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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69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0:47
조회
1,449
추천
49
글자
18쪽

25화. 소인족 포로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소인족 염탐대를 쫓아간 기마대는 결국 여섯 명 중에 검치범을 탄 한 명을 놓치고, 다섯은 생포하여 의기양양(意氣揚揚)하게 돌아왔다.


동작이 잽싼 녀석들 치고는 별 저항도 못 하고 쉽게 잡히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


다섯을 끌고 희희낙락하며 목책으로 돌아오는데, 드디어 그렇게 들여다보고 싶었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 녀석이 갑자기 다가오더니 검은 보자기를 얼굴에 확 뒤집어 씌우는 것이 아닌가? 어이쿠, 망했다.


조금만 있으면 곧 안이 보이는데······. 안타까운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는 녀석들! 소인족들 입장에서는 속이 터지고 환장할 노릇이다. 우리가 고문을 받을 것까지 감수하고 왜 잡혔는데?


그때 기마대원들이 그것을 보고 왜 그러냐는 듯이 물었다. 잡기는 자기들이 잡았는데 물어보지도 않고 얼굴에 보자기를 씌워 눈을 가리니 말이다.


“어이~ 이봐! 무슨 일이야?”


“경계 수칙에 이종족은 눈을 뜨고 주거지로 들이지 말라 했습니다. 반드시 모두 눈을 가리라고 배웠습니다.”


“응? 그래? 경계 수칙이 그러면 따라야지 뭐. 맞는 말이야.”


이리되니 힘들게 짠 작전이 한순간에 모두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한참을 끌려가서 막사 같은 곳에 갇혔는데, 그래도 머리에 씌운 보자기를 풀어 주지 않는다.


그러자 잡힌 다섯 중 유일하게 피부색이 다른 황소인 한 놈이 꾀를 내어 손짓과 발짓으로 안 통하는 말을 했다.


“저 지금 똥 싸고 싶어요.”


“눈 좀 풀어 주세요.”


그러자 감시하는 무사가 황소인의 손짓과 발짓을 보고 무언가 알아차렸다.


“어? 이 녀석 어디가 아픈가? 똥을 싸고 싶나 봐.”


“어이! 거기 큰 그릇 좀 가져와 봐. 그놈을 그 위에다가 바지를 내리고 앉혀. 정말로 똥을 싸나 보자구.”


그러더니 바지를 강제로 내리고 큰 그릇 같은 것 위에 주저앉혔다. 결국 나오지도 않는 똥을 싸려고 한참을 낑낑대다가 군밤만 한 대 얻어맞고 말았다.


잔꾀가 통하지 않으니 이를 어찌한다?


그런데 천인족으로서도 이 녀석들을 다그쳐서 뭔가를 알아내야 하겠는데 말이 안 통하니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감히 선어가 가능한 고위(高位)의 선인들께 도와 달라고 말하기도 어렵고. 그런데 그때 마침 한 사람이 나섰다.


“내가 아는 선인 중에 부루 선인이라는 분이 있는데 선어도 가능하다고 하더군. 술도 좋아하시고 하니까 도와주시면 술을 사 드린다고 꼬셔서 한 번 도와 달라고 할까?”


“그래!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니고 통역만 하는 건데 뭐.”


“알았어. 내가 얼른 다녀올 테니까 기다려. 그리고 저 녀석들은 하나씩 심문하려면 서로 말을 맞추지 못하게 하나씩 따로 떼어 놔.”


그대로 달려 나가더니 한참이 지난 뒤에야 농사꾼처럼 헙수룩한 선인 한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런데 눈빛은 살아 있어서 샛별처럼 빛났다.


“야, 부루 선인님 모셔 왔다. 모두 인사를 드려라.”


“안녕하세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그래들 반갑네. 통역만 해 주면 된다고?”


“예, 그렇습니다. 여기 앉으시지요. 어이! 가서 한 놈 끌고 와.”


한 사람이 나가더니 적소인족(赤小人族) 한 명을 끌고 들어왔다.


“야, 여기 앉어.”


[얘야, 거기 앉으란다.]


붉은 피부의 적소인족은 말이 머릿속으로 들리자 놀라서 얼굴이 빨개지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너희들은 여기에 뭐 하려고 왔어? 말을 안 하면 혼난다.”


