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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433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1:27
조회
1,421
추천
48
글자
18쪽

35화. 비월족(飛月族) 금령월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어린 돌목이 안다 선인을 움켜쥔 손에 점점 더 힘을 주는데도 이상하게 더 이상 움켜쥘 수가 없었다.


악을 쓰고 힘을 주는데, 그때 선인(仙人)이 한 손을 가만히 내밀더니 돌목의 손등을 몇 차례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


그러자 어린 돌목이 갑자기 머릿속까지 치밀어 오르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선인을 움켜쥔 돌목이 비명을 지르며 낑낑대자, 마테이는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서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선인이 가볍게 두드린 손등이 마치 망치로 두들겨 맞은 것처럼 멍이 들고 커다란 혹처럼 부어오르고 있었다.


우습게 보다가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니 성질이 잔뜩 난 돌목! 이번엔 인정사정(人情事情) 볼 것 없다는 듯이 선인을 사납게 땅바닥에 패대기를 쳤다.


그런데 선인이 자연스럽게 붕 날아서 내리더니 별것 아니라는 듯이 웃으면서 가만히 올려다보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이제 돌목이 완전히 화가 치밀어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더니, 체면이고 뭐고 할 것 없이 갑자기 앞으로 내달리며 오른발로 냅다 안다 선인을 걷어차 버렸다.


“죽어 버렸!”


걷어차 버렸다? 겉보기는 그렇게 보였으나 선인이 여유롭게 슬쩍 옆으로 피하더니 도리어 앞으로 나가며 돌목의 무릎 뒤쪽을 손으로 가볍게 치는 것이 아닌가?


그저 날아오는 파리를 잡듯이 탁!


그러자 또 돌목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전보다 더 크게······.


“으악! 으아아아악! 내 다리!”


돌목이 무릎을 붙잡고 나동그라지며 울부짖었다. 모두 어안이 벙벙해서 멍하니 보고 있는데,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선인을 노려보던 돌목이 이번에는 달려가서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마테이도 사절단으로서 이건 아니다 싶었지만 미처 말릴 겨를이 없었다.


“죽어라 이놈! 죽어!”


화가 잔뜩 난 돌목이 큰 몽둥이로 천지를 양단하듯이 위에서 아래로 힘껏 내리쳤다.


어찌나 세게 치는지 몽둥이에서 바람소리가 웽 하고 나는데···, 침착한 얼굴의 선인이 재빠르게 앞으로 한 걸음을 나섰다.


그런데 그 한 걸음에 바로 돌목의 다리 옆까지 바짝 붙어서는 것이 아닌가?


꽈앙~


몽둥이는 하릴없이 맨땅만 찍어서 땅이 파이고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러자 선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한 손은 뒷짐을 지고 한 손을 올려서 돌목의 무릎 위쪽을 가볍게 쳤다. 그 간단한 한 수에 수장을 날아가서 땅에 푹 처박히는 돌목!


쿠당탕 탕!


“아이고! 나 죽네.”


이제야 힘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아파서 죽겠다고 눈물을 글썽이면서 이리저리 땅바닥을 뒹굴었다.


그때 가만히 손을 내미는 안다 선인. 손에 영기(靈氣)가 어려서 광채가 난다.


신통을 부리는지 수장이나 되는 손의 형상이 나타나서 덩치가 몇 배나 큰 돌목을 한 손에 움켜쥐고 치켜들었다.


마테이는 마령안을 열고 무슨 상황인지 열심히 살피려 하고 샤리네는 눈을 가늘게 뜨고 푸르스름한 기운을 눈에 모아서 현상을 꿰뚫어 보려고 하는데······. 어찌 그게 되겠는가? 도저히 알 수가 없는지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이건 앞뒤 볼 것 없이 완전한 패배다.


움켜쥔 거대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니 처참(悽慘)한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하자 돌목은 마테이를 바라보며 말려 달라는 듯이 울부짖었다.


“살려 주세요! 이러다 저 죽겠어요.”


마테이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건대 자신이나 샤리네가 나서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다. 결국 창피만 당할 것 같으니 마지못해서 말리러 나섰다.


“우리가 말 실수를 한 모양입니다. 이제 그만하시지요.”


[별 말씀을요. 젊은 사람과 한바탕 몸을 푸니까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그러자 체면을 잃은 마테이가 더 이상 머무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급히 작별(作別) 인사를 건넸다.


“그럼 우리는 이만 떠나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합니다.”


그래도 손님인데 예의를 갖춰야 하니 선인이 정중하게 답례를 했다. 속으로는 주는 것 없이 밉지만 말이다.


