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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409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0:56
조회
1,448
추천
49
글자
18쪽

27화. 새 친구 미라챠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미라챠가 쥬맥의 손을 잡고 허겁지겁 바위 옆의 큰 나무를 타고 올랐다.


쥬맥은 아직 다리에 힘을 제대로 못쓰니 미라챠가 끌고 올라가야 했다.


마린챠도 오자마자 허겁지겁 나무 위로 오르려는데 황소만큼 커다란 짐승이 번개처럼 달려들면서 울부짖었다.


“크허어어엉~”


미처 나무에 오르지 못한 마린챠를 앞발로 찍어 누른 뒤 목을 물려고 크르르 하면서 입을 크게 벌리니, 미라챠는 엄마가 짐승한테 잡아먹히는 줄 알고 질겁을 하면서 엄마를 불러 댔다.


“엄마! 엄마! 어흐흑~”


그제야 쥬맥은 그 짐승이 점박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자기 친구가 아닌가?


“점박아! 물지 마. 물면 안 돼! 내 은인들이야.”


‘응? 이건 내 친구인 쥬맥의 목소린데? 어디 있는 거야?’


크르렁 크렁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며 하나뿐인 친구 쥬맥을 찾았다.


그때 쥬맥이 겨우 나무에서 내려왔다.


“점박아! 나야 쥬맥. 잘 지냈니?”


“크러렁 크허엉 커허엉(내 친구구나. 그런데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자세한 말은 안 통해도 마음으로 통하니 서로를 껴안고 반갑게 비벼 댄다.


죽는 줄만 알았던 마린챠와 미라챠는 깜짝 놀랐다가 그 모습을 보고는 그제야 둘이 친하다는 것을 알았다.


겨우 휴우~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짐승이 물려고 할 때는 정말로 죽는 줄 알았다.


아픈 다리를 잡고 일어선 쥬맥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쥬맥!”


그러자 점박이가 왜 새삼스럽게 그러냐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크러렁(알잖아).”


이번에는 점박이 자신을 가리킨다.


“점박이!”


“크러러렁(안다니까).”


그러자 이번에는 마린챠를 가리키며,


“마린챠!”


“크러렁 으렁(아! 마린챠라구).”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러자 이번에는 미라챠를 가리키며 말했다.


“미라챠!”


“크러렁 으헝 으르렁(아! 얘는 미라챠구나).”


이렇게 통성명을 하고 마린챠와 미라챠가 다가와서 손을 내미니, 점박이는 그 냄새들을 맡고 기억하며 비로소 셋은 서로를 알게 되었다.


이렇게 마린챠가 점박이에게 목숨을 잃을 뻔했던 위기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 일대에서 생활하려면 점박이와 친구가 되는 게 많은 이점이 있었다. 다른 동물들이 점박이가 무서워 그 친구들 곁에는 얼씬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은 비로소 점박이를 사귀고 해치지 않을 거라 안심은 했지만, 안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마치 불이 튀어나올 듯이 노랗고 부리부리한 눈이 무서워서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쥬맥만 신이 나서 점박이의 등에 올라타더니 다리가 아파서 돌아다니지 못했던 답답한 마음을 풀려는 듯이 들로 뛰쳐나갔다.


미라챠는 그 모습이 부러워 바위에 서서 계속 바라보고, 죽다가 살아난 마린챠는 아직도 정신이 혼미한 듯 넋을 잃고 바위에 드러누었다.


“어휴! 정말 죽는 줄 알았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쥬맥을 돌보아 주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 일대는 점박이의 영역일 텐데, 쥬맥이 없었으면 멋모르고 돌아다니다가 잡아먹히지 않았겠는가?


쥬맥을 도왔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 덕에 자기가 살았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해 보니 인생이란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마린챠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있었다.


모든 인연에는 다 그 이유가 있고, 행한 일에는 그 결과가 따르는 법!


이렇게 한 달이 넘게 마린챠 모녀와 함께 지내면서 마린챠에게 보살핌을 받다 보니 쥬맥은 이제 이들 모녀가 무섭지 않았다. 마치 같은 종족처럼 친근하게도 느껴졌고.


팔 척이 넘는 육감적인 몸매에 온몸은 짧고 고운 융단 같은 은색 털이 나서 햇빛에 반짝거릴 만큼 반지르르하다.


그런데 얼굴을 보면 위아래에 두 개씩 삐져나온 송곳니에 삐죽한 귀, 눈동자는 푸르거나 노란데 뱀의 눈처럼 세로로 찢어져 있다.


