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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65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3:10
조회
1,412
추천
48
글자
19쪽

39화. 무공(武功) 수련과 첫 전투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젊은 녀석이 마린챠의 발길에 차여서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나동그라졌다.


혈기가 왕성한 젊은 녀석이라 처음 해 보는 야릇한 맹세에 흥분된 마음을 참지 못하고, 혓바닥을 엉뚱한 곳으로 금지(禁地)까지 잘못 놀린 탓이다.


가끔 이런 일이 있는 모양인지 한 번 발로 내지른 뒤에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저 맞는 놈만 서러울 뿐이다.


이렇게 해서 마린챠 모녀는 더 이상 쫓기지 않게 되었고, 그 뒤에도 추격자 이십여 명을 더 붙잡아 부하로 삼으니 세력이 생기고 점차 그 수가 늘어 갔다.


이렇게 해서 야차족 최고수장인 야신 진신챠가 보내는 부하들마다 족족 마린챠 모녀의 부하가 되었다.


이제 복수를 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야차족의 권력에는 남녀의 구분이 없어서 강한 자가 군림을 해 왔지만, 그동안 야차족의 역사에서 여자가 군림(君臨)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과연 이번에는 이변이 일어날 것인가?


* * * * *


쥬맥은 이제 무위가 제신단계인 절정의 경지에 들어서니 생각과 판단이 많이 달라졌다.


좀 더 생각이 깊어지고 주변을 살피며, 행하기 전에 옳고 그름을 다시 한 번 따져 보게 되었다.


그에 따라 무위도 점점 눈에 띄게 달라졌고 무엇보다 임독양맥이 타통 되고 생사현관이 뚫리니, 검을 쓸 때 검강(劍罡)이 한 자 이상이나 뻗어 나왔다.


이제는 변검(變劍)과 탄지(彈指)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분광(分光)에 가까운 번개 같은 검법도 구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경지가 올랐으니 이제부터는 무공 수련을 예전과 좀 달리하기로 하였다.


곰곰이 생각한 결과 단단한 나무를 골라서 일곱 자에 가까운 대검(大劍)을 만들고, 가운데를 파서 철검(鐵劍)을 집어넣은 뒤에 질긴 덩굴을 찾아 단단히 감았다.


그 검을 들고 오른쪽 굴로 들어가 그 끝에 있는 구체형 공간에서 태을현천검법(太乙玄天劍法)을 비롯하여 혼원은하무량검법(混元銀河無量劍法)을 연마하였다. 어찌 보면 일종의 극기 훈련이다.


그것은 대지 위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힘이 들었다. 첫째는 목검 안에 철검이 들어 있으니 구형 벽과 공중에 떠 있는 구체에 다가가면, 강한 자력에 의해서 검이 끌려가는 것이다.


이 자력을 이겨 내며 초식에 따라서 검을 휘두르는 데는 엄청난 힘이 필요하였다. 처음에는 끌려가기도 하였고.


이화접목(移花接木)의 묘리로 끌어당기는 힘을 흘리지 않고서는 제대로 검을 휘두를 수조차 없는 상황!


그 다음 문제는 바닥인데, 매끄럽고 경사가 심한 곳도 있지만, 어떤 곳은 심하게 파여서 황무지처럼 매우 거칠었다.


여기에서 몸에 중심을 잡아 가면서 보법을 펼치고 검초(劍招)를 수련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온 힘을 다하니 한 식경(食頃) 만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한계(限界)를 넘지 못하면 계속 제자리를 맴도는 법!


지쳐서 쓰러질 것 같았지만 혼원은하무량심공(混元銀河無量心功)에 따라서 운공를 하면서, 이를 악물고 계속 혼원은하무량검법을 수련했다. 어느 순간 육체의 고통을 잊었고,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 속에서 검을 휘둘렀다.


몸속의 진기는 이미 바닥이 나서 끝을 드러냈으나 오직 강한 정신력으로 한 가닥 육체의 힘을 끌어내며 쉼 없이 연공을 펼쳤다.


