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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417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0:45
조회
1,497
추천
49
글자
18쪽

24화. 정보전(情報戰)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미야루는 엘리의 연극에도 기분이 좋은지 개선장군처럼 두 어깨를 쭉 폈다. 여자를 접해 본 지가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포로 생활이 꽤 길었던 것. 배신이고 나발이고 따질 틈이 없다.


“아이고~ 말도 마소. 실은 자기가 보고 싶어서 도망치려고 허다가 그런 것이여. 쉿! 이건 비밀이여 비밀! 엘리가 보고 싶어서 내 맴이 다 타 불고 재가 되었는디 여기가 안 보여?”


미야루가 심장(心臟)이 있는 가슴을 탁탁 두들기며 갑자기 울 듯한 표정을 지으니, 엘리가 어느새 다가가서 안기며 꼬리로 허리를 착 감았다.


“우리 사이에 만리장성을 수십 번 쌓았는디 이제는 문만 열면 되제, 잉. 얼른 낙타나 보러 가드라고.”


어느새 죽이 맞은 둘은 꼬리로 서로를 희롱하며 미야루네 집으로 낙타를 핑계 삼아 들어갔다.


그런데 잠시 뒤에 이상하게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지나가던 애들이 창 아래에 모여서 귀를 기울이며 시시덕거리고 듣는다.


“이게 무슨 소리지?”


어떤 놈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소리를 죽여서 킥킥거리고······.


그때 지나가던 어른이 점잖게 말했다.


“이놈들! 저리 못 가? 너희가 뭘 알어. 어린것들이 혼날라고 그랴.”


그러면서 애들을 내쫓았다. 그런데 어른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창에 자신의 귀를 가져다 댔다. 어른이나 애들이나 사람 덜된 반인족은 어쩔 수 없나 보다.


* * * * *


한편, 여기는 천인족과 반인족이 함께 운영하는 물물 교환소.


넓은 들판에 나무로 목책을 치고 몇 군데 망루가 솟아 있다.


문이 반인족 방향과 천인족 방향으로 두 개가 나 있는데, 양쪽을 각각 십여 명쯤 되는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목책 안에는 나무로 지은 창고나 숙소 같은 건물도 열댓 개나 보이고······.


이미 한 번 계약에 따라 소금이나 곡식 등 대량의 물물 교환이 이루어졌고, 필요한 것은 창고에 미리 가져다 둔 것으로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니 선어를 할 수 있는 수준의 선인이 한 명 상주해야만 하는데, 선인들은 하는 일이 많고 선어를 할 만큼 수행을 쌓은 사람은 이미 고위의 선인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선인은 근본적으로 선도를 닦는 수행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라 여기에 오래 상주할 수는 없는 상황.


그래서 양 종족간 합의에 따라 서로 상대방 언어를 가르쳐서 그 인력이 통역을 맡기로 하고, 첫 대상으로 열 명씩을 추려서 교육생으로 보냈다.


천인족은 젊은 남자들만 열 명을 보냈는데 반인족은 희한하게 젊은 여자들만 열 명을 보내서, 한 막사에서 남녀가 서로의 말을 배우게 되었다.


반인족의 대추장 울트는 무슨 속셈인지 일부러 젊고 예쁜 여자들만 추려 보내서, 공부는 뒷전이고 난잡한 일을 벌여 천인족 무사들을 힘들게 했다.


오늘도 물물 교역소의 한 막사에서 상대 종족의 말을 한참 가르치고 있다.


외부는 나무로 집을 지었어도 내부 바닥은 평평한 땅에 풀들이 자라 있고, 그 위에 나무 탁자가 열 개 놓였다.


그런데 대부분의 남녀가 약속이라도 한 듯 짝짝이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이는 반인족 여자들의 수작이었다. 일부러 빨리 와서 자기네끼리 앉지 않고 한 명씩 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니, 늦게 들어온 천인족 남자들은 하나씩 빈자리에 앉을 수밖에!


