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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425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3:35
조회
1,353
추천
48
글자
18쪽

47화. 회상(回想)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쥬맥의 지난날 추억에 대한 회상은 계속 이어졌다.


또 한 번은 주거지 내의 목책 끝 쪽에 위치한 낮은 절벽으로 놀러갔을 때였다. 절벽을 오르기는 어려우니 주로 그 밑에 있는 흙밭에서 놀았다.


그때는 수르와 유리까지 셋이서 갔는데 절벽 아래서 흙을 가지고 소꿉장난을 했다. 그런데 어디서 자꾸 아기 새의 우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절벽 중간쯤에 새가 굴을 파고 그 안에서 새끼를 키우는 모양이었다.


어미 새가 가끔 먹이를 물고 드나드는데 안에서 새끼가 우는 소리가 ‘짹짹짹!’ 하고 귀엽게 들려왔다.


빨갛고 파란 머리 깃을 가진 예쁜 어미 새가 또 먹이를 물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수르가 쥬맥을 꼬드겼다.


“야, 맥아! 우리 저 새를 잡아서 가지고 놀자. 아마 무척 재미있을 거야.”


“새끼가 있는데 어미를 잡으면 어떻게 해? 그냥 놔두자.”


“가지고 놀다가 놔주면 되잖아? 내가 잡을 테니까 너희는 구경이나 하고 있어. 유리야! 예쁜 새를 잡아 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수르가 새를 잡기 위해서 흙으로 된 절벽에 발 디딜 곳을 만들며 타고 올라갔다. 그때만 해도 의기양양했고.


‘어미가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으니까 굴에 손을 집어넣으면 어미와 새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거야.’


그걸 가지고 재미있게 놀 생각에 수르는 굴속으로 손을 쑥 집어넣었다.


그런데 손에 차가우면서도 물렁한 것이 잡히는 것 아닌가? 뭔가 이상하다.


이게 뭐지? 혹시 새끼가 털이 없어서 그런가? 그런 생각에 그대로 잡아서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런데 끌려 나온 것은 어미 새를 입에 물고 있는 세 자 남짓한 누런 구렁이가 아닌가?


생각지도 못한 누런 구렁이를 손에 쥐고 기절을 할 듯이 놀라는 수르다.


“으악~ 뱀이닷!”


고함소리와 함께 허둥지둥 뱀을 집어 던지고 그 통에 발을 헛디뎌서 절벽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다행히도 아래는 모래가 섞인 부드러운 흙밭이어서 다친 데는 없었으나 문제는 수르가 내던진 구렁이였다.


그 구렁이가 어미 새를 문 채로 유리의 목에 감기고 말았으니!


이에 유리가 놀라서 경기(驚氣)를 하듯이 울어 대자 쥬맥이 급히 달려가서 손으로 꼬리를 잡고 끌어내렸다.


그리고 입에 물고 있는 어미 새를 억지로 빼 내니 아직 살아서 푸드덕거렸으나 날지는 못했다.


쥬맥이 구렁이의 꼬리를 잡아서 빙빙 돌리다가 멀리 던져 버리고 우는 유리를 달래는데, 놀랐는지 쉬 멈추지 않았다.


“유리야! 수르가 실수한 거야. 내가 뱀을 멀리 던져 버렸으니까 울지 마.”


“엉엉엉! 우리 엄마한테 이를 거야.”


그런데 어미 새가 바닥에서 한참을 버둥거리다가 겨우 몸을 추스르고 날아가는 것을 보더니 그제야 유리가 울음을 멈추었다.


그러면서도 아직 눈물이 맺혀 있는 눈으로 수르를 원망스럽게 흘겨보았다.


수르는 혼이 빠진 것처럼 멍하니 서서 날아가 버리는 어미 새를 지켜보았다. 이렇게 혼이 난 수르는 그 뒤로 다시는 굴속에 손을 넣지 않았다.


그 얘기만 나와도 몸서리를 치면서 도리질을 했고······.


······.


쥬맥은 지난 추억을 돌아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내 바지를 벗겼던 개구쟁이 녀석도 많이 컸겠지?


‘지금 싸우면 내가 이길 텐데. 그 가엾던 어미 새는 지금도 살아 있을까?’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쥬맥은 추억에 잠겨 있었다. 그때 지나가는 밤새가 이게 누구인가 하면서 쳐다보며 울고 날아갔다.



이제 내일이면 천인족의 주거지로 떠나야 한다. 그동안 정들었던 이곳을.


