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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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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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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7
추천
48
글자
18쪽

44화. 주작이 준 기연(奇緣)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쥬맥은 이어서 혼원은하무량신공(混元銀河無量神功)에 수록된 무공들을 하나씩 시전했다.


혼원은하장(混元銀河掌)에서는 손바닥 한가운데에서 백색의 나선은하(螺旋銀河)가 쟁반만큼 커지더니, 둘레에 묵빛의 광채를 두르고 공동에 둥실 떠 있는 바위섬을 향하여 내뿜어졌다.


그러자 인공섬 같은 커다란 바위가 그 기세에 거세게 흔들거렸다. 마치 파도에 휩쓸린 조각배처럼······.


무량은하신지(無量銀河神指)는 손가락 끝에 가느다란 칠채 보광과 같은 것이 어리더니 번개처럼 날아가서 떠 있는 바위섬에 구멍을 내며 사라진다.


혼원벽력권(混元霹靂拳)을 시전할 때는 주먹에 묵빛 권강이 어리더니 유성일타, 혼원벽력, 마라뇌격, 은하무량으로 이어지는 초식마다 주변에 회오리가 일면서 눈앞을 가렸는데······.


어느새 은하무량금나수(銀河無量擒拿手)로 넘어가며 황금빛의 손 그림자가 허공을 가득 메웠다.


이제 혼원신수(混元神手)로 넘어가자 곧게 편 손날에 수강(手罡)이 맺히고, 세상을 찢어발길 듯이 혼세일단, 혜천무량, 혜성무적의 세 초식이 전개되었다.


여기서 가만히 숨을 고르더니 운공을 다시 하였고, 일어서서 하단전에서 중정혈과 옥당혈을 거쳐 천돌혈에 내공을 응축시켰다가, 허공에 떠 있는 바위섬을 향하여 음파(音波)를 내뿜었다.


해타의 울음처럼······, 마치 혜성이 폭발하듯이 순간적으로······.


“우우우우우우우우~~~”


마침내 은하무량후(銀河無量吼)가 펼쳐지자 바위섬이 계속 크게 요동치며 공간이 한동안 울리고, 웅웅거리는 소리에 짓눌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공간의 울림이 점점 잦아들자 이번에는 무량은하비(無量銀河飛)와 무량혼원보(無量混元步)를 펼친다.


순식간에 구체 안을 몇 바퀴 도는데 어느 때는 오행구궁(五行九宮)의 묘리로 은신이 병행되는지 아예 모습이 보이지도 않았다.


천인족 역사상 쥬맥의 나이에 이 정도의 무공 성취를 이룬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것은 철없는 나이부터 고난이 안겨 준 선물이 아니겠는가?


연습을 모두 마친 쥬맥의 전신은 혼신(渾身)의 힘을 다한 덕분에 땀으로 목욕을 한 것처럼 젖어 있었다.


“으휴~ 힘들다.”


이제는 도약(跳躍) 몇 번으로 구체 공간을 빠져나오며, 중간에 뱀장어 같은 물고기를 챙기러 갔다.


그동안 많이 잡아먹다 보니 밖으로 나와서 돌아다니는 녀석은 없었고 커다란 웅덩이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 덕분에 수공(水功)을 자신도 모르게 연습하는 거나 다름없었으니. 깊은 물속을 유영하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미끄러운 물고기를 움켜잡고, 단숨에 기절시켜서 밖으로 내던지고···, 이렇게 하는 일사불란(一絲不亂)한 일련의 모든 행위가 말이다.


방원 이 장 크기의 샘은 얼마나 깊은지 아무리 들어가도 그 끝을 알 수 없었다. 저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달빛 같은 광채(光彩)가 아니라면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암흑일 것이다.


깊이 들어갈수록 뱀장어 같은 물고기는 귀까지 생겨 있어서 오랜 세월을 그 속에서 자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욕심부리지 않고 아홉 마리만 잡아서 나오는데 이미 차가운 물에 땀이 식고 닦여서 목욕을 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밖으로 나오니 점박이와 별이가 토납술을 열심히 연습하다가 반긴다.


이제는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하니 참 기특했다. 두 친구도 토납술이 자신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아니면 신수가 되고 싶어서?


“크르렁 크릉 (좀 늦었네.)”


“꾸우욱 꾸우 꾸룩! (보고 싶었쪄!)”


“야, 배고픈데 우선 먹고 하자.”


세 친구가 한참 날로 맛있게 먹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누가 말을 했다.


“허, 그 녀석들 참 먹성도 좋구나!”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도 없었는데 갑자기 옆에서 말이 들려오자 모두 깜짝 놀라서 쳐다보았다.