어떤 사람은 그게 불편하여 빈 바닥에 앉은 사람도 일부가 있지만, 탁자가 없으니 공부하기가 너무 불편하다.


선인(仙人) 한 명과 반인족 한 명이 같이 가르치는데, 선인이 양쪽을 오가며 뜻을 전달하면서 천인족의 말도 함께 가르쳤다.


처음에는 열심히 하는 듯하더니 반인족 여자들의 눈이 자꾸 여기저기로 돌아간다. 주로 천인족 남자들을 향해서.


말을 배우는 것은 두 번째이고 어떻게든 천인족들의 여러 가지 기밀을 빼내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이다.


하는 짓으로 봐서는 도저히 제대로 통역을 배우려고 온 사람 같지 않았다.


순진한 청년에게 갑자기 등 뒤에서 꼬리가 올라오더니 목 주변을 간지럽힌다. 깜짝 놀라서 돌아보면 한쪽 눈을 찡긋거리면서 씩 웃는데······.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그럴 듯하지만 그래도 아래만 보면 이건 영 아니다.


옷도 안 입은 하체는 털들이 자라 있고 두 다리 사이는 긴 털이 수북하다. 가끔은 다리를 야릇하게 살짝 비틀면서 벌리는데 보기에 너무 민망(憫惘)했다. 마치 원숭이를 보는 것 같았고.


그런데 상체는 또 하얀 피부가 제법 고왔다. 헐렁한 가죽 상의를 저고리처럼 걸쳤는데, 날씨가 조금 더우면 부끄러움도 없이 훌러덩 벗어버리니 눈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들은 말로는 반인족은 원래 그렇단다. 평생을 반려자도 없이 마음에 드는 이성과 만나고 헤어지니, 여자뿐만이 아니라 남자들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지금 순진한 천인족의 청년들이 겪어 보지 못한 이종족(異種族)의 문화에 환장하고 미칠 지경이다.


벌써 두 달이 되어 가니 손짓 발짓과 서투른 말로 대충은 서로가 의사소통을 하게 되었다.


뒤쪽에서 지금 한 여자가 옆의 짝꿍에게 서투른 말로 소곤거리는데······.


“어빠야! 오널밤 보롬달 뜨는데 나랑 망날까?”


“무슨 소리여? 아빠여 오빠여? 보름달이 뜨는데 우리가 왜 만나?”


“어리는 보롬달이 뜰 때 서로 싸랑하는데 어빠네는 안 해여?”


“보름달 뜨면 달빛 아래서 열심히 책을 보고 공부를 해야제.”


“어빠는 무슨 공부하여?”


“나는 토납술로 진기 운공도 하고 무술도 연습하고 그려.”


“어빠가 하는 것을 나두 하고픈데 알켜주면 안 되여?”


“그런 건 절대로 알려 주지 말라고 혔는디. 민망하게 자꾸 묻지 말어.”


“나눈 입이 무겅워서 비이밀 잘지킹다. 어빠야가 알켜 주멍 내가 뿌뿌해 준당. 어빠야~ 알카주랑, 응?”


“그럼 절대로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면 안 되는디······.”


“알았당. 어리 어빠 너무 멋잇당.”


그러면서 여자의 꼬리가 갑자기 허리를 감더니 다리 사이로 파고들며 비벼 댄다. 그러자 어쩔 줄 모르고 눈을 감는 총각.


숫총각은 처음 느끼는 이상한 감정에 어찌할 줄 모르고 허둥댔고···. 그리고 그날 밤 철없는 남자는 자기가 무엇을 주는지도 모르고 달빛 아래 달뜬 숨결에 속아서 알고 있는 모든 걸 탈탈 털어 주었다. 비밀이니 혼자만 알라고 하면서.


그러면서 곱게 지켜온 동정(童貞)까지 얼떨결에 바치고 마니 남자는 어디나 다 이렇게 철부지인 모양이다.


