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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420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3:24
조회
1,386
추천
48
글자
19쪽

43화. 청룡(靑龍) 출현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천둔산에 있는 거점으로 돌아온 병력을 헤아리며 기유월은 기가 찼다.


이번 전투에 삼천 명이 넘게 와서 천여 명밖에 남지 않았으니 사상자를 이천 명 이상으로 봐야 한다.


화살을 맞고 높은 곳에서 떨어졌으니 대부분 죽었지 않겠는가? 이렇게까지 사상자가 많이 발생할 줄은 미처 몰랐다.


특히 다른 활보다 사거리가 다섯 배가 넘는 활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


그러나 화살이 미치지 않는 높은 곳까지는 무거운 무기들을 들고 날아오르기가 쉽지 않았고, 또한 공격 시의 정확도도 많이 떨어지게 된다. 오래 날려면 많은 무기를 소지하기도 어려웠고. 바로 이것이 비월족이 지니는 한계인 것이다.


이번 패배만이 문제가 아니라 향후로도 충돌이 일어난다면 저 큰 활 때문에 비월족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다.


이번 전쟁에서 큰 효과를 보았으니 천인족은 앞으로 저 무서운 커다란 활을 더 많이 만들 것 아닌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남은 전력으로 다시 공격을 하는 것은 애꿎은 부하들의 목숨만 날리는 것일 뿐······.


어쩔 수 없이 기유월은 피눈물을 머금고 부하들의 시신도 거두지 못한 채 서둘러 돌아가기 시작했다.


돌아가서 비월왕께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할지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하다.



비명(悲鳴)이 사방으로 울려 퍼지던 밤이 지나고, 태양은 여전히 인간들의 생사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무심하게 대지 위로 떠올랐다.


비거 정찰로 비월족이 물러간 것이 확인되자 뒷수습을 하기 시작했다.


천인족은 죽은 사람이 삼백오십에 부상자가 천여 명. 그리고 쉰아홉 채의 천막이 불에 타서 전소되었다.


화살에 맞아 떨어진 비월족을 살펴보니 이천여 명 중에서 중상자 이백여 명을 빼고는 모두 사망했다.


비월족 사망자는 모두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땅에 묻고 묘비(墓碑)를 세워 주었으며, 부상당한 비월족들에게 그 매장 위치도 알려 주었다.


그리고 부상자는 예전에 반인족의 포로를 가두었던 곳으로 일단 옮겨서 치료를 해 주기로 했고.


이유도 없이 쳐들어와서 천인족을 공격한 것을 생각하면 죽이고 싶도록 미웠지만, 천신을 믿는 그들로서는 차마 그리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천인족 전사자들의 장례식를 치르랴, 천여 명의 부상자를 치료하랴, 게다가 불탄 주거지까지 복구하랴······.


모두 뒤처리에 정신없이 바빴지만 비월족의 부상자들을 들것에 실어서 포로를 가두었던 진(陣) 안으로 옮겼다.


둘레에는 환각을 일으키는 주술진으로 환벽을 쳐서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보이지 않도록 했고, 팔괘구궁(八卦九宮)의 묘리를 진법에 혼합하여 생문을 모르면 누구도 드나들 수 없도록 했다. 그러니 하늘이든 땅이든 밖으로 도망갈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


신녀들이 들어가서 환자들을 치료해 주니 양심(良心)이 있는지 그들도 도와주는 이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원래는 평화를 사랑하는 비월족이라 왜 이런 종족을 공격하여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을 했는지 스스로도 이해(理解)가 되지 않는 것일 터.


굶지 않도록 식량을 넣어 주고 안에서 자유롭게 지내게 하니, 서로 모여 앉아서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떠드는데, 앞으로는 이 종족과는 싸우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들을 했다.


그리고 비록 치료는 해 주지만 집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해 줄지에 대해서도 매우 염려(念慮)를 하였다.


아픈 와중에도 부상이 덜한 비월족이 모여서 서로 그런 얘기들을 나누느라고 모두 정신이 팔려 있는데······.


환진으로 뿌옇게 가려져 있는 하늘에 갑자기 광채가 어리더니, 이마가 벗겨지고 흰옷에 백발(白髮)과 백염(白髥)을 곱게 기른 산신령(山神靈) 같은 사람이 서서히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모두 깜짝 놀라서 바라보는데, 구름처럼 허공을 날아 사뿐히 내려선 사람이 말없이 주변을 둘러보더니, 쯧쯧쯧 하면서 기가 막히다는 듯이 혀를 찼다.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인가? 서로 잘 지내면 좋을 텐데···, 왜 죽이겠다고 공격을 해서 이 꼴인가?]