게다가 옷도 입지 않고 손톱과 발톱은 한 치 정도나 날카롭게 자라서 처음에는 마치 악귀를 보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함께 살면서 이렇게 정이 드니 겉보기와 마음은 다른 모양이다.


오늘도 쥬맥은 마린챠 모녀와 함께 서로의 말을 배우는 중인데······. 이제는 제법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물론 몸짓과 손짓도 하지만.


“쥬맥아! 니 움마는 어디루 가싯셔?”


“응, 우리 엄마는 돌아가셨어. 아빠랑 형과 함께 같은 날 돌아가셨어.”


“고롬 니 혼지야? 뿔상해. 니 종즉은 또 엄서?”


“이젠 괜찮아. 우리 종족은 천인족인데 멀리서 살아. 그런데 너는 엄마랑 둘뿐이야? 아빠랑 너희 종족들은?”


“나쁜 넘들이 으리 어빠 죽겄어. 어매랑 드망다니는 커야.”


이심전심이라고 서로의 아픈 마음을 아니 더욱 친근감이 느껴진다.


쥬맥의 피부에 아직도 딱지가 남아 있는 흉측한 상처들이 안쓰러운지 미라챠가 손으로 만져 보며 물었다.


“근데 니 몽이 왜 그랭? 병 났엉?”


“응, 풍토병이래. 이 병 때문에 사람들에게 쫓겨났는데 낫고 있나 봐.”


그 말을 듣더니 마린챠가 안됐다는 듯이 쥬맥의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예전에 야차족도 이런 병으로 고생한 적이 있었고, 그때 다행히 병에 좋은 약초를 발견하여 완전히 치료가 되었다. 이제는 면역이 되었는지 누구도 이런 병에 걸리지는 않지만.


부모 형제가 다 죽었고 병 때문에 어린 것이 쫓겨났다는 말을 들으니 어미 같은 심정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


자기도 그 약초를 알고 있으니 혹시라도 이 근처에 있는지 찾아보려고 살며시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마린챠가 약초를 찾으러 나간 사이에 쥬맥과 미라챠 사이에 또 대화가 오갔다. 어눌하지만 그래도 뜻이 통했다.


“근데 고 병울 우떻게 나샀서? 약 머겄서?”


동굴 속에 있는 약초를 얘기할 수는 없으니 얼른 다른 것으로 둘러댔다.


“아니야. 토납술이라고 단전으로 호흡하는 방법으로 고친 거야.”


“투납술? 단진호흡? 고거 뭔뎅? 나동 알카쥬만 안데?”


“응, 이렇게 하는 거야. 이렇게 앉아서 호흡을 천천히 하면서 하단전에 기를 모아서······. 소주천을 하고······. 대주천을 하고······. 이렇게 온몸에 기를 퍼뜨리면 아주 건강해지는 거야.”


“증말? 나두 혀바야지. 이렇케?”


쥬맥은 은혜를 입었지만 해 줄 것이 없어서 미안했는데, 미라챠가 토납술에 관심을 가지니 혈맥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 주고 옆에서 바로잡아 주었다.


태을현천신공은 어려워서 단시간에 알려 주기가 어려우니 세 살 때부터 배운 기초 토납술을 알려 준 것이다.


이렇게 인연이 닿아서 미라챠는 야차족에서 처음으로 토납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몸을 건강하게 해 준다니 열심히 수련하게 되었다.


그리고 쥬맥은 생각지도 못하게 은모야차 두 모녀에게 야차족 말을 배우고, 또 야차족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알게 되어 인생의 폭이 넓어졌다.


인연이란 것이 그 당시에는 별것도 아닌 사소한 일처럼 느껴지지만, 세월과 함께 흐르는 큰 인생 줄기에서 나중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비록 조그만 인연일지라도 함부로 하지 않고 소중히 하면 언젠가 인생 행로에서 이런 변화가 오는 법이다.


하늘의 그물은 엉성한 것 같아도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다 했던가?


오늘 당장 조그만 이득에 눈이 멀면 먼 인생 항로에서 더 큰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흔히 우리는 우주의 무한한 시간을 말할 때 겁(劫)이라는 단위를 쓰고 극히 짧은 시간을 나타낼 때는 찰나(刹那)라는 단위를 쓴다.


겁은 천지가 한 번 개벽한 뒤에 다음 개벽(開闢) 때까지를 말하는데 누구는 햇수로 사억삼천이백만 년이라고 한다.


또 누구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 이십 리의 공간에 조그만 겨자씨를 가득 채운 뒤, 백 년에 하나씩 집어내어 그 겨자씨가 다 없어져도 일 겁이 끝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하고.