그런데 대머리 태을 선인이 귀신(鬼神)처럼 옆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외양은 똑같으나 눈이 달랐다. 붉은 눈에서는 불길이 일어나서 밖에까지 깃발처럼 나부끼고 있었다.


“아니, 태을 선인이 아니신데······. 누구신가요?”


“녀석아! 내가 태을 선인인데 왜 몰라보느냐? 나를 몰러?”


“그런데···, 눈빛과 기운이 다르신데요? 할아버지는 누구신가요?”


다시 예의를 갖춰서 정중하게 물었다.


“눈치는 빠른 녀석이군. 내가 신수 주작(朱雀)이니라. 들어는 보았느냐?”


“예, 전에 선인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불새의 형상을 하고 계신다고 하셨는데요?”


“인석아! 내가 그렇게 찾아오면 네가 놀랄 것 아니냐? 하여튼 네가 천인족의 쥬맥이라는 아이는 맞지?”


“예, 내가 바로 쥬맥입니다.”


“인석아! 너보다 수천 살은 더 먹었는데 아무리 신수래도 할애비 대접을 하려면 내가가 아니라 제가라고 해야지. 안 그러냐?”


“예, 제가 바로 쥬맥입니다.”


“근데 이 둘은 뭐냐? 어린 녀석들이 신수의 기질이 보이는데?”


점박이와 별이는 이미 기운으로 주작을 알아보고 기가 팍 죽어서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마치 고양이 앞에 생쥐처럼 말이다. 그러자,


쥬맥이 손짓을 하며 소개를 시켰다.


“제 친구들인데요. 얘는 점박이고, 쟤는 별이에요.”


“이름까지 지어 줬어? 그런데 이 녀석들이 무엇을 먹고 이리 변했누? 지구에서는 신수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러다 둘이 먹다 놔둔 물고기가 눈에 띄자 들어서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와아, 영기가 대단한 물고기구나! 족히 수백 년은 넘게 살았겠다. 그런데 이 귀한 것을 어디서 구했누?”


쥬맥이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거짓말을 할 수 없어서 사실대로 답했다.


“저 안쪽 동굴 안에 샘이 있는데 그 안에서 잡았는데요.”


“그래? 어디 보자.”


그러면서 고개를 동굴 안으로 들이밀고 눈에 푸르스름한 진기(眞氣)를 두르더니 기감을 퍼뜨리며 유심히 살펴보았다.


“우와! 이 안에 좋은 것은 죄다 들어 있구나! 너는 버려진 게 아니라 복을 받은 녀석이었어. 하늘이 너만 너무 편애하는 것 아니냐?”


그러면서도 기분이 좋은지 ‘허허허!’ 하고 웃었다. 그러다가 잔뜩 주눅이 들어 있는 점박이와 별이를 보면서 측은하다는 듯이 말하는 주작.


“인석들아! 배고플 텐데 어서 마저 먹어라. 덩치도 산만 한 녀석들이···.”


그러자 눈치를 보던 둘이 얼른 고개를 숙이고 남은 것을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가르치려면 제대로 가르쳐야지 저래서야 제대로 신수가 되겠느냐? 너희 둘, 어디 제대로 한번 배워 보겠느냐? 신수가 되고 싶냐는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둘은 기분이 좋아서 얼른 고개를 끄덕거리며 넙죽 엎드렸다.


“그러면 세 달 뒤에 내가 다시 올 것이니 준비를 했다가 함께 가자. 별이는 나에게 배우고, 점박이는 백호에게 소개를 시켜 주마. 나는 쥬맥하고 할 얘기가 있으니 너희는 이만 가거라.”


그러자 눈치가 빠른 둘이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숙이고 공손히 인사를 하더니 얼른 자리를 떠났다.


“인석아! 늙은 할애비를 여기에 이렇게 세워 둘 셈이냐?”


쥬맥이 민망한 듯이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주작을 동굴 안으로 안내했다.


결국 비밀 석실의 돌탁자 앞으로 모셨으나 혼자 살면서 손님맞이를 한 적이 없으니 차를 어떻게 끓일지도 모르고 또한 내 놓을 만한 것도 없었다.


궁리 끝에 나무로 깎아 만든 그릇에 열매를 가득 담아서 내놓는데, 신수가 그런 것을 먹겠는가? 산속의 다람쥐도 아니고······.


그런데 내미는 손이며 얼굴에는 아직도 풍토병의 흉터 자국이 가득했다.


주작이 안됐다는 듯이 전신에 가득한 흉터들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너는 언제까지 여기서 이렇게 혼자 살 셈이냐?”


