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412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3:02
조회
1,403
추천
48
글자
18쪽

36화. 친구의 선물(膳物)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금령월은 넓은 나무 껍질을 벗겨서 거기에 자신이 아는 것을 잊지 않도록 내용을 적고 그림으로 그려 넣었다.


그리고 쥬맥이 알려 준 대로 따라 하며 계속 틀린 곳은 없는지 묻고 배우기를 어느덧 두 달!


이때만 해도 둘은 잘 몰랐지만 훗날 금령월도 미라챠와 마찬가지로 토납술을 통하여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


인연이란 참으로 묘하여 말이 통하지 않는 이종족 간에도 이렇게 마음을 주고받으며 친구가 되고, 또한 인생항로에 서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어느덧 세 달이 다 되어가니 비류월은 조금 서툴렀지만 하루 종일 함께 붙어서 재잘대는 쥬맥과 금령월은 서로의 말을 알아듣고 자유롭게 의사소통(意思疏通)이 가능하였다.


물론 때로는 손짓 발짓도 하였지만···.


쥬맥의 다리도 완전히 다 나았고 금령월도 그 사이에 점박이와 친구가 되었으며, 셋은 잊을 수 없는 추억(追憶)들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항상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이제는 비류월과 금령월 모자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쥬맥 때문에 더 멀리 가지 못하고 한곳에 오래 머물렀지만, 대신 금령월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것을 얻었으니 스스로 알지 못해도 인연이란 서로에게 많은 것을 남기는 것이다.


물론 때로는 그것이 미움과 원한을 남기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을 사랑과 그리움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내일이면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쥬맥도 금령월도 시무룩했다.


이별의 시간은 드디어 찾아오고 또 혼자 남아야만 한다는 생각에 쥬맥은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어느새 눈물이 방울방울 볼을 타고 흘렀다.


똑같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금령월이 다가가더니 쥬맥을 꼭 안아 주며, 가지고 있던 작은 악기를 이별의 선물로 건네주고 등을 다독거렸다.


“금령월 잘 가라. 우리는 친구니까 커서 꼭 다시 만나자.”


“그래, 울지 마 쥬맥. 비월은 모두 네 친구가 될 거야.”


“쥬맥! 잘 지내거라. 항상 건강하고 절벽에서 또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라.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날 거야.”


“비류월 아주머니! 그동안 돌보아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잘 가세요.”


마침내 비류월과 금령월이 힘찬 날개 짓으로 바위에서 날아올랐다. 주위를 한 바퀴 빙 돌면서 날더니 손을 한번 흔들어 주고 점점 멀어져 간다.


쥬맥은 또 두 사람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멍하니 서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미 여러 번 겪은 이별 때처럼······.


이별도 자주 겪으니 습관이 되는 것 같지만 항상 그 뒷맛은 씁쓸하고 허전함만 남았다. 어린 마음에 밀려오는 아픔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마음속으로 울지 않겠다고 그리 다짐을 하였건만, 어린 마음에 밀려오는 허전함과 아픔은 달랠 길이 없었다.


‘내일부터는 또 무공 연습에 전념해야지. 그동안 못 한 걸 채워야 해.’


억지로 마음을 다잡고 발길을 돌렸다.


오늘도 흰 꽃은 바람결에 눈처럼 멀리 날리건만, 오늘은 그 모습을 혼자서 쓸쓸히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악기를 매만지며 못 본 척하고 눈을 돌려서 무거운 발걸음을 터벅터벅 떼어 놓았다. 또 홀로 지내던 동굴을 향해서 말이다.


* * * * *


태을 선인은 오랜 외유(外遊)를 마치고 드디어 천령수를 심었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천령수는 어느새 훌쩍 자라서 높이가 삼십삼 장(99m)을 넘고 밑동도 삼 장(9m)쯤 되었다.


일반적인 나무에 견주면 엄청난 거목(巨木)이지만, 아직도 제 모습으로 자라려면 한참을 더 자라야 한다.


그래도 내년부터는 조금씩 꽃이 피고 열매도 열릴 것이다. 흐뭇한 마음으로 천령수의 둘레를 돌며 더욱 잘 자라기를 기원하였다.


천령수는 천인족이 천신을 모시는 가장 중요한 신전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천신의 가르침은 천인족 생활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어서 그 어느 것보다 우선시하는 것이었다.


헤어졌던 선인들과 신녀들에게도 그동안의 노고(勞苦)를 치하하고, 숙소에 돌아와 고단한 몸을 누이니 오랜만에 편안한 잠자리에서 깊이 잠이 들었다.