입으로 말을 하지 않는데 머릿속으로 뜻이 전달(傳達)되어 오니, 처음 선어를 접한 그들이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그중에 전신이 오색의 털로 빛나고 멋진 몸매를 자랑하는 젊은 녀석이, 주위의 동료들을 둘러보다가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섰다.


“아니, 당신은 누구요?”


[인석들 말뽄새 하고는 쯧쯧쯧! 나는 태을 선인이다 왜?]


“사람이 날개도 없는데 어떻게 난단 말이요? 산신령이요?”


[그래, 내가 산신령이다 왜? 날개가 없다고 하늘을 못 나는 줄 아느냐? 우리 천인족은 날개가 없이도 너희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 왜? 꼽냐?]


“피이~ 전투(戰鬪) 중에 날아다니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는데요?”


[날아다닐 만큼 도를 닦은 사람은 생명을 중시(重視)하여 죽이지 않기 때문이다. 나 혼자서도 마음만 먹었으면 너희들을 전부 다 죽일 수 있었어!]


“에이! 거짓말하지 마세요. 할아버지는 힘도 없게 생겼는데요 뭐.”


[이 녀석이 겁도 없구나! 그럼 어디 한번 힘이 있는지 없는지 볼래?]


말을 하면서 가만히 손을 내미는데, 손에서 푸른색 광채가 어리더니 거대한 손이 나타나서, 말하던 오색비월(五色飛月)을 가만히 움켜쥐었다.


녀석이 깜짝 놀라서 벗어나려고 아픈 몸으로 발버둥을 치는데, 손을 점점 더 십여 장까지 들어올렸다.


모두 놀라서 멍하니 바라보는데······.


[이 녀석! 여기서 그냥 손을 콱 놔 버릴까? 너 잘 날아다닌다면서?]


“안 돼요! 잘못했어요. 어서 내려 주세요. 날개를 다쳐서 못 날아요. 네!”


[너희들 돌아가면 또 천인족을 공격할 거냐? 또 그럴 거야?]


일부는 미안한지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이고 일부는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이제는 싸움 안 할 거예요.”


그러자 선인이 인자한 눈으로 부상당한 비월족을 빙 둘러보면서 말했다.


[그래, 사이좋게 지내면 얼마나 좋으냐? 우리도 너희를 막느라 어쩔 수 없이 상하게 하였다만, 모두 치료를 해 줄 테니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도록 해라. 가족들이 기다릴 것 아니냐?]


싸움은 자기네가 걸었는데 다 치료(治療)를 해 주고 집으로 돌려보내 준단다. 가족 얘기가 나오니 부모 형제 생각이 나서 갑자기 눈시울이 뜨겁다.


비월족은 부부간에 사랑이 깊고 부모에 대한 효심이 지극(至極)해서, 가족 얘기가 나오자 자신들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번졌다.


서로 마음이 통하니 안 다친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선인을 바라봤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그래, 난 간다. 모두들 건강하게 잘 나아라. 빨리 돌아가야지.]


동시에 몸이 구름처럼 사뿐히 떠오르더니 빛을 내며 하늘로 사라져 버렸다.


모두 날개 없이 날아가는 그 신기한 모습을 보고 아연해서 넋을 잃었다.


사실 한 사람 한 사람을 놓고 보면 별로 나쁜 사람이 없다. 주변 환경과 그 처한 상황이 사람을 그리 만들 뿐이지.



지금 한울의 주거지가 있는 구릉 위에서는 이번 전사자들에 대한 위령제(慰靈祭)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천사장(天司長)이 주관을 하고, 한울과 대신녀를 비롯하여 대족장에 부족장까지 지도자들이 모두 모였다.


또 뜻하지 않은 전투로 운명을 달리한 삼백오십여 명을 위하여 향을 피우고 제물을 바친다.


부디 편히 가기를, 그리고 좋은 곳으로 가기를 기원하면서······.