[앞으로도 우리 서로 사이좋게 지냅시다. 조심히들 가시지요.]


거인들은 말을 배울 네 사람만 남기고 서둘러서 남쪽의 자기네 주거지로 허둥지둥 돌아가기 시작했다.


샤리네는 가면서도 얼굴을 구기고 계속 궁시렁거리며 불만을 표출했고, 안다 선인은 씁쓸한 웃음을 머금고 거인들이 멀리까지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뒤돌아섰다.


이렇게 거인들의 갑작스러운 방문은 우스꽝스럽게 끝을 맺었다.


* * * * *


쥬맥은 오늘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시도 쉼 없이 무공 수련에 열중이었다.


아마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면 벌써 싫증을 내고 내팽개치든지 게으름을 피웠을 것이다.


스스로 뜻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니 시간이 어찌 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벌써 가을도 깊어 가건만 식량을 준비하는 시간 외에는 잠깐의 휴식뿐이고, 오직 한 가지 일에 정진했다.


요즘은 바빠서 점박이조차 멀리하니, 가끔 점박이가 낭떠러지 위에 찾아와서 큰 소리로 안부를 전할 뿐이다.


오늘도 늦게까지 연습하던 무공을 마무리하고 몸을 깨끗이 씻은 다음에, 막 상쾌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어디에서 노랫소리 같은 게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 밤중에 무슨 노래지?’


귀를 기울여서 들어보니 천인족의 소리는 아니었고, 비록 처음 듣는 소리지만 그렇다고 짐승의 소리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 노랫소리는 고음으로 마치 새소리 마냥 너무 영롱해서 밤하늘에 널리 울려 퍼지고 있었다.


“무슨 노래가 이리도 아름다울까?”


쥬맥은 몰랐지만 이 노래는 비월족이 부르는 노래였다.


지금 비월족(飛月族) 중에서 오색비월(五色飛月)인 비류월이 여덟 살을 먹은 아들 금령월과 함께 긴 여행을 하다가, 주맥이 사는 대협곡 근처에 이른 것이다.


비월족 남자들은 종족의 업무를 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주로 엄마가 이렇게 자식을 데리고 여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류월도 대륙의 북서쪽 끝에 있는 비욜 근처에 사는데 아들에게 넓은 세상을 구경시켜 주기 위해서 함께 여행에 나선 것이다.


아들 금령월은 온몸에 융단처럼 오색의 매끄러운 털이 나 있어서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달밤에 보면 혹시 천사가 아닌가 착각할 지경으로······.


비류월의 가슴에는 한 자 크기의 나무로 만든 조그만 악기가 들려 있는데, 가느다란 줄이 몇 가닥 걸려 있고 그 줄을 한 손으로 퉁기면서 노래를 하고 있었다.


악기는 청량하면서도 맑은 고음의 띠리링 소리가 나고 있어서 비류월의 노래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달빛 아래 모자가 창공에 떠서 마주 보며 노래를 부르니 벌레와 새들도 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며 아름다운 연주를 들었다.


쥬맥도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동굴 앞에 있는 넓적한 바위로 살며시 나갔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조심스레 살펴보니 백 장도 안 되는 거리에서 마치 천사 같은 두 사람이 공중에 뜬 채 즐겁게 노래를 하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넋을 잃고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과 알아듣지 못하는 노랫소리에 빠져들었다.



뾰로롱 뾰로롱 뾰로롱롱롱


산과 들에 꽃이 피어 그 향기가 가득한데, 달빛 아래 님 맞으러 날개 짓을 서두르네. (띵띠링~ 띠리리리링)


예쁜 아기 울음소리가 별빛 아래 울리나니, 아빠를 보고 싶어 보채는 울음인가? (띠리링~)


먼 길 떠나 돌아오는 그대를 그리며, 달빛 아래 마중하는 이 마음 설레어라 (띠~리~링~)


뾰로롱 뾰로롱 뾰로롱롱롱


눈 내리는 지난 겨울 멀리 떠난 내 님아! 꽃피는 봄에야 집을 찾아오시는가? (띠리링~ 띠리리리링)


창공에 달빛 별빛 저리 밝으니, 길 잃어 헤매이지 말고 오소서! (띠리링~)


예쁜 아기 품에 안고 그대 마중 하노니, 설레임에 세상만사 부러울게 없어라. (띠~리~링~)


뽀로롱 뾰로롱 뾰로롱롱롱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해도 마음속으로 들려오는 노래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러나 혹시라도 들킬까 봐서 얼른 안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날이 밝으니 어젯밤의 일을 모두 잊은 쥬맥은 마치 벽호공(壁虎功)을 연습하듯이 천 장 낭떠러지에서 암벽 타기를 시도했다.