그러자 구체 안에 떠 있던, 달빛처럼 내부를 채우고 있던 빛들이 조금씩 쥬맥의 몸 안으로 스며들면서 부족한 내기(內氣)를 보충해 주는 것이 아닌가?


쥬맥은 그것도 잊은 채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며 연습을 하다 보니 어느덧 두 시진이 훌쩍 지났다. 더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나 너무 허기가 진다. 뱃속이 꼬르륵 소리를 내면서 난리를 치고 있다.


식사를 하고 다시 수련할 생각으로 들어온 입구를 향해서 전처럼 반동을 이용해 뛰어오르려고 했다. 그런데 웬걸? 이번에는 구르지도 않았는데 단번에 입구까지 치고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하도 이상해서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가 같은 방법으로 치달려 오르니 똑같이 단번에 입구까지 오를 수 있었다.


쥬맥은 너무도 기분이 좋아서 큰 소리로 마음껏 웃었다.


“으하하하하!”


으하하하하! ······ 으하하하하! ······


그러자 한 동안 구체 안에 끊임없이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그래서 나중에 이 방법으로 음공(音功)을 연습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나오면서 뱀장어 같은 물고기를 몇 마리 잡아서 밖으로 들고 나왔다.


두 곳을 기관으로 굴을 폐쇄한 뒤 동굴 밖으로 나오니, 넓적한 바위 위에서 별이와 점박이가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점박이는 그동안 대협곡의 틈새로 내려오는 방법을, 쥬맥을 따라 익혀서 이제는 제법 절벽을 잘 탔다.


뱀장어 같은 물고기를 별이가 먹더니 좋은 변화를 보여서 이제는 점박이도 함께 먹이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점박이와 별이가 서로 쥬맥과 더 친하다는 친밀감을 과시하려고 다투기도 하였으나, 거의 날마다 만나고 보니 서로 많이 가까워져서 이제는 가끔 서로 장난을 치기도 하는 친구가 되었다.


동굴에서 잡은 물고기를 먹은 뒤로 점박이도 덩치가 조금씩 커지고, 얼룩덜룩한 점을 제외한 바탕의 털색이 점차 하얀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에서 목까지 붉은색 갈기털도 멋지게 자라고 있었고.


‘과연 변화가 끝나면 어떤 모습일까?’


그 모습이 무척 기대가 되었다.


점박이와 별이도 쥬맥이 매일 주는 물고기가 매우 진귀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그 시간이면 하루도 빼지 않고 찾아와서 먹이를 보챘다.


가져온 물고기를 사이좋게 나누어 먹으니 서로 기분이 좋아서 빨리 가기 시합을 하기로 했다. 별이는 날고, 쥬맥과 점박이는 뛰어서 말이다.


물고기를 먹고 변화가 일어난 뒤부터, 이제 두 친구는 말은 못 해도 쥬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의사 표시가 가능해졌다.


쥬맥도 행동과 고갯짓, 울음소리를 들으면 친구들의 뜻을 대충 짐작했다.


“자! 그럼 저 앞에 있는 산등성이의 바위 앞으로 와라. 거기서 출발한다.”


세 친구는 빨리 가기 시합을 위해서 처음 쥬맥이 버려졌던 산등성이의 바위 앞으로 이동했다.


둘은 서고 별이는 바닥에 앉았는데, 쥬맥이 손가락으로 앞쪽을 가리키며 두 친구에게 방법을 설명했다.


“저 앞산의 꼭대기에 있는 나무 아래까지 가는 거야. 알았지? 일 등을 한 친구에게는 내일 내가 물고기를 한 마리 더 준다. 준비 땅 하면 달리기 시작하는 거야. 반칙하면 앞으로 칠 일간은 물고기가 없다. 알았지?”


한번 물고기로 협박을 한 다음, 선을 긋고 셋이 출발 선상에 나란히 섰다.


“자, 그럼 준비~땅!”


쥬맥과 점박이 둘은 번개처럼 비탈길을 내달렸다. 독수리 별이는 처음에 날아오르는데 시간이 걸렸으나 직선으로 날아가니 점점 앞서기 시작한다.


