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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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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1:22
조회
1,421
추천
48
글자
18쪽

32화. 태을 선인과의 조우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주작과 태을 선인은 그래도 꽤 오랜 기간 우의(友誼)를 쌓아온 사이다. 그러니 선인의 경지가 오른 것을 알아보고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건넸다.


[이제 보니 또 한 번 벽을 넘으셨군요. 이거 정말로 축하드립니다.]


[그래 봐야 수천 년간 수행을 쌓아 온 주작 그대만 하겠습니까?]


[이제는 오십보백보가 되지 않았습니까? 헐헐헐. 그런데 아무래도 마수나 요수들이 걱정되어서 온 것이지요?]


[그거야 신수들께서 잘 알아서 챙겨 주시는데 무슨 걱정입니까? 오랜만에 지나는 길이니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서 들린 것이지요.]


[말씀은 그리하셔도 어찌 걱정이 되지 않겠어요? 천인족의 성정이면 자신들뿐만 아니라 주변의 생명체들까지도 걱정을 했을 테니 말입니다.


우리도 오천 년 전에 천령 선인을 만나서 그 은혜로 오늘에 이를 수 있었으니, 그 은혜를 나 몰라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더없이 고맙습니다. 다른 신수들과 염려되는 마수, 요수를 만나서 두루 얘기를 해 보았는데 크게 염려되는 것은 없었습니다. 단지 마수와 요수는 못 믿을 존재들이라 그게 염려될 뿐이지요.]


[우리가 길목을 지키고 있으니 안심해도 좋습니다. 그런데 그 일만으로 나서지는 않은 듯한데 또 다른 일도 있으신가 봅니다.]


[육구신통(六具神通)으로 벌써 머릿속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모양이지요? 당최 속일 수가 없습니다.]


[실없는 말씀은 그만하시고, 그렇게 걱정하시는 일이 또 무엇입니까?]


[실은 우리 천인족에 전염성 풍토병이 돌아서 어린애 하나를 어쩔 수 없이 산 채로 산에 내다 버렸습니다. 그런데 한울께서 그 일을 잊지 못해 계속 걱정이시니 챙겨 볼 수밖에요.]


[허허허! 그분의 성정(性情)은 여전 하십니다. 그 아이가 살아는 있습니까? 어디에 있는지 내게도 알려 주시면 나중에 한번 찾아가 보지요.]


[주작 그대와는 이웃사촌입니다. 이 대협곡의 남쪽 끝 무렵에 있는 동굴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나도 전에는 염려가 되어서 여러 번 찾아가 몰래 살펴보곤 했었지요.]


[궁금하니 한번 가 보겠지만 나를 보면 놀래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아무래도 놀라지 않게 변신을 해서 가 봐야겠군요. 그래도 나를 만나면 손해 볼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대의 성정에 빈손으로 가지는 않을 테니 그 아이야 복을 받은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


오랜만에 만난 둘의 이야기가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신수든 인간이든 마음이 통하면 벗이 아니겠는가?


주작과 오랜만에 마음을 터놓고 지기처럼 대화를 나눈 태을 선인은, 하루를 더 묵고 가라는 주작의 권유에도 불에 타서 죽기 싫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길을 나섰다.


이제는 쥬맥을 보러 갈 참이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보는 것이라 무척 궁금했다. 어린애가 혼자서 어떻게 잘 살고 있을까? 전에는 무서운 짐승과 어울려 놀기도 하던데······.


그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와서 혼자 ‘하하! 참!’ 하며 웃고 말았다.


* * * * *


쥬맥은 그동안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무공(武功)을 수련하였다.


이제 체격이 다부진 모습을 보이고, 적당하게 필요한 곳마다 근육이 눈에 띄게 자리를 잡았다.


태을현천신공과 태을현천검법의 서적은 보지 않고도 줄줄 외우며, 부수적으로 실린 권법(拳法)이나 장법(掌法)은 물론 경신술(輕身術)과 보법(步法)까지도 제법 경지(境地)에 올라섰다.


지극(至極)한 음양이기의 영기를 함유한 자오음양지(子午陰陽芝)를 계속 복용하니, 내공은 벌써 원신급의 일 갑자에 이르렀고······.


단지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지 모르니 단전에 잠자고 있을 뿐이다.


