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429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1:01
조회
1,454
추천
50
글자
18쪽

28화. 적소인의 복수전(復讐戰)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하늘의 그물은 엉성해 보여도 빠져나갈 수 없다 했듯이, 무인이 신선이 된다는 것은 선인보다 수천 배는 더 어려운 일인 것은 자명한 이치다.


각설하고, 천붕이 신수가 된 뒤에 사차원의 공간을 뛰어넘는 공간신통으로 지구에 후손을 남기는데, 이가 바로 대붕이다.


대붕은 천붕만은 못해도 양쪽 날개의 길이가 백칠십 장(510m)에 이르고, 몸통 두께는 삼십 장(90m) 길이가 백 장(300m)에 이르니, 한 번 날갯짓에 구만 리 창공을 날 수 있다 하였다.


이 대붕은 북명해에서 곤(鯤)이라는 거대한 물고기 형태의 유충으로 오랜 시간을 살게 되는데, 이때의 기억으로 바다에서 많이 먹었던 큰 물고기들을 좋아하는 것이다.


대붕신교 제사장은 대붕과 정신적 교류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증명된 바가 없으니 알 길이 없는데······.


대붕신교(大鵬信敎)와 같은 종교적인 행사 외에도, 소인족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과 추분에는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진다 하여, 각지에서 여러 종류의 축제를 벌였다.


특히 춘분에는 결혼식을 많이 하고 추분에는 부모님을 찾아뵙는 풍습이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왔다.


이외에도 적소인은 각궁과 창, 독침을 이용한 사냥에 능했으며, 황소인은 칼과 창을 이용한 전투에 능하고 물건을 만드는 손기술이 좋았다.


백소인은 소도와 암기 외 권각법과 진법에 능해서 함께 힘을 합하면 다른 종족의 침입을 잘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천인족과 분쟁이 일어나게 한 염탐꾼의 보고는, 천인족이 자신과 동료들을 산 채로 붙잡았는데 자신 외에는 모두 포가 뜨여서 잡아먹히고 말았다는 것이다. 다들 손발이 묶여서 반항도 못 하는 포로들을 산 채로 말이다.


자신은 이상한 소리에 놀라서 발버둥을 치니 눈을 가린 것이 벗겨져 둘레를 살펴볼 수 있었고, 동족이 잡아먹히는 것을 보고 분개하여 바닥에 떨어진 날카로운 돌 조각으로 묶은 줄을 자르고 적들과 용감히 싸웠다고 했다.


몇 명을 때려눕혔으나 중과부적으로 다시 잡힐 것 같아서 겨우 도망쳐 돌아왔는데, 자신이 몇 명을 때려눕혔다는 무용담(武勇談)을 몇 번이나 강조하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종족이 자신들을 천인족이라고 불렀는데 진지를 살펴보니 그 수는 수천 명에 지나지 않아서, 지난번에 반인족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수가 전부인 것 같다는 것이었고.


지금 적소인족의 천장을 맡고 있는 드워브는 새로운 종족을 잘 감시하고 염탐꾼들을 보내어 계속 동태와 기밀을 파악하라고 했지, 무턱대고 전투를 벌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조직에나 과잉 충성으로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득을 보려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적소인족의 피혼인 드워룬이 그러한 사내였다.


천장인 드워브와는 먼 친척뻘이니 그 연줄을 믿고, 선실행(先實行)하고 후보고(後報告)를 하는 식으로 먼저 일을 벌이고 말았다.


물론 그 배경에는 수하인 피얼 요요루와 그의 동료 및 가족들의 피 맺힌 절규(絶叫)가 한몫을 차지했다.


“세상에 제 수하들을 산 채로 포를 떠서 잡아먹었답니다. 이 한을 풀어 주십시오. 그놈들은 다 합쳐도 몇천 명밖에 안 된답니다.