쥬맥은 경신술(輕身術)로 달리고는 있지만 친구들을 생각해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그저 적당히 보조를 맞추어 줄 뿐.


평지에서는 점박이도 별이 못지않게 빠르지만, 산을 내려갔다가 다시 앞산을 올라야 하는 속도는 직선으로 날아가는 별이에게 비할 바가 못 된다.


결국 약간의 차이로 별이가 제일 먼저 도착하였고 다음은 점박이, 맨 꼴찌는 결국 쥬맥의 차지였다.


그래서 다음 날 일, 이 등에게는 물고기를 한 마리씩 상으로 더 주었다. 그런데 별이가 보니 이상하다. 자기가 분명히 일 등인데······.


이 등인 점박이까지 상으로 한 마리를 더 주는 것은 왜지? 이상하다는 듯이 자꾸 고개를 갸웃거리는 별이.


“별이는 뭘 보니? 너 어제 일 등 했다고 내가 물고기를 한 마리 더 줬잖아?”


그러자 별이가 자꾸 머리를 점박이 쪽으로 가리키며 왜 점박이도 한 마리를 더 주느냐고 따지듯이 끼욱거렸다.


“점박이가 나보다 빨리 갔잖아? 그러니 나보다 빨리 간 친구는 다 일 등이야”


이렇게 서로 투닥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절벽 위에서 몇 개의 돌 부스러기가 근처로 떨어지면서, 이상한 말소리가 아득한 위에서 두런두런 들려왔다.


“쉿! 모두 조용히 해 봐!”


쥬맥이 손가락을 입에 대고 막 말대꾸를 하려는 점박이를 제지시켰다.


그러자 다시 말이 조그맣게 들려오는데···, 진기를 운용하면서 귀를 기울이니 바로 미라챠에게서 배웠던 야차족의 말이 아닌가? 그렇다면 저들은 야차족?


“분명히 마린챠 모녀를 뒤쫓아간 선발대 녀석들이 보낸 정보에 따르면 이 대협곡을 건너서 저편으로 도망을 갔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 협곡을 건널 방법을 찾아라. 분명 길이 있을 거야.”


대장인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이어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간다.


분명 친구 미라챠를 잡으러 온 추적자들이 틀림없었다. 모녀에게 은혜를 입은 쥬맥으로서는 매우 걱정이 되었다.


제법 세월이 흘렀는데 진신챠는 지치지도 않고 계속 추적자를 보내는 모양이다. 그러는 것으로 봐서는 아직까지 붙잡히지 않았다는 얘기가 아닐까? 그래서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저놈들이 대협곡을 건너오면 큰일인데······. 내 친구를 위해서라도 만약 건너온다면 내가 혼쭐을 내 줘야지.’


친구 미라챠가 걱정된 쥬맥. 다음 날 혹시 야차족 추적자들이 대협곡을 건널까 염려되어, 튼튼한 나무 몽둥이를 들고 점박이와 별이를 대동하여 즐겨 찾는 언덕 위에서 사방을 살폈다.


“야, 별이야! 네가 한번 날아가서 야차족 놈들이 혹시 협곡을 건넜는지 정찰을 좀 하고 와라.”


“끼룩~ 꾸룩 꾹꾸(알았어).”


별이가 대답을 하더니 하늘로 날아올랐다. 별이는 그동안 더 자라서 거대한 흰 날개에 하늘이 가려 마치 구름이 뜬 것 같았다.


한참 만에 주변을 살펴보고 돌아온 별이가 옆으로 날아내리더니 날개로 한쪽을 가리키며 끼욱거렸다.


“꾸룩 꾹꾸꾸(저쪽에 온다).”


그러자 모두 긴장하여 수풀 속으로 몸을 낮추고 전방을 주시했다. 조금 기다리니 말과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대장님! 이쪽입니다. 먼저 간 선발대들의 표시가 이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가만히 살펴보니 앞장선 안내자가 한 무리를 이끌고 오는데 키가 팔 척이 넘는 덩치 큰 남자들이 어림잡아 이십 여 명에 이른다.