이 정도의 내공을 축기(蓄氣)하려면 절세의 신공(神功)으로도 이십 년 이상은 수련해야 겨우 쌓을 수 있는 수준이니 화가 복이 되었다 할 수 있었다.


내공이 받쳐 주니 검법이나 장법, 권법도 벌써 성취가 육 성을 넘어서고 있어서 수련에 재미를 붙였다.


지금도 검을 들고 태을현천검법의 열여덟 초식을 쉼 없이 이어가며 연습하니, 여기저기에 있는 흉터들을 따라서 땀방울이 줄줄이 흘러내린다.


잠시 쉬면서 땀을 씻고 동굴 앞에 있는 노송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독수리 새끼들이 이제는 제법 친해졌다고 서로 주둥이를 내밀며 재잘거린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얼른 아래쪽에 있는 개울로 내려가 물고기를 몇 마리를 잡아왔다. 그러자 서로 먹겠다고 우르르 달려드는 새끼들! 어미는 기가 막힌지 그저 멀뚱히 쳐다볼 뿐이다.


이제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가까운 이웃으로 지내게 된 것이다.


어떤 녀석은 이제 손을 타고 팔목까지 기어오르려고 했다. 볼 때마다 서로 반갑다고 앞다투어 재잘거린다.


“이 녀석들아! 다 커서도 나를 꼭 기억해야 한다. 알았지?”


커서도 친구처럼 지낼 수 있기를 바라며 협곡을 바라보다가, 점박이와 운동이나 할까 하고 동굴을 나섰다.


이제는 번개처럼 절벽을 내려오고 낭떠러지의 틈새로 기어오르는 모습이 날다람쥐가 따로 없다.


지금까지 수백 번을 오르내리고 신체훈련을 하니, 이제 마음만 먹으면 단숨에 건너편 등성이로 오를 수 있었다.


‘점박이가 어디 있을까? 보나마나 또 지난번처럼 그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겠지?’


평상시처럼 그럴 거라는 생각으로 그곳에 가 보니, 한창 물에서 첨벙거리며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금방 팔뚝만 한 것을 잡아서 푸덕거리는 것을 산 채로 맛있게 뜯어 먹는다.


‘이 녀석을 오늘 한번 놀려 줄까?’


장난끼가 발동했다. 최근에 익힌 신법(身法)으로 살금살금 근처까지 다가가서 냇가의 찬물을 확 끼얹었다.


그러면서 짐승의 흉내를 내는 쥬맥.


“어흥!”


크게 소리를 치니 점박이 이 녀석은 멀리서부터 냄새를 맡았으나 모른 척하고 있다가, 깜짝 놀란 양 장단을 맞춰서 일부러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커흥~ 크르릉(놀래라! 쥬맥 왔냐?)”


“메롱! 점박이 너 놀랬지? 바보처럼 그것도 모르니?”


“크르릉 커흐응(내가 놀랜 척하니 즐겁냐? 으이그 이 녀석.)”


말은 안 통해도 대충 짐작으로 얘기를 하면서 서로 자기가 속였다고 생각한다. 그 진실은 모르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점박이가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쥬맥의 냄새는 아닌데 분명히 사람의 냄새가 난다.


전에도 몇 번 이 냄새를 맡고 주변을 샅샅이 찾아보았으나 그림자도 찾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떤 놈이지?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듯이 두리번거리던 점박이가 마침내 찾았다는 듯이 언덕배기를 향해서 번개처럼 달려갔다.


그러자 웬일인가 싶어서 덩달아 그 뒤를 경신술로 따라가는 쥬맥이다.


등성이를 오르니 번쩍거리는 대머리에 흰머리와 흰 수염을 곱게 기른 산신령 같은 노인이 먼 산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런데 점박이가 그 침입자를 죽일 듯이 사납게 덮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때야 점박이를 발견하고 기절을 할 듯이 놀라면서 커다랗게 외치는 노인.


“사람 살려! 태을 선인 살려!”


허둥지둥 내빼는 상황에서 스스로가 태을 선인임을 왜 밝히는지 모르겠다.


쥬맥이 근처에 다다라 보니 본 적이 있는 사람이고, 또 스스로를 태을 선인이라고 하니 점박이를 말려야 했다.


그런데···, 점박이가 비호처럼 달려드는데도 허둥지둥 내빼는 노인 한 사람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노인이 앞으로 허둥지둥 내달리다가 둥그런 원을 그리며 다시 쥬맥이 있는 쪽으로 잽싸게 도망쳐 왔다.