혹은 천 년에 한 방울 떨어지는 낙숫물에 집채만 한 바위가 닳아서 없어지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사억삼천이백만 년만 해도 인생 백 년을 산다고 했을 때 사백삼십이만 번을 사는 시간이다. 얼마나 장구한 세월인가?


그런데 우리는 가끔 지나가다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표현을 쓴다.


같은 나라에 태어날 확률이 일천 겁에 한 번이요, 만나거나 하루를 동행할 확률은 이천 겁에 한 번,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하는데 이는 육천 겁, 부부는 팔천 겁, 부모는 일만 겁에 한 번의 확률이라고 한다.


그러니 비록 순간의 작은 인연(因緣)이라 할지라도 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반대로 찰나는 극히 짧은 시간으로 순간을 나타내며, 구체적인 수치로는 75분의1초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옷깃이 스치는 순간, 쥬맥이 우연히 마린챠 모녀의 눈에 띄는 순간, 위험하다고 느끼는 순간, 점박이가 마린챠의 목을 물어뜯으려는 순간······.


결국 우연(偶然)처럼 보이지만 인연은 순간(瞬間) 즉 찰나의 행위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그 인연이란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시간, 즉 겁이 쌓이고 쌓이는 동안 그 인과로 이루어 내는 것이니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쥬맥과는 어떤 인과로 연결된 것인지 모르지만 마린챠가 손에 이상한 약초를 몇 개 들고 세 시진만에 돌아왔다.


쥬맥이 이리저리 자세하게 살펴보니 두툼한 유선형의 잎사귀에 하얀 잔털이 가득 나 있었다. 그리고 줄기 끝에는 여섯 잎의 빨간 꽃이 피어 있고, 뿌리는 도라지처럼 길쭉하며 단단했다.


그것을 나무 그늘에 열흘쯤 바짝 말리더니 고운 돌로 찧어서 가루를 낸다.


그리고 그 가루를 물에 개어서 콩알만 한 환으로 만들어 다시 그늘에 말리니 환약의 형태가 되었다.


“쥬맥아! 이 약은 많이 멍으면 큰일 나. 아칭저녁으로 식사 뒤에 꽁 두알씽망 멍어야되. 알라찌?”


“네, 마린챠 아줌마. 걱정 마세요. 고맙습니다.”


이렇게 쥬맥이 아침저녁으로 식사 뒤에 두 알씩을 먹으니 딱지 앉은 상처가 훨씬 빨리 아무는 것 같았다.


사실 그동안 동굴 속의 빨간 버섯 같은 약초로 환부가 많이 좋아졌는데, 이 버섯은 지극한 음양이기(陰陽二氣)의 영기를 함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상 치료와 내공 증진에 뛰어난 효능을 가지고 있으며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매우 진귀한 영초였다.


쥬맥에게 연이 닿아서 다른 사람은 평생에 한 번도 먹어 보기 힘든 귀한 것을 여러 차례 복용하여 내공이 급증했다. 또한 진기의 흐름이 원활해져서 면역력과 자체 치유 능력이 크게 증진됨에 따라 풍토병이 호전된 것이다.


나중에 이 영초를 자오음양지(子午陰陽芝)라 이름하였는데, 훌륭한 영초지만 독성도 강하여 보통 그냥 씹어 먹으면 일반인은 잘못하면 죽게 된다.


천만다행으로 쥬맥은 이 영초의 근본을 이루는 음양의 영기가 농축된 열천(熱泉)과 한천(寒泉)이 동굴 안에 함께 있어서, 양쪽을 오가며 독성이 빠져나왔기 때문에 영기(靈氣)만 몸에 흡수할 수 있게 된 것이고······.


이야말로 홀로 버려진 어린것에 대한 하늘의 따뜻한 안배가 아니겠는가?


마린챠가 먹이는 이 환약으로 쥬맥은 풍토병이 완치되었고 면역력도 갖게 되었다. 또한 풍토병 치료 방법도 알게 되었는데, 그래도 보기 싫은 흉터는 없어지지 않고 고스란히 남았다.


* * * * *


한편 천인족은 뜨거운 여름을 맞이하여 농사에 땀 흘리다가 소인족과의 새로운 분쟁이 발생하고 있었다.


지난번 포로로 잡았다가 놓아준 다섯 명 중에서 처음에 놓아준 한 명만 살아서 돌아가고, 나머지 네 명은 운이 나쁘게도 에피온개라는 들개 떼에게 쫓기다가 모두 잡아먹히고 말았다.