미라챠 걱정에 화가 나서 몽둥이를 들고 나서기는 했는데, 막상 칼을 든 야차족 거한들이 우르르 몰려오자 덜컥 겁이 났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도망갈 수도 없고......


쥬맥이 언제 남들하고 목숨을 걸고 싸워 본 적이 있던가? 무공을 배웠다고는 하지만 혼자서 연습을 한 것이지 실전을 치러 본 적이 없었다. 상대를 죽인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말이다. 그러니 조금 겁이 날 수밖에!


그렇지만 이미 도망가기에는 늦었고 적은 바로 코앞까지 들이닥쳤으니 부딪쳐야만 하는 상황.


“야! 점박이와 별이도 나랑 같이 싸워야겠다. 저놈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


“크르렁 크렁(걱정 마. 나만 믿어).”


“꾸루룩 꾸국꾸(우리 내기하자).”


장난끼가 많은 별이가 이런 와중에도 전혀 기죽지 않고, 서로 누가 많이 잡나 내기를 하자고 나선 것이다.


그때 셋이 엎드려 있는 수풀의 코앞까지 야차족 무리가 다가서니 더 이상 숨어 있을 수가 없어서 쥬맥이 앞으로 나섰다.


“이놈들! 모두 멈추어라!”


“으악! 아니 이것들이 뭐야?”


갑자기 앞에서 낯선 종족의 사내와 덩치가 산만 한 짐승 둘이 나타나자 야차족은 기겁을 하며 일단 조금 뒤로 물러섰다.


“아니, 그런데 저놈이 우리말을 하네? 혹시 마린챠 모녀한테 배운 것인가?”


“셋밖에 안 되는데 붙잡아서 한번 족쳐 보자. 그년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지도 몰라. 모두 포위해!”


“와아~”


대장의 지시에 따라서 이십여 명의 야차족 전사들이 우르르 몰려와 셋을 둘러싸고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끼루욱(이놈들!)”


별이가 사납게 하늘로 날아오르며 날개로 좁혀 오는 야차족을 쳐 냈다. 그러자 이젠 점박이가 성큼 뛰어올랐다.


“크허엉~(여기도 있다!)”


거대한 몸체를 비호처럼 날리며 앞발로 동시에 둘을 쳐 냈다. 그동안 둘은 영기가 충만한 물고기를 먹어서 덩치도 커졌지만, 머리가 발달하고 힘도 세져서 마치 물 만난 물고기 같았다.


“세개 조로 나누어서 협공해라!”


대장의 지시에 칠팔 명씩 나뉘어 셋을 동시에 압박해 들어온다. 마침내 쥬맥도 신공을 운기하며 몽둥이에 기를 주입하고 주춤주춤 앞으로 나섰다.


“쳐랏!”


동시에 서너 명이 치고 들어온다. 쥬맥은 평소에 연습한 대로 보법을 밟으며, 빈틈으로 잽싸게 피한 뒤 앞쪽에 서 있는 녀석을 향해서 몽둥이를 번개처럼 휘둘렀다.


쒸잉~


퍽!


“으아아악!”


혼자고 덩치가 작으니 우습게 보았다가 쥬맥이 내리친 몽둥이에 한 녀석이 팔을 얻어맞고 비명을 지르며 무너졌다.


칼을 떨어뜨리고 팔이 기이한 각도로 휘어서 덜렁거리는 모습을 보니, 몽둥이에 맞아서 뼈가 부러진 모양이다.


“보통 놈이 아니다. 동시에 공격해!”


네 놈이 동시에 쥬맥을 갈갈이 찢을 듯이 사방에서 칼을 휘두르며 공격해왔다. 평소에 합격 훈련을 많이 한 모양이다.


파바바박!


쥬맥은 진기가 실려 푸르스름한 빛을 내는 몽둥이를 휘둘러서 일시에 네 개의 칼을 막아 냈다. 그런데 나무인 몽둥이로 묵직한 칼을 쳐 내는데도 나무는 멀쩡한데 칼들이 맞고 튕겨 나갔다.