그러자 쥬맥이 민망한 듯이 손과 몸의 흉터들을 바라보다 고개를 떨구었다.


“이 보기 흉한 흉터들이라도 좀 없어지면 내려가려고 합니다.”


“인석아! 사람은 자고로 사람들 속에서 어울리며 살아야지. 그럼 네 흉터가 다 없어지면 바로 돌아가겠느냐?”


“친구들도 보고 싶고······. 흉터만 없어지면 빨리 가고 싶습니다.”


“그래? 그럼 이리 와 보아라.”


쥬맥이 다가가자 손으로 맥을 잡은 뒤 살펴보고, 등 뒤의 명문혈에 손을 대고 기를 흘리면서 내부까지 두루 살펴보았다.


“이 녀석이 영기(靈氣)만 먹고 살았나? 왜 이렇게 기운이 많아?”


그러면서 또 한참을 이리저리 만지며 살폈다. 이번엔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뭔가 알겠다는 표정이다.


“너 지금 눈을 감고 입을 아 하고 크게 벌려 보아라.”


주맥이 시키는 대로 눈을 감고 입을 아~ 하고 벌리는데, 주작의 입에서 계란만 한 붉은 광채가 나는 구슬이 나오더니 쥬맥의 입 속으로 쏙 들어갔다.


그리고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목구멍을 지나 뱃속으로 들어가 버렸고.


쥬맥은 뱃속에 갑자기 이글거리는 불덩이가 들어온 것처럼 뜨거워졌다.


어찌할 줄 모르는 쥬맥을 보던 주작이 팔을 잡아서 앞에 앉히더니 가부좌(跏趺坐)를 틀고 앉게 했다.


“화정(火晶)이 네 몸속에 들어갔으니 어서 운기를 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뼈까지 모두 타서 재가 될 것이야.”


화정은 주작이 끓는 용암(鎔巖) 속에서 오랜 세월을 수행하면서, 양기의 정화만을 모아 내단처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하는데, 겨우 천 년에 하나를 만들 정도로 진귀한 것이었다.


쥬맥이 운기를 시작하자 온몸에서 불빛이 터져 나왔다. 마치 금이 간 것처럼 피부가 갈라지는데 그 안에서는 불덩이 같은 기운이 넘실거렸다.


“크으으윽!”


쥬맥이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고 운기조식을 하니 겉 피부가 쩍쩍 갈라지면서 재가 되어 흘러내렸다.


무려 아홉 번에 걸쳐서 피부가 얇게 갈라지고 재가되어 사라지자 점차 흉터가 없어지고 백옥처럼 뽀얀 피부가 겉으로 드러났다.


이어서 타 버린 눈썹과 머리털, 아래 털까지 다시 길게 자라기 시작했고···.


화정의 기운이 온몸을 휘돌자 이미 열네 경맥을 융통한 쥬맥의 몸속에서 백 맥이 터져 나가며 전신 구석구석에 진기가 흐르지 않는 곳이 없었다.


환골탈태(換骨奪胎)에 백 맥이 융통(融通)하더니 몸이 저절로 그 자리에서 석자쯤 위로 두둥실 떠오른다.


단전에서는 진기가 급속히 늘어나며 오 갑자에 이르더니 거센 파도처럼 백 맥을 내달려 기운이 넘쳐났다.


이어서 상단전, 중단전, 하단전에 각각 희고, 붉고, 파란 광채가 어리더니 그 주위를 영롱한 오색의 광휘(光輝)가 감싸며 둥근 무지개처럼 맴돌았다.


쥬맥은 이제 화정의 기운으로 전신(戰神) 단계인 무예가 화경(化境)에 이른 초고수가 된 것이다.


이에 운기에 따라서 천지인(天地人)과 오행(五行)의 기운이 서린 삼화취정(三花聚頂)과 오기조원(五氣朝元)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전신을 휘돌던 광채가 점차 쥬맥의 몸으로 서서히 스며들자 마침내 운기를 마치고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러자 샛노란 번갯불이 치고 지나가는 눈!


서서히 눈빛을 갈무리하니 정기가 가득 어리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고 유현(幽玄)한 눈빛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꼭 넓은 우주의 한조각처럼······.


그런데 입고 있던 가죽옷이 모두 홀랑 타 버렸으니 벌거숭이가 되고 말았다. 이제 다 컸는데 얼마나 부끄럽겠는가? 얼른 다른 가죽옷을 찾아서 몸에 걸치고 주작에게 넙죽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이렇게 큰 선물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 감사하기는 이르다. 내 앞으로 와서 등을 돌리고 앉거라.”