[여기에 무엇을 하려고 왔냔다. 말을 안 하면 너를 혼낸대.]


그런데 이 녀석 제법 배짱이 두둑한 모양이다. 고개만 흔들고 불리한 대답은 안 할 권리를 아는 듯 아주 묵묵부답이다.


다른 녀석을 끌고 와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한통속으로 입을 열지 않았다.


“이래서는 안 되겠어.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머리를 맞대고 몇 명이 쑥덕거리더니 한 명이 나갔다. 뭔가 결론을 낸 모양인지 포로를 넣어 둔 막사로 들어간다.


그는 아직 조사하지 않은 소인족 포로 세 명을 한 명씩 머리를 잡고 두건을 벗기더니 시선을 맞추고 째려봤다.


두 녀석은 무덤덤하게 쳐다보는데 한 녀석은 계속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약간 마르고 얄팍하게 생긴 녀석이다.


눈치는 빠르지만 배짱이 약하고 현실에 타협(妥協)을 잘하는 녀석일 터.


‘이런 녀석이 가끔 잔꾀를 부리다가 제 꾀에 빠지기가 쉬운 법이지’


나머지는 다시 두건을 씌우고 선택된 적소인 녀석만 밖으로 끌어냈다.


그리고 이 얄팍한 녀석을 데리고 옆에 있는 취조용 천막으로 끌고 가서 거칠게 바닥에 무릎을 꿇렸다. 초반부터 겁을 줘서 떨게 하려는 것이다.


그때 옆 천막에서는 몽둥이로 사정없이 두들겨 패는 소리와 아파서 내지르는 비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으윽! 아아악! 으아악!”


“크악! 크흐으··· 컥!”


비명 소리에 얄팍한 녀석이 잔뜩 겁을 집어먹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보이지도 않는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한 사람이 칼을 들고 숫돌에 쓱싹쓱싹 갈기 시작하니 그 소리가 섬뜩했다. 보이지도 않는데 머리끝이 하늘로 올라가고 이상한 생각이 절로 든다.


‘나를 죽이려고 하나?’


그때 심장이 떨리게 하는 무시무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변성한 목소리다.


“너는 여기에 뭐 하러 왔어? 말을 안 하면 포를 떠서 죽여 버린다, 엉?”


[뭘 하려고 왔냔다. 말을 안 하면 포를 떠서 죽인데. 너 이제 큰일 났다.]


머릿속으로 말이 들려오니 놀랍기도 하고 겁도 난다. 특히 칼 가는 소리가!


“네가 말한 거 네 동료들은 절대 모르니까 다 불어. 너만 살려 줄 테니까. 알았어? 아니면 너도 같이 죽는다.”


[다른 놈들은 다 포를 떠서 죽인단다. 너도 말을 안 하면 죽인대. 말하면 살려 준다니 하나뿐인 목숨 살아라, 응?]


“위에서 염탐해 오라고 했는데유.”


녀석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걸 시작으로 묻는 것마다 아는 대로 술술 불었다. 더 이상 나올 것이 없어서 잠깐 쉬는데 녀석은 겁을 집어먹고 실례를 했는지 바지 가랑이가 젖었고 똥오줌 냄새까지 났다.


“야, 약속대로 너만 살려 준다. 다른 놈은 다 죽었다. 모두 포를 떠 버렸지.”


[네가 말을 잘 들어서 너만 살려 준대. 딴 놈들은 이미 죽었단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이! 이 녀석은 목책 밖으로 끌고 나가서 눈을 풀어 주고 돌려보내.”


그러자 제일 손아래 병사가 끌고 나가더니, 목책(木柵) 밖에서 두건을 벗기고 손에 묶은 것을 풀어 준 다음 손짓으로 내쫓았다.


“어이, 어여 가! 어여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혼자 살아서 돌아가는 것이 감개무량한지 뒤도 안 돌아보고 내달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끌고 온 병사가 흐흐흐 하고 웃더니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막사로 돌아가니 풀어 주라고 시켰던 고참이 또 다른 일을 시킨다. 자기는 아무것도 안 하고 놀면서 말이다.