쥬맥은 이제 뒷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동굴 뒤쪽의 비밀(秘密) 석실에 들어가서 나뭇가지를 부드럽게 으깬 것에 열매를 짓이긴 물감을 묻혀 가죽 위에 글을 적었다. 상대가 누군지 모르지만.


“먼 훗날 인연이 있는 자가 다시 이 굴을 찾을지도 모르니······.”


후일 인연이 있는 사람이 이 동굴을 찾았을 때 도움이 되도록, 기관(機關)의 사용법이나 자오음양지 복용법, 뱀장어 같은 물고기에 대한 것, 배우고 익힌 무공들에 대한 깨달음을 적었다.


물론 구체형 공간에서 무공을 수련하는 방법도 기록해 두었고 말이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자료는 모두 달달 외우고 있기 때문에 가져가지 않고, 나무상자에 가지런히 정리해 두었다.


떠나기 위해서 짐을 꾸리는데 짐이 많지 않았다. 큰 가죽 주머니에 월광석을 열댓 개 넣고, 자오음양지와 뱀장어 같은 물고기를 말린 것 각각 한 뭉치, 그리고 입을 가죽옷 두 벌에 단검과 조금 작은 검 하나.


거기에 식량 삼아 열매를 조금 넣고, 그동안 식물도감이나 동물이 먹는 것을 보고 찾아서 말려 온 귀한 약초와 독초가 각각 한 뭉치, 이게 전부였다.


동굴 앞에 짐을 내놓고, 마지막으로 오른쪽 굴의 구체형 공간에서 무공을 연습한 다음, 물고기를 잡아서 나오는 길에 입구의 기관을 폐쇄시켰다.


그 다음은 다시 왼쪽 굴로 들어가서 자오음양지를 먹고, 열천과 한천을 오가면서 몸을 깨끗이 씻었고······.


나오면서 왼쪽 굴과 비밀 석실, 초입의 기관장치도 모두 폐쇄하니 이제 안에는 주거하는 커다란 공동만 남았다.


물고기를 들고 동굴 앞으로 나오자 점박이와 별이가 애타는 눈빛으로 기다리다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세 친구가 그렇게 동굴 앞에 앉아서 언제일지 모르는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물고기를 나누어 먹었다. 이별의 서먹함을 달래면서.


점박이와 별이도 그동안 정이 많이 들어서 헤어짐을 너무 아쉬워했다.


쥬맥은 자기가 떠난 뒤에 주작 신수가 찾아오면 꼭 함께 따라가서 신수가 되라고 신신당부(申申當付)를 했다.


그리고 언젠가 후일에 꼭 다시 만나자고 서로 다짐하니 점박이도 별이도 그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혔다. 서로 마음이 통하면 친구이지 어찌 꼭 사람과 짐승을 가리겠는가?


밤이 늦도록 대협곡의 장대하면서도 수려(秀麗)한 절경을 바라보며 여기서 살아온 나날을 회상하고, 새로운 내일에 대한 기대와 불안으로 서성이다 보니 밤 늦게야 겨우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들뜬 마음으로 운기조식을 마치고 요기를 한 다음, 간단히 몸을 씻고 마침내 동굴을 나섰다.


꾸려 둔 가죽 봇짐을 짊어지고 단도와 검을 허리에 찼다. 동굴 안을 둘러보니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밖에는 벌써 점박이와 별이가 와서 떠나는 것을 보고자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나서서 처음에 버려졌던 바위까지 오니 지난 시간이 너무 무상하다.


“이제 여기서 그만 헤어지자. 우리는 꼭 다시 만날 거야. 그리고 꼭 신수가 되어야 해. 알았지?”


“으르렁 크렁(알았어, 내 친구.)”


“끼우욱 끼룩(보고 싶어서 어떡해.)”


바위를 한참 바라보다 점박이와 별이를 더 이상 따라오지 못하게 하고 홀로 돌아섰다. 십이 년 전에 병든 자신을 버렸던 곳을 향해서······.


두 친구는 쥬맥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면서 낮게 울고 있었다. 그 울음소리에는 사람보다 더한 진한 슬픔이 담겼다.


쥬맥도 뒤돌아보고 싶었지만, 그러면 마음이 약해질까 두려워서 독하게 앞만 보고 걸었고, 보내는 두 친구는 그 모습이 너무 야속했다.


쥬맥이 떠나고 한 시진쯤 지나자 신수 주작(朱雀)이 도착하더니 동굴 입구에 손을 가만히 댔다.