쥬맥이 명대로 등을 돌리고 앉으니 명문혈에 두 손을 가만히 가져다 대는데, 일단 접촉이 이루어지자 쥬맥은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단전(丹田)에서 넘칠 듯이 요동치던 기운들이 점점 뭉치기 시작하더니, 내공(內功)이 갑자기 삼 갑자 수준으로 화정을 먹기 전보다 더 떨어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타통 되었던 백 맥도 좁아지면서 원상 복귀되고 임독양맥만 남기니, 대주천은 가능하나 5단계 제신(諸神)으로 두 단계나 떨어지고 말았다.


7단계 전신급 화경의 경지에 들어서서 좋아했건만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주작이 명문혈(命門穴)에서 다시 손을 떼니 그제야 몸이 자유로워졌다. 주었다가 다시 뺏는 것처럼 서운하니 쥬맥이 쏘아붙이듯이 따져 물었다.


“아니 수준이 전보다 더 떨어져 버렸는데 왜 그러신 것입니까?”


그러자 주작이 쥬맥을 한 번 힐끗 보더니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네가 이제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지 않았느냐?”


“흉터가 없어져서 돌아갈 수는 있는데 그것과 이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경지가 높은 고수가 되어서 돌아가면 좋잖아요?”


기껏 고쳐 주니까 은혜도 모르고 언성을 높이자, 주작은 불길이 일렁이는 눈으로 쥬맥의 눈을 한참이나 뚫어져라고 쳐다보더니 일갈(一喝)했다.


“닥쳐라 이놈!”


그러면서 또 뭔가 억울한 분을 참는 것처럼 한참을 식식거리더니······.


“너는 이제 열아홉 살밖에 안 먹은 어린 녀석이 전신급의 화경에 이른 고수가 되어서 돌아가면 행복할 것 같으냐? 잘못하면 시기와 질투, 음모에 빠져서 비명횡사(非命橫死)하기 십상이다. 네 친구들은 모두 널 떠날 것이다.


그동안도 혼자 살았는데 평생을 친구도 없이 고독하게 혼자서 살다가 죽고 싶으냐? 싸움을 잘해서 무위가 뛰어나면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하느냐?


싸움판에 끌려 다니면서 사람이나 죽이는 백정이 될 것이다. 너는 그렇게 사람이나 죽이는 백정이 되고 싶으냐? 그렇게 피에 물든 살인귀가 되고 싶어? 평생을 몸에 피칠갑이나 하고 싶으냐?


외부에 드러난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는 것을 몰라? 엉? 은혜도 모르는 고얀놈 같으니······.”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주작의 말에 미처 반박(反駁)할 틈이 없었다. 불새 같다더니 성질이 정말 불 같았다.


주작이 노하면 주변의 수십 리가 불바다가 된다고 하더니 화를 내는 모습이 정말 그럴 것 같았다.


쥬맥은 고개를 숙이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내가 크게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리 크게 화를 내실까?


그러면서도 주작이 한 말을 하나씩 곱씹어 보았다. 말에 무언가 세월의 무게가 있지 않겠는가? 설마 그 긴 세월을 헛살지는 않았겠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렇게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았다. 자신을 위해서 일부러 찾아와 흉터도 없애 주고, 이렇게 챙겨 주는데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


그러자 민망한 듯이 머리를 긁적거리고 어설프게 웃으며 사죄를 드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어려서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그제야 굳었던 주작의 얼굴이 서서히 풀어지며 표정이 밝아졌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사라진 기운들은 다 네 단전에 잘 간직해 두었으니 때가 되면 풀려날 것이다. 이미 네가 깨달은 것이 있기 때문에 원하면 빠르게 회복될 것이야.


그렇지만 서두르지는 마라. 행복은 무공순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해. 너도 자식도 낳고 가정을 이루어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아 봐야 하지 않겠느냐?


네가 돌아가더라도 항상 자신을 낮추고, 친구들에게 져주고, 용서하고 포용하도록 노력해라. 너는 혼자서 오래 떨어져 살았으니 그러지 않으면 따돌림을 받고 많은 사람들 속에서 도리어 고독(孤獨)을 느낄 것이다.


참고 견디면 너에게도 좋은 날이 올 것이다. 하늘이 이만큼 너에게 안배를 했으니 네가 해야 할 큰 일들이 있을 거야. 부디 성급하게 굴지 말아라.


보이지 않는 칼이 더 무섭다. 네가 뛰어난 만큼 내부의 적들도 많아질 것이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알겠느냐?”


“예,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명심하여 따르겠습니다.”