태을 선인의 추궁과혈(推宮過穴)로 진기의 수발이 훨씬 자유로워져서 이젠 어떤 수련도 막힘이 없었다.


다른 종족이나 동물들의 눈에 띌까 봐 주거지 동굴에서 좀 떨어지고 오르내리기에 좋은 자리를 찾아서, 땀에 푹 젖도록 열심히 반복하며 연습했다.


손끝과 발끝에 기를 모아서 허공섭물(虛空攝物)처럼 사물을 끌어들이니 마치 흡착판처럼 절벽에 들러붙었다.


진기를 조절하여 떼고 붙이기를 반복해서 서서히 오르내리다가 점점 속도를 빨리하는 것이다.


조금이나마 천 장 낭떠러지를 오르내리는 시간을 줄이고자 함이었다. 무공을 연습할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이것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공 연습의 하나가 되고 말았다.


절벽 타기에 재미를 붙이니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하다가 밤 늦게까지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였다.


오늘도 달밤이라 사방이 훤하게 밝으니 저녁을 간단히 때우고 달빛 아래 또 절벽 타기를 연습하고 있는데······.


이제는 제법 숙달이 되니 무서움 없이 빠른 속도로 위 아래를 내달렸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절벽 위에서 돌 부스러기가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실은 작은 동물이 절벽 위쪽에 굴을 뚫고 사는데, 사람이 절벽을 타고 오르내리니 놀라서 후다닥 달아났다. 그때 중간에 쌓여 있는 돌무더기를 잘못 건드려서 함께 떨어져 내린 것이다.


쥬맥은 갑자기 눈에 티가 들어가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고, 높은 곳에서 중력이 가속되어 떨어지는 돌맹이에 얻어맞아 몸에 균형을 잃었다.


‘아차!’ 하는 사이에 십여 여 장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중간에 손으로 여기저기를 붙들었지만 떨어지는 속도와 힘 때문에 놓치고 만 것이다.


“으아아악!”


“으~ 아퍼. 엉엉엉!”


발목이 부러졌는지 너무 아프다. 나이는 어쩔 수 없는지 평소에는 그렇게 용감하던 쥬맥도 다리가 부러져서 통증이 심하니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나면서 큰 소리로 울어 버렸다.


그때 날개짓하는 소리와 함께 웬 천사(天使)처럼 생긴 두 사람이 새처럼 옆으로 날아내리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그 모습을 보고 자기가 다쳐서 엄마가 내려보낸 천사인가 싶었다. 한 천사는 오색 털에 날개를 가지고 있는데 키가 칠 척(2.1m)에 가까웠다. 또 한 천사는 더욱 영롱한 오색의 털과 날개를 가졌는데 키는 쥬맥만 하였고.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틀 전 달밤에 노래하던 사람들이 아닌가? 새처럼 날개를 가진. 생김새가 너무 아름다워서 해칠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경계심(警戒心)을 가지고 바라보았다.


어른이 아이에게 뭐라고 하더니 손에 들고 있던 조그만 악기(樂器)를 맡기고 쥬맥의 옆으로 다가섰다. 그러면서 어디 다친 곳이 없는지 동그랗고 예쁜 눈으로 이리저리 살펴본다.


쥬맥이 발목을 움켜쥐고 있는 것을 보고 손을 떼어내더니 다시 자세히 살피다가, 뼈가 부러진 곳을 손으로 살짝 만져 보는데 쥬맥이 참지 못하고 또 ‘으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뼈가 뒤틀리지 않은 것을 보니 부러지지는 않았고 제법 금이 간 모양이다.


어린애를 키우는 부모는 긴급한 상황이 많으니 여러 가지를 겪기 마련이다.


쥬맥이 울어도 당황하지 않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가까이에 있는 나무로 다가가서 큰 가지를 두 개 꺾었다. 쥬맥의 발 길이쯤으로······.


그리고는 주변에 자란 넝쿨식물의 줄기를 찾더니 끈처럼 길게 몇 개를 잘라서 나무와 함께 가지고 왔다.


그러더니 금이 간 부위의 양쪽에 나무줄기를 대고 넝쿨로 단단히 묶는다.


뼈가 금이 간 것은 응급조치(應急措置)를 했지만 시간이 약이다. 그런데 이 대협곡에 어린아이를 혼자 두고 가는 것이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같이 자식을 키우는 엄마로서 말이다.