“이놈들! 여기는 내가 사는 영역인데 감히 침범을 하다니! 한 놈도 살려 두지 않겠다. 어서 덤벼라!”


한 번 부딪쳐 보니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 쥬맥이 이제는 피하지 않고 거꾸로 당당하게 치고 나갔다.


그러자 처음에는 기세 좋게 달려들던 야차족 전사들이 이제는 반대로 쥬맥의 몽둥이를 피하느라 쩔쩔매면서 대장의 눈치를 살폈다. 실력이 안되니 어서 도망가자는 소리다.


“끼루루루 끼룩(맛 좀 봐라!)”


옆에서는 별이가 커다란 날개로 사정없이 몰아치면서 날카로운 발톱으로는 잽싸게 야차족을 할퀴며 공격했다.


“크흐윽!”


벌써 몇 놈이 별이에게 당해서 여기저기 살가죽이 찢어지고, 얼굴이며 팔뚝에서는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이에 질세라 점박이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사납게 야차족에게 덮쳐들었다.


“크러렁!(받아라!)


집채만 한 덩치에서 번개처럼 앞발이 휘젓고 지나가니, 서너 놈이 살가죽이 찢어지면서 눈에 공포가 어린다.


“크허엉!(덤벼라)”


점박이의 노호가 쩌렁쩌렁하게 온 산을 울리니 야차족 전사들은 점점 기가 죽었다.


한쪽에서는 이제 자신감을 얻은 쥬맥이 몽둥이를 던져 버리고 근접 박투로 드잡이질을 하고 있었다. 평소 연습한 대로 기를 운용하고 보법을 밟으며 대응하니 이제는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빨리 들어와! 아니면 내가 간다!”


두 손에 금빛이 어리고, 치고 들어오는 칼들을 수강으로 쳐 내는데도 끄떡없었다.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이제는 야차족 전사들을 상대로 놀듯이 싸우면서 무공 연습을 하고 있는 것!


“아니 저럴 수가? 어린 녀석이···.”


그것을 바라보는 야차족 대장은 기가 차다 못해 부아통이 치미는 표정이다.


처음에는 쉽게 잡을 줄 알았다. 그러면 고문을 해서 마린챠 모녀의 행방을 물어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솜씨가 늘더니 이제는 아예 자신의 수하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리고 덩치 큰 짐승이라고 대충 깔보았던 거대한 독수리와 표범은 어찌나 날쌔고 힘이 좋은지 수하들이 쩔쩔매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싸움은 이미 진 것이나 마찬가지. 혹시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때 쥬맥이 번개처럼 뛰어오르더니 각법으로 앞쪽의 두 명을 동시에 걷어찼다. 그러자 또 둘이 넘어지며 죽겠다고 비명을 지른다.


그때 뒤에서 둘이 칼로 등을 찌르는데, 이번에는 금빛이 사방에 어른거리더니 번개처럼 휘둘러 한 손에 하나씩 칼을 움켜잡았다.


“에잇! 놔라 이놈!”


둘이 기를 쓰고 칼을 빼내려고 하는데 마치 강한 자석에 들러붙은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디 이것도 받아 봐라!”


이번에는 금빛이 어린 손으로 사방에 주먹을 내뻗는데 어찌나 빠른지 동시에 팔방으로 주먹이 날아갔다.


파바바바바박!


그러자 여섯 놈이 동시에 뒤로 비칠비칠 물러섰다. 이거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분명 승부는 가려졌는데···.


웬일인지 죽이지 않고 계속 연습을 하듯이 가지고 놀았다. 한 대씩 얻어맞을 때마다 온몸이 몽둥이로 얻어맞은 것처럼 욱신거려 죽겠다.


점박이와 별이에게 달려든 녀석들도 곤죽이 되게 얻어맞고 있었다. 여럿은 상처를 입고 피까지 줄줄 흘리고······.


“끼요오옷(받아라!)”


“크렁 크르렁(빨리 덤벼라!)”


