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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426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1:25
조회
1,419
추천
48
글자
20쪽

34화. 거인족 사절단(使節團)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원래 설인족은 어릴 때는 털 색깔이 검정색이고 성인이 되면서 점차 갈색으로 바뀌었다. 탈색이 되면서······.


그러나 십만 명에 한 명 꼴로 털이 백색(白色)으로 바뀌며, 이마 위에서부터 머리와 등의 중반부까지 말갈기처럼 굵고 빨간 털이 두 자 전후로 멋지게 자라난다.


이 빨간 갈기털을 가지면 모든 거인들의 존경을 받으며, 장로회 일원이 되어 지배자 집단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 같이 온 거인 한 명은 털이 흰색이지만 아직 갈기털이 다 자라지 않아서 빨갛게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털이 흰색인 설인족은 신통력이 매우 뛰어나서 주술이나 환법진(幻法陣) 등도 대부분 꿰뚫어 볼 수 있었고, 신체가 매우 강해서 금강불괴처럼 도검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동작도 빨라져 한 순간에 십여 장을 달린다고 하는데 왜 그런 백색 설인족까지 천인족 주거지에 나타난 것일까?


오십여 명 중에서 나머지는 모두 돌목족(突目族)인데,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하여 눈이 가운데에 하나로 뭉쳐져 튀어나와 있는 돌목도 몇 명이나 섞여 있었다.


한 명은 제3안(眼)이 열린 듯 이마 가운데 눈꺼풀이 보였으나 꼭 감고 있었고.


돌목족도 마령안(魔靈眼)이라고도 부르는 이 제3안이 열린 경우 장로회의 일원이 될 수 있었고 진법이나 환상, 공간파동, 상대의 마음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신통을 지닌다고 알려졌다.


하반신은 설인족처럼 털이 나 있고 가랑이 사이만 가죽으로 엉성하게 가렸으며, 상반신은 가죽옷에 털모자를 쓰고 있었다.


원래 추운 곳에 살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더운 곳에 왔으나 사절단으로 온 손님이랍시고 체면치레에 마음대로 벗지도 못하니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나머지는 모두 눈이 두 개인 평범한 거인 모습의 돌목족이었다.


모두 큰 지팡이나 몽둥이를 들고 있는데···, 지팡이도 워낙에 커서 이 장이 넘으니 몽둥이나 다름없었다.


원래는 큰 대도나 창, 대부 등도 사용하는데 지금은 손님으로 온 것이라서 쇠붙이를 들지 않은 모양이다.


사실 천인족에서는 며칠 전에 이 거인들의 움직임을 파악했으나, 공격하러 오는 것 같지 않아서 그냥 보고만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주거지까지 와서 기웃거리자 처음 보는 사람들은 기겁(氣怯)을 하였고, 어린아이들은 동화책을 보는 줄 아는지 신기해서 어찌할 줄 모른다.


오십여 명이 천인족 주거지를 기웃거리다가 주술이 가미된 진법(陣法) 때문에 안이 보이지 않자 한 명이 앞으로 나서서 뭐라고 크게 떠들었다.


“여보세요? 저 율리타예요.”


키가 사십삼 척쯤이나 되는 덩치가 큰 녀석인데 자세히 보니, 지난해에 천둔산 아래서 안율이 이끄는 천령대와 한바탕 싸움을 벌였던 친구가 아닌가?


자기 나름대로는 한 번 싸워서 안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때 목책이 열리면서 천인족의 경계병이 몇 사람 나오는데. 그 뒤를 보니 천령대 수백 명이 완전 무장을 하고 시원마를 탄 채로 비상사태(非常事態)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온 사람 중에 한 명이 지난번에 함께 싸워서 율리타를 알아보았다.


“어? 이 키 큰 친구는 그때 천둔산에서 싸웠던 그 거인 친구가 아닌가?”


그러자 율리타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웬일인지 공손하게 말했다.


“나는 율리타예요. 율리타.”


그러면서 자신의 이름을 대고 아는 척을 했다. 마치 무척 반갑다는 듯이.