“나머지 녀석들은 그대로 두었다가 내일 보내라. 무조건 죽일 수는 없지.”


그러면서 일을 도와준 부루 선인을 향해서 허리를 숙이며 말을 건넸다.


“부루 선인님 감사합니다. 저하고 같이 술이나 한잔 하러 가시지요.”


“응, 그래. 웃음이 나오려고 해서 혼났네그려. 웃기는 녀석들이야.”


“도와주신 덕분에 좋은 정보를 많이 얻었습니다.”


“다음에 필요하면 또 얘기하게. 미안하면 뭐 술이나 한잔 사면 되네."


그러면서 눈을 찡긋한다. 인간이 사는 세상은 다 가는 것이 있어야 오는 것도 있는 것 아니던가?


* * * * *


한편, 여기는 비월족이 모여 사는 대륙 북서쪽의 비사.


비월족은 지구의 종족 중에서 가장 온순하고 전쟁을 싫어하는 종족이었다.


달을 사랑하여 달빛 아래 창공(蒼空)을 날면서 노래하고,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떼를 지어서 드높은 하늘을 날며 서로 사랑하기를 즐겨 하였다.


체형도 남녀가 칠 척(2.1m)에 가까운 키에 늘씬한 몸매를 가졌고, 어깨에는 좌우로 각 일곱 자 총 열네 자(4.2m)에 이르는 나선형의 멋진 날개가 있어서 매우 아름다웠다.


그리고 융단처럼 반지르르하니 윤기 나는 짧은 털이 전신을 덮고 있었고.


더구나 개체에 따라서 그 색이 은색, 금색, 적색, 오색으로 빛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겉보기에는 너무 요염하고 아름다워 이성 관계(異性關係)가 문란할 것 같지만, 비월은 한 번 반려자를 맞으면 죽을 때까지 배신하거나 버리는 법이 없었다. 자식도 끔찍이 사랑하여 성인이 될 때까지 부부가 함께 돌보았다.


부모에 대한 효심도 깊어서 늙으면 자식들이 모시고 돌아가실 때까지 지극 정성으로 섬겼다.


특히 그들의 장례는 월장이라고 하는데, 대나무로 짠 큰 틀에 얇은 금속판을 깔고 그 위에 가볍고 잘 마른 나무를 쌓는다.


그 위에 시신을 뉘이고 불을 붙인 뒤 사방의 긴 끈을 여러 명이 잡고서 창공을 날며 화장(火葬)을 하는 것이다.


달밤에 하늘 높은 곳까지 연기를 내며 날아가는 모습이 음습한 죽음의 그림자에 비하면 매우 낭만적이었다. 꼭 영혼이 달을 향해서 가는 것처럼······.


그들은 이 의식을 통하여 죽은 사람의 영혼이 생의 고통에서 벗어나, 숭상하는 달에서 행복하게 지낼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이다.


비월족은 나무 위에서 주로 생활하다 보니 과일을 즐겨 먹고 수명은 백오십 살 전후였다.


열여덟 살이 되면 성인으로 인정되는데 머리카락만 보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머리카락이 어릴 때는 두 치 정도까지 자라다가 열여덟살 경에 한 자까지 몸체와 같은 색상으로 곱게 자라난다.


조그만 현악기 같은 것을 만들어 사용하고, 달밤이면 하늘 높이 날아올라 노래 부르기를 즐겨했다.


이들이 달빛과 별빛이 어우러진 밤에 영롱한 고음으로 새처럼 부르는 노래는 매우 환상적이었다.


그런데 달을 너무 사랑하다 보니 열에 아홉은 이름 끝에 월(月)자를 넣었다. 마치 여자처럼 말이다.


이렇게 온순하고 달과 노래를 사랑하는 비월족이지만 이종족의 침입을 받으면 똘똘 뭉쳐서 매우 용감하게 싸웠다.


그러나 가능한 적을 피하는 입장이다 보니 대륙 북쪽 끝단의 서쪽 모서리에 비욜과 비사를 건설하고 그 주변에 모여 살았다.


오늘은 최근의 천인족과 반인족 전투소식이 화제(話題)가 되어 서로 토론을 벌이고 있는데······.


장소는 높이 17장이 넘는 커다란 나무 위에 비나 바람을 피할 수 있게 지은 소박한 집이다.