습관처럼 새벽에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고, 선식(仙食)으로 아침을 때운 뒤 다시 길을 나서는 태을 선인.


오랜만에 돌아왔으니 한울과 천사장을 만나서 안부를 전해야 하지 않겠는가? 쥬맥에 대한 소식도······.


한 걸음에 몇 장씩 슥슥 내달으니 먼 거리가 순식간에 다가 든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목책 너머에서 앳된 아이들의 기합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사람이 사는 곳에는 아이들의 소리가 있어야 생동감이 넘치고 삶에 활력이 느껴진다. 그게 바로 생명이 살아서 숨쉬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부지런히 목책을 통과한 태을 선인은, 애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다가서서 가만히 그 모습을 살폈다.


모두 무술 연습을 하는지 열과 줄을 맞추어 수련을 하는데,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서로 마주 서서 똑같은 자세로 목검(木劍)을 휘두르면서···.


대협곡에 두고 온 쥬맥이 생각나서 그 옆에 가만히 주저앉아 바라보는 태을 선인. 몇 번 더 연습을 하더니 휴식 시간인지 모두 여기저기로 흩어진다.


아마 올해부터 시작한 아룡관(兒龍館)의 과정을 교육받는 아동들인 모양이었다. 나이들을 보니 모두 쥬맥과 비슷한 또래다.


‘그러면 쥬맥의 친구들도 있겠는데? 누구라고 했더라?’


열심히 기억을 더듬는데 옆에 한 아이가 다가오더니 쉬려고 주저앉았다.


“얘! 너 혹시 쥬맥이라는 아이를 아느냐? 너와 비슷한 또래인데.”


“예, 알기는 아는데 수르랑 유리가 가장 친한 친구였어요. 그런데 전에 죽었다고 들었는데요?”


“에끼, 이 녀석! 살아 있는 애를 왜 죽었다고 해? 미안하지만 가서 수르하고 유리를 이리 좀 오라고 하여라.”


“예, 알았어요.”


대답은 했지만 눈치를 보더니, 쉬지도 못하게 심부름을 시킨다는 듯이 귀찮은 표정으로 어슬렁거리며 걸어간다.


잠시 뒤에 수르와 유리로 보이는 아이 둘이 선인에게 주춤주춤 다가왔다.


“할아버지! 우리를 찾으셨어요?”


“혹시 태을 선인 할아버지 아니세요?”


“그래 녀석들아. 내가 태을이다. 그것을 네가 어찌 알았느냐?”


“전에 아버지께서 알려 주셨어요. 선인들 중에 대머리 할아버지라고요.”


“어허, 이놈들 보게. 내가 대머리 되는 데 뭐라도 보태 준 게 있더냐?”


일부러 이렇게 두 아이와 몇 번 말장난을 친 뒤에 은근슬쩍 물어보았다.


“너희들 혹시 쥬맥이라는 아이를 아느냐? 다른 애가 친구라고 하던데.”


그 말에 수르는 금방 눈에 눈물이 번지고, 유리는 다른 곳으로 고개를 홱 돌리면서 딴전을 피웠다.


왜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얼굴빛이 싸늘해지면서···.


그래도 수르는 미련이나 정이 아직도 남아 있는지 울먹거리며 답했다.


“내 제일 친한 친구였는데 작년에 풍토병에 걸려서 죽었어요. 불쌍하게···.”


“인석아! 멀쩡하게 살아 있는 애를 왜 죽었다고 해?”


그러자 친구 쥬맥이 살아 있다는 말에 수르가 화들짝 놀라며 반문했다.


“예? 내 친구 맥이가 살아 있다고요? 정말로요? 그럼 어디 있는데요?”


수르는 기를 쓰고 물어보는데, 유리는 벌써 잊어 가는지 표정이 그다지 별로 반가운 표정이 아니었다.


“쥬맥은 지금 멀리서 열심히 무공을 수련을 하고 있단다. 크면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너희도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쥬맥을 만나도 부끄럽지 않을 꺼야.”


“선인 할아버지! 그 말 정말이죠? 내 친구 맥이가 살아 있다는 거.”


“다 큰 어른이 왜 거짓말을 하겠느냐? 정말 살아 있단다. 저~ 산속에.”


그러면서 대협곡이 있는 쪽을 가리켰다.


“천신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수르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데 유리는 시큰둥하니 별로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맥이 병은 다 나았어요?”


“그럼! 이제 완전히 다 나았단다. 너희가 아플까 봐 약도 보냈는걸.”


“약이요? 맥이가요? 무슨 약이요?”