“아이고~ 애야! 넌 누구냐? 빨리 도망쳐라.”


“할아버지! 괜찮아요. 제 친구 점박이예요.”


“응? 네 친구라고? 그럼 넌 안 물어? 그럼 나 좀 살려 다오.”


그러자 태을 선인의 앞을 가로막으며 앞으로 나서서 점박이를 말리는 쥬맥.


“점박아! 이분은 내 친구야. 건들지 마. 친구야 친구!”


그러자 점박이가 김이 샌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돌리며 으르렁거렸다.


“크허헝 크르러엉(뭐야? 친구라고? 에이, 너는 참 친구도 많다.)”


점박이도 쥬맥에게 친구라는 말은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친구의 친구라면 자기에게도 친구인가? 그래도 쥬맥의 친구라니 해칠 수가 없어서 태을 선인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점박이 나름대로 친구의 냄새를 기억해 두려는 것이다. 그래야 다음에 만날 때 해치지 않을 것 아닌가? 그러자 태을 선인이 너 때문에 살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이고 삭신이야. 내가 너무 늙고 놀래서 힘들구나. 다행히 너 때문에 살았다. 고맙다 얘야. 나는 태을 선인이라고 한단다.”


“저도 뵌 적이 있어요. 저는 쥬맥이라고 해요. 그런데 선인들은 하늘도 날고 귀신처럼 숨기도 한다는데 할아버지는 못 해요?”


“아! 네가 그 병에 걸렸었던 쥬맥이구나. 다행히 살아 있었네? 반갑구나. 그런데 나도 젊었을 때는 잘했는데 늙으니까 힘이 들어서 못 하겠다.”


“그래도 좀 전에는 점박이한테 안 잡히고 잘 뛰시던데요?”


“인석아! 살려고 죽자사자 뛴 거지. 아이고 힘들어 죽겠다. 어디 쉴 데가 없느냐? 네 집에 가서 좀 쉬자구나.”


갑자기 집에 가자는 말에 쥬맥이 머뭇거렸다. 뭔가 이상하기도 하고······.


“그런데 선인 할아버지께서는 여기에 왜 오셨어요?”


“응, 아픈 사람들이 많아서 약초를 캐러 왔다가 길을 잃었단다.”


“누가 아파요? 수르랑 유리도 아파요?”


얼른 이름을 대는 걸 보니 아마 친한 친구들인 모양이다. 그러자 얼씨구나 잘 걸렸다 하고 걸고 넘어졌다.


“응, 네 친구들도 곧 아플지도 몰라. 빨리 좋은 약초를 찾아야 한단다.”


“내가 아팠을 때 먹었던 약은 집에 조금 남아 있는데······.”


“그래? 그럼 무슨 약인지 한번 같이 가서 보자, 응?”


어쩔 수 없이 쥬맥은 아쉬워하는 점박이를 보내고, 태을 선인과 함께 자신이 살고 있는 동굴로 향했다.


수르와 유리의 얘기가 나오니 갑자기 보고 싶고 자기처럼 아플지도 몰라서 많이 걱정이 되었다.


같은 천인족 어른이고 또 선인 할아버지니 동굴을 알려 줘도 괜찮겠다 싶은 것이다. 그리고 확실한 기억은 아니지만 사차원의 공간균열 속에서 빙령을 떼어 준 선인 같기도 했고······.


태을 선인은 일부러 힘든 척하면서 쥬맥과 함께 대협곡의 틈새를 내려가는데, 어린 녀석이 다람쥐처럼 날랜 모습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다시 절벽을 타고 올라 노송으로 가려진 동굴에 이르니 독수리가 낯선 침입자를 보고 달려들려고 했다.


그러자 태을 선인이 가만히 선어로 속삭이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웃어 주자,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않는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신이 나는지 귀여운 새끼들과 장난을 치는 쥬맥.


“얘들도 내 친구예요.”


“그래? 점박이도 있고 넌 친구가 참 많구나. 또 다른 친구도 있냐?”


“마린챠와 미라챠가 있었는데 지금은 멀리 갔어요.”


“점박이처럼 짐승 친구냐?”


“아니에요. 우리와는 다르지만 온몸에 털이 나고 꼬리가 달린 키가 큰 사람이에요.”


“이 할아버지 보다 키가 더 커?”