비월족 지도자들은 지상에 궁궐 같은 집이 있지만 나무 위를 더 좋아했다. 그것은 높은 나무 위에 앉아서 탁 트인 시야를 바라본 사람만이 알리라.


비월왕(飛月王)이 좀 높은 가지에 앉아 있고, 그 옆 가지에 비월신과 비욜라가 앉아 있다.


최고수장은 비월왕인데 바로 밑에서 보좌하는 비월신과 비욜라는 형식상 동격(同格)으로 대우했다.


비월왕은 휘하에 스무 명 전후의 비월(대추장 격, 사십만 명 전후 부족을 거느림)을 두었고, 비월 밑에는 또 스무 명 전후의 비르(추장 격, 이만 명 전후의 부족을 거느림)가 있었다.


비르 아래에는 가장 하위 직급인 비사(촌장 격, 천 명 전후의 부족민을 거느림)가 있다.


비월왕은 종신제지만 세습되지 않았고 비월대회의(飛月大會議)에서 투표로 결정했다. 이 회의에는 비월 이상만 참여할 수 있었고.


비월이란 칭호는 대추장 격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비월족을 일반적으로 칭할 때도 그냥 비월이라고 불렀다.


비월신은 월식 때 기원제를 주관하는 제신들의 수장이며, 민심을 돌보는 등의 업무를 통하여 비월왕을 보좌한다.


개기 월식 때는 대월제(大月祭)를 주관하고 전시에는 군사 역할도 했다.


비욜라는 병자의 치료와 산파, 약초와 독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비욜들의 수장이며 비월신과 함께 왕을 보좌했다.


지금의 비월왕은 오색비월인 환제월이고, 비월신은 금비월인 기신월, 비욜라는 적비월인 욜비월이 맡고 있었다.


비월왕이 오색 빛이 영롱한 날개깃을 한 번 털어 내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지난번의 날것에 대해 서두를 꺼낸다.


“지난번에 우리 상공을 지나간 날것을 놓쳤는데, 새는 아니고 어떤 종족이 부리는 기구로 판명이 났다고 들었다. 더 파악된 것이 있는가?”


그러자 비월신을 맡고 있는 기신월이 고개를 숙여 보이며 답변에 나섰다.


“날것이 지금 새로 출현한 종족의 근거지를 향해서 날았고, 그 이후에도 그곳에서 비슷한 것이 날아오르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하였다고 합니다. 이로 미루어 새로 출현한 종족이 부리는 기구(氣球)로 보입니다.”


“그동안 유일하게 우리 종족만이 하늘을 날 수 있어서 우리가 전쟁을 싫어함에도 평화롭게 살아왔는데, 이제 우리처럼 하늘을 날 수 있는 종족이 있다면 우리가 매우 위험지경(危險之境)에 처할 수도 있음이 아닌가?”


그러자 비월 중의 한 명인 기유월이 고객을 숙이며 답했다.


“왕이시여! 지난번의 날것은 계속 살펴본 결과, 그 수가 몇 개 안 되는 듯 하옵니다. 크게 심려하실 일이 아니옵니다. 그보다도 지난번 반인족과의 전투에서 새로운 종족이 크게 승리한 것에 대해 기 보고를 올렸사옵니다만, 소신은 그것이 더 염려가 되옵니다.”


“그것도 매우 염려되는 일인데, 그 뒤로 계속해서 그들의 주거지를 염탐하기로 하지 않았던가?”


“예, 계속 염탐은 하고 있사오나 기이하게도 그들의 주거지 둘레는 물론 하늘까지도, 안개와 같은 것에 가려져 있어서 내부를 잘 살필 수가 없사옵니다. 아마도 무슨 신기한 진법이나 주술을 사용한 듯 하옵니다.”


“그렇다면 더욱 염려스러운 일이 아닌가? 하늘을 나는 재주에 좋은 무기를 지니고, 싸움을 잘하여 열 배가 넘는 적을 죽였고, 이제는 신기한 진법과 주술까지 뛰어나다니! 우리와 전쟁이라도 벌어진다면 큰일이 아닌가?”