* * * * *


한편 천둔산 아래서 천령대와 부딪쳤던 거인족 율리타는, 이제 성인이 된 십여 명의 돌목들과 함께 일 년이 넘는 수련 과정을 마치고 파밀산맥 너머에 있는 돌바흐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소속된 자야(추장 격)께 일 년 동안의 수련 과정을 마치고 귀환하였음을 보고하였다. 거인족은 설인족과 돌목족으로 나뉘는데 돌바흐에는 대부분 돌목족이, 설바흐에는 설인족이 많았다.


일부는 섞여서 살기도 하는데 지도 체제는 별도로 구성되어 있었다. 최고수장은 자이얀인데 형식상 동격인 데카논과 샤이먼의 보좌를 받았다.


자이얀의 휘하에는 스무 명 정도의 자얀(대추장 격, 십만 명 전후의 거인을 거느림)이 있었고, 그 자얀 밑에 스무 명 정도의 자야(추장 격, 오천 명 전후의 거인을 거느림)가 있다. 가장 하급 관리자는 자야 밑에 있는 자이(촌장 격, 오백 명 전후의 거인을 거느림)였다.


데카논은 스무 명 전후로 구성된 장로회의 수장(首長)이며, 지혜가 뛰어나 자이얀을 보좌하고 자문 및 후진 육성을 담당했다.


샤이먼은 무당이나 주술사 비슷한 역할을 하며 촌락마다 한 명씩 상주해 있는 파쥬들의 대표자였다.


각 부족에서 환자를 치료하면서 각종 정보를 수집하여 자이얀께 보고하고, 자문 및 민심 관리를 지원했다.


주어진 사명(使命)을 다했다고 룰룰랄라 휘파람을 불면서 집으로 돌아간 율리타는, 사랑하는 아내와 오랫동안 헤어진 것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며칠간 집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천둔산 아래서 천인족과 싸웠던 일이 어느새 돌바흐에 파다하게 퍼져 버렸다. 그것은 돌아가는 길에 머리를 맞대고 쑥덕거리던 멍청하게 생긴 두 녀석 때문이다. 입이 근질근질하니 이것은 비밀이다 정말 비밀이다 하면서 여기저기에 떠벌리고 다녔던 것!


거인족은 한 번 결혼하면 배우자가 죽어도 대부분 끝까지 홀로 살아가고, 어떠한 일이 닥쳐도 헤어짐이 없는 종족이라 부부애가 매우 두터웠다.


율리타도 그렇게 꿈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는 최고수장(最高首長)인 자이얀의 부름을 받았다.


자이얀은 석조로 된 거대한 궁궐이 있었지만 자연적인 주거지를 좋아했다. 그래서 높다란 나무 사이를 풀과 나무로 엮어서 만든 곳에서 주로 업무를 보았다. 답답한 것이 싫은 것이다.


오늘도 율리타가 나무 사이에 만들어 놓은 자이얀의 집무실에 도착하니, 데카논과 샤이먼도 참석해 있고 대추장 격인 자얀도 서너 명이 함께 있었다.


넙죽 엎드리며 고하는 율리타.


“율리타가 자이얀님을 뵈옵니다.”


그러자 자이얀이 고개를 들면서 예리한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래, 그대가 이번에 돌목들을 데리고 훈련을 다녀왔다고?”


“그렇사옵니다. 제법 멀리까지 일 년을 넘게 다녔사옵니다.”


“허어, 그래? 고생이 많았겠군. 그래서 별일을 없었는고?”


그러면서 십만 명 중에 한 명 정도가 얻는다는 제3안(眼)을 가진 자이얀이, 흰자위밖에 없는 이마 위의 3안을 살며시 열면서 율리타를 주시했다.


