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422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3:29
조회
1,386
추천
48
글자
19쪽

45화. 비월족의 패전 대책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천인족과의 전투에서 패한 것은 어쨌든 비월왕께 보고를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냥 지고 돌아왔다고 하면 멸시뿐만이 아니라 다시는 복수할 기회마저 없어질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보고해야 이 난국을 타개할 것인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하다가 최소한 향후 대응책 정도는 들고 가야 가혹한 처벌을 면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 전투를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 그대로 세세히 기록하고 실패한 원인을 세밀히 분석하여 정리했다.


그리고 향후 다시 전투가 벌어진다면 어떻게 임하는 것이 좋을지 안을 내기로 했다.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신수 청룡에 대해서도 상세히 언급했고···.


“야, 무령월! 오늘 밤에 비르들을 모두 소집해라.”


“소집하는 이유를 뭐라고 할까요?”


“천인족과의 차후 전투 전략을 세운다. 한 명도 빠지지 말고 전원 참석하라고 해. 그리고 무령월, 너는 이번 전투의 내용에 대해서 하나도 빼지 말고 사실대로 정리해라. 내가 정리한 이 자료를 참고해서 말이야.”


“그렇게 이실직고(以實直告)를 하면 더 큰 처벌을 받지 않을까요?”


“책임은 모두 내가 진다. 너는 시키는 대로만 해.”


“예,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측근인 무령월이 꾸벅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마음이 무거운지 얼굴도 어두운 표정이다.


무령월은 기유월의 최측근이지만, 이번 일로 기유월이 비월 자리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소문에 자기도 함께 처벌을 받을까 봐 마음이 별로 편치 않았다.


요즘 기유월 휘하의 비르 중에 전투에 불려가지 않았던 열 명 중 몇 명은, 기유월이 쫓겨날 것이라고 믿고 아예 대놓고 무시를 하는가 하면 사사건건 (事事件件)반대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녁 식사 뒤에 기유월이 기거하는 나무 위로 비르들이 모여들었다. 그래도 인근에서는 여럿이 모이기에 좋은 가장 큰 나무다.


이번 전투에서 다섯이 죽고 살아남은 비르가 십오 명인데 그중에 열 명만 참석(參席)했다.


참석하지 않은 다섯은 모두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던 자들로, 비월이 바뀔 것에 대비해서 요즘 다른 힘 있는 사람들에게 줄을 대기에 바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급한 일로 자리를 비웠다는 핑계로 일부러 회의(會議)에 참석하지 않았다.


여기에 모인 사람 중에도 참석이 싫었지만 혹시나 모르는 후환(後患)이 두려워 참석한 사람도 있었고······.


기유월이 모르는 척하고 참석한 비르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모두 들은 것처럼 이번 전투는 우리의 큰 패배였다. 적을 너무 모르고 덤빈 것이 가장 큰 실수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짊어질 것이니 함께 전투에 참여한 비르들은 염려 말고 모두 본업(本業)에 충실하도록 해라.”


그러자 전투에 참가해서 살아남았지만 불안한 마음을 금할 길 없었던 비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령월, 이제 이번 전투에 대해서 정리한 것을 한 치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를 공유하도록 해라.”


“예, 그럼 지금부터 이번 전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최초에 비샤를 출발하여 대협곡을 경유······. 천둔산 중턱에 거점을······. 1차 접전은······. 돌아오는 길에 괴물들과 ···. 천인족의 신수 청룡이······.”


이번 전투 상황을 있는 그대로 하나하나 설명하고 빠진 부분은 참석했던 비르들이 보충 설명을 하니, 거의 모든 상황이 눈에 보이듯이 들어왔다.


천인족이 장거리를 저격할 수 있는 활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비록 많이 당하지는 않았지만 긴 칼(한울의 장검)이 허공을 자유자재로 날면서 공격한 것에 대해 비 참가자들이 듣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괴물들과 전투를 벌이고 물러나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인데, 평소 욕하던 신수의 도움을 받은 사실도 낱낱이 공개되었다.


그 신수가 천인족을 지키는 청룡이라는 것도······.


청룡 얘기가 자세히 전해지자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던 비르들도 으스스 몸을 떨었고, 천인족을 지키는 신수라는 것에 또 한번 놀라움을 표했다.


“이제 상황이 모두 이해가 되었을 것이다. 이번 전투로 책임을 지고 내가 비월 자리에서 물러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최소한 우리 비월족이 다시는 천인족과의 전투에서 이런 비참한 패배를 겪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천인족을 지키는 신수들이 있지만 그건 일단 예외로 치자.