“예, 더 커요. 엄청 커요. 그런데 얼굴은 좀 무섭게 생겼어요.”


말하는 것을 듣고 보니 야차족(夜叉族)인 모양이다. 야차족은 포악하다고 들었는데 걱정이 되어서 물어봤다.


“그런데 그런 무서운 사람들과 어떻게 친구가 됐어?”


“얼굴만 무섭지 좋은 사람들이에요. 천인족은 내가 병이 들었다고 혼자 산에다 버렸는데 그 마린챠 아줌마는 내 병을 고쳐 줬어요.”


아이의 말을 들으니 괜히 부끄러운 생각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에구 쯧쯧!


“미안하구나. 어른들이 몹쓸 짓을 했구나.”


“아니에요. 이제는 혼자서도 잘 살수 있어요.”


그러더니 동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가 내가 사는 곳이에요. 들어오세요.”


주인이라고 앞장서서 들어간다. 따라서 안으로 들어가니 안은 제법 넓었고, 그 안쪽으로도 긴 굴이 뚫려 있었다.


한쪽에 맑은 물도 돌 틈새로 흐르고 우묵하게 파인 곳에는 부드러운 풀들이 깔린 것을 보니 잠자리인 모양이다.


어린 녀석이 혼자서 용케도 좋은 주거지를 찾았구나 싶지만, 혼자 처음 이곳에서 헤맬 때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를 생각하니, 너무 불쌍하고 안쓰러운 생각에 마음이 짠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


여기저기 파인 곳에는 식량이라고 모아 둔 열매들과 말린 물고기도 보인다.


한쪽에 쌓아 둔 돌소금 하며 불을 피운 자리도 있고, 돌을 받친 탁자도 보이는데 그 위에는 서책이 놓여 있었다.


무슨 책인가 하고 들추어 보니 한 권은 식물을 정리한 자료이고 의외로 두 권은 모두 무공 서적이다.


“너는 무공도 하는 모양이구나?”


“예, 나도 무공 잘해요. 그 책에 있는 것은 다 외웠고 할 줄도 알아요. 지금 한번 해 볼까요?”


그러더니 돌선반 위에 놓인 검을 뽑아 태을현천검법(太乙玄天劍法)의 18초식을 전개하는데, 칼에서 제법 세찬 바람이 일고 탄탄한 몸에 자세가 잡혔다.


그 모습을 보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심법도 익혔느냐?”


“예, 책에 있는 심법으로 날마다 연습을 하는 걸요.”


“그래? 네 몸을 한번 볼까?”


그러더니 쥬맥을 자리에 앉히고 가만히 맥(脈)을 짚으며 선기(仙氣)를 밀어 넣어 단전과 혈(穴)을 살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여 고개를 갸웃하더니 더 세밀히 살펴보고 깜짝 놀랐다.


이제 제대로 호흡법이나 익히고 있으려니 했는데, 단전에는 일 갑자(甲子)에 가까운 내공이 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쥬맥아! 너 혹시 무슨 영초(靈草)라도 먹은 것이 있느냐?”


“아닌데요. 저 굴속에 있는 빨간 버섯만 먹었는데요?”


“그래? 그럼 이 할아버지도 한번 그 버섯을 볼 수 있을까?”


“예,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그러면서 서책이 놓인 돌탁자 밑에서 빛이 나는 돌 같은 것을 들고 나섰다.


“그 돌은 무엇이냐? 꼭 달처럼 빛이 나는 것 같구나.”


“저 안에 들어가면 많아요. 어두울 때 책을 보려고 가져다 놨어요. 안에 가면 많으니까 할아버지도 밤에 책을 보시려면 몇 개 가져가세요.”


오늘 여기 와서 여러 번 놀랐다. 저건 분명히 하나가 대궐 같은 집 열 채 값이라는 월광석(月光石)이 틀림없다.


선인이라 물건에는 욕심이 없지만 쥬맥의 말처럼 밤에 책을 보기에는 더 없이 좋은 도구다. 몇 개 주워서 한울과 천사장께도 좀 나눠 드려야겠다.


“허허 참! 그 귀하다는 월광석으로 등불을 삼는구나. 나도 네 덕에 사치를 좀 부려 봐야겠다. 밤에 책을 볼 때는 좀 불편해서 말이다.”


