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428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3:39
조회
1,350
추천
48
글자
18쪽

48화. 친구를 찾아서 천인족으로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선인은 자신이 삼십 년을 넘게 수행한 법력을 설마 쥬맥이 이겨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저 적당히 힘을 쓰면서 내공 수위만 알아보려 했는데.


“와! 내가 팔씨름으로는 져 본 적이 없는데 당할 수가 없네. 아니 그럼 내공이 벌써 삼 갑자(三甲子) 전후라는 얘기가 아닌가? 정말 그런가?”


“아닙니다. 저는 아직 일 갑자 정도밖에 안 됩니다.”


“정말인가? 그럴 리가 없는데? 그 정도는 내가 다 이기는데?”


“이 사람아, 저 녀석이 십 년 전에도 내공이 일 갑자였어.”


“그러면 그렇지요. 왠지 세더라니.”


그때 신녀가 차를 가지고 나와서 태을 선인부터 한 잔씩 나누어 주는데 그 향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


한 모금을 마시자 시원한 기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것이 보통 차가 아닌 듯했다.


이 차는 천령수의 맨 위쪽 금색으로 열리는 열매를 오랜 시간 숙성하여 만든 귀한 차로 평소에는 한울과 천사장, 대신녀나 마시는 차였다. 바로 금령차!


차를 조금씩 호로록 마시며 차를 가져온 신녀를 보고 웃는 태을 선인.


“아니, 이 좋은 차를 평소에 좀 주지, 저 녀석 왔다고 겨우 얻어 마시네.”


“귀한 사람이 왔잖아요.”


“맞아. 나보다 귀한 사람이다. 앞으로도 잘들 도와주어라.”


“예,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더 도움을 받겠는데요?”


“그래? 그런데 쥬맥아! 오늘은 이미 늦었으니까 내일 나하고 함께 내려가자. 나도 가서 볼일이 좀 있구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참! 네가 살던 동굴은 어찌했느냐? 그 안에 귀한 것이 너무 많은데······.”


“제가 떠난 뒤에 주작 신수가 와서 결계로 봉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럼 주작 신수를 만났단 말이냐?”


“예, 주작 신수가 동굴까지 찾아와서 또 기연(奇緣)을 만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반가움에 깜박했는데 네 전신에 흉터가 하나도 없구나! 잘되었다. 그리고 그 말이 맞다. 그 동굴은 인세에 함부로 드러내서는 안 되는 곳이다. 주작이 잘 생각하였구나.”


태을 선인이 아깝다는 표정보다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쥬맥은 태을 선인이 마련해 준 잠자리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오랜만에 누워 보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편안(便安)한 잠자리이건만 제 집이 아니니 조금 어색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것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누워 있다가 밤에 우는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듣기 좋아서 밖으로 나오니, 커다란 천령수 너머로 드넓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색색으로 물들어 가는 천령수의 단풍잎은 밤에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천령수는 천지의 기운을 빨아들여 영기가 충만한 나무이기 때문에, 밤에도 푸르스름하게 서기가 맺힌 듯 영기의 빛을 내뿜고 있었다.


......종족의 곁으로 돌아온 첫날밤이 이렇게 뒤숭숭한 마음처럼 깊어만 간다.



다음 날 날이 밝으니 태을미로 지은 하얀 쌀밥이 나오는데, 갑자기 엄마가 지어 주던 밥이 생각나면서 괜히 보고 싶어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얼마 만에 먹어 보는 흰 쌀밥인가?


마치 입에서 부드럽게 살살 녹는 것 같았다. 거친 열매와 물고기를 주로 먹으면서 살았으니 오죽 하겠는가?


염치가 없지만 한 그릇을 더 청하여 먹으니 오랜만에 배가 불렀다.


드디어 봇짐을 챙겨서 태을 선인과 함께 길을 나섰다. 선인이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데, 한 번에 몇 장씩을 쭈욱 쭈욱 나아가니 그냥 걸음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결국 어쩔 수 없이 경공술(輕功術)을 펼쳐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선인의 속도가 느린 듯하면서도 점점 빨라지니 쥬맥도 더 속도를 올리고, 결국 알고 있는 최고의 신법인 무량은하비(無量銀河飛)를 펼치며 전력으로 질주하는데도 따라가기에 바빴다.


그러자 한참을 달리다가 뒤를 돌아보며 즐겁다는 듯이 씩 웃는 태을 선인.


‘하! 이 녀석이 제법인데!’