“자! 이건 쥬맥이 보낸 거니까 받아라. 쥬맥처럼 풍토병(風土病)이 걸리면 먹는 약이란다. 귀한 거니까 잘 보관해라. 알았지?”


푸른 옥으로 된 작은 병을 두 개 꺼내어 하나씩 건넸다. 선인이 받은 약을 일부러 옥병에 넣어서 준 것이다.


유리도 신의(神醫)가 꿈이기 때문에 약을 받아서 뚜껑을 열더니 코로 냄새를 맡으며 이모저모 살펴보았다.


이것은 쥬맥이 전해 달라고 준 것이기 때문에 말린 약초와 환약 몇 개만 연구할 목적으로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둘에게 나누어 주었다.


“맥아! 고맙다. 너는 우리를 잊지 않았구나. 역시 너는 내 친구야.”


또 수르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럼 난 가마. 열심히들 하거라.”


“선인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혹시 맥이 다시 만나면 고맙다고, 이 친구 수르가 기다린다고 꼭 전해 주세요.”


“그래, 알았다.”


태을 선인이 멀어져 갈 때까지 수르는 약병을 살피며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죽은 줄 알았던 친구가 살아 있다는 것이 그리도 좋은 모양이다.


두 아이와 헤어진 선인은 구릉을 올라서 한울의 거처로 향하였다.


마침 그 자리에는 한울과 천사장, 대신녀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가, 태을 선인이 인기척을 하고 들어서자 모두 반갑게 맞이하였다.


“으응? 태을 선인이 아니시오? 어서 오시오. 오랜만입니다.”


“먼 길을 떠났다고 들었는데 언제 도착하신겝니까?”


“오랜만에 뵈어요.”


“한울님 그동안 잘 지내셨사옵니까? 천사장님과 대신녀님도 강건하시지요?”


“아니, 신수가 더 훤해지셔서 이마에서 더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어디 보자, 아니 그새에 벽을 넘으셨군요? 이제 연신기의 선인이 되셨으니 감축드립니다. 우리 천인족의 복이에요.”


태을 선인이 연신기에 이른 것을 알아보고 천사장이 축하 인사를 건네자, 한울도 그 소리를 듣고 기뻐하면서 시녀들에게 술자리를 준비시켰다.


“정말입니까? 그렇다면 경하할 일이군요. 오늘 여기서 술잔치라도 벌여야 되겠어요. 여봐라! 여기 경하하는 자리를 가질 것이니 술상을 좀 잘 봐 오너라! 푸짐하게 차려 오너라.”


서로 축하하는 말이 한참 오가고 자리에 앉았는데, 태을 선인이 봇짐에서 무언가 담겨 있는 가죽 주머니를 하나 꺼내 들었다.


모두 무엇이 나오는지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는데, 가죽 주머니를 벌리자 대낮인데도 마치 보광처럼 뿌연 빛이 밝게 뿜어져 나왔다.


아마 임시 막사라 천막 그늘이어서 더 그러는 모양이었다.


모두 웬 보석을 가져왔나 하고 눈이 휘둥그래지는데, 아이 주먹만 한 둥근 것을 한울과 천사장, 대신녀에게 하나씩 건넸다.


한울이 무엇인지 보더니 깜짝 놀랐다.


“어라? 이것은 그 귀하다는 월광석이 아니오? 똑같이 생겼는데······.”


혹시나 하면서 더욱 자세히 살핀다. 천사장과 대신녀도 신기하다는 듯이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한마디씩 했다.


“이 귀한 것을 어디서 구하셨소?”


“오늘 귀한 것을 보네요. 너~무 아름답네요”


그런데 태을 선인은 한울을 바라보며 우선 부탁받은 일부터 말씀드렸다.


“쥬맥에게 전하라고 주신 물건은 당부하신 대로 잘 전하였사옵니다.”


“무리한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잘 지내던가요?”


“이제 병도 다 나았고, 지금은 열심히 무공 수련을 하고 있사옵니다.”


“그래요? 신의까지 달라붙어도 못 고친 풍토병을 어찌 혼자서 나았다는 겁니까? 그러면 그 어린 것을 함께 데려오지 그러셨습니까?”


“예, 사실은······. 야차족이······. 붉은 영초가······. 흉터가······.”


태을 선인이 월광석을 포함하여 자초지종(自初至終)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허어! 하늘이 도왔군요. 병이 다 나았고 어린아이가 벌써 내공이 일 갑자라니······. 언젠가 돌아오면 큰일을 하겠어요.”


한울의 말에 옆에서 그 내용을 들은 천사장도 한마디를 거들었다.