쥬맥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가니 정말로 여기저기 떨어져 있거나 벽에 박혀 있는 월광석이 부지기수(不知其數)였다.


염치 불구하고 열댓 개를 주머니에 주워 담았다. 한참을 들어가니 굴이 둘로 나뉘는데, 오른쪽은 아직 들어가 보지 못했다며 왼쪽 굴로 들어갔다.


계속 들어가자 큰 동공이 나타나고 끝에는 용암이 끓고 있으며 좌측에서는 뜨거운 온천수가 김을 내뿜었다.


쥬맥이 넓은 광장의 오른쪽으로 가는데, 그 쪽은 공기가 맑으나 차가운 기운이 어려 있었고······.


그곳에서 또 우측으로 큰 굴이 뚫려 있는데 거기에 쥬맥 손바닥만 한 빨간 버섯 같은 약초들이 잔뜩 자라 있었다.


쥬맥이 그중에 하나를 밑동까지 조심스럽게 뜯어내어 선인에게 보여 주었다.


굴 안쪽의 공기를 살피니 지극히 투명하고 맑지만, 온몸을 저리게 하는 음한(陰寒)한 기운이 어려 있었다.


이번에는 버섯 같은 것을 살펴보니 위쪽은 빨갛고 아래쪽은 청색이다. 밑동을 보니 거기는 또 흰색이고.


색으로 보아서는 음양이기(陰陽二氣)가 모여서 자란 것처럼 보이고 영기 못지않게 독성(毒性)도 있어 보였다.


‘혹시 그 독성까지 몸에 축적된 것은 아닐까? 몸 안에서 분명히 독은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동안 독이 쌓였으면 이미 죽었을 텐데······.’


어린애 홀로 지내면서 알지도 못하고 먹은 것 같으니 걱정이 되었다. 이해가 안 되자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먹었느냐? 독성이 있었을 텐데?”


“이거 엄청 써요. 먹고 나면 몸이 불타는 것처럼 뜨거웠다가 얼어붙는 것처럼 차가워져서 죽는 줄 알았어요. 추울 때는 온천에 들어가고 뜨거울 때는 건너편에 있는 차가운 한천에 들어가고 계속 왔다갔다했어요. 정말 힘들어요. 으이그~”


생각만 해도 힘이 드는지 몸을 떨면서 움츠린다. 그 말을 듣고 선인은 또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잘했다! 정말 큰일 날 뻔했구나. 하늘에 계신 천신께서 도우신 거야.”


“진기가 잘 쌓이는 것 같아서 요즘도 가끔 먹는데 처음보다는 많이 편해졌어요.”


“내가 몇 개 가지고 가서 선인들에게 다른 독성은 없는지 살펴보라고 해야겠다. 뛰어난 영초임에는 틀림없으나 분명히 독이 있을 거야. 만약에 문제가 있으면 나중에 이 할아버지가 해독제(解毒劑)를 가져다주마.”


“예, 몸에 좋은 것 같으니까 많이 가져가서 할아버지도 좀 드세요.”


“그래, 고맙구나. 많아서 좀 가져가도 충분하겠다.”


그래서 영초를 또 한쪽 주머니에 한 가득 따서 담았다. 하늘이 보살피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기연(奇緣)들이 겹치겠는가?


보통 사람들은 평생에 한 번도 찾아오기 힘든 기연인데······, 그리 생각하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다시 동굴의 입구로 나와서 가져온 봇짐에 월광석을 챙겨 넣고 영초는 상하지 않게 그늘에 잘 말렸다.


그때 쥬맥이 돌 틈새에서 천에 싼 환약들과 말린 약초를 가지고 와서 선인 앞으로 불쑥 내밀었다.


“이것이 마린챠 아주머니가 만들어 준 약이고 이건 그 약초예요. 그늘에 말렸다가 가루로 만든 다음 물에 개서 다시 그늘에 말린 거예요. 수르랑 유리한테도 가져다주세요. 그리고 저는 이제 병이 다 나았다고 전해 주세요.”


말투를 들으니 친구를 보고 싶어하는 감정이 절절이 묻어난다. 어린 녀석이 산속에서 혼자 지내니 오죽할까?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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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화. 재회 그리고 새로운 출발 21.06.29 1,353 48 19쪽
48 48화. 친구를 찾아서 천인족으로 21.06.29 1,350 4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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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선인(仙人)의 연신기 21.06.29 1,438 5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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