그러자 바위가 녹아서 흘러내리며 입구가 사라졌다. 다시 몇 가지 기석을 주변에 설치하고 주술과 환진으로 결계를 치니, 이제 노송을 비롯하여 넓적한 바위까지 모두 사라지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만 보였다.


“너희들은 점박이와 별이라고 했지? 나와 함께 가자. 그래야 나중에 다시 네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거야.”


따라가야 다시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말에 둘은 군말 않고 주작을 따라나섰다.


이렇게 주작이 점박이와 별이를 데리고 사라지니 이제 쥬맥이 살았던 대협곡 주변에는 고요한 정적만 감돌았다.


오직 다시 만나고자 하는 그들의 염원(念願)이 한줄기 바람이 되어 대협곡을 감돌고 있을 뿐······.


* * * * *


두 친구와 헤어진 쥬맥은 커다란 가죽 봇짐을 어깨에 메고 천인족의 주거지(住居地)를 찾아서 열심히 걷고 있었다.


길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동안에 비류월 모자와 함께 하늘을 날기도 했고(비록 비류월에게 업혀 있었지만), 점박이와 넓은 곳을 뛰어다녔으며, 태을 선인으로부터 듣기도 하였으니······.


경신술로 달리면 하루도 안 걸리는 거리였지만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이제 혼자서 이렇게 자유롭게 지내는 시간은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니까.


가을로 접어들고 있으니 쥬맥이 떠난 지 벌써 십이 년이 지났고, 몇 달 뒤면 만 스무 살이 될 것이다.


천둔산 중턱에 이르러 그 수려한 모습을 구경하다가, 우선 태을 선인이 일러 준 대로 천령수(天靈樹)를 심은 곳부터 찾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금방 찾을 것 같아서 주변을 돌아다녀도 헤매기만 할 뿐 찾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여기가 그 자리인데···.


울창한 나무숲만 보일 뿐 커다란 천령수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돌다 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니 그제야 진법에 갇힌 걸 알았다.


“하하 참! 진법이란 게 참 묘하네.”


책으로 진법을 배우기는 하였으나 실제로 대형 진을 접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자기가 진법을 조금 안다고 해서 초면에 힘으로 파훼를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목소리에 진기를 실어 큰 소리로 불러 보기로 했다.


“선인 할아버지! 저 쥬맥이 왔어요. 어디 계세요?”


그렇게 몇 번을 부르자 갑자기 한 사람이 옆에서 불쑥 나타났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삼십을 조금 넘어 보이는데 천인족의 선인(仙人)들과 똑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으니 맞게 찾아온 모양이다.


“생김새도 말도 외양은 천인족 같은데···, 누구를 찾는 건가?”


그러면서 낯설게 가죽옷을 입고 있는 쥬맥을 이상하다는 듯이 이모저모로 살폈다. 아무래도 수상쩍다는 듯이.


“저는 쥬맥이라고 합니다. 선인 할아버지를 찾아왔습니다.”


“나도 선인인데···, 선인 할아버지라면 누구를 말하는 거지?”


“아! 태을 선인 할아버지요.”


“태을 선인님? 그래, 안에 계시는데···, 무슨 이유로 만나려고?”


그런데 그때 뒤에서 대머리가 빛나는 태을 선인의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인석아, 네가 왜 나를 만나는 이유를 따져 물어. 그런데 누구냐?”


그러자 쥬맥이 반갑게 앞으로 나섰다.


“선인 할아버지! 저 쥬맥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어? 네가 그 꼬맹이 쥬맥이란 말이냐? 아이고, 벌써 다 컸구나!”


그러더니 반갑게 다가와서 손을 잡았다.


“그래, 이제 내려오기로 한 것이냐?”


“예, 이제는 종족들과 함께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래, 잘~왔다. 우선 들어가자.”


그러면서 쥬맥의 손을 잡아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먼저 나와서 쥬맥에게 말을 걸었던 선인이 뒤에서 그 모습을 멋쩍게 바라보았다.


웬 가죽옷을 걸친 허름한 거지 차림의 청년을 태을 선인이 마치 손자라도 만난 듯이 반갑게 맞이해서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니, 선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


이상하다는 듯이 둘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꾸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누구지? 처음 보는 청년인데······.”


“쥬맥이라고? 아~ 맞다. 혹시 옛날에 풍토병이 걸려서 산에다 버렸다는 그 아이인가? 벌써 다 컸네.”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뒤따라 안으로 사라졌다.


태을 선인을 따라서 진(陣) 안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풍경이 확 달라졌다.