제3안은 진법이나 환상을 꿰뚫는 것은 물론, 상대의 마음까지 읽는 신통이 있어서 마령안(魔靈眼)이라고까지 불리기 때문에, 율리타는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분명히 천인족과의 일을 알고 있는 눈치인데 어찌 숨길 수가 있겠는가?


“실은 제가 천인족이라는 처음 보는 종족과 부딪쳤사온데 시비가 일어서 작은 싸움이 있었사옵니다.”


조그만 소인들에게 얻어맞고 왔다고 하려니까 너무 창피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렇다고 숨겼다가는 뒷일을 감당하기가 힘들고 말이다.


“그 자초지종을 자세히 얘기해 보게.”


“예, 그것이 실은 이리하여······. 이렇게······. 이리되었사옵니다.”


“그들이 쓴 수법이나 생김새, 그리고 싸움 방식과 주었다는 물건, 특히 머릿속으로 말을 한다는 노인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정리를 하여 샤이먼께 넘기게. 종족에게 중요한 일이니 하나라도 숨겨서는 절대 안 될 것이야.”


그리고 여러 사람이 몇 가지 질문을 해서 정직하게 대답을 하니, 염려와는 달리 큰 꾸지람 없이 자이얀과의 대면(對面)이 잘 끝났다.


소인들에게 두들겨 맞았다고 야단을 칠 것이라는 자기의 예상과는 달리, 물어보고 궁금해하는 것은 다 천인족이라는 소인들에 대해서였다.


이해가 잘 안 되어서 머리를 갸우뚱하면서도 그래도 다행이다 싶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얼핏 보니까 바위 뒤에서 얼빵한 두 녀석이 키득거리면서 얼른 숨는다. 분명히 자신을 따라다니며 지켜본 것일 터.


일 년을 넘게 데리고 다닌 녀석들이라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감이 왔다.


‘소문을 낸 게 이놈들이구나. 이 고얀놈들! 감히 입방정을 떨다니!’


그래서 모른 체하고 앞으로 걸어갔다가 다시 급히 뒤돌아보니 고소해서 시시덕거리는 놈들이 눈에 딱 걸렸다.


그러자 갑자기 당황하는 눈동자!


“네놈들 이리와!”


“왜 그러는 데여? 율리타님.”


“너희들은 왜 비밀로 하랬는데 떠벌리고 다녔어, 엉?”


“우리는 절대로 말 안했어여.”


“방금 자이얀님께서 너희가 알려 줬다고 하시던데? 그래도 거짓말이야?”


“아니에여. 칭구들한테만 말하고 절대로 자이얀님께는 말을 안 했어여.”


“친구들한테 말하니까 여기저기에 떠벌려서 다 퍼졌지.”


“아닌데여. 절대로 비밀을 지키기로 했는데여. 손가락을 걸구 약속해서 말했어여. 아마두 다른 야들이 말했을 거예여. 우리는 아니에여.”


“에구~ 이것들을 진짜, 믿는 내가 바보지. 아이고 두야.”


손가락 걸고 하는 비밀 약속은 또 다른 사람과 손가락을 걸고 약속하면서 ‘비밀 지켜!’로 퍼져 나가는 법이다.


차라리 잘못한 것은 용서를 빌고 알아야 할 내용들은 잘 정리해서 정보를 보고했으면 칭찬을 받았을 텐데······.


다는 아니겠지만 젊은 사람들은 세월의 힘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오륙십 년을 넘게 살다 보면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눈빛이나 달라진 행동 등 사소한 것만으로도, 상대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짐작할 수 있지만 모르는 척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자기들은 잘 속이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저 모르는 척 속아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나이면 이미 자신도 나이가 든 것이다.


인생이라는 우리네 세월이 그냥 덧없이 흐르는 것만은 아니니까 말이다.


* * * * *


천인족과 반인족의 전쟁이 끝나고 그 소식이 전해지자, 소인족과 비월족(飛月族)도 깜짝 놀라서 비상이 걸렸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종족이 숫자는 별로 많아 보이지도 않는데 반인족을 박살 낸 까닭이다.