“풍토병을 고치는 약을 알아낸 것만 해도 큰일을 한 것입니다. 이제 풍토병 때문에 다시는 어린아이를 버리는 일이 없어야지요.”


태을 선인이 다시 봇짐에서 주섬주섬 몇 가지를 꺼내어 보여 드렸다. 말린 약초와 환약, 그리고 동굴에 있던 붉은 버섯 같은 것을 말린 것이었다.


“이 풍토병 약은 선인들에게 맡겨서 다시 약을 만드는 제조법을 보완하겠사옵니다. 이 영초는 지극히 음양이기가 농후한 곳에서 자라 영기를 가득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독성이 있어서 좀더 연구를 한 뒤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방법을 찾아보겠사옵니다.”


“그리하세요. 그 아이에게 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습니다그래. 허허허허!”


한울은 기분이 좋은지 유쾌하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아니 그런데, 쥬맥이 이 귀한 월광석을 밤에 책을 읽는 도구로 쓴다구요? 또 동굴 안에 지천으로 널려 있구요? 이제는 그 녀석이 우리 천인족에서 제일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그려. 허허허!”


“실은 이것들도 밤에 책을 읽으실 때 쓰시라고 쥬맥이 내어 준 것이옵니다.”


“허허허! 그럼 우리도 쥬맥 덕분에 다 함께 호사를 누려 봅시다.”


“덕분에 좋은 것을 얻었습니다. 밤에 참 요긴하게 쓰이겠어요.”


“잘 쓰겠습니다. 고마워요.”


모두 한마디씩 고마움을 표했다.


“저는 전해만 드리는 것이옵니다. 열댓 개나 가져와서 더 남아 있으니 필요하시면 말씀을 하시옵소서.”


“윗사람이 물건에 욕심을 두어서야 쓰겠습니까? 이것 하나로 충분하니 대족장들과 천령대 대장들에게 야간 업무에 활용하도록 나누어 주세요.”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그때 푸짐하게 차린 술상을 시녀 둘이서 양쪽을 들고 들어오고, 한 명은 술병을 몇 개 안고 들어왔다.


곧 술잔이 오가고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화기애애(和氣靄靄)한 분위기 속에 어둠이 내리고 있다.


* * * * *


······.


어느덧 세월은 덧없이 흘러 쥬맥이 대협곡에서 홀로 산 지 벌써 십일 년.


올해 나이 만 열여덟 살이 된 쥬맥은 벌써 키가 육 척(1.8m)에 근육으로 다져진 늘씬한 체격을 갖추고 있었다.


나이 또래에 비해서 약간 큰 편이라 다 자라면 아마 칠 척이 넘으리라.


버려질 때 가져온 옷들은 이미 작고 낡아서 하나도 입을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점박이가 사냥한 짐승들의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


지금 입고 있는 바지와 윗옷도 사슴의 가죽으로 만든 옷이고, 단추는 사슴의 뿔을 깎아서 만든 것이다.


그동안 대협곡의 동굴에서 홀로 기거하며 태을 선인이 찾아와 건네 준 혼원은하무량신공(混元銀河無量神功)과 혼원은하무량검법(混元銀河無量劍法)에 푹 빠져서 지냈다.


홀로 고군분투하며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살아온 세월이었다.


두 자쯤 되는 긴 머리는 뒤로 질끈 묶었고, 강인한 얼굴에 우뚝한 코, 정기가 어린 큰 눈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무공서 외에도 식물도감이나 태을 선인이 준 두 권의 책을 수십 번 읽어서 이제는 달달 외울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전신에 생긴 흉물스러운 흉터는 아직도 그대로 고스란히 남았다.


오늘은 그동안 무공 연습 때문에 미루었던 나머지 동굴의 탐사를 마저 하기로 했다. 계속 꺼림칙했기 때문에···.


“이대로 그냥 살 수는 없지. 이제 저 안에 무엇이 있던지 결판을 내야겠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기조식을 한 뒤에 간단히 아침을 먹고, 열천(熱泉)과 한천(寒泉)을 오가면서 몸을 씻고 나니 몸과 마음이 개운하다.


마침내 월광석 하나를 챙겨 들고 뒤쪽에 있는 굴속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다니던 통로를 지나고 드디어 굴이 둘로 나뉘는 지점에 이르렀는데······.


“컴컴한데······. 설마 별일 없겠지?”


지금부터는 앞이 잘 보이지 않으니 월광석을 비추며 가는데, 동굴은 그 뒤로도 끝없이 이어졌다.