이번 전투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다시 싸우게 되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 토론을 해 보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것이다.


그 대책까지 왕께 보고를 드릴 것이니 모두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기탄(忌憚)없이 말해 주기 바란다.”


모든 책임을 자기가 지겠다고 하고 상황을 가감 없이 공유해 주자, 처음에는 어떻게든 뒤로 빠지려고 했던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적극 참여하여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투에서 동원한 그물망은 생각은 좋은데 돌과 나무를 너무 많이 실어서 무겁다 보니 높게 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화살의 사정거리에 들어간 것이 큰 문제입니다.”


“우리가 공중전(空中戰)에만 치중하다 보니 지상전(地上戰)을 거의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천인족의 토납술을 배운 금령월이라는 아이가 비욜에 살고 있는데, 그 토납술을 배우면 매우 몸이 강해지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도 전사들에게 이것을 익히게 해서 공중전과 지상전을 병행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물망은 이점을 살려서 크게 만들되, 돌이나 나무를 넣지 말고 테두리에 조그만 추를 달아서 공중에서 물고기를 잡듯이 투척합시다.


그러면 커도 무게가 작으니 높게 날수 있어서 화살을 피할 수 있습니다. 이 그물망을 던지고 지상에서 그물에 걸린 고기를 잡듯이 지상군이 치고 들어가면 좋지 않을까요?”


“적이 쏜 화살을 가볍게 맞은 사람이 있어서 몇 개 가져왔습니다. 이 화살들을 보면 우리보다 훨씬 길고 날카로우며 대가 곧습니다.


그리고 꽁지에 중심을 잡아 주는 깃도 매우 정교(精巧)합니다. 우리도 이렇게 활과 화살을 개량(改良)해야 높은 곳에서도 공격이 가능합니다.”


“공격할 때 길을 하나로 잡고 날아가는 것도 문제입니다. 여러 경로로 나누어 움직여서 적을 사방에서 둘러싸고 정신을 못 차리게 여기저기에 난전(亂戰)을 벌여야 우리에게 유리할 것입니다.”


“우리도 이제 독(毒)을 사용합시다. 기름 단지에 독을 함께 넣어서 던지면 독 연기가 퍼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공격합시다.”


“······.”


모두 열을 내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좋은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기유월은 아무런 반대 의견을 내지 않고 모두의 얘기를 귀담아듣기만 했다.


회의가 밤 사경(四更:1시~)이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그 내용들을 빠짐없이 정리해서 최적의 안을 만들기로 했고.



오늘은 기유월이 비월왕께 전투한 결과에 대해서 보고를 드리는 날이다.


비월왕은 비욜과 비샤 두 곳에 거처를 두고 왔다갔다하면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어제부터는 이곳 비샤에 머무르는 중이었고.


지금의 비월왕은 오색비월(五色飛月)인 환제월이 맡고 있었고, 비월신은 금비월(金飛月)인 기신월이, 비욜라는 적비월(赤飛月)인 욜비월이 맡고 있었다.


기유월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전투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서 무령월만 데리고 비월왕의 집무실을 찾았다.


커다란 나무 속에는 최대한 자연을 해치지 않으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는 소박한 나무집이 가지들 사이를 엮어서 지어져 있고, 가장 높은 자리에는 오색 빛이 영롱한 비월왕이 앉아서 비월신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욜비월이 앉아서 느긋하게 날개의 깃을 고르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 가지에는 벌써 십여 명의 비월들이 도착하여 기유월을 기다리며 잡담을 나누는 중이었다.


그런데 오늘 여기 모인 비월들 중에는 기유월의 정적(政敵)도 몇 명 끼어 있었다. 어느 조직에나 그렇듯이······.


정적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들도 어떻게든 기유월을 밀어 내려고 오랜 시간 파당을 지어서 싸워 온 사이였다.


그들은 이번 전투의 패배를 빌미로 삼아 반드시 기유월을 비월 자리에서 끌어내리자고 몇몇이 모의를 하는 중이었다.


팔십 줄에 들어선 비월왕이 곱게 자라 있는 눈썹을 매만지며 차를 마시다가, 기유월이 들어와서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인사를 하자, 오색의 날개깃을 한 번 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비월신을 바라보면서 이제 보고회를 시작하자고 눈짓과 함께 입을 열었다.


“자! 비월 기유월이 참석했으니 이제 지난 전투에 대한 결과를 들어봅시다.”