싸움도 듣기보다 못해서 제 수하 녀석이 혼자서 몇 명이나 때려눕혔답니다. 제가 윗사람으로서 이 원수를 갚지 않고 부끄럽게 어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우르르 몰려와 맨손에 피가 나도록 땅바닥을 두들기며 가지도 않고 밤낮으로 울부짖었다.


“비참하게 죽은 우리 아들의 한을 달래 주십시오.”


그러자 죽은 사람의 동료들까지 우르르 몰려와서 피를 토하듯 부르짖었다.


“세상에 사람을 산 채로 포를 떠서 먹다니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이 천인공노할 짓을 저희가 벌하게 해 주십시오. 피혼께서 나서지 않으시면 저희들이라도 달려가서 동료의 이 피맺힌 원한을 갚겠습니다.”


많은 사람을 거느린 수장일수록 이런 상황에 좀 더 냉철해져야 하지만, 때로는 이런 상황을 핑계 삼아서 일을 벌이는 사람도 있으니······.


드워룬이 바로 그런 사람으로 대세를 등에 업고, 휘하의 피얼들 이십여 명 중에서 가장 심복이며 믿을 만한 여섯 명만 모아서 천인족을 칠 방법을 모의했다.


지하로 수장 깊이의 넓은 광장인데 바닥에는 부드러운 마른 풀이 깔려 있고, 중앙의 큰 탁자 둘레로 짐승 가죽을 덧씌운 의자에 빙 둘러앉았다.


적소인은 주로 적도 근처의 열대(熱帶) 밀림에 많이 살았기 때문에, 무더운 땅 위보다는 땅속 깊은 곳의 시원한 땅굴을 더 좋아했다.


통통하면서 눈이 부리부리하고 대머리인 육십 대의 드워룬이 사십에서 오십 대로 보이는 피얼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천인족이라는 놈들을 급습하여 순식간에 쓸어버리는 방법이 없을까? 몇천 명도 되지 않는다고 하니 단숨에 치는 거지.”


“그래도 숨겨진 세력이 있을지 모르는데 전체를 죽이는 것보다는 복수 차원에서 한번 떼거지로 죽이고, 잽싸게 물러나는 것은 어떨까요?”


“너무 큰 대부대가 움직이면 천장님께서 알 수가 있으니 소부대로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야! 무슨 겁이 그렇게 많아? 한 번에 다 쓸어버리는 거야. 싹쓸이를 해 버리자고, 성공만 하면 큰 공을 세우는 거야.”


“그래도 지난번에 싸운 반인족과의 전투 결과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천인족인가 뭔가 하는 놈들이 큰 말 같은 것을 타고 번개처럼 달린다고 하니까 우리도 뭔가 빨리 달리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신체 조건으로는 우리보다 훨씬 키도 크다고 하니 힘으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부정적인 의견을 말하는 피얼들이 많았다. 그러나 드워룬의 눈에는 용기가 없어서 뒤로 빼는 겁쟁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야! 우리 각 부족에서 검치범을 길들인 것이 모두 해서 몇 마리야?”


“예, 다 합쳐도 천오백 마리 정도밖에는 안 될 겁니다.”


“천오백 마리는 너무 적은데, 삼천 마리 정도만 있어도 괜찮은데 말이야. 아쉬운 대로 이천 마리 정도를 준비할 수 없을까?”


“이웃 부족에서 검치범을 키우고 관리하는 녀석이 제 친구인데 거기는 몇천 마리가 있는 모양입니다. 제가 가서 피혼님 이름으로 곧 돌려준다고 오백 마리만 빌려 보겠습니다.”


“그런데 이천 명이 가서 천인족과 제대로 싸울 수 있을까요?”


“지난번에 포로로 잡힌 염탐꾼 녀석이 혼자서도 그놈들을 몇 명이나 때려 눕혔다고 하니까 되지 않을까? 그러면 고대코뿔소도 식량 삼아 몰고 가서 밀어붙여 볼까?”