지금 쥬맥이 얼마나 수련을 했는지 나름대로 시험을 하는 중이었다.


태을 선인이야 경지가 6단계인 연신기에 이르러서 어풍비행(御風飛行)도 가능한 수준이니 이 정도는 별게 아니었다. 이까짓 축지술(縮地術)쯤이야.


그래도 나름 놀라고 있었다. 이 정도 속도로 경공술을 펼치려면 혼원은하무량신공이 십 성에 이르고, 내공도 최소한(最小限) 삼 갑자는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쥬맥의 나이에 벌써 그만한 성취를 이루었다는 것이 놀라운 것이다. 한편으로는 제 일인 양 마음이 뿌듯하였고.


비록 한울의 부탁이 있었다고는 하나 스스로도 쥬맥이 불쌍하고 짠하여 마음이 많이 갔던 모양이다.


‘이제 힘든 고비를 넘기고 돌아왔으니 잘 헤쳐 나가야 할 텐데······.’


드디어 멀리 천인족의 주거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진법에 둘러싸여 흰 운무(雲霧)가 가리고 있지만 눈에 익은 모습이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주거지 밖으로도 개간된 농경지들이 많이 보였다. 그동안의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정책과 스스로 필요성을 느낀 종족들이 밤낮으로 애쓴(?) 결과, 어느새 종족의 인구수는 칠만오천 명에 이르고 있었다.


주변에 널린 것이 임자 없는 땅이니 개간(開墾)이야 어려운 문제가 아니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문제였다.


그래서 무사들을 속성으로 키우고 외부에도 여기저기에 망루(望樓)를 세워서, 무사들이 지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태을 선인과 함께 문으로 다가서자 보초를 서던 무사(武士)가 선인을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태을 선인님 아니십니까? 반갑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그래, 보초 서느라 고생들이 많군.”


“그런데 이 젊은이는 누구죠? 처음 보는 사람인데요?”


보초(步哨)를 서는 무사는 드나드는 사람을 계속 관찰하기 때문에 천인족 대부분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허름한 가죽옷에 머리칼까지 불타는 것처럼 붉은 청년은 본 적이 없었다. 천인족은 대부분 머리가 검었고 일부는 약간 붉은색도 있지만······.


노인들은 대부분 회색이나 백발이었다. 물론 젊은이들 중에는 염료를 이용하여 염색(染色)으로 멋을 내는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이렇게 불타오르는 듯한 찬란한 색을 내기는 어렵다.


“아, 이 친구? 우리 천인족인데 산속에서 혼자 살다가 돌아오는 친구일세.”


“예, 그렇군요. 여보게! 그럼 여기에 기록을 좀 해 주게.”


그러면서 지필묵(紙筆墨)을 내밀었다. 쥬맥이 성명란에 이름을 적어 건네자 허리춤에서 길다란 모래시계 같은 것을 꺼내어 눈금을 확인했다.


“사시 중반(10시)이군.”


그러면서 확인한 시간을 장부에 적어 넣었다. 이것은 천인족이 아리별에서 사용하던 것을 새로이 개량해서 쓰고 있는 일종의 시계(時計)였다.


보초가 다시 태을 선인을 바라보더니, 업무가 그러니 이해를 해 달라는 듯이 겸연쩍게 웃었다.


“업무 수칙이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럼 어서 들어가시지요. 여보게! 자네도 반갑네. 또 보세.”


“그럼 수고하게.”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두 사람이 진(陣) 안으로 들어서자 무사들이 쥬맥을 두고 수군거렸다.


“누구지? 천인족에 저렇게 붉은 머리를 가진 사람이 있었나?”


“옷은 허름한데 그래도 생긴 것은 강인하고 귀티가 흐르네?”


“쥬맥이라고? 혹시 거 십여 년 전에 풍토병을 앓았던 그 친구 아닌가?”


이제는 쥬맥도 고수라서 멀리서 수군대는 얘기도 다 들린다. 선인을 따라가며 혼자서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생문(生門)을 따라서 진 안에 들어서자 주거지가 한눈에 펼쳐졌다.


드넓은 벌판의 가운데에는 제법 큰 하천이 흐르고, 우측에는 집을 짓고 사는 주거지가, 좌측에는 넓은 농경지가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어릴 때 친구들과 뛰어놀던 기억이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다. 그 친구들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은 두근거리고···.


주거지를 살펴보니 그동안 참 많이 변했다. 빈 곳은 대부분 개간이 되었고, 천막집이 촌락을 이루었던 곳에는 석조 건물과 나무로 지은 집이 많이 들어섰다. 일부는 천막도 남아 있지만.