염탐꾼 몇 명의 첩보에 의하면 반인족의 육만여 명이 일만 명도 안 되는 종족에게 인해 전술로 덤비다가, 이만이 넘는 병사가 개죽음을 당했다는 것이다. 전사자 수가 거의 십 대 일이라니!


‘이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일까?’


심지어 어떤 사람은 칼이 마치 바람처럼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했다.


‘혹시 마술을 부리는 건가?’


두 종족은 도와 검의 차이점을 잘 모르니 쇠로 만든 것은 모두 칼이다.


지금 그 종족이 머무는 곳과는 제법 멀리 떨어져 있으니 바로 분쟁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언제 자기네와도 전쟁(戰爭)이 터질지 모른다. 그래서···,


좀더 살펴보고 사전에 대비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후일을 위해서도 염탐꾼들을 더 많이 보내어 새로운 종족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야 한다.


후회(後悔)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


‘반인족과 새로운 종족이 더 크게 싸워서 둘 다 세가 많이 약해지면 그 이상 바랄 게 없는데······.’


그러면서 모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것은 어느 곳이던 조금이라도 머리가 돌아가는 수장이라면 당연히 생각하는 것이다. 어쨌든 자기네 종족의 생존(生存)이 최우선이니까.


그래서 요즘 들어 천인족 주거지 주변에 반인족이 아닌 이종족의 출현이 부쩍 많아졌다.


오늘도 소인족으로 보이는 대여섯 명이 주거지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보니 키는 오 척(1.5m) 정도밖에 안 되는데 옆으로 퍼져서 제법 우람한 체구다.


생긴 것은 천인족을 축소한 듯 거의 비슷한데 대부분 피부가 붉고, 황인과 백인이 한 명씩 섞여 있었다. 소인족에도 피부색이 다른 이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비월족 몇 명이 계속 주거지 주변을 날면서 염탐을 하고 있었다.


목책 둘레에 진법과 주술이 펼쳐져 있어서 옆이나 위에서 살펴도 내부가 보이지 않으니, 두 종족이 모두 주위를 빙빙 돌면서 내부를 살피려고 하는 것이다.


천인족으로서는 이 염탐꾼들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무작정(無酌定) 모두 잡아서 죽일 수도 없었고······.


차림새를 보니 붉은 피부를 가진 소인들은 아래에 반바지 같은 것만 걸쳤다. 웃통을 훌러덩 벗고 신발은 아예 신지도 않았다.


그에 비해서 황색이나 흰 피부를 가진 소인은 위아래 모두 옷을 갖춰 입었고, 발에도 가죽으로 된 신발을 신고 있으니 제법 문명을 이룬 모양이었다.


오늘 이들 소인족이 온 목적은 천인족의 신경을 건드려서 분쟁을 일으켜 자연스럽게 포로(捕虜)로 잡히는 것이었다.


목책 둘레를 항상 안개 같은 것이 감싸고 있어서 아무리 내부를 염탐하려고 해도 들여다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포로로 잡히면 안으로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겠지만 내부를 좀더 세밀히 살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 터.


다 죽고 한 명만 살아서 돌아간다고 해도 목적을 이룰 수 있음이다. 이들도 자신들의 종족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니 말이다.


새끼 때부터 길들인 것인지 큰 호랑이 같은 짐승이 소인족과 함께 다니는데, 입 위쪽에 한 자에 조금 못 미치는 큰 송곳니가 두 개나 길게 나 있었다.


전에 고을신과 청류하가 지도를 만들며 비월족에게 쫓길 때 산속에서 맞닥뜨린 짐승과 똑같이 생겼다.


그 뒤에 붙여진 이름이 검치범이다. 대호(大虎)보다 큰 덩치에 가끔 소인족들을 등에 태우고 다녔다.