친한 척 가까이 다가와서 상체를 숙이고 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데, 손이 어찌나 큰지 어른이 이제 갓 태어난 어린아이의 손을 쥐는 것보다 더했다.


그리고 살짝 쥐는데도 손이 얼마나 아픈지 참지 못하고 얼른 빼고 말았다.


“근데 율리타, 싸우러 온 것 같지는 않은데 여기는 무슨 일로 왔지?”


“율리타가 오늘 사절단으로 왔다.”


“율리타라는 말은 알겠는데 당최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이봐! 어쩔 수 없다. 가서 보고하고, 선인들 중에 한 분이 와 주십사 요청해라. 빨리 갔다 와!”


그러자 제일 말단 녀석이 고참들 눈치를 보다가 잽싸게 뒤로 뛰어갔다.


“율리타! 잠깐만 기다려.”


손짓 발짓을 섞어 가며 얘기하니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밑에서 얼굴을 올려다보는데 다시 봐도 참 키가 너무 크다. 천인족 남자들도 키가 대개 칠 척 전후로 큰 편인데 그래도 사십삼 척과는 너무 차이가 난다.


조금 있으니 선어에 능통한 안다 선인이 하얀 선인복을 입고 걸어 나왔다.


그런데 율리타가 보고 있다가 아니라고 손을 흔들었다. 분명히 지난번에 말이 머릿속으로 통하는 사람은 대머리였는데 이 사람은 대머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태을 선인이 아니다.”


그 말에 안다 선인이 발을 굴러 둥실 떠오르더니, 지난번 태을 선인처럼 율리타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선어로 말하는데 머릿속으로 말이 들려온다.


[여보게! 나도 머릿속으로 말할 수 있으니 걱정 마시게.]


나머지 거인들도 모두 똑같이 머릿속으로 선어(仙語)가 들려오자 깜짝 놀랐다. 이 종족은 덩치는 조그만 해도 볼수록 놀랍지 않은가?


“어? 나는 태을 선인만 머릿속으로 말하는 줄 알았는데 할아버지도 할 줄 아네요. 나는 거인족 중에서 돌목족의 율리타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나는 천인족의 안다 선인일세. 그래, 만나서 반가우이. 그런데 무슨 일로 여기까지 찾아온 것인가?]


“실은 지난 해에 싸울 때 태을 선인께서 천령수 열매를 선물로 주셨는데, 우리 종족의 최고수장이신 자이얀께서 감사하다고 우리를 사절단으로 보내어 인사를 드리라고 하셔서 왔습니다.”


뒤를 돌아보더니 뭐라고 손짓을 하자, 돌목 두 명이 커다란 봇짐을 하나씩 들고 앞으로 나왔다. 아마 선물인 모양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곰 가죽이나 여우 가죽 등의 모피를 들고 온 것이다.


사실 사절단은 핑계고 천인족을 둘러보고 정보를 얻으려고 자이얀이 사절단을 빙자(憑藉)하여 보낸 것인데······.


어쨌든 사절단이랍시고 손님으로 왔으니 적을 대하듯 싸울 수는 없었다. 비록 속이 보이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말이다.


[선물은 고맙게 잘 받았다고 전해 주시게. 그럼 이리로 날 따라오게나.]


그러면서 앞장서서 안내를 하는데 목책 안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더 밖으로 걸어가는 것이 아닌가? 이건 아닌데···.


저 울타리 안쪽을 살펴야 하는데 생각지도 않은 쪽으로 안내를 하니 율리타가 당황하여 손을 저었다.


“잠시만요. 아니, 저 울타리 안으로 안 들어가고 왜 다른 데로 가시나요?”


그런데 적인지 친구인지도 모르는 거인들에게 바보처럼 울타리 안을 샅샅이 보여줄 리가 있겠는가? 현재까지는 싸운 기억밖에 없으니 적에 더 가까운데 말이다.


그러니 다른 핑계를 댈 수밖에.


[안에는 너무 좁고 또 다른 일이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다네. 저쪽에 자리가 마련되어 있으니 그리로 가지.]


