復讐戰) +1 21.06.29 1,454 50 18쪽
27 27화. 새 친구 미라챠 +1 21.06.29 1,449 49 18쪽
26 26화. 야차족과의 조우 +1 21.06.29 1,435 49 18쪽
25 25화. 소인족 포로들 +1 21.06.29 1,453 49 18쪽
24 24화. 정보전(情報戰) +1 21.06.29 1,498 49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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