“예, 그럼 제가 진행하겠습니다. (간단히 고개를 숙인 뒤) 모두 조용히 하시오. 그럼 지금부터 비월 기유월이 천인족과 전투를 벌인 결과에 대해서 보고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비월신이 침착하게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기유월을 바라보며 손짓을 했다.


“자, 그럼 이번에 치른 천인족과의 전투 결과에 대해서 보고를 시작하세요.”


그러자 기유월이 가지에서 일어나 비월왕을 비롯하여 여러 참석자를 향해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드린 뒤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부터 천인족과의 전투 내용을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내용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조목조목 설명해 나가는데, 삼천 명이 넘게 가서 살아 돌아온 인력이 오백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내용이 나오자 모두 놀랐다.


비월왕과 비월신, 비욜라는 인상을 잔뜩 구기고 있고, 비월들 중에 정적 몇 명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기유월이 당하고 온 것이 고소하다는 듯이.


이어서 천인족의 전투 방법과 무기들에 대한 설명이 나오자 모두 관심을 가지고 들었고, 특히 장거리 저격용(狙擊用) 천궁에 대해서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돌아오는 길에 괴물들과 부딪쳐서 오백여 명이 죽은 것에 대하여 또 한 번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그리고 신수 청룡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 일, 청룡의 크기와 형태, 천인족을 지키는 신수라는 내용에 대해서 자세히 보고하자 더 놀랍다는 분위기였고······.


특히 청룡이 천인족을 지키는 신수라는 것에 심각한 표정을 짓는 사람이 많았다. 마치 예상치 못한 대적(大敵)을 만난 것처럼.


정말 그렇다면 앞으로 비월족의 행보가 더 위축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마침내 전투 결과와 경과가 모두 보고되었고, 기유월이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진행을 맡은 비월신이 침통한 표정으로 모두를 둘러보았다.


“이제 전투 상황에 대해서 모두 들었을 것이오. 내용을 들어 보니 잘못한 것까지 숨기지 않고 낱낱이 보고를 한 것 같습니다.


우리 종족의 피해가 생각보다 무척 큰데, 이에 대해서 질문이나 발언하고 싶으신 분이 계시면 말씀하세요.”


그러자 뒤에서 쑥덕거리던 정적 중의 한 명이 이때다 싶은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처음에 천인족을 치자고 할 때 다른 비월들은 왕께서 분쟁을 자중하라 하시어 반대를 했는데, 기유월이 기필코 나서서 일을 저질러 수많은 부족민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엄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같은 편 사람이 일어서더니 기유월의 전략을 예리하게 꼬집었다.


“적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도 안 하고 무리하게 덤볐습니다. 전략 전술도 너무 부족합니다. 공중에서 자유로운 우리 종족이 왜 한 곳으로 집중해서 공격합니까? 경로를 여럿으로 나눠서 사방에서 들이쳐야지요.”


이번에도 같은 편이 일어나서 아예 중벌로 못을 박겠다는 듯이 거들고 나섰다.


“그렇게 많은 부족을 잃고 어떻게 뻔뻔하게 살아서 돌아온단 말입니까? 죽은 병사의 부모들이 몰려가 집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당장 책임을 물어 비월에서 끌어내리고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합니다.”


세 사람이 연달아 처벌 쪽으로 강하게 밀고 나오니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그러자 발언한 셋은 서로 눈을 맞추며 잘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이런 분위기에서는 누구든 상황이 그러했으니 한 번 봐주자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눈을 감고 조용히 듣고 있던 비월왕이 살며시 눈을 조금만 뜨더니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다가 그 모습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비월왕도 패배한 상황이 마음에 안 들기는 마찬가지지만, 저렇게 패거리를 짓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 비월신이 비월왕의 얼굴을 한 번 훔쳐보더니 분위기(雰圍氣)를 좀 바꾸어 보려고 발언을 유도했다.


“자, 다른 의견은 없습니까? 좀더 건설적인 내용들이 토론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런데 이미 분위기가 무거워져 모두 입을 다물고 쉽사리 떼지 않았다.


그러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화살을 기유월에게 돌려 물었다.


“그럼 다른 의견이 더 이상 없는 듯하니 비월 기유월은 다른 사람들이 발언한 내용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말해 보세요.”


그 말에 이미 분위기를 파악한 기유월이 목을 걸고 비장한 어조로 답했다.


“모두 맞는 말씀입니다. 제가 부족하여 많은 병사들을 죽게 하였습니다. 제가 책임을 지고 비월의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처벌(處罰)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 말에 스스로 그렇게 나올지 몰랐다는 표정으로 모두 바라보는데, 몇몇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때, 눈을 감고 조용히 듣고 있던 비월왕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눈을 번쩍 뜨더니 기유월을 노려보았다.