둘의 외침이 어찌나 큰지 온 산이 쩌렁쩌렁 울렸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둘의 싸움 솜씨도 계속 늘어만 늘어만 간다.


이제 도저히 가망이 없다는 것을 느꼈는지 대장이 등에 맨 활을 꺼내더니 번개처럼 살을 재어 쥬맥에게 날렸다.


“모두 도망쳐라!”


쥬맥이 날아오는 화살을 손으로 쳐 내며 주춤하는 사이에, 싸우던 녀석들이 뒤로 우르르 물러서더니 안내하던 녀석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서 정신없이 뛰었다.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면서···. 바로 삼십육계 줄행랑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시 점박이와 별이에게 화살이 날아들었다. 둘이 화살을 쳐 내며 뒤로 물러난 사이에 모두 우르르 산 아래로 도망을 치고 말았다.


“끼요오오오(게 섰거라!)”


“크르르르르(잡아라!)”


별이는 날고 점박이는 뛰어서 도망가는 무리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휘이이이이익!


쥬맥이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쫓아가던 둘이 머뭇거리다가 쥬맥이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됐다. 그렇다고 모두를 죽일 수는 없으니 그만 놔두자. 모두 반병신이 되었으니 아마 미라챠를 쉽게 쫓아가지 못할 거야.”


“끼루룩 끼룩(에이, 아쉽다.)”


“크러러렁 크렁(몸 좀 풀다 말았네.)”


둘은 싸움이 끝난 것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이번 싸움을 하면서 셋은 다 서로에게 깜짝 놀랐다.


많은 적 앞에서 셋이 이렇게 각자 잘 싸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


특히 쥬맥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점박이와 별이는 쥬맥이 덩치가 가장 작으니 혹시 적에게 다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반대로 둘보다 훨씬 잘 싸웠다.


“오늘 고생들 했다. 특별히 오늘은 내가 한턱내마. 오늘은 특식으로 물고기가 다섯 마리씩이다.”


“꾸루루 꾸(만세! 빨리 가자.)”


“크러러러렁(좋아! 아주 좋아!)”


신이 난 셋은 다시 동굴 앞으로 돌아왔고, 쥬맥은 큰 보자기를 들고 물고기를 잡으러 안으로 들어갔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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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화. 거인족과 반인족의 전투 21.06.29 1,354 47 18쪽
51 51화. 쥬맥이 맥쮸~ 되다 21.06.29 1,349 47 19쪽
50 50화. 구원(舊怨)과 비무 21.06.29 1,337 47 19쪽
49 49화. 재회 그리고 새로운 출발 21.06.29 1,351 48 19쪽
48 48화. 친구를 찾아서 천인족으로 21.06.29 1,349 48 18쪽
47 47화. 회상(回想) 21.06.29 1,352 48 18쪽
46 46화. 복수 준비와 떠날 준비 21.06.29 1,381 47 20쪽
45 45화. 비월족의 패전 대책 21.06.29 1,385 48 19쪽
44 44화. 주작이 준 기연(奇緣) 21.06.29 1,395 48 18쪽
43 43화. 청룡(靑龍) 출현 +1 21.06.29 1,385 48 19쪽
42 42화. 비월족의 습격(襲擊) 21.06.29 1,401 4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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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화. 무공(武功) 수련과 첫 전투 +1 21.06.29 1,413 48 19쪽
38 38화. 친구들의 동태 21.06.29 1,410 4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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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비월족(飛月族) 금령월 21.06.29 1,419 48 18쪽
34 34화. 거인족 사절단(使節團) 21.06.29 1,415 48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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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 복수는 또 다른 피를 부른다 21.06.29 1,410 49 18쪽
28 28화. 적소인의 복수전(復讐戰) +1 21.06.29 1,450 50 18쪽
27 27화. 새 친구 미라챠 +1 21.06.29 1,446 49 18쪽
26 26화. 야차족과의 조우 +1 21.06.29 1,433 49 18쪽
25 25화. 소인족 포로들 +1 21.06.29 1,449 49 18쪽
24 24화. 정보전(情報戰) +1 21.06.29 1,494 49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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