고대코뿔소는 고대(古代)가 아니라 콧등에 높고 날카로운 뿔이 세 자가 넘게 자라서, 뿔이 높고 크다고 고대(高大)코뿔소로 이름을 지은 것이다. 이 날카로운 뿔에 받치면 사람이든 짐승이든 대부분 죽고 말았다.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는데 몸통 두께가 다섯 자(1.5m)에 길이는 열세 자(3.9m)에 이르러, 거대하고 육중한 몸체로 떼 지어 달리면 지축이 울리는 듯했다.


짐승을 길들이는 기술이 뛰어난 적소인들이 야생에서 잡아 가축으로 길들인 것인데 전쟁이 벌어지면 공격용과 식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럼 식량 보급은 별도로 하지 말고 고대코뿔소에 비상식량만 조금 실어서 끌고 가죠. 가면서 사냥도 하구요. 거리도 멀고 셀렝게강을 건너야 하니까 보급품을 나르기가 힘듭니다. 검치범에 타서 몰이를 하면서 가면 나무로 다리를 놓은 상류 쪽으로 금방 건널 수 있습니다. 지금 건널 수 있는 다리는 상류에 하나밖에 없습니다.”


“좋아, 그럼 사흘 뒤에 아침해가 뜰 무렵에 출발한다. 그리고 이참에 천인족이 키가 크고 여자들도 미인이라고 하니까 젊고 예쁜 것들로 골라서 열댓 명 잡아다가 천장님께 바치자고. 아마 무척 좋아하실 거야.”


“알겠습니다 피혼님. 그리 준비하겠습니다.”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밀어붙여 출정을 결정했다. 모두 나가고 피혼 드워룬이 혼자 남아 있는데, 무엇을 생각하는지 피식피식 웃는다. 기분 좋은 상상(想像)을 하는가 보다.


“나도 이참에 늘씬하다는 천인족 여자들을 몇 명 잡아다 첩으로 들일까?”


그러면서 뭐가 좋은지 또 혼자 키득거린다. 원래 소인족은 성생활(性生活)이 그리 문란하지 않은데, 드워룬이 바람끼가 많아서 밝히는 편이었다.


이런 사람은 언젠가 순간의 쾌락 때문에 인생에 오점을 남기고 패가망신(敗家亡身)을 하기 쉬운 법이다.


드디어 출전의 날.


날이 밝으니 드워룬의 대형 땅굴 기지가 있는 앞쪽으로 출전할 병사들이 모여들었다. 모두 무장을 한 채.


나무를 잘라 내고 만든 꽤 넓은 광장이다. 여섯 명의 피얼이 검치범을 타고 앞에 서고, 그 뒤로도 검치범을 탄 병사가 이천여 명이 늘어서니 그 모습이 제법 위맹하기 그지없었다.


맨 뒤에는 오백여 마리의 고대 코뿔소들이 모여 있는데, 검치범을 탄 몰이꾼들이 둘레를 감싸고 있었다.


마침내 소각(쇠뿔로 만든 작은 나팔)이 울려 퍼졌다. 출전식이다.


빠아아앙~ 빠아아앙~


“피혼께서 납신다. 출전식을 할 것이니 모두 조용히 하라!”


몇 사람이 나서서 외치니 웅성대던 병사들이 금방 조용해졌다.


희고 거대한 검치범을 탄 드워룬이 머리에 두 개의 뿔이 달린 투구를 쓰고 나타났다.


손에는 지휘봉을 들고 위에는 상의 대신 조끼 같은 흉갑(胸甲)을 입었는데 만도처럼 둥그런 칼을 차고 있었다.


보통 검치범은 몸 길이가 여덟 자 정도인데, 백 년에 몇 마리는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백색의 털을 가지고 태어나며 그 크기가 열 자 가까이까지 성장한다.


소인족에도 몇 마리 없어서 천장과 피혼 일부만 가지고 있는 귀한 짐승으로 모두 백수왕(白獸王)이라고 불렀다.


백수왕 위에 올라타 거들먹거리며 나타난 피혼 드워룬이 맨 앞에 마주 보고 서더니, 지휘봉을 쥔 오른팔을 하늘로 번쩍 치켜들었다.