군데군데 주루(酒樓)와 무기나 물건을 파는 가게들도 생긴 모양이다. 벌써 인구가 칠만오천을 넘어간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이제야 제법 사람이 사는 세상 같아 보였다. 쥬맥이 떠나기 전만 해도 삭막하기 그지없었는데······.


무관(武館)도 몇 군데 문을 열었는지 힘찬 기합 소리가 들려왔다.


길가의 아룡관(兒龍館)이라고 쓰여진 건물에서는 쉬는 시간인지 여덟부터 열두 살 전후의 어린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와! 선인 할아버지다.”


“선인 할아버지! 재미있는 얘기 좀 해 주세요.”


태을 선인이 몇 번 놀아줬는지 몇몇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매달렸다. 선인들은 혼인(婚姻)을 하지 않고 혼자 수행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아이들을 보면 자신의 손자 손녀처럼 귀여워했다.


그중에 유별나게 개구쟁이 짓을 하는 여덟 살짜리 사내 녀석이 슬그머니 태을 선인의 뒤로 돌아가더니, 두 손을 마주 잡고 양손의 검지와 중지를 모아서 선인의 뒷구멍을 사정없이 찔렀다.


“옛다, 똥~침 받아라!”


“아이고~ 나 죽네!”


선인이 아파서 죽겠다고 팔짝팔짝 뛰자 녀석들은 웃겨서 죽겠다는 듯이 손가락질을 하며 깔깔거리고 놀려 댔다.


이미 몇 번 당해서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뒤에 힘을 주고 있다가 아프다는 듯이 엄살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아우~ 아파라. 예끼 이놈들! 그러면 다시는 맛있는 것 안 준다?”


“선인 할아버지 잘못했어요. 맛있는 것 주세요, 네~”


그러자 태을 선인이 호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엇인가를 꺼내더니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아마도 애들이 좋아하는 군것질거리인 모양이다.


“자! 하나씩 나누어 먹어라.”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애들이 좋아라고 하나씩 집어 가는 것을 보는 선인의 얼굴에는, 조금 전에 아프다고 난리를 치던 표정은 어디로 가고 이제 웃음만 한가득이다.


그때 길 위쪽에서 쥬맥 또래의 청년들이 대여섯 명이나 걸어 내려왔다.


무관에서 무술을 수련하다가 잠시 쉬러 나온 것인지 모두 이마에는 보송보송한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선인이 청년들을 손짓해서 부르더니 쥬맥을 옆에 세우고 말을 걸었다.


“얘들아! 너희들 모두 여기 있는 이 쥬맥의 친구들이지?”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쥬맥이 살아 있나요? 죽었다고 들었는데······.”


“전에 살아 있다고 수르에게 들은 것 같애. 혼자 산속에서 산다고······.”


“그럼 저 녀석이 쥬맥이란 말이야? 머리 색이 다른데? 검은색이었잖아.”


“인석들아! 아파서 치료하느라 머리 색이 바뀌었다. 오랜만에 살아서 만났는데 반갑지도 않느냐?”


그제야 주춤주춤 쥬맥의 곁으로 다가와서 아는 체를 하며 악수를 청했다.


“야, 커서 몰라보겠다. 나는 탕혼이다. 알아보겠냐?”


“아! 그래 탕혼, 탕혼 생각난다. 개구쟁이였지?”


“나는 정자에서 네 바지를 벗겼던 비월타다. 알겠냐? 그땐 미안했다.”


“하하하! 어찌 너를 잊겠냐? 가져간 내 바지는 지금도 가지고 있냐?”


오랜만에 다 커버린 친구들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니 감회가 새롭다. 그런데 수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조금 서운했다.


이제 곧 만나겠지 하고 마음을 달래면서 다시 선인을 따라갔다.


구릉을 오르니 석조로 새로 지은 한울의 거처가 나오고, 문 앞에는 검과 도를 찬 수신호위 몇 명이 서서 지키고 있다가 다가오는 두 사람을 발견하자 눈빛을 빛냈다.


모두 태을 선인을 잘 아는지 반가운 표정으로 포권을 하며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십시오. 오랜만에 오셨군요. 한울님께 말씀드릴까요?”


“그래, 지금 안에 누가 함께 계신가?”


“지금 천사장님과 대신녀께서 함께 계십니다. 중요한 말씀은 이미 마치신 것 같고 잠시 한담(閑談)을 나누시는 듯합니다.”