마음이 한결 좋아졌는지 주작이 머리 뒤에서 불꽃처럼 빛나는 한 뼘 길이의 깃털 하나를 꺼내더니 쥬맥에게 건네 주었다.


“항상 가슴에 품고 다녀라. 이로움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흉터도 없어졌으니 천인족의 주거지로 세 달 내로 돌아가거라. 내가 그때 다시 와서 이 동굴을 봉할 것이다.


너에게 인연이 닿아서 여기를 찾은 것이겠지만 여기는 세상에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는 곳이다. 세월이 흐르면 인연이 닿는 자가 다시 들겠지.


혹시 나중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미리 챙겨 두도록 해라. 이 동굴은 결계(結界)로 봉할 것이니 그 이후에는 아무도 드나들 수 없다.


그리고 별이와 점박이는 내게 맡기고 걱정하지 말아라. 그럼 나는 이만 간다. 인연(因緣)이 있으면 다시 볼 것이다. 열심히 살아라!”


주작이 자신의 할 말을 마치고 쥬맥의 등을 몇 번 토닥거리며 돌아서서 나갔는데, 금방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쥬맥은 멍하니 서서 불타는 깃털을 만져 보는데 희한(稀罕)하게 하나도 뜨겁지 않았다. 항상 가슴에 품고 다니라고 하니 윗옷 안에 집어넣었다.


쥬맥은 이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또 하나의 기연을 얻었다. 그 징그럽던 피부의 흉터들도 모두 없어졌고······.


* * * * *


한편, 비월족의 주거지로 돌아간 기유월은 입장이 매우 난처해졌는데······.


삼천 명이 넘게 출전을 하였으나 돌아온 것은 오백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 같이 갔던 비르도 열 명 중에 다섯 명이나 죽어서 돌아오지 못했다.


사방에서 빗발치는 원망의 목소리와 비난이 들끓었다. 자식을 잃은 수많은 부모들이 수백 명씩 찾아와 내 자식 내놓으라고 집 앞에서 난리를 피웠다.


떠날 때는 위풍당당하게 개선장군처럼 돌아오려고 떠났건만 초라한 패장이 되어 낯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그나마 비월왕의 허락을 받고 출전한 것이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바로 끌려가서 참수형을 당했으리라.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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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화. 거인족과 반인족의 전투 21.06.29 1,357 47 18쪽
51 51화. 쥬맥이 맥쮸~ 되다 21.06.29 1,350 47 19쪽
50 50화. 구원(舊怨)과 비무 21.06.29 1,339 47 19쪽
49 49화. 재회 그리고 새로운 출발 21.06.29 1,353 48 19쪽
48 48화. 친구를 찾아서 천인족으로 21.06.29 1,350 48 18쪽
47 47화. 회상(回想) 21.06.29 1,353 48 18쪽
46 46화. 복수 준비와 떠날 준비 21.06.29 1,382 47 20쪽
45 45화. 비월족의 패전 대책 21.06.29 1,386 48 19쪽
» 44화. 주작이 준 기연(奇緣) 21.06.29 1,398 48 18쪽
43 43화. 청룡(靑龍) 출현 +1 21.06.29 1,387 48 19쪽
42 42화. 비월족의 습격(襲擊) 21.06.29 1,402 48 18쪽
41 41화. 반인족 울트의 계략 21.06.29 1,431 48 18쪽
40 40화. 또 하나의 경지를 넘다 21.06.29 1,417 48 19쪽
39 39화. 무공(武功) 수련과 첫 전투 +1 21.06.29 1,417 48 19쪽
38 38화. 친구들의 동태 21.06.29 1,412 47 19쪽
37 37화. 생사현관(生死玄關)을 뚫다 +1 21.06.29 1,444 48 20쪽
36 36화. 친구의 선물(膳物) 21.06.29 1,404 48 18쪽
35 35화. 비월족(飛月族) 금령월 21.06.29 1,421 48 18쪽
34 34화. 거인족 사절단(使節團) 21.06.29 1,419 48 20쪽
33 33화. 새로운 신공(神功) 수련 21.06.29 1,447 48 18쪽
32 32화. 태을 선인과의 조우 21.06.29 1,421 48 18쪽
31 31화. 선인(仙人)의 연신기 21.06.29 1,438 50 19쪽
30 30화. 자식을 잘못 가르친 죄 21.06.29 1,431 46 38쪽
29 29화. 복수는 또 다른 피를 부른다 21.06.29 1,412 49 18쪽
28 28화. 적소인의 복수전(復讐戰) +1 21.06.29 1,454 5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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