“모두 들어라! 오늘 우리는 우리의 동료를 산 채로 포를 떠서 잡아먹은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른 저 무도한 천인족을 치러 간다. 모두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나아가 단숨에 적들의 숨통을 끊어버리고 동료들의 원수를 갚자!”


“와아! 원수를 갚자!”


모두 큰 소리로 호응하니 다시 지휘봉을 들어 앞을 가리키며 외쳤다.


“모두 출전하라!”


이 외침에 출전하라는 외침이 여기저기서 들리며, 검치범을 타고 빠르게 좌측 숲을 향하여 달려가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또 한 무리가 고대코뿔소를 몰고 급히 뒤따라가기 시작했고···.


출전식이 진행된 광장 주변에는 자식을 잃은 부모들과 가족들, 그 친구들이 배웅하며 꼭 이 피에 사무친 원한을 갚아 달라고 부르짖는다.


출전하는 병사들이 모두 떠난 자리에는 침묵이 찾아왔고, 여기저기 큰 나무 아래에 꿇어앉아 출전한 자식의 무사 귀환을 비는 부모들이 눈에 띄었다.


남의 자식 원수를 갚아 주려고 하다가 행여 내 자식이 죽을까 봐 부모들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것이다.


검치범을 타고 이동하는 적소인 출전 부대는 매우 빠르게 숲을 타고 이동하니 쉽게 눈에 띄지 않아서, 일거에 천인족을 들이칠 듯한 기세였다.


그러나 이 부대가 셀렝게강의 상류에 있는 나무 다리를 건너면서 천인족에게 노출(露出)되었다.


가끔 주변을 정찰하는 비거에서 적이 숲을 벗어나 강가에 이르렀을 때 발견한 것이다.


이천여 무리가 맹수를 타고 천인족 방향으로 움직이며, 오백여 마리의 고대코뿔소 떼를 몰고 있으니 눈에 띄지 않을 리 없었다.


적의 무리가 맹수(猛獸)를 탄 적소인족 이천여 명으로 드러나자, 천인족에서도 천령대 총대장의 막사에 모여서 대책을 협의 중인데······.


이천여 명 정도로는 천인족에 큰 타격을 줄 수 없기 때문에 한울이나 천사장, 대신녀는 참석하지 않았고, 대족장들과 천령대의 대장급 이상만 모였다.


그리고 이번 전투는 야율린 대족장이 전체적인 지휘를 맡기로 했다.


“우리는 지난번에 포로들을 죽이지 않고 자비를 베풀어서 살려 보냈는데, 소인족이 우리를 너무 우습게 보는 모양입니다. 이번에 혼쭐을 내서 다시는 도발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종족 간의 큰 전쟁으로 이어지면 안 됩니다. 소인족 전체는 천만 명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세계에서 한 번 얕보이면 계속 쉬운 상대로 깔보는 법입니다. 우리를 없애려면 자신들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주어야 쉬 건들지 못합니다.”


“그렇게 합시다. 어설프게 대응하면 더 큰 전쟁으로 이어져서 훨씬 많은 생명이 죄 없이 죽어가야 합니다. 단호하게 대응해서 단념시키는 것이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지름길입니다.”


“맞습니다. 이번에는 우리도 본때를 보입시다.”


모두가 이 말에 이구동성으로 찬동하다 보니 소인족에 대한 대응 방향이 강력한 응징(膺懲)으로 선회하였다.


“그런데 적이 모두 검치범이라는 맹수를 타고 있습니다. 기동력을 감안하면 시원마를 탄 기병대가 좋지만 여기에 문제가 좀 있습니다. 검치범이 몇십 마리면 몰라도 이천 마리나 되고 맹수이기 때문에 말들이 놀라서 날 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전투가 어렵지요.”


“그러면 이번에는 전원 말을 타지 않은 무사대로 대응합시다. 대신에 모두 무위가 근신(近身)급 이상인 일류무사로 출전하면 천 명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천령대를 총괄하는 구자룬 총대장이 나서서 말했다.