넓은 공간의 한가운데에 하늘을 찌를 듯이 우람하고 높다란 나무가 한 그루 우뚝 서 있는데, 높이가 백이십 장(360m)에 그 밑동은 직경이 이십오 장(75m)에 가까우리만치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가지마다 침엽수처럼 사철 푸른 가는 잎사귀 사이로 활엽수같이 넓적한 잎이 색색으로 단풍이 들었다.


‘침엽수도 활엽수도 아니구나. 참으로 거대하고 풍기는 기운이 대단한데···.’


천령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뛰고 가슴이 벅찼다.


나무는 위치에 따라서 맨 위는 금색, 중간은 적색, 아래는 백색의 작은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너무 거대하고 장엄(莊嚴)한 모습에 쥬맥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어릴 때도 아리(峩理)별에서 한 번 본적이 있지만 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직 덜 자란 모습인데도 이렇게 크다니······.’


“어떠냐? 너만 큰 게 아니지? 천령수도 그동안에 많이 자랐다.”


“십이 년 만에 이렇게 크게 자라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아직은 반도 안 자랐다. 앞으로도 한 구십 년은 더 커야지.”


“이렇게 큰데 아직 반도 안 자랐다고요? 그럼 얼마나 더 크는데요?”


“그럼, 앞으로도 지금보다 두 배쯤은 더 자라야 한단다.”


“우와! 대단하네요.”


주변을 둘러보니 임시 거처들이 보이고 하얀 옥으로 만든 작은 신전(神殿)도 한쪽에 세워져 있었다.


원래는 훨씬 웅장(雄壯)하게 건설하는데 지금은 천령수가 계속 크고 있기 때문에 성장이 멈추는 때를 기다려 그 밑에 제대로 된 신전을 짓는 것이다.


태을 선인이 주맥을 데리고 임시 신전으로 쓰고 있는 하얀 옥(玉)으로 된 신전 안으로 안내하여 들어갔다.


제단에는 천령수 열매가 큰 그릇에 색상별로 가득 담겨서 놓여 있고 단 아래에서는 향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제단 위에는 우주를 형상화한 큰 조각품이 세워져 있었다. 우선 선인이 가만히 앉아서 향을 더 태운 뒤, 제단 아래에 있는 옥병에서 술을 따라 향불에 세 번을 두른 뒤 제단에 공손히 바치었다.


일어서서 큰절을 세 번하고 물러서더니 쥬맥에게도 똑같이 제례(祭禮)를 올리게 하였다. 이 자리에 서니 쥬맥도 저절로 기분이 숙연해졌다.


비록 전염성 풍토병에 걸려서 홀로 산속에 버려졌다고는 하나 지금 돌이켜보면 살아온 하나하나가 기적이었다.


그것은 바로 천신(天神)께서 돌보아 주심이 아니었겠는가? 정성을 다하여 술잔을 바치고 큰절을 올리니 괜히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천신이시여! 은혜로움에 힘입어 제가 다시 건강한 몸으로 돌아왔나이다.’


속으로 은총(恩寵)에 감사를 드리며 다시 돌아온 감회에 젖어서 울먹이는 쥬맥의 등을 가만히 다독여 주는 태을 선인. 그 손길에는 따스함이 배어 있었다.


업무를 보는 막사로 들어가니 신녀(神女)와 선인 몇 사람이 일어서며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앉으시지요.”


그러자 태을 선인이 쥬맥을 소개했다.


“아, 여기는 쥬맥이라고 산속에서 혼자 살던 친구야. 이번에 천인족의 주거지에서 지내기 위해 내려왔으니 모두 인사들 하게. 앞으로 잘 도와줘.”


“반가워요,”


“반갑네. 어서 오게.”


“저는 쥬맥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우선 거기 앉아요. 차 한잔 줄게요.”


그러면서 신녀가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쥬맥은 가죽 봇짐을 내려놓고 빈자리에 앉았는데, 혼자 살다가 여러 사람들 속에 있으려니 왠지 서먹했다.


몇몇이 쥬맥의 차림새를 곁눈으로 살피더니 웃음을 참고 있었다. 혼자 살면서 짐승 가죽으로 대충 옷을 만들어 입었으니 그 모양이 오죽하겠는가?


점박이나 별이가 인간의 차림새를 보는 눈이 있을 리도 없고······.


“면목없습니다. 산에서 혼자 살다 보니 꼴이 말이 아닙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괜찮네. 혼자 살면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그래도 대단하군.”