“그럼 내가 뵈러 왔다고 기별(奇別)을 넣어 주게.”


“처음 보는 이 청년도 같이 들어갈 것입니까? 천인족인 모양인데······.”


“그래, 쥬맥이 같이 왔다고 하면 아실 거야. 잘 아시는 아이거든”


“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수신호위가 안으로 들어가서 두 사람이 왔다고 한울께 고하니, 셋이 차를 마시고 있다가 한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물었다.


“뭐라고? 태을 선인이 쥬맥과 함께 왔다고? 아니 그게 정말이냐?”


그러더니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천사장이 이건 아니다 싶은지 말리며 호위에게 명했다.


“들어올 것이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어서 모시고 들어오너라!”


그러자 잠시 뒤에 태을 선인이 앞장서서 불타는 듯한 붉은 머리를 가진 청년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서는데, 벌써 키가 칠 척에 이르고 정기가 어린 눈빛에 균형 잡힌 몸매가 늘씬하다.


비록 허름한 가죽옷을 입었으나 풍기는 기세(氣勢)가 대단했다. 한울이 반가움에 앞으로 나서는데 태을 선인이 먼저 인사를 드렸다.


“선인 태을이 한울님과 천사장님, 대신녀님을 뵈옵니다. 오늘은 쥬맥을 데리고 함께 왔사옵니다.”


그러면서 쥬맥을 돌아보며 말했다.


“어서 한울님과 천사장님, 대신녀님께 인사를 올리거라.”


“쥬맥이 한울님과 천사장님, 대신녀님을 뵈옵니다.”


쥬맥이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깊숙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드리니, 한울이 얼른 쥬맥의 두 손을 잡는데 반가움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래, 네가 쥬맥이구나! 벌써 이렇게 훌쩍 커 버렸어. 정말 잘 왔다.”


“반갑다. 어서 오너라.”


“반가워. 어서 와.”


모두 따뜻한 말로 반가이 맞아 주는데, 특히 한울이 가볍게 등을 두들겨 주는 모습이 마치 손자를 맞이하는 인자한 할아버지를 보는 듯했다.


그러면서 쥬맥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는데 흉터 없이 옥처럼 매끈한 피부를 보고는 또 한 번 웃음을 지었다.


“어서 여기 앉거라. 정말 잘 왔다. 그래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이제 걱정 말고 여기에서 함께 살자.”


“감사하옵니다.”


버려질 때의 아픔은 어디 가고 꼭 부모를 만난 듯이 가슴이 찡 하면서 괜히 눈가가 붉어진다. 그동안 맺힌 것이 모두 한 번에 풀린 듯 속이 후련했다.


“여봐라! 여기 차도 다시 내오고, 점심을 함께 할 것이니 준비하여라. 그리고 식사가 끝난 뒤에 비율신 대족장도 좀 오라 이르고.”


“예, 그리 준비하겠사옵니다.”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며 차를 마시고 드디어 점심을 함께 먹는데, 어려운 자리라 맛있는 음식이 어디로 넘어가는지도 모르고 먹었다.


한울이 어쩔 줄 모르며 음식을 먹고 있는 쥬맥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자상한 음성으로 말했다.


“천천히 꼭꼭 씹어서 많이 먹어라.”


“감사하옵니다.”


식사하는 중에 한울이 누군가를 부르더니 귓속말로 무언가를 지시하자, 무슨 내용인지 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 탁자에 앉아서 후식으로 과일을 먹는데, 좀 전에 지시(指示)를 받은 사람이 무엇인가 담긴 예쁜 주머니를 가지고 나왔다.


한울이 받아서 차를 마시고 있는 쥬맥 앞으로 그것을 밀어 놓으며 말했다.


“받거라. 이제 너도 여기에서 생활해야 할 테니 이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게 무엇이옵니까?”


“열어 보면 알 것이다.”


쥬맥이 열어 보니 금색의 천령수 열매가 백여 개 들어 있었다. 바로 하나에 쌀 한 가마니를 산다는 금령이!


지금 천령수 열매는 화폐 대용으로 쓰이고 있는데, 가장 상층부의 천기를 머금고 자란 금색의 열매는 금령(金靈), 중간의 적색 열매는 적령(赤靈), 하층에서 지기를 머금고 자란 백색의 열매는 백령(白靈)이라고 불린다.