문제는 소인족에 대한 정보를 모두 털어놓고 먼저 돌아간 염탐꾼이, 자신의 죄를 은폐(隱蔽)하기 위하여 거짓 보고를 한 것에서 기인하였다.


겁을 집어먹고 바지에 똥오줌을 싸면서 있는 것 없는 것 다 털어 준 주제에, 자기만 용기 있게 싸우고 살아온 것처럼 꾸며서 보고를 한 것이다.


이 얄팍한 염탐꾼은 적소인족의 피얼인 요요루의 수하였고, 요요루의 상사는 피혼 드워룬이었다.


소인족의 조직 체계를 잠깐 살펴보면, 최고의 지배층으로 세 명의 천장에 신장과 야장이 각각 한 명씩 있었다.


최고수장인 천장은 적소인, 황소인, 백소인별로 각각이 따로 있었으며, 그 지원 조직인 신장과 야장은 소인족 전체로 한 명씩만 두었다.


실질적인 권력은 세 명의 천장에게 있었고 신장과 야장은 세 명의 천장을 보좌하는 형식이다.


천장은 휘하에 열 명 전후의 피혼(대추장 격, 사십만 명 전후의 부족민을 거느림)을 두었고, 피혼은 아래에 스무 명의 피얼(추장 격, 부족민 이만 명 전후)을 거느렸다.


그리고 가장 하층의 관리자는 피현(촌장 격, 부족민 천 명 전후)으로 피얼당 스무 명 정도였다.


전체 종족수(種族數)가 천만 명을 넘으니, 지구의 시원대륙 발바라에서 현재 가장 인구수가 많은 종족이다.


신장과 야장은 천장 세 명의 합의하에 선출하는데, 천장 세 명과 신장과 야장을 포함한 총 다섯 명이 소인족의 최고 의결 기구인 천장대회의를 운영한다.


신장은 각 천장이 지명한 다섯 명, 총 열다섯 명으로 구성되는 장로회(長老會)의 수장이며 천장의 자문역과 종족의 교육, 수자원의 관리 등을 맡았다.


야장은 주요 거점별로 설치한 무기제작소, 병자 치료 및 약과 독의 관리, 물자와 보급을 담당하는 수장이다. 천장대회의에 신장과 함께 참석하여 자문하고 전투를 지원했다.


소인족은 지구의 종족 중에서 몸체가 가장 작으나 두뇌가 뛰어나고 매우 민첩하며, 키만 작을 뿐 천인족과 가장 닮은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남녀가 공히 키가 오 척(1.5m) 정도인데 피부색에 따라서 적소인, 황소인, 백소인으로 나뉘었다. 적소인과 황소인은 적도(赤道) 근처인 열대 밀림과 피차쪽에 많이 살았고, 백소인은 따뜻한 피그와 바다 주변에 모여 살았다.


서로 같은 종족으로 인식하여 적대하지 않으며 큰일은 서로 협의하고 일치 단결하는 한 종족이었다.


소인족은 부계(父系) 가부장제 성격이 강하고, 자식들이 결혼해도 대가족으로 함께 사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적이나 여러 짐승 무리로부터 방어를 쉽게 하기 위한 것이다.


고유 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완벽하지는 않으나 초기 단계의 문자를 사용했다. 기술과 지식을 잃지 않도록 파피루스 종이에 기록하고 전수하는 것도 가능할 정도로 문명을 이룬 종족이다.


적소인은 적도 인근의 나무 밑에 깊은 땅굴을 파고 시원한 곳에서 생활하며 대부분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간다. 물론 일부는 농사를 짓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상의는 벗고 반바지형 하의만 입고 살았다. 가죽신이 있으나 그것을 신는 사람도 극히 일부분이었다.


그리고 큰 굴에서 여러 가족이 같이 사는 경우가 많았고, 굴속으로 파충류나 벌레 또는 다른 동물이 침입(侵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문턱과 입구에는 덫을 설치했다.


식사는 땅굴 옆의 나무 그늘에 모여서 요리를 해 먹거나 생식을 했는데, 남자들은 사냥과 추적에 매우 뛰어나 타고난 사냥꾼으로 불린다.


특히 사거리가 먼 각궁을 잘 쏘는데 뛰는 표적도 열에 반수 이상을 맞췄다.


수명은 적도 인근에 사는 적소인족은 백 살 전후, 황소인족과 백소인족은 백스무살 전후로 살 수 있었으며, 수도자의 경우는 이백 살 정도까지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종교는 다양한 종류를 가지고 있는데 하늘의 천신이나 산신령, 대붕신, 조상신을 섬기는 사람도 있었다.