“흥, 자네들 이 친구를 우습게 보지 말라구. 무술(武術)로는 천인족 중에서 아마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텐데?”


“아니, 이 젊은 나이에 벌써 그렇게 무예가 뛰어납니까?”


태을 선인의 말에 모두 깜짝 놀라는데 당사자는 도리어 겸양을 떨었다.


“아닙니다. 선인 할아버지께서 과장해서 말씀하신 겁니다.”


“그래도 근거가 없는 말씀을 하시는 분이 아니신데? 그럼 자네 나하고 팔씨름이나 한번 해 보세.”


사십 대 선인이 일어서서 탁자 가운데로 쥬맥을 억지로 끌고 갔다. 이 선인도 벌써 선인 수행이 삼십 년을 넘었다. 경지가 4단계 연선기(鍊仙期)에 이르러 힘에는 이제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쥬맥의 힘을 가늠해보려고 한 것이었다. 한번 겨뤄보면 내공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테니. 이렇게 해서 난데없이 팔씨름이 벌어졌다. 실은 쥬맥도 자신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한번 알아보고 싶었고.


서로 손을 움켜쥐고 몸을 지탱하며 준비를 마치자 태을 선인이 재미있다는 듯이 나서서 심판(審判)을 봤다.


“자, 그럼 준비~ 땅!”


그러자 두 사람이 손에 힘을 주고 겨루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순수한 체력으로 비등한 것 같더니 아무래도 선인이 조금씩 밀리며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자 암암리에 법력(法力)을 운용했다. 목적도 내공을 알아보기 위해서이니 내공을 끌어내게 유도한 것일 터.


쥬맥이 처음에는 그냥 버티다가 선인의 법력에 순수한 힘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서, 내공을 운기하며 이에 맞섰다.


마침내 법력과 내공의 대결!


“끄응!”


선인이 힘든지 얼굴이 점점 붉어지고 안간힘을 썼다. 그래도 쥬맥은 태연한 얼굴로 버티더니, 손에 힘을 주어서 밀자 힘없이 스르르 밀리면서 선인의 손이 금방 넘어가고 말았다.


“쥬맥 승!”


태을 선인이 신난다는 듯이 외쳤다. 그러자 팔씨름에 진 선인이 억울하다는 듯이 손을 풀면서 혼자 투덜거렸다.


“아니, 젊은 사람이 무슨 내공이 그리 많아. 영단에 영초만 먹고 살았나?”


“하하하! 이제 내 말을 믿겠나? 자네 말대로 영초에 영물만 먹고 산 녀석이니 앞으로 함부로 건들지 말게.”


“하 참! 하여튼 대단합니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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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화. 거인족과 반인족의 전투 21.06.29 1,357 47 18쪽
51 51화. 쥬맥이 맥쮸~ 되다 21.06.29 1,350 47 19쪽
50 50화. 구원(舊怨)과 비무 21.06.29 1,339 47 19쪽
49 49화. 재회 그리고 새로운 출발 21.06.29 1,353 48 19쪽
48 48화. 친구를 찾아서 천인족으로 21.06.29 1,350 48 18쪽
» 47화. 회상(回想) 21.06.29 1,354 48 18쪽
46 46화. 복수 준비와 떠날 준비 21.06.29 1,382 47 20쪽
45 45화. 비월족의 패전 대책 21.06.29 1,387 48 19쪽
44 44화. 주작이 준 기연(奇緣) 21.06.29 1,398 48 18쪽
43 43화. 청룡(靑龍) 출현 +1 21.06.29 1,387 48 19쪽
42 42화. 비월족의 습격(襲擊) 21.06.29 1,402 48 18쪽
41 41화. 반인족 울트의 계략 21.06.29 1,431 48 18쪽
40 40화. 또 하나의 경지를 넘다 21.06.29 1,417 48 19쪽
39 39화. 무공(武功) 수련과 첫 전투 +1 21.06.29 1,417 48 19쪽
38 38화. 친구들의 동태 21.06.29 1,412 47 19쪽
37 37화. 생사현관(生死玄關)을 뚫다 +1 21.06.29 1,444 48 20쪽
36 36화. 친구의 선물(膳物) 21.06.29 1,404 48 18쪽
35 35화. 비월족(飛月族) 금령월 21.06.29 1,421 48 18쪽
34 34화. 거인족 사절단(使節團) 21.06.29 1,419 48 20쪽
33 33화. 새로운 신공(神功) 수련 21.06.29 1,447 4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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