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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조선타임트래블 Reru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8.03 10:03
최근연재일 :
2021.09.20 19:42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7,850
추천수 :
105
글자수 :
311,603

작성
21.08.03 19:30
조회
294
추천
4
글자
9쪽

궁녀4 (4)

DUMMY

소영이 눈을 휘둥그렇게 뜬다.

눈앞에는 노란 등을 주렁주렁 매달고 한창 밤장사가 열 오른 조선장터가 끝도 없이 펼쳐져있다.

사극에서나 보던 조선시대 옷을 입은 장사꾼들이 소리쳐 지나가는 행인들을 부르고 가격을 흥정하고 지나가는 행인들의 소음에 북적북적하다.

눈을 둘러보는 대로 꿰어놓은 곶감들과 붉고 노란 과일들 잣 호두에 채소들은 아예 섬처럼 쌓아올린 상이 가득하고 깔깔거리며 먹을 걸 한 아름 들고 우르르 지나가는 머리를 땋은 코 때 쩔은 어린아이들이 소영을 지나쳐 뒤로 우르르 몰려지나가자 아이들이 든 단것들 냄새가 확 풍겨온다.


"?"


소영이 깜짝 놀라 뒤를 홱 돌아본다.


그들이 올라온 지하철 계단은 온데간데 없고 조기와 고기를 파는 행렬과 갖가지 잡동사니를 파는 시전들이 왁자지껄하다.

머리위의 등에는 나방과 작은 벌레들이 우글거리고 길게 늘어뜨린 갖가지 색색의 천들이 차가운 밤공기에 펄럭 펄럭 소리를 낸다.


"이건,"


소리를 내는 천들을 넋을 탁 놓고 올려다보던 소영이 중얼거린다.


"허."

"여긴 15세기 오리지날 조선시대 장터란다!"


이현이 앞으로 달려가더니 비녀들과 장신구들이 있는 시전 나열 중에서 노란색 쓰개치마를 훌쩍 들어 보이더니 소영의 머리위로 푹 씌운다.


소영은 여전히 눈을 꿈벅 꿈벅 한다.


"네가 15세기랑 잘 맞으려나?"


이현이 돌아보고 씩 웃는다. 소영은 속이 울렁거리는 건지 웃고 싶은 것처럼 간질거리는지 알 수가 없다.





**





"아직도 여기가 낯설어?"


이현이 곶감을 줄줄이 꿴 과자를 하나 빼어 집어먹으며 그런다. 소영이 자신의 손에 들린 곶감을 내려다보더니 이현을 쳐다본다.


"어떻게 조선시대 돈이 있어요?"


그러자 이현이 뭐 그런 질문을 하냐는 표정으로 돌아본다.


"당연하지. 너랑 다르게 나는 시간여행이 처음이 아니거든."


그러면서 들고 있는 가방을 툭툭 쳐보인다. 졌다는 표정으로 가방을 쳐다보면서 소영은 쉴 새 없이 왼쪽 오른쪽 시장터를 기웃기웃 거리는 이현의 모습을 쳐다본다.

지치지도 않는지 이것도 저것도 손으로 가리키고 들여다보는 이현은 마치 호기심 많은 건방진 고양이 같다.이현은 이번에는 배와 곶감들이 쌓여 있는 상 위를 기웃거린다.


"곶감 먹을래?"


그러자 소영이 고개를 젓는다.


"그럼 이런 걸 매일 하는 거예요? 조선이랑 현재 사이에서 시간 여행?"


이현이 엽전을 건네고 또 귤을 사서 돌아본다.


"매일은 아니고, 시자철이 원하는 때랑 앵두귀신이 찾아올 때 하는거지."

"앵두귀신이요?"


곶감씨를 뱉을 곳을 찾아 기웃거리던 소영이 묻는다. 이현이 물고 있던 막대로 빼서 흔들면서 고개를 기웃한다.


"있어. 이상한 할아버지인데 시자철이 좀 잠잠해서 쉴만하다 싶으면 흰수염에다가 조선시대 복장 다 입고 나타나서는 호통을 버럭버럭."


이현이 두번째 곶감을 빼먹으면서 그런다.


"그래도 좋은건 이제 시자철이 조금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 같다는 거지."


이현이 주머니에서 시자철을 꺼내 보이면서 그런다. 시자철은 노란 불꽃을 튀기면서 조금씩 열리고 있다. 소영이 신기한 듯 시계를 들여다본다.


"회중시계네요."

"시자철이야."

"시자철이요?"


이현은 열린 틈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뚜껑을 열려고 애를 쓰지만 시자철은 열린 만큼에서 조금도 꿈쩍 하지 않는다. 이현이 앗 뜨뜨하고 데인 듯 손을 빼내며 소영에게 시자철을 던진다. 엉겁결에 받아든 소영이 놀라 내려다본다.


"안뜨거운데요?"