‘이렇게 어린아이가 천 장 낭떠러지 깊고 깊은 이곳에 왜 홀로 있는 것일까? 부모를 잃어버렸나? 그도 아니면 이 속에서 어린 것이 혼자서 사나?’


갖은 생각 끝에 결국 홀로 두지 못하고 언덕 위로 데리고 가기로 결심을 굳혔다. 모자가 천천히 여행(旅行) 중이니 서두를 것도 없었다.


쥬맥을 안아 들고 대협곡(大峽谷) 위로 날아올랐다. 잠시 같이 지낼 적당한 곳을 찾는 것이다.


그때 멀리 산등성이에 커다란 나무와 같이 붙어 있는 넓적한 바위가 보였다. 그래서 그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결국 쥬맥을 데리고 날아내린 곳은 쥬맥이 처음에 버려진 곳이었다. 그 다음엔 야차족(夜叉族)의 미라챠와 친구가 되어 지내던 곳이고. 사람이든 사물이든 다 인연이 있는 모양이다.


비류월이 보기에도 지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아들 또래의 어린애인데 왜 혼자 있을까? 물어보고 싶어도 말이 통하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그런데 쥬맥은 점박이와 미라챠를 통해서 말이 통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는지 잘 알게 되었다.


자신을 가리키며 하는 말.


“쥬맥! 쥬맥!”


이번에는 금령월을 가리키며 물었다.


“너는 누구니?”


그러자 아무래도 자기 이름을 물어보는 것 같으니 금령월이 자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금령월이야. 금령월!”


아! 이 애는 금령월이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자기를 가리키며 말한다.


“나는 쥬맥! 쥬맥!”


그리고 금령월을 가리키며 하는 말.


“너는 금령월! 금령월!”


그러더니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비류월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주머니는 누구세요?”


“비류월! 나는 비류월이야.”


“아! 비류월 아주머니시네요.”


이렇게 해서 또 셋은 통성명(通姓名)을 하였고, 예전에 마린챠와 미라챠처럼 말을 하나씩 배워 나갔다.


야차족 말에 이어서 비월족의 말까지 배우니 이 대륙에서 유일하게 세 개 종족의 말을 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먹을 것이 들판에 널렸으니 배를 곯을 걱정은 없었다. 비류월이 잠깐만 다녀와도 먹을 만한 과일과 열매를 한아름 안고 왔다.


심심할 때는 비류월이 쥬맥을 안고 셋이 함께 창공으로 날아올라서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다녔다.


쥬맥은 날아가는 비류월에게 안겨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요즘 같아서는 자신이 걷는 사람인지 날아다니는 새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한 번 하늘을 날아보니 계속 날아다니고 싶고, 그리고 높은 창공에서 드넓은 대자연을 바라보고 싶은 생각에 언젠가는 꼭 날아다닌다는 무술(武術)의 고수가 되고 싶었다.


하루는 달빛 아래 나란히 앉아서 쉬는데 금령월이 자꾸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상하다는 듯이 쥬맥을 살펴본다. 그러면서 자기 가랑이 사이를 살피는 꼴이 무척 수상쩍었다.


쥬맥도 눈길을 따라서 금령월의 가랑이 사이를 살펴보니 딸기 두 개 사이로 막대 같은 조그만 고추가 앙증맞게 늘어져 있었다.


자기와 달리 쥬맥이 가랑이에 달린 게 없으니 아마 그게 궁금한 모양이었다.


원래 비월족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사춘기(思春期)에 이르면 가랑이 사이에 긴 털이 자라서 부끄러운 곳이 보이지 않게 덮어 주는데, 금령월은 아직 어려서 털이 덜 자라 귀여운 고추가 고개를 내민 것이다.


그제야 쥬맥도 금령월이 왜 자꾸 고개를 갸우뚱거리는지 알게 되었다.


웃으며 일어서더니 부끄러움도 없이 바지를 무릎까지 훌러덩 끌어내렸다.


그러자 금령월과 똑같이 작고 귀여운 고추가 달랑 모습을 드러냈다. 그제서야 금령월이 알았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죽겠다고 웃어 댄다.


“으히히히히히히!”


“우헤헤헤헤헤헤!”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비류월도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덩달아 웃으면서 손으로 입을 가렸다.


“아이, 너희들 부끄럽게 뭐하니? 조그만 게 귀여워라. 오호호호호호호!”