천신께서는 왜 천인족에게 계속해서 이런 가혹한 시련을 내리시는지 원망을 할 법도 하건만, 그들의 모습에서 슬픔은 보이나 천신을 원망하는 소리는 하나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들도 천신께서는 천지의 법칙에 따라서 움직일 뿐, 자비(慈悲)나 용서가 없으시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 * * * *


기유월은 살아남은 천여 명을 이끌고 참담한 심정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천인족을 습격한 비월족의 액운(厄運)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제 우르산맥 끝자락을 벗어나고 있는 중인데, 갑자기 괴상한 괴물(怪物)들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주거지에 가까워지고 있어서 안심하고 비행 고도를 낮추어 날고 있던 것과, 우르산맥의 산자락이 워낙 높은 것도 하나의 화근(禍根)이었는데······.


돌아가는 무리 중에는 중상은 아니지만 천인족의 화살에 맞아서 피가 흐르는 상처를 가진 비월족이 꽤 많았다.


바람결에 그 피 냄새를 맡고 마수(魔獸)와 요수(妖獸)가 뒤쫓아온 것이다.


그 괴물들 중에는 날개를 가진 악마(惡魔)처럼 생긴 것들도 꽤 있었고 덩치도 비월족의 서너 배는 되었다.


어떤 괴물은 예쁜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는데, 눈에서는 요기(妖氣)가 넘쳐흐르고 몸은 십여 장 길이의 구렁이 모습이었다.


그중에 몇 마리는 작은 산만큼 큰 덩치의 거북이 형상인데, 붉은 눈에서는 불길이 넘실거리고 입에서는 화염(火焰)을 토하고 있으니, 마치 지옥에서 금방 빠져나온 마수들 같았다.


이미 오랜 출정과 격한 전투에 지치고 몸까지 다친 비월족은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마치 거친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집채 같은 파도에 휩쓸리는 돛단배처럼 말이다.


지상에서 이십 장 가까이 뜨거운 불길을 뿜어내는 괴수도 있어서 순식간에 불에 타 떨어지는 비월도 속출하였고.


여기저기서 꾸역꾸역 모여드는 괴수들의 수가 점점 늘더니, 어느덧 눈덩이처럼 불어서 수백 마리에 이르렀다.


이제는 남아 있는 비월족만의 힘으로 어찌해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아득한 절망감이 밀려온다.


‘결국 여기서 모두 죽어야 하나?’


기유월은 절망감에 휩싸였다.


자신이 죽는 것보다 천인족의 큰 코를 납작하게 해 주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출전했는데, 부하들을 모두 죽이는 결과를 가져온 것에 대한 불명예를 짊어지는 것이 더 분했다.


‘일부라도 살릴 수 있도록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비월족이 이렇게 괴수들의 습격을 받을 때, 가장 가까이 있는 신수는 미르산에 은신하고 있는 청룡(靑龍)이었다.


은신처는 미르산 정상이 가까운 절벽에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커다란 동굴이었고. 그 입구에는 결계가 쳐졌다.


그 깊이가 무려 수백 장이 넘는데, 급한 경사를 이루며 아래로 아래로 심연처럼 깊숙하게 뚫려 있었다.


동굴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만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속에서 갑자기 보름달처럼 커다란 눈이 번쩍 나타나더니 사방을 둘러보았다. 마치 탐조등처럼 말이다.


갑자기 요동치는 마기와 요기에 신수 청룡이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눈은 토끼의 눈을 닮았으나 그보다 수천 배는 더 큰 것 같았고 입에는 둥글게 빛나는 여의주를 물었다.


머리에는 커다란 사슴뿔 같은 것이 두 개가 솟았는데 쩍 벌어진 입에서는 날카로운 이빨이 무수히 드러났다.


또한 세월이 켜켜이 쌓인 커다란 비늘이 잉어처럼 온몸을 덮었으며, 호랑이 같은 네 발에서는 매처럼 날카로운 발톱이 예리하게 빛났다.


산신령 같은 콧수염은 양 옆으로 멋지게 뻗어 내렸는데 보기만 해도 저절로 신성(神聖)한 기운이 느껴졌다.


가만히 보는 것만으로도 세월의 무게가 절로 묻어나는 위엄. 수천 년을 살면 수염과 갈기가 저러할까?


[어떤 녀석들이 이 청룡님의 단잠을 깨우느냐? 고~얀 놈들!]


청룡은 투덜거리면서 서서히 몸을 일으키더니 굴 밖으로 길게 빠져나왔다.


몸통은 두께가 삼 장(9m) 길이는 이십 장(60m)에 가까운 기다란 몸을 동굴 밖으로 쓰윽 빼내더니, 잠이 덜 깬 듯이 하품과 기지개를 하면서 꿈틀거리며 몸을 풀었다.