“날것의 수가 몇 안 되고, 그동안 살펴본 결과 종족의 수도 우리보다 훨씬 적은 듯하니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항상 안이한 생각이 화를 부르는 법이야. 이미 코앞에 닥쳤을 때는 늦는 법이거든. 필요 없는 분쟁은 피하되, 끊임없이 감시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사전에 대응책을 준비하라.”


“알겠사옵니다. 왕이시여!”


“비월신과 비욜라께서도 혹시 모를 전쟁에 대비해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 주세요. 우리만 가지고 있는 공격 방법도 더 연구를 해 주시구요. 이제는 하늘에서 공격하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적도 하늘을 날 수 있어요.”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나란히 머리를 숙여서 답변한 뒤에도 최근에 우르산맥 북쪽에 있는 미르산이나 셀렝게강, 츄린빙호 근처에서 전에 보지 못했던 여러 종류의 대형 짐승들이 자리를 잡고 있으니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대화가 넘어갔다.


이는 천인족과 같은 시기에 사차원의 공간균열을 타고 지구로 넘어온 신수, 마수, 요수들에 대한 것이었다.


지금 신수들이 마수나 요수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결계를 치고 지키는 곳이다.


* * * * *


한편, 여기는 천둔산 중턱에 자리한 천령수를 심은 신성한 땅이다.


봄볕이 벌써 따가운데 한눈에 봐도 사방에 서기가 어려 있고, 천지의 영기가 구릉을 타고 내달리는 듯했다.


좌우 양쪽으로 힘찬 줄기가 쫙 뻗어 내려가고, 가운데에는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한 콧잔등 같은 땅이 부드럽게 줄기를 이루다가 마치 코끝처럼 둥글게 뭉치며 끝난 곳이다.


둥글면서도 약간 평평한 형태를 이룬 코끝 부분에는 직경 삼백 장(900m)에 이르는 넓은 곳을 오 장 높이의 두꺼운 돌담이 빙 둘러싸고 있었다.


그러니 돌담 밖에서는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어떤 곳인지를 전혀 알 수가 없었고······.


그 중심에는 어른 다리통 굵기의 나무가 하늘을 향해서 쭉 뻗어 있는데 높이가 무려 이십 장(60m)에 이르렀다.


어떻게 나무가 옆으로는 잔가지가 거의 없이 하늘로만 높게 자란 것일까?


이것은 천인족이 신성시하는 천령수라는 나무로 지난해에 이주와 동시에 명당을 찾아서 그 묘목을 심은 것이다.


천령수는 매우 기이하여 묘목을 심으면 일 년 만에 이처럼 하늘로만 이십 장 정도를 자라는데, 어떤 태풍이나 모진 바람에도 꺾이는 법이 없었다.


처음 일 년은 천기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하늘로만 자라고, 다음 일 년은 지기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옆으로 자라는데 그 직경이 삼 장에 이른다.


이렇게 하늘과 땅으로 해를 바꾸어 가며 자라서 삼 년이 지나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나뭇잎은 침엽수 같은 사철 푸른 바늘형 잎과 활엽수처럼 넓은 잎이 함께 나오는데, 넓은 잎만 가을에 단풍이 져서 떨어져 내린다.


나무는 위치에 따라서 밑에서부터 백색, 적색, 금색의 꽃과 열매가 열렸다.


천지의 기운을 받아서 영기를 가득 품고 자라는 이 나무는 뿌리부터 가지와 꽃, 열매까지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인다. 특히 열매는 여러 가지 약효와 효능이 있어서 매우 귀히 여기며 천인족의 화폐로 사용되기도 했다.

25화 비월족 영역 지도.png

25화 비월족 영역 지도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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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28 철없는사과
    작성일
    21.11.08 22:07
    No. 1

    비월족은 평화를 고수하는 종족이니 소인족과 달리 화평을 뜻을
    전한다면 문제없이 넘어갈 듯 하네요. 근데 신수들의 등장이 자칫
    위협이 될 수 있으니 그 부분이 궁금해져 다음으로 넘어가봅니다.
    오랜만에 들어와서 찬찬히 읽어도 조금 어려워 다시금 반복하네요.
    덕분에 항상 느꼈던 장면묘사가 너무나 생생해서 그림이 그려집니다.
    오늘도 배움에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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