또다시 서로 배꼽을 잡고 웃어 댔다. 이렇게 한바탕 웃어 대니 훨씬 서로 친근해졌다. 한 달이 넘어가니 이제 제법 말이 통하기 시작했고······.


쥬맥도 이제 다리에 통증이 많이 사라져서 아침저녁으로는 자리에 앉아 운기조식(運氣調息)을 시작했다. 아직 행공을 하기에는 무리지만 말이다.


그래야 상처가 더 빨리 나을 거라고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금령월이 옆에서 보니 쥬맥이 이상한 짓을 한다. 가만히 가부좌(跏趺坐)를 하고 앉아서 눈을 지그시 감고 천천히 숨을 들이 쉬었다 내쉬었다 하는데 마치 앉아서 잠자는 것 같았다.


그래서 호기심에 자기도 따라서 보이는 대로 모양새를 갖추고,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하면서 흉내내기를 내기 시작했다.


쥬맥이 운기조식을 마치고 눈을 떠보니 비류월은 먹을 것을 구하러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금령월이 자기 옆에 앉아서 똑같이 토납술(吐納術)을 흉내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편으로는 자기 혼자만 하는 것이 친구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은혜(恩惠)를 입었는데 자기도 무언가 갚아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래서 가만히 금령월을 깨워 돌로 바위에 그림을 그려 가며 간단히 혈(穴)과 경맥(經脈)을 가르치고, 단전으로 호흡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토납술은 단전호흡이라고도 하는데 이렇게 하는 거야. 이렇게······. ······.”


천천히 자연지기(自然之氣)를 호흡으로 빨아들여서 기해혈인 하단전에 모으는 방법. 그 기를 경맥을 따라서 소주천(小周天)을 시키면서 나중에 독맥과 임맥의 혈이 트이도록 대주천(大周天)을 하는 방법까지 알려 주었다.


금령월은 머리가 영리했다. 뇌가 핑핑 돌아가는 소리가 날 정도로 집중하면서 귀를 곧추세우고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들었다.


“그럼 소주천을 이렇게 하고, 그 다음에 대주천은 어떻게 해야 해?”


비월족 내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생전 처음 듣는 신비스러운 얘기가 아닌가?


어린 나이에도 이 기회가 아니면 배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배워서 종족으로 돌아가 자랑을 하고 싶었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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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화. 거인족과 반인족의 전투 21.06.29 1,357 47 18쪽
51 51화. 쥬맥이 맥쮸~ 되다 21.06.29 1,351 47 19쪽
50 50화. 구원(舊怨)과 비무 21.06.29 1,339 47 19쪽
49 49화. 재회 그리고 새로운 출발 21.06.29 1,353 48 19쪽
48 48화. 친구를 찾아서 천인족으로 21.06.29 1,351 48 18쪽
47 47화. 회상(回想) 21.06.29 1,354 48 18쪽
46 46화. 복수 준비와 떠날 준비 21.06.29 1,383 47 20쪽
45 45화. 비월족의 패전 대책 21.06.29 1,387 48 19쪽
44 44화. 주작이 준 기연(奇緣) 21.06.29 1,398 48 18쪽
43 43화. 청룡(靑龍) 출현 +1 21.06.29 1,387 48 19쪽
42 42화. 비월족의 습격(襲擊) 21.06.29 1,402 48 18쪽
41 41화. 반인족 울트의 계략 21.06.29 1,431 48 18쪽
40 40화. 또 하나의 경지를 넘다 21.06.29 1,417 48 19쪽
39 39화. 무공(武功) 수련과 첫 전투 +1 21.06.29 1,417 48 19쪽
38 38화. 친구들의 동태 21.06.29 1,412 47 19쪽
37 37화. 생사현관(生死玄關)을 뚫다 +1 21.06.29 1,444 48 20쪽
36 36화. 친구의 선물(膳物) 21.06.29 1,404 48 18쪽
» 35화. 비월족(飛月族) 금령월 21.06.29 1,422 48 18쪽
34 34화. 거인족 사절단(使節團) 21.06.29 1,420 48 20쪽
33 33화. 새로운 신공(神功) 수련 21.06.29 1,447 48 18쪽
32 32화. 태을 선인과의 조우 21.06.29 1,422 48 18쪽
31 31화. 선인(仙人)의 연신기 21.06.29 1,438 50 19쪽
30 30화. 자식을 잘못 가르친 죄 21.06.29 1,431 46 38쪽
29 29화. 복수는 또 다른 피를 부른다 21.06.29 1,413 49 18쪽
28 28화. 적소인의 복수전(復讐戰) +1 21.06.29 1,455 5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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