안다 선인은 두말하지 말라는 듯이 성큼성큼 앞장서서 걸어갔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허둥거리면서 그 뒤를 따르고, 천인족 무사도 오십여 명이 밖으로 나오더니 그 뒤를 따랐다.


도착한 곳은 지난번에 반인족과 전투를 벌였을 때 사로잡은 포로들을 수용한 곳이었다. 바로 결계가 쳐진 곳.


진법으로 결계를 친 것은 그대로 두었고, 안을 정리한 뒤 생문을 드나들기 쉽게 열어 놓았을 뿐이다.


[여기는 진이 펼쳐져 있으니 나만 따라서 들어오라고 전하게.]


선인의 말에 율리타가 길게 늘어서서 따라오고 있는 뒤쪽의 일행(一行)에게 큰 소리로 말을 전했다.


“주변에 진이 펼쳐져 있으니 앞에서 가는 길만 따라서 가야 한답니다.”


그러자 모두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따라오던 돌목들 중에서 3안을 가진 거인이 살며시 마령안을 밀어 올렸다. 그리고 눈동자는 없이 흰자위만 있는 눈으로 주변을 살피면서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계속 끄덕거렸다.


아마 진법이 펼쳐져 있다는 말에 그것을 확인해 보는 모양이었다.


흰색 털을 가진 설인족 거인도 눈을 가늘게 뜨더니 눈에 푸르스름한 안개 같은 것이 어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세세히 살피고 있었다.


나머지는 그냥 아무것도 모른 채 조심스럽게 뒤를 따라갈 뿐이었지만.



모두 따라서 안으로 들어서자 안다 선인은 자리에 앉기를 권하였는데, 거인들은 덩치가 너무 큰지라 의자는 모두 넓적한 바위였다.


천인족이 앉는 보통의 나무의자는 약해서 앉지도 못할뿐더러 작아서 엉덩이도 걸치지 못할 것이다.


미리 준비를 한 모양인지 예쁘장하게 차려 입은 시녀 복장의 젊은 여자들 대여섯 명이, 차와 다과를 가지고 들어왔다. 각자 앞의 돌탁자 위에 내려놓는데 거인들의 덩치가 너무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음식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큰 주발에 차를 가득히 따라 주는데도 한입에 훌쩍 마셔 버렸다. 그러다가 몇 녀석은 뜨거운지 입을 벌리고 손바닥으로 부채질하며 혀를 식히기도 했지만···.


과자처럼 만든 먹거리도 자그마한 광주리로 한가득씩 주는데, 한 손으로 입에 털어 넣고 맛있다고 한입에 넙죽 먹어 버리니, 모두 어안이 벙벙해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들이 며칠만 천인족 주거지에 머물면 준비한 식량이 바닥이 날 것 같았다.


모두 말없이 먹을 것만 먹고 있자 안다 선인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 차를 한잔 했으면 오신 분들의 소개라도 좀 해 주시게.]


그러자 율리타가 제3안을 가진 돌목족을 먼저 가리키고, 이어서 흰 털을 가진 설인족을 가리키며 소개를 했다.


아마 둘이 가장 고위층인 모양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이분은 우리 돌목족의 마테이님이십니다. 그리고 이분은 설인족의 샤리네님이십니다.”


먼저 소개를 받은 마테이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자 샤리네도 따라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처음 뵙겠습니다. 마테이입니다.”


“반갑습니다. 샤리네라고 합니다.”


안다 선인도 두 거인이 직위는 말하지 않지만 제법 위치가 있어 보이자 정중하게 마주 인사를 했다.


[이렇게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인족의 선인 안다라고 합니다.]


이렇게 서로 인사를 나누자 말문이 트였는지 그때부터 이것저것을 물어 오면서 오랜 시간 얘기가 오갔다.


거인족 사절단은 하나라도 더 알아내려는 듯이 이런저런 내용에 대하여 질릴 만큼 끊임없이 물었다.


이에 안다 선인은 기밀이 지켜지는 선에서 간단하게 설명을 해 주고, 안 되는 것은 딱 부러지게 잘라서 미안 하다고 거절을 하였다.