백 장 정도를 더 들어가자 조금 넓은 장소가 나오는데, 습(濕)한 통로(通路)에는 붉고 가느다란 이끼류 같은 것이 잔뜩 자라 있었다.


넓이는 방원(方圓) 이십 장쯤 되어 보이고, 한쪽에는 달빛처럼 뽀얀 광채가 나는 샘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크기가 얼추 이 장쯤 될까?


그 샘물이 흘러나와 칠 장쯤 흐르다가 바위틈으로 빠져나가는데, 그 샘 주변에 두 자 크기의 징그러운 것들이 꿈틀대며 기어 다니고 있었다.


“아니, 굴속에 무슨 뱀이 이리도 많아? 어, 뱀장어처럼 생겼는데?”


혼자서 구시렁거리며 월광석(月光石)으로 자세히 살펴보니 눈이 없는 뱀 같기도 하고 뱀장어 같기도 했다.


몸에서도 희미한 빛이 나는데 온몸이 우윳빛처럼 뿌옇고 반투명(半透明)하여 속이 거의 들여다보였다.


샘에 다가가서 안을 들여다보니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깊었다. 그런데 바닥에서 달빛 같은 광채가 뿜어져 나오고 물마저 그 빛을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밖에 나와 기어다니는 뱀장어 같은 것이 수천 마리나 헤엄쳐 다닌다.


한편으로는 달빛 광채 속에서 헤엄치는 모습이 아름답기도 하여 한참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퍼뜩 떠오른 생각이 있었으니!


‘뱀이 아니면 식량이 부족할 때 먹어도 되지 않을까?’


스스로도 매우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기(靈氣)처럼 뿌연 빛을 머금고 있으니 몸에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러나 물고기는 밖에도 많이 있으니 식량 대신에 잡아먹는 것은 차후의 문제라 일단 접어두고, 좀더 안으로 깊이 들어가 보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3 53화. 거인족과 야차족의 전투 21.06.29 1,356 47 19쪽
52 52화. 거인족과 반인족의 전투 21.06.29 1,356 47 18쪽
51 51화. 쥬맥이 맥쮸~ 되다 21.06.29 1,350 47 19쪽
50 50화. 구원(舊怨)과 비무 21.06.29 1,338 47 19쪽
49 49화. 재회 그리고 새로운 출발 21.06.29 1,352 48 19쪽
48 48화. 친구를 찾아서 천인족으로 21.06.29 1,350 48 18쪽
47 47화. 회상(回想) 21.06.29 1,353 48 18쪽
46 46화. 복수 준비와 떠날 준비 21.06.29 1,382 47 20쪽
45 45화. 비월족의 패전 대책 21.06.29 1,386 48 19쪽
44 44화. 주작이 준 기연(奇緣) 21.06.29 1,397 48 18쪽
43 43화. 청룡(靑龍) 출현 +1 21.06.29 1,386 48 19쪽
42 42화. 비월족의 습격(襲擊) 21.06.29 1,402 48 18쪽
41 41화. 반인족 울트의 계략 21.06.29 1,431 48 18쪽
40 40화. 또 하나의 경지를 넘다 21.06.29 1,417 48 19쪽
39 39화. 무공(武功) 수련과 첫 전투 +1 21.06.29 1,417 48 19쪽
38 38화. 친구들의 동태 21.06.29 1,412 47 19쪽
37 37화. 생사현관(生死玄關)을 뚫다 +1 21.06.29 1,443 48 20쪽
» 36화. 친구의 선물(膳物) 21.06.29 1,404 48 18쪽
35 35화. 비월족(飛月族) 금령월 21.06.29 1,421 48 18쪽
34 34화. 거인족 사절단(使節團) 21.06.29 1,419 48 20쪽
33 33화. 새로운 신공(神功) 수련 21.06.29 1,447 48 18쪽
32 32화. 태을 선인과의 조우 21.06.29 1,421 48 18쪽
31 31화. 선인(仙人)의 연신기 21.06.29 1,438 50 19쪽
30 30화. 자식을 잘못 가르친 죄 21.06.29 1,430 46 38쪽
29 29화. 복수는 또 다른 피를 부른다 21.06.29 1,412 49 18쪽
28 28화. 적소인의 복수전(復讐戰) +1 21.06.29 1,454 50 18쪽
27 27화. 새 친구 미라챠 +1 21.06.29 1,449 49 18쪽
26 26화. 야차족과의 조우 +1 21.06.29 1,435 49 18쪽
25 25화. 소인족 포로들 +1 21.06.29 1,453 49 18쪽
24 24화. 정보전(情報戰) +1 21.06.29 1,497 49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