노회한 눈에서는 시퍼런 불 같은 기운이 발산되니 번갯불이 이는 듯하다.


“뭐라? 그대 한 사람만 책임지고 죽으면 끝나는 문제인가? 비월이라는 사람이 왜 그렇게 책임감이 없어, 엉?


전쟁은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것이야. 하지만, 이천오백이나 죄 없는 생명을 가져다 바쳤으면, 최소한 다시는 똑같이 지지 않도록 무언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 아닌가? 그렇지 않은가?”


비월왕의 질타에 모두 분위기가 숙연해지고 몇몇은 잘되었다 싶어서 고소한 얼굴이다. 그러자 기유월이 다시 일어나 깊이 허리를 숙이면서 말했다.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그래서 소신이 나름대로 몇 가지 대책(對策)을 수립했사온데 지금 말씀드려도 되겠사옵니까?”


“모두 듣고 있는 이 자리에서 한번 설명해 보도록 하라!”


그러자 기유월이 다른 비월들을 바라보며 밤새워 수립한 대응 전략을 손에 든 가죽 몇 장을 봐 가면서 침착하게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번 실패를 바탕으로 향후 천인족에 대한 전투 방법을 이렇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일단 천인족을 지킨다는 신수 청룡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생각키로 하여 제외하였습니다.


그럼 그 내용을 상세히 말씀드린다면, 앞으로 전략은······. 무기는 ······.”


함께 모여 협의한 내용을 다듬어서 그물의 개량과 활용, 공중과 지상의 양동작전 방안, 활과 화살 등 무기의 개량과 독무를 내뿜는 기름 단지의 개발······.


투로를 여럿으로 나눈 적 포위, 공격거점 발굴과 활용 방법, 천인족의 토납술(吐納術)을 활용한 전사의 육성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일정까지 곁들여 발표했다.


그러자 비월왕과 비월신(제신들 수장, 군사 역할), 비욜라(의료관장 비욜들의 수장)의 표정이 점차 펴지기 시작했다.


천인족과의 향후 전투 방법에 대하여 설명이 모두 끝나자 비월왕과 비월신, 비욜라는 만족한 표정이었고, 비월들은 서로 표정이 엇갈렸다. 특히 정적 몇 명은 똥을 씹은 듯한 표정으로 떨떠름했고.


“자, 천인족과의 전투에서 패배한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대응책(對應策)을 잘 정리해서 보고를 했는데, 다른 이견이 있으면 얘기하세요.”


비월신의 말에 깝죽대던 사람들도 이번에는 딴전을 피우며 말이 없었다.


“그러면 보고는 이만 마치고, 전체적인 결과에 대하여 왕께서 말씀해 주시겠습니다.”


그러자 비월왕 환제월이 오색의 깃털을 한 번 폈다 접으면서 앉은 자리에서 주위를 빙 둘러보았다.


과연 패배에 대하여 어떤 판결이 나올지 궁금하여 모두 조용히 비월왕의 입만 주시하는 분위기였다.


“비월 기유월! 그대는 적과의 전투에서 많은 부족의 목숨을 잃고 패배하여 도망쳐 왔는데, 어떤 처벌(處罰)을 받기를 바라는가?”


“왕이시여! 모든 책임이 저에게 있으니 목숨을 기꺼이 내어놓겠나이다.”


비월왕이 다시 한 번 숙연한 주위 분위기를 둘러보고, 기유월의 얼굴을 깊은 눈빛으로 물끄러미 바라봤다.


“목숨은 함부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할 바를 다하지 못하고 죽는 것도 또한 죄이다.


어찌 그대 한 목숨이 이천오백의 목숨값이 된단 말인가? 앞으로 혹시 있을 천인족과의 전투에서 이번에 죽은 사람보다 열 배 이상의 목숨을 살리는 것이 그대가 지은 죄를 벗는 길이다.


그때까지 목숨과 자리는 보전(保全)할 것이니 나중에 발표한 대응책에 대해서 차질 없이 추진하도록 하라.


그리고 천인족의 토납술을 배웠다는 금령월이라는 아이를 비샤로 초대하여 최대한 많은 전사들을 육성(育成)하도록 하라. 이것이 그대의 목숨을 거두지 않는 이유다. 알겠는가?”


“왕이시여! 천명(天命)을 다하여 수행하겠사옵니다.”