그러더니 마기와 요기가 요동치는 곳을 향해 스~윽 나아가는데 순식간에 수백 장을 지나서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이때 비월족은 난감한 지경에 빠져 있었다. 괴물들의 공격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여 벌써 절반이 그들의 커다란 아가리 속으로 먹이가 되어 사라졌다.


동료(同僚)들을 산 채로 한입에 집어삼키며 좋다고 내지르는 환호가 너무 끔찍했다. 어떤 놈은 통째로 뼈까지 와그작와그작하는 소리를 내면서 씹어 먹고 말이다.


지옥(地獄)의 소리가 이러할까? 아수라(阿修羅)가 있다면 이리할까?


감히 상상치도 못하던 모습에 모두가 치를 떨었다. 덩치 큰 괴물들이 날아다니며 앞쪽을 막고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제는 모두 죽었구나 하고 포기를 하였다.


절망하며 눈앞이 깜깜해진 그때, 갑자기 공간이 괴물의 입처럼 쩍 벌어지면서 그 속에서 몸길이 이십 장 정도의 용처럼 생긴 동물이 불쑥 튀어나왔다.


이 괴물도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왔나 보다 생각하고 모두 피하는데, 갑자기 여의주를 하늘 높이 뿜어내더니 거칠게 포효(咆哮)를 했다.


“쿠워워워워워어~”


그러자 천지를 진동하는 소리에 괴물들도 놀라서 잠시 공격을 멈추었다.


그런데 작은 산만 한 괴물이 가만히 청룡을 노려보다가 힘으로 한번 해 볼 수 있다는 듯이 불을 내뿜으며 바람처럼 달려들었다.


아직 본신으로 현신하지 않아 덩치가 자신보다 작으니 만만해 보인 것인가?


청룡이 가소롭다는 듯이 한 번 힐끗 보더니 이를 무시하고 북쪽을 향하여 수백 장은 될 듯한 불길을 내뿜었다.


그러자 그 불길 한 번에 북쪽 하늘을 막고 날아다니던 괴수들이 모두 불타서 분분히 떨어져 내렸다.


그것을 바라보는 비월족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라서 어안이 벙벙했다. 지금 저것이 적군인가 아군인가?


만약 적이라면 잠시 뒤에 지금보다 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때 비월족들의 머릿속으로 선어처럼 청룡의 말이 전해져 왔다.


[나는 저 괴수들을 막고 있는 신수 청룡이니라. 만약에 너희가 살고자 한다면 지금 모두 뒤로 물러서라!]


그 말에 놀라 반밖에 안 남은 비월족 전사들이 서둘러서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청룡이 다가오는 산만 한 괴수를 앞발로 쳐 내며, 다시 한번 여의주를 창공으로 쏘아 올리면서 커다란 원래의 몸으로 현신(現身)했다.


빙글 한 바퀴를 도는가 싶더니 뻥튀기를 하듯이 급속도로 몸이 불었다.


얼마나 몸이 큰지 하늘의 구름 속까지 이어져 있었다. 이에 모두 기함을 하고 놀라서 벌린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아니 어떻게 저럴 수가?”


비월족뿐만 아니라 괴수들까지 모두 놀라서 구름 속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너무 커서 꼬리 끝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직경 삼 장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던 여의주는 어느새 십칠 장(51m)이 넘게 커져 있었고······.


현신한 청룡은 몸통의 두께가 칠십 장(210m)에 그 길이는 무려 천칠백 장(5.1km) 정도였다. 그러니 긴 꼬리가 아득한 구름 속에서 놀고 있는 것이다!


이끼가 낀 듯한 청색의 큰 비늘에서는 수천 년의 세월이 절로 느껴진다.


산만 한 덩치를 믿고 한번 해 보자고 덤비던 괴수도 ‘앗 뜨거워’ 하면서 꼬리를 말고 달아나기에 바빴다.


청룡이 그 큰 입을 벌려서 ‘훅우~욱!’하고 괴수들을 향해서 내뿜자 거대한 불기둥이 순식간에 사방을 휩쓸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그렇게 미친듯이 날뛰던 마수와 요수는 어디로 갔는지 그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모두 재가 되어 날아간 것일까? 괴물들을 순식간에 해치운 청룡이 몸을 한번 뒤집어서 다시 변신을 하더니 처음의 작은 몸으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놀라서 벌벌 떨고 있는 비월족을 쓰윽 흝어보더니 말을 걸었다.