그런데 점심때가 지나서 도착한 거인들이 밤이 되어 가는데도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마 하룻밤을 묵고 갈 생각으로 온 모양이다. 덩치를 보면 먹는 양이 장난이 아닐 텐데······.


‘이를 어쩌나? 쫓아 보낼 수도 없고.’


손님을 굶길 수도 없고 쫓을 수도 없으니 참으로 난처하기 짝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소인족과의 전투 시에 획득했던 고대코뿔소 사백여 마리 중에서 다섯 마리를 잡았는데도 거인들의 한끼 식사밖에 되지 않았다.


‘식탐이 참으로 대단하군!’


그런데 저녁 식사를 하고도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계속 딴전을 부렸다. 이건 손님이 아니라 완전 양아치였다.


그러다가 어떻게 알았는지 반인족과 물물 교역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얘기를 꺼내더니, 자기네들도 함께 물물 교역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 같이 할 수 있게 끼워 달라고 생떼를 썼다.


무엇을 교역하고 싶으냐 물으니 딱히 제대로 된 품목도 없었다. 남이 하니까 그냥 자기네도 하겠다는 것이다.


겨우 해야 동물 모피와 말린 생선들, 남극 쪽에서 나오는 약초 정도였다.


떼를 쓰니 어쩔 수 없이 다음 날 함께 교역지로 가기로 하고 끝을 맺었다.


거인들은 그날 밤 반인족 포로를 가두었던 진법 안에서 그냥 자겠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허락을 하였다.


그런데 흰색 털을 가진 설인족 샤리네와 제3의 눈인 마령안을 가진 돌목족 마테이는, 잠도 거의 자지 않고 진법이 설치된 주변을 계속 돌면서 손에 든 가죽 같은 것에 무언가를 수시로 그려 넣었다.


“하! 저놈들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


멀리서 그 행태를 훤히 꿰뚫어 보고 있던 안다 선인이 혀를 끌끌 찼다.


아마 환각진(幻覺陣)을 꿰뚫어 보고 진을 만드는 방법이나 파훼(破毁)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듯하였다.


다음 날 아침에도 죄 없는 고대코뿔소만 애꿎게 다섯 마리가 희생당했다.


아침 일찍 함께 나서서 천인족이 시원마를 타고 달리니, 거인들은 큰 걸음으로 껑충껑충 뛰었다. 물론 시원마가 전속력으로 달린 것은 아니었지만 거인들이 달리는 속도가 말이 달리는 것에 뒤지지 않았다.


점심은 각자가 사냥을 해서 먹기로 했는데···. 덩치가 있어서일까? 의외로 거인들이 큰 짐승들을 손쉽게 잡았다.


껑충껑충 뛰어가서 큰 몽둥이를 한 번 휘두르면 큰 짐승도 맥을 못 쓰고 쓰러지니, 몽둥이질 한 번에 큰 짐승을 한 마리씩 잡는 것이다.


순식간에 십여 마리를 잡아서 전원이 배불리 먹고도 많이 남았다.


거인들은 익히지도 않고 날고기를 그대로 뜯어 먹으면서 왜 이렇게 맛있는 고기를 힘들게 익혀서 먹느냐고 고개를 꺄우뚱거렸다.


그러자 이를 눈치 챈 안다 선인이 차마 소리 내어 말하지는 못하고, 한심하다는 듯이 살짝 눈을 흘겼다.


‘우리가 너희처럼 야만족인지 아느냐? 이 덩치만 큰 바보 같은 녀석들아!’


꽤 먼 거리라 열심히 이동했어도 이틀이 지나서야 비로소 반인족과의 교역지(交易地)에 도착했다. 그때는 이미 저녁 무렵이 되었지만······.


어쩔 수 없이 또 사냥을 하여 저녁을 대충 때우고, 교역소 근처에서 각자 야숙(野宿)을 하기로 했다.


거인들은 덩치가 너무 커서 오십여 명을 모두 교역소 안에 재울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덩치 때문에 큰 나무 아래나 큰 동굴 등에서 주로 생활하기 때문인지 스스로 나무를 찾아 그 아래서 잠을 자는 것이었다.