열매는 열리는 높이가 높을수록 그 가치가 높았고, 지금 금령 하나가 태을미 한 가마니 가격에 버금가니 백 개면 꽤 큰 돈이었다.


가난한 집에서는 금령 하나로 한 달은 너끈히 살 수 있는 돈이니 말이다.


“저에게는 너무 과분한 선물이옵니다. 저에게 월광석과 약초들이 있으니 성의로 받아 주시옵소서.”


쥬맥이 봇짐을 찾아서 물건을 꺼내려고 하자 한울이 손사래를 치면서 말렸다.


“아니다. 지난번에도 받아서 잘 쓰고 있다. 그건 월광석값도 안 되니 신경 쓰지 마라. 가지고 온 것들은 네가 잘 간수해서 필요한 데 쓰도록 해야지.”


그러자 쥬맥이 황송해서 어쩔 줄을 모르는데 천사장과 대신녀가 옆에서 손짓 눈짓으로 받아 넣으라고 부추겼다.


그때 밖에서 수신호위가 들어와 비율신 대족장이 도착했음을 알리고, 이어서 비 대족장이 안으로 들어섰다.


“신 비율신이 한울님의 부름을 받고 왔사옵니다.”


“어서 오시오. 점심 식사는 하셨소?”


“예, 식사는 하고 왔사옵니다.”


“이 아이가 쥬맥인데 알아보시겠소?”


그러자 느닷없는 한울의 말에 비율신 대족장이 멍하니 쥬맥을 바라보았다.


‘쥬맥이라고? 병들어서 버린 아이?’


그렇다면 항상 가슴에 멍울처럼 남아 있는 아이가 아닌가?


항상 죄책감을 느끼게 하던 아이. 그렇다, 바로 그 아이 쥬맥이다!


비 대족장의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3 53화. 거인족과 야차족의 전투 21.06.29 1,358 47 19쪽
52 52화. 거인족과 반인족의 전투 21.06.29 1,357 47 18쪽
51 51화. 쥬맥이 맥쮸~ 되다 21.06.29 1,350 47 19쪽
50 50화. 구원(舊怨)과 비무 21.06.29 1,339 47 19쪽
49 49화. 재회 그리고 새로운 출발 21.06.29 1,353 48 19쪽
» 48화. 친구를 찾아서 천인족으로 21.06.29 1,351 48 18쪽
47 47화. 회상(回想) 21.06.29 1,354 48 18쪽
46 46화. 복수 준비와 떠날 준비 21.06.29 1,382 47 20쪽
45 45화. 비월족의 패전 대책 21.06.29 1,387 48 19쪽
44 44화. 주작이 준 기연(奇緣) 21.06.29 1,398 48 18쪽
43 43화. 청룡(靑龍) 출현 +1 21.06.29 1,387 48 19쪽
42 42화. 비월족의 습격(襲擊) 21.06.29 1,402 48 18쪽
41 41화. 반인족 울트의 계략 21.06.29 1,431 48 18쪽
40 40화. 또 하나의 경지를 넘다 21.06.29 1,417 48 19쪽
39 39화. 무공(武功) 수련과 첫 전투 +1 21.06.29 1,417 48 19쪽
38 38화. 친구들의 동태 21.06.29 1,412 47 19쪽
37 37화. 생사현관(生死玄關)을 뚫다 +1 21.06.29 1,444 48 20쪽
36 36화. 친구의 선물(膳物) 21.06.29 1,404 48 18쪽
35 35화. 비월족(飛月族) 금령월 21.06.29 1,421 48 18쪽
34 34화. 거인족 사절단(使節團) 21.06.29 1,420 48 20쪽
33 33화. 새로운 신공(神功) 수련 21.06.29 1,447 48 18쪽
32 32화. 태을 선인과의 조우 21.06.29 1,422 48 18쪽
31 31화. 선인(仙人)의 연신기 21.06.29 1,438 50 19쪽
30 30화. 자식을 잘못 가르친 죄 21.06.29 1,431 46 38쪽
29 29화. 복수는 또 다른 피를 부른다 21.06.29 1,413 49 18쪽
28 28화. 적소인의 복수전(復讐戰) +1 21.06.29 1,454 50 18쪽
27 27화. 새 친구 미라챠 +1 21.06.29 1,449 49 18쪽
26 26화. 야차족과의 조우 +1 21.06.29 1,435 49 18쪽
25 25화. 소인족 포로들 +1 21.06.29 1,453 49 18쪽
24 24화. 정보전(情報戰) +1 21.06.29 1,498 49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