[모두 놀랐느냐? 이 근처에는 저런 녀석들이 판을 치고 있다. 너희들의 능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으니 앞으로도 항상 조심하거라.]


그러자 비월족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며 공손히 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나는 천인족을 지키는 신수 청룡이니라. 그럼 모두 어서 떠나거라.]


그러면서 올 때와 같이 두 발로 공간(空間)의 틈을 벌리고 순식간에 스~윽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청룡의 말에 기유월은 또 한 번 가슴이 철렁하였다. 자신들은 지금 천인족을 공격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그런데 그들을 지키는 신수라니!


만약 이번 전투에서 저런 신수가 끼어들었다면 자신들은 모두 뼈도 추리지 못했을 것이 아닌가?


생각만 해도 으스스 오금이 저렸다.


모두 어안이 벙벙하여 고개를 젓다가 다시 지친 몸을 이끌고 비샤를 향하여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날 이후로 비월족은 마수와 요수가 서식하는 곳을 조심하여 희생자가 줄었고, 신수(神獸)는 귀찮아서 자신들을 놀래켜 쫓을 뿐이지 해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저런 신수가 버티고 있으니 함부로 천인족을 적대시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했고······.


* * * * *


한편, 쥬맥의 무위(武威)는 날이 갈수록 일취월장(日就月將)했다.


내공이 사 갑자에 혼원은하무량신공(混元銀河無量神功)이 구 성에 이르니 이제는 혼원은하무량검법(混元銀河無量劍法)도 아홉 초식 중에서 일곱 번째 초식까지 완전하게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한번 펼쳐 보는 중이고.


지금 오른쪽 굴의 구체형 공간에서 일곱 번째 초식인 팔천제혼(八天制魂)을 펼치고 있는데, 수천의 적에게 포위당해도 홀로 전진을 돌파할 수 있는 초식답게 그 위용(威容)이 어마어마했다.


팔방으로 수많은 강기 검탄이 날아가는 가운데 자신의 몸은 검막(劍幕)으로 철통같이 보호하고 있었다.


어떻게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일까?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강기 검탄(劍彈)뿐만 아니라 그 커다란 공간이 쩌렁쩌렁 울리는 굉음속에서, 적의 목과 심장 등을 일격에 필살하는 잔인한 검초가 마치 독사의 혓바닥처럼 날름거렸다.


주변은 황색의 진무가 자욱하게 일어나 적들의 시야를 모두 가렸고 말이다.


몸은 지상에서 두 자 가까이 떠올라서 날 듯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가상의 적들을 공격했다.


과연 절대의 경지에 이른 투신급(鬪神級)의 초고수나 되어야 제대로 시전할 수 있는 검초다웠다.


가상의 적들을 향해서 눈부시게 번쩍이며 수없이 날아가는 검탄들! 보기에 따라서는 수많은 별들이 어두운 밤하늘을 날아가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43화 비월족의 공격로 지도.png

43화 비월족의 공격로 지도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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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화. 거인족과 반인족의 전투 21.06.29 1,357 47 18쪽
51 51화. 쥬맥이 맥쮸~ 되다 21.06.29 1,350 47 19쪽
50 50화. 구원(舊怨)과 비무 21.06.29 1,339 47 19쪽
49 49화. 재회 그리고 새로운 출발 21.06.29 1,353 48 19쪽
48 48화. 친구를 찾아서 천인족으로 21.06.29 1,350 48 18쪽
47 47화. 회상(回想) 21.06.29 1,353 48 18쪽
46 46화. 복수 준비와 떠날 준비 21.06.29 1,382 47 20쪽
45 45화. 비월족의 패전 대책 21.06.29 1,386 48 19쪽
44 44화. 주작이 준 기연(奇緣) 21.06.29 1,397 48 18쪽
» 43화. 청룡(靑龍) 출현 +1 21.06.29 1,387 48 19쪽
42 42화. 비월족의 습격(襲擊) 21.06.29 1,402 48 18쪽
41 41화. 반인족 울트의 계략 21.06.29 1,431 48 18쪽
40 40화. 또 하나의 경지를 넘다 21.06.29 1,417 48 19쪽
39 39화. 무공(武功) 수련과 첫 전투 +1 21.06.29 1,417 4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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