“그러면 천령대에서는 근신급 이상으로 무사 오백 명을 차출하겠습니다.”


이 말은 나머지 오백 명을 대부족에서 차출하라는 말이나 똑같았다. 이에 가장 큰 부족을 거느린 비율신 대족장이 총대장을 한 번 보더니 결론을 내렸다.


“우리 부족이 이백 명을 차출할 테니 두 부족에서 백오십 명씩 지원해 주세요.”


그러자 보돈타 대족장과 야율린 대족장이 서로 얼굴을 보더니 반론을 펴지 않고 그 말에 깨끗하게 찬성을 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보급은 인원 차출이 가장 적은 우리 두 부족이 담당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회의가 길어지자 이때 병사 몇이 차와 간식거리를 들고 들어왔다. 그것으로 잠깐 한숨을 돌리며 휴식을 취한 뒤에 다시 회의가 이어졌다.


“이번에 본때를 보이기로 했으면 진법도 가장 강력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근신급 이상이면 이십 년 이상이나 무예를 수련하여 검기나 도기 수발이 자유로운 일류무사들입니다. 개인들의 무위가 뛰어나니 각개 전투 방식의 난전으로 쳐부수는 것은 어떨까요?”


“수 천의 병사가 뒤엉켜서 싸우는 집단 전투는 아무리 뛰어난 무사라도 뒤에서 날아오는 눈먼 화살에 당할 수도 있습니다.


적이 아무리 힘없는 병사일지라도 수십 명이 앞뒤로 창검을 찔러 대면, 혼전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당할 수 있어요. 그러니 진법을 씁시다.”


“야율린 대족장님! 본때를 보이려면 마기가 가미된 진법이 어떨까요?”


“나도 그 진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일반인에 대한 마법 사용이 금지된 뒤로, 그 진법의 기석인 마정단을 천사장 산하의 선인들이 관리하면서 위험하다고 잘 내주지 않습니다.”


“마정단은 이 총대장 구자룬이 책임지고 천사장님을 설득하여 구해 드릴 테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고맙습니다. 그 진법을 얼마 만에 펼쳐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전에 연습이 필요하니 선출된 인력은 내일 아침까지 제 막사로 보내 주세요.”


“강력한 적을 섬멸할 때 쓰는 그 진법에 당하면, 적이 학을 떼고 다시는 덤비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계속되는 전투로 사상자가 늘어서 종족수가 계속 줄어드니 이번에는 부디 죽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군요.”


“그 진법이면 아마 부상자는 생겨도 사망자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다만 마정단을 이용하니 휴유증은 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만전을 기해서 전투를 잘 마무리합시다.”


격전지 선정 등 많은 협의 끝에 서로 의기투합한 대책 회의가 끝이 났다.


이튿날 아침 천여 명의 무사들이 모여서 거주지 앞 넓은 들에서 진법을 연습하는데, 도검이나 창에 푸루스름한 기가 맺히지 않는 사람이 없었고, 어떤 사람은 검강(劍罡)이나 도강(刀罡)까지 내보이고 있었다.


천인족의 전투용 진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소수의 강한 적을 상대할 때는 무량미리진(無量迷離陣)을, 몇 배나 많은 다수의 인해전술에 대항할 때는 나선은하진(螺旋銀河陣)을, 비슷한 수의 적을 강력하게 응징할 때는 이번과 같은 진법을 사용하곤 했다.


단, 이 진법은 천사장의 재가가 필요했다. 마정단(魔晶丹)에 깃든 마기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진법을 연습하던 무사들이 저녁 무렵이 다 되어서야 어디론가 급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중갑을 모두 벗고 간단한 검정색 경장 차림에, 손목 투갑과 가슴 앞뒤의 흉갑만을 착용한 채 모두 경신술을 써서 바람처럼 달려간다.


일류무사들이라 그런지 천여 명이 달리는데도 소리가 거의 나지 않고 비호처럼 내달렸다.