거인 오십여 명이 자면서 내는 코고는 소리가 마치 천둥이 우르릉 거리는 것처럼 주변을 울리니, 우습게도 밤 짐승들이 무서워서 감히 범접을 못 했다.


날이 밝으니 스스로 알아서 짐승들을 사냥해 먹는데, 접대를 안 하니 그것 하나는 편해서 좋았다.


그런데 아침을 먹고 나자 돌목족인 마테이가 안다 선인의 옆에 붙어서 선인들이 머릿속으로 읽고 말하는 선어에 대해서 계속 묻는 것이었다.


“도대체 선어는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좀 배울 수 없을 까요?”


[하하! 한 삼십 년 이상은 익혀야 하니 그대는 죽을 때까지 깨닫지 못할 것이요. 그냥 도 닦으면 알게 되는 거요.]


“그래도 좀 쉬운 방법이 있을 텐데···. 빼지만 마시고 좀 알려 주세요.”


[하루에 네 시진씩 벽만 보고 앉아서 명상을 하면 알게 될 겁니다.]


“거참! 비싸게 구시네.”


얼마나 끈질긴지 안다 선인이 고개를 홰홰 내저었다. 그저 열심히 수행을 하면 어느 순간에 자신도 모르게 깨달아진다고 말할 수밖에······.


겨우 마테이를 떼어 내고 함께 교역소 안을 살펴보는데, 이번에는 설인족인 샤리네가 자기네도 통역사들을 교육하는 것에 끼워 달라고 떼거지를 썼다.


계속 한 소리를 하고 또 하니 머리가 빙빙 돌면서 아플 지경이다.


그러면 돌아가서 수장들과 협의해서 결정한 뒤에 연락을 달라고 하니 지금 이곳에 온 거인 중에서 네 명을 남기고 가겠다고 우기면서 또 떼를 썼다.


“그것은 내가 결정할 권한이 있으니 바로 이 자리에서 결정을 합시다.”


결국 반인족의 양해를 얻어서 주거지는 거인들 스스로 만들고, 식량도 스스로 해결하는 선에서 네 명이 남아 함께 통역 교육을 받기로 했다.


그래도 덩치가 크니 교육장의 한쪽 문을 뜯어내고 출입구를 크게 확장해야 했다. 거인들이 출입할 수 있게···.


점심때가 되어서야 돌아가면서 마테이와 샤리네는 마치 큰일을 했다는 듯이 의기양양했고, 그 모습에 안다 선인은 속이 뒤틀렸다.


그런데 마테이가 마령안(魔靈眼)으로 안다 선인을 계속 쏘아보면서, 주먹만 한 소인들이 겁도 없이 까분다는 식으로 말하다가 혼쭐이 났다.


“아니, 한 줌밖에 안 되는 소인들이 참 겁도 없습니다. 우리 거인들의 힘이 얼마나 센지 모르는 모양입니다.”


[덩치만 크고 생각이 작으면 소인배요, 몸이 작아도 생각이 넓고 크면 그게 바로 대인배가 아니겠소. 덩치가 크다고 다 힘이 센 것도 아니고, 힘만 세다고 약한 사람을 다 이기는 것도 아니지요.]


“뭐요? 그러면 당신네들이 우리보다 힘이 세다는 겁니까?”


[그거야 대보지 않았으니 모르는 일이 아니겠소? 여기서 한번 대보던가.]


“그러면 이 자리에서 한번 힘겨루기를 해 보자는 소립니까?”


[원한다면 피할 것도 없지요.]


그 말에 마테이가 열이 받쳤다.


한 손으로 움켜쥐면 부서질 것 같은 조그만 녀석들이 입만 살아서 나불대는 것 같다. 눈을 흘기며 가소롭다는 듯이 노려보다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체면이 있으니 안다 선인을 직접 때리지는 못하고 씩씩거리다가, 시위를 하듯이 주먹을 휘둘러서 옆에 있는 큰 나무를 힘껏 내리쳤다.