대붕신교의 경우는 대붕이 가끔 날아드는 혈금산 정상에 붉은 옥으로 크고 넓은 제단을 쌓고, 그 위에 대붕이 좋아하는 바다의 생선을 제물로 바친다.


대붕처럼 넓은 바다와 높은 하늘을 자유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갈망을 기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대붕은 신수 천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천붕도 다른 신수들과 마찬가지로 신선이 되어 선계로 비승한 천인족의 천령 선인을 만나, 그 도력에 깊이 감화되어 가르침 받고 깨달음을 얻어서 신수가 된 것이다.


이 인연으로 5대 신수에는 들지 못하지만 천인족과 친화적인 신수였다. 물론 그렇다고 5대 신수처럼 직접 도와주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리고 다른 신수들처럼 살생(殺生)을 매우 금기시했다. 살생을 하면 오랫동안 쌓은 수행이 크게 퇴보하여 선계로 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선인들이 살생을 멀리하는 이치와 같았다. 무예를 닦는 무인이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도를 깨달아 신선이 된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이는 전인미답의 경지이며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정작 자신은 천지법칙과 도를 깨달아 신선이 된다?


이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천인족에서 선인이 도를 깨달아 신선이 되어 비승한 경우는 있었지만, 무인이 도를 깨달아 비승한 경우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물론 때로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정의와 협을 위해서 도검을 들어야 하지만, 그런다고 생명을 죽이는 업보(業報)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7화 소인족 영역 지도.png

27화 소인족 영역 지도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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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28 철없는사과
    작성일
    21.12.06 16:43
    No. 1

    이번에는 기억해야할 게 많아서 몇번이고 읽어봤네요.
    제가 단순하다보니;;;;; 이렇게 조직구조를 이해하는 게 좀 빠르질 못해서 그래서
    찬찬히 읽었네요. 종족이 다른 이들의 조합이 같은 종족과의 갈등보다도
    더 감동으로 다가오는 건 참.... 어딜 가나 부모는 종족을 뛰어넘어 사랑이네요.
    마린챠의 모정이 참으로 값져보여 어쩜 이것도 하늘의 내린 안배가 아닐까
    해보네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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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쥬맥이 맥쮸~ 되다 21.06.29 1,350 47 19쪽
50 50화. 구원(舊怨)과 비무 21.06.29 1,338 47 19쪽
49 49화. 재회 그리고 새로운 출발 21.06.29 1,352 48 19쪽
48 48화. 친구를 찾아서 천인족으로 21.06.29 1,350 48 18쪽
47 47화. 회상(回想) 21.06.29 1,353 48 18쪽
46 46화. 복수 준비와 떠날 준비 21.06.29 1,382 47 20쪽
45 45화. 비월족의 패전 대책 21.06.29 1,386 48 19쪽
44 44화. 주작이 준 기연(奇緣) 21.06.29 1,397 48 18쪽
43 43화. 청룡(靑龍) 출현 +1 21.06.29 1,386 48 19쪽
42 42화. 비월족의 습격(襲擊) 21.06.29 1,402 48 18쪽
41 41화. 반인족 울트의 계략 21.06.29 1,431 48 18쪽
40 40화. 또 하나의 경지를 넘다 21.06.29 1,417 48 19쪽
39 39화. 무공(武功) 수련과 첫 전투 +1 21.06.29 1,417 48 19쪽
38 38화. 친구들의 동태 21.06.29 1,412 47 19쪽
37 37화. 생사현관(生死玄關)을 뚫다 +1 21.06.29 1,443 48 20쪽
36 36화. 친구의 선물(膳物) 21.06.29 1,403 48 18쪽
35 35화. 비월족(飛月族) 금령월 21.06.29 1,421 48 18쪽
34 34화. 거인족 사절단(使節團) 21.06.29 1,419 48 20쪽
33 33화. 새로운 신공(神功) 수련 21.06.29 1,447 48 18쪽
32 32화. 태을 선인과의 조우 21.06.29 1,421 48 18쪽
31 31화. 선인(仙人)의 연신기 21.06.29 1,438 50 19쪽
30 30화. 자식을 잘못 가르친 죄 21.06.29 1,430 46 38쪽
29 29화. 복수는 또 다른 피를 부른다 21.06.29 1,412 49 18쪽
28 28화. 적소인의 복수전(復讐戰) +1 21.06.29 1,454 50 18쪽
» 27화. 새 친구 미라챠 +1 21.06.29 1,449 49 18쪽
26 26화. 야차족과의 조우 +1 21.06.29 1,435 49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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