만약 적소인족의 피혼 드워룬이 보았다면 바로 오던 길을 되돌아서 꽁지가 빠지게 줄행랑을 치고 말았을 것이다.


적소인족 출전 부대는 빠르게 이동하여 어느덧 셀렝게강 상류의 다리를 건넌 뒤 미르산 아래를 지나고 있었다.


전투에 있어서는 격전지 선정이 매우 중요한데···,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형을 골라서 적을 맞이해야 한다.


맹수를 탄 적들과 숲에서 싸우게 되면 천인족이 불리할 게 뻔했다.


오늘 지휘를 맡은 야율린 대족장이 이백 명을 골라서 무언가를 지시하자, 무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딘가를 향해서 바람처럼 달려갔다.


무사들을 보낸 대족장은 주변의 지형을 살피며 무언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28 철없는사과
    작성일
    21.12.11 19:09
    No. 1

    한 사람의 말만으로 결정이 날만큼 아둔한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일을 크게 키우기 위해 가벼운 말에 무게추를 단 것인지....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 게 아니라 백만냥 죄를 짓는군요.. 에효..
    최대한 피해 없이 원만히 빨리 끝나길 오늘도 잘 배우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3 53화. 거인족과 야차족의 전투 21.06.29 1,358 47 19쪽
52 52화. 거인족과 반인족의 전투 21.06.29 1,357 47 18쪽
51 51화. 쥬맥이 맥쮸~ 되다 21.06.29 1,350 47 19쪽
50 50화. 구원(舊怨)과 비무 21.06.29 1,339 47 19쪽
49 49화. 재회 그리고 새로운 출발 21.06.29 1,353 48 19쪽
48 48화. 친구를 찾아서 천인족으로 21.06.29 1,351 48 18쪽
47 47화. 회상(回想) 21.06.29 1,354 48 18쪽
46 46화. 복수 준비와 떠날 준비 21.06.29 1,382 47 20쪽
45 45화. 비월족의 패전 대책 21.06.29 1,387 48 19쪽
44 44화. 주작이 준 기연(奇緣) 21.06.29 1,398 48 18쪽
43 43화. 청룡(靑龍) 출현 +1 21.06.29 1,387 48 19쪽
42 42화. 비월족의 습격(襲擊) 21.06.29 1,402 48 18쪽
41 41화. 반인족 울트의 계략 21.06.29 1,431 48 18쪽
40 40화. 또 하나의 경지를 넘다 21.06.29 1,417 48 19쪽
39 39화. 무공(武功) 수련과 첫 전투 +1 21.06.29 1,417 48 19쪽
38 38화. 친구들의 동태 21.06.29 1,412 47 19쪽
37 37화. 생사현관(生死玄關)을 뚫다 +1 21.06.29 1,444 48 20쪽
36 36화. 친구의 선물(膳物) 21.06.29 1,404 48 18쪽
35 35화. 비월족(飛月族) 금령월 21.06.29 1,421 48 18쪽
34 34화. 거인족 사절단(使節團) 21.06.29 1,420 48 20쪽
33 33화. 새로운 신공(神功) 수련 21.06.29 1,447 48 18쪽
32 32화. 태을 선인과의 조우 21.06.29 1,422 48 18쪽
31 31화. 선인(仙人)의 연신기 21.06.29 1,438 50 19쪽
30 30화. 자식을 잘못 가르친 죄 21.06.29 1,431 46 38쪽
29 29화. 복수는 또 다른 피를 부른다 21.06.29 1,413 49 18쪽
» 28화. 적소인의 복수전(復讐戰) +1 21.06.29 1,455 50 18쪽
27 27화. 새 친구 미라챠 +1 21.06.29 1,449 49 18쪽
26 26화. 야차족과의 조우 +1 21.06.29 1,435 49 18쪽
25 25화. 소인족 포로들 +1 21.06.29 1,453 49 18쪽
24 24화. 정보전(情報戰) +1 21.06.29 1,498 49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