“비월신과 비욜라 두 분만 남고 모두 돌아가도록 하라.”


“명을 받드옵니다.”


모두 물러가자 비월왕은 두 사람과 향후 대책에 대해서 더 숙의(熟議)를 하였고, 천인족을 지킨다는 신수에 대해서도 몇 가지를 더 지시했다.



보고(報告)를 마치고 진이 빠진 기유월이 나오자, 근처의 나무에서 기다리던 무령월이 근심 어린 얼굴로 날아와서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보고는 어떻게 잘 마치셨습니까?”


“그래, 덕분(德分)에 잘 끝났다. 수고했다.”


“그럼 처벌(處罰)은 어떻게 결정되었습니까?”


“일단 작성한 대응책들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로 하였고 처벌은 그 이후로 보류(保留)되었다.”


그제야 안심이 되는 듯 무령월의 얼굴이 활짝 펴지며 제 일처럼 기뻐했다.


“잘되었습니다. 정말 잘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주거지로 돌아와서 한참을 같이 머리를 맞대고 얘기를 하더니, 다음 날 전체적인 조직 관리(組織管理) 체계를 대폭 변경했다.


이번에 다른 데에 줄을 대며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은 비르 다섯 명은 다른 인원으로 교체되었으며, 천인족 대응책을 추진할 조직을 신설(新設)하고 토납술을 익힐 전사들을 모집했다.


천인족이 뛰어난 전투력을 갖고 있지만, 주변의 적들도 이처럼 빠르게 대책을 수립하면서 미래의 좀 더 큰 전쟁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었다.


금령월도 마침내 비샤로 초청(招請)되어 그 한가운데에 서게 되었고······.


큰 싸움은 결국 많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 이제 갈수록 더 많은 생명들이 스러질 일만 늘어나지 않겠는가?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3 53화. 거인족과 야차족의 전투 21.06.29 1,357 47 19쪽
52 52화. 거인족과 반인족의 전투 21.06.29 1,357 47 18쪽
51 51화. 쥬맥이 맥쮸~ 되다 21.06.29 1,350 47 19쪽
50 50화. 구원(舊怨)과 비무 21.06.29 1,339 47 19쪽
49 49화. 재회 그리고 새로운 출발 21.06.29 1,353 48 19쪽
48 48화. 친구를 찾아서 천인족으로 21.06.29 1,350 48 18쪽
47 47화. 회상(回想) 21.06.29 1,353 48 18쪽
46 46화. 복수 준비와 떠날 준비 21.06.29 1,382 47 20쪽
» 45화. 비월족의 패전 대책 21.06.29 1,387 48 19쪽
44 44화. 주작이 준 기연(奇緣) 21.06.29 1,398 48 18쪽
43 43화. 청룡(靑龍) 출현 +1 21.06.29 1,387 48 19쪽
42 42화. 비월족의 습격(襲擊) 21.06.29 1,402 48 18쪽
41 41화. 반인족 울트의 계략 21.06.29 1,431 48 18쪽
40 40화. 또 하나의 경지를 넘다 21.06.29 1,417 48 19쪽
39 39화. 무공(武功) 수련과 첫 전투 +1 21.06.29 1,417 48 19쪽
38 38화. 친구들의 동태 21.06.29 1,412 47 19쪽
37 37화. 생사현관(生死玄關)을 뚫다 +1 21.06.29 1,444 48 20쪽
36 36화. 친구의 선물(膳物) 21.06.29 1,404 48 18쪽
35 35화. 비월족(飛月族) 금령월 21.06.29 1,421 48 18쪽
34 34화. 거인족 사절단(使節團) 21.06.29 1,419 48 20쪽
33 33화. 새로운 신공(神功) 수련 21.06.29 1,447 48 18쪽
32 32화. 태을 선인과의 조우 21.06.29 1,421 48 18쪽
31 31화. 선인(仙人)의 연신기 21.06.29 1,438 50 19쪽
30 30화. 자식을 잘못 가르친 죄 21.06.29 1,431 46 38쪽
29 29화. 복수는 또 다른 피를 부른다 21.06.29 1,412 49 18쪽
28 28화. 적소인의 복수전(復讐戰) +1 21.06.29 1,454 50 18쪽
27 27화. 새 친구 미라챠 +1 21.06.29 1,449 49 18쪽
26 26화. 야차족과의 조우 +1 21.06.29 1,435 49 18쪽
25 25화. 소인족 포로들 +1 21.06.29 1,453 49 18쪽
24 24화. 정보전(情報戰) +1 21.06.29 1,498 49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