꽈앙!


그러자 아름드리 나무가 버티지 못하고 우지끈하면서 부러져 넘어가 버렸다.


[힘은 그렇게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오. 살아 있는 나무도 생명인 것을!]


의외로 안다 선인은 그 모습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우습다는 듯이.


편안한 모습 그대로 입에 미소를 지으며 신선처럼 웃고 있으니, 무릎 높이도 채 안 되는 작은 노인이 무척 가소롭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온 사람 중에서는 샤리네와 함께 대표자 격인 자신이 직접 나서서, 상대 종족의 대표자와 주먹다짐을 하기에는 체면도 있고 조금 꺼림칙했다.


결국 져도 크게 체면이 손상되지 않게 가장 어린 막내를 끌어들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막내의 한주먹감밖에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율리타가 오면서 전에 만났던 태을 선인의 얘기를 했지만, 승부욕이 앞서서 과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데리고 온 막내 녀석과 힘겨루기를 한번 해 보는 것은 어떻겠소?”


[허허허! 이 나이에 힘겨루기라? 좋소. 누가 나서든 상관없소.]


마테이는 혼자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이 주먹만 한 노인네가 그러다가 저 죽을 줄은 모르고 겁이 없구만.’


그러면서 어디 혼쭐이 나 봐라 하는 심정으로 데려온 거인들 중에서 가장 어린 막내를 불러 귓속말로 속삭였다. 적당히 가지고 놀라는 것인데······.


그러자 눈이 아직 둘로 나뉘지 않고 가운데에 뭉쳐서 커다랗게 튀어나온 돌목이, 맨손으로 안다 선인의 앞으로 나섰다. 마치 이매망량 산도깨비 같은 모습에 자신이 있다는 투로 말이다.


율리타 녀석은 전에 태을 선인께 혼이 난 적이 있으면서도 너도 한번 당해 봐라 하는 심보로 고소를 머금었다.


막내 거인은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벌써 키가 삼십 척(9m)이 넘었다. 아래로 무릎밖에 안 차는 노인을 지긋이 내려다보니 한 주먹에 부서져 내릴 것처럼 허약해 보인다.


그러자 갑자기 자신감이 생겼다.


‘이 정도야 뭐.’


그래도 노인이니 마음이 약해서 차마 주먹으로 치지 못하고, 커다란 두 손을 내밀어서 선인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이미 허령기를 이루어 선기(仙氣)를 영기(靈氣)로 연화시키고 있는 안다 선인이, 하얀 우윳빛 광채와 같은 영기를 몸에 두르고 평안한 모습으로 막내 거인을 바라보았다.


선인을 두 손으로 잡아 올린 돌목이 선인의 편안한 얼굴을 살피더니, 그럼 어디 한번 혼나 봐라 하는 생각으로 양손에 서서히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테이는 이미 결과가 나온 것처럼 그 모습을 의기양양한 얼굴로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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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친구의 선물(膳物) 21.06.29 1,404 48 18쪽
35 35화. 비월족(飛月族) 금령월 21.06.29 1,421 48 18쪽
» 34화. 거인족 사절단(使節團) 21.06.29 1,420 48 20쪽
33 33화. 새로운 신공(神功) 수련 21.06.29 1,447 48 18쪽
32 32화. 태을 선인과의 조우 21.06.29 1,422 48 18쪽
31 31화. 선인(仙人)의 연신기 21.06.29 1,438 50 19쪽
30 30화. 자식을 잘못 가르친 죄 21.06.29 1,431 46 38쪽
29 29화. 복수는 또 다른 피를 부른다 21.06.29 1,412 49 18쪽
28 28화. 적소인의 복수전(復讐戰) +1 21.06.29 1,454 50 18쪽
27 27화. 새 친구 미라챠 +1 21.06.29 1,449 49 18쪽
26 26화. 야차족과의 조우 +1 21.06.29 1,435 49 18쪽
25 25화. 소인족 포로들 +1 21.06.29 1,453 49 18쪽
24 24화. 정보전(情報戰) +1 21.06.29 1,498 49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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