오늘은 저렇게 노골적으로 다가오니 뭔가 조치가 필요한데 같이 다니는 저 검치범이 신경 쓰였다. 사나운 짐승이라 무사들도 꺼려지는 건 마찬가지다.


“조장님! 저것들을 어떻게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 최대한 분쟁(紛爭)을 만들지 말라고 했지만 저렇게 노골적으로 우리를 염탐하게 둘 수는 없지. 검치범 때문에 우리끼리는 힘드니까 내가 가서 기마대를 데려오마. 혹시 도망을 가는지 잘 보고 있어.”


잠시 뒤 시원마를 탄 일류검사 스무 명이 번개처럼 천인족의 주거지에서 튀어나갔다. 그리고 주변을 얼쩡거리는 소인들을 향해서 비호처럼 달려든다.


“저기 있다. 잡아라!”


“죽이지는 말고 생포하라!”


전쟁으로 이어지면 안 되니까 생포하여 혼쭐을 내서 쫓아 보내겠다고 생각하는데, 소인족들도 머리가 비상하니 그 정도는 눈치로 알고 있었다.


무서운 척하면서 화살을 몇 대 대충 날리더니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한 녀석은 검치범을 타고 비호처럼 내빼니 잡을 수가 없었지만, 나머지는 아무리 빨라도 말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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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28 철없는사과
    작성일
    21.10.30 20:34
    No. 1

    거인족이나 반인족보다 소인족의 지능이 더 월등한 듯
    체격이나 무기에서의 차이만이 아니라면 지략으로 싸울 때
    굉장히 힘들지 싶은데요. 반인족은 은근 미인계를 하필 총각들을
    보내서는 차라리 능구렁이 아저씨들을 보내시지.. ㅜㅜ
    괜시리 순정만 빼앗긴 기분이라 쩝.. ㅎㅎ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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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쥬맥이 맥쮸~ 되다 21.06.29 1,350 47 19쪽
50 50화. 구원(舊怨)과 비무 21.06.29 1,339 47 19쪽
49 49화. 재회 그리고 새로운 출발 21.06.29 1,353 48 19쪽
48 48화. 친구를 찾아서 천인족으로 21.06.29 1,350 48 18쪽
47 47화. 회상(回想) 21.06.29 1,353 48 18쪽
46 46화. 복수 준비와 떠날 준비 21.06.29 1,382 47 20쪽
45 45화. 비월족의 패전 대책 21.06.29 1,386 48 19쪽
44 44화. 주작이 준 기연(奇緣) 21.06.29 1,397 48 18쪽
43 43화. 청룡(靑龍) 출현 +1 21.06.29 1,386 48 19쪽
42 42화. 비월족의 습격(襲擊) 21.06.29 1,402 48 18쪽
41 41화. 반인족 울트의 계략 21.06.29 1,431 48 18쪽
40 40화. 또 하나의 경지를 넘다 21.06.29 1,417 48 19쪽
39 39화. 무공(武功) 수련과 첫 전투 +1 21.06.29 1,417 48 19쪽
38 38화. 친구들의 동태 21.06.29 1,412 47 19쪽
37 37화. 생사현관(生死玄關)을 뚫다 +1 21.06.29 1,444 48 20쪽
36 36화. 친구의 선물(膳物) 21.06.29 1,404 48 18쪽
35 35화. 비월족(飛月族) 금령월 21.06.29 1,421 48 18쪽
34 34화. 거인족 사절단(使節團) 21.06.29 1,419 48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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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태을 선인과의 조우 21.06.29 1,421 48 18쪽
31 31화. 선인(仙人)의 연신기 21.06.29 1,438 50 19쪽
30 30화. 자식을 잘못 가르친 죄 21.06.29 1,430 46 38쪽
29 29화. 복수는 또 다른 피를 부른다 21.06.29 1,412 49 18쪽
28 28화. 적소인의 복수전(復讐戰) +1 21.06.29 1,454 5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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