"너한텐 안 뜨겁지. 시자철은 지금 너를 중심으로 돌고 있으니까.“


소영이 신기한 듯 시계를 내려다본다. 틈새사이로 들여다보려하자 노란빛이 눈부시게 번쩍거려 소영이 눈을 가늘게 뜬다.


"왜 시자철이라고 불러요?"

"시간을 자력으로 운행하는 철이거든."


이현이 어깨를 으쓱 한다.


"뭐, 어쨌든 앵두귀신이 이걸 그렇게 부르더라고."


소영은 이현을 쳐다본다.


"... 그럼 이게 당신 직업같은거예요? 시간여행을 다니면서 아까 같은 귀신들이랑 싸우고 사람들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거?"


이현이 어깨를 으쓱한다.


"앵두영감이 정한이의 기억을 갖고 있거든. 돌려주려면 각시들이 찢어놓은 조선의 시간을 고쳐 놓으라는데 처음 몇 번은 강제로 던져졌다가 지금은 우리가 하고 있는 거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걸으며 듣고 있던 소영이 문득 이현의 옆모습을 쳐다본다.


"기억이 없어요? 그 영감이라는 사람이 기억을 돌려줄 수 있다고요?"


그러자 이현이 고개를 기웃하더니 소영을 쳐다보며 씩 웃는다.


"사실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그러더니 갑자기 눈을 빛내며 소영의 뺨을 양손으로 콱 잡는다.


"알았다!"

"어.. 가여(뭐 가여)?!"


소영이 뺨이 눌린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납작해진 뺨 때문에 발음이 뭉개진다.


"네가 어디에 들어갈까 했더니! 궁녀4였어!“


"궁 여사여?“


소영이 눈썹을 찡그린 채 묻는다. 이현이 얼굴을 찡그린다.


"여사 말고 궁녀 말이야. 궁녀4라고 궁녀4!"


이현이 신나서 눈을 번쩍번쩍 한다.


"소현세자랑 세자빈 강 씨랑 김 내관이랑 궁녀가 세 명 있었지. 그래서 내가 셋이라고 했잖아!"


지금 누구한테 말하고 있는 거냐고 묻고 싶은 표정으로 소영이 뺨을 붙잡힌 채로 이현을 노려본다. 이현이 씩 웃는다.


"시자철이 처음 찢겨진 시간으로 던져주었을 때는 1645년의 여름밤이었어. 세자내외는 각시들에게 쫓기고 있었고 비어있는 궁에 갇혀서 함을 빼앗길 순간에 갇혀있었지. 그 순간에 세자내외를 보필하는 궁녀들이 두명도 아니고 네 명도 아니고 홀수인 세 명이 있는 게 이상하다 했지."


이현이 숨을 몰아쉬며 소영을 내려다본다.


"왼쪽에 두 명 오른쪽에 한명이면 누구 봐도 균형이 안 맞잖아? 그럼 그날 밤 세자의 뒤에 있어야 하는 궁녀4는 어디 있었을까?“


이현이 소영의 눈을 들여다본다. 커다란 까만 눈과 마주친 소영이 눈을 끔벅 끔벅한다.

이현이 씩 웃는다.


"찾았다. 궁녀4."






**





"... 그러니까 아까 그 괴물들은 당신이 말하는 조선의 시간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과거의 사람들의 기억을 빼앗아서 미래로 던져놓은 괴물들이라는 거죠? 대체 얼마나 있는 건데요?"


그러자 이현이 어깨를 으쓱한다.


"가비, 온수, 우엉, 이재기, 각시등 다섯 종류가 있지. 운이 좋으면 각시는 만날 일 없이 피해갈 수 있을 거야. 뒤로 갈수록 더 무섭고 난폭한 놈들이거든."


그러자 소영의 눈이 커진다.


"다섯 종류나 있다고요?"


이현이 고개를 까딱한다.


"걱정하지 마. 탈 색깔이 다 다르니까 구별하긴 쉬워. 붉은 탈은 가비, 노란색은 온수, 흰 탈은 우엉, 푸른 탈은 이재기, 검은 탈은 각시지. 가비들과 온수들의 수가 가장 많고 우엉은 좀 괴짜들인데 수는 적지. 이재기는 걔네들의 중간 보스 같은 거고."


이현은 소영의 황당한 표정은 보지 못한 것처럼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 나간다.


"각시들은 조선왕궁의 시간을 가장 좋아하니까 우리가 왕실의 시간과 엮이지만 않는다면 볼일 없을거야."


그리고 이현이 소영을 보더니 아하 한다.


"... 그런데 넌 궁녀지."


그러자 소영이 벙찐 표정으로 이현을 쳐다본다.





**






"아하? 지금 아하 소리가 나와요?"


그러자 이현이 씩 웃는다.


"좋아 그럼 함이랑 세손은 정한이랑 같이 있으니까 우리는 우리 할일을 하면 돼. 필요한건 철저한 계획과 한 단계씩 차근차근 나아가는 인내심이지."


그러더니 이현이 갑자기 손을 펴들고 소리친다.


"궁궐로 가자!"


그러자 소영이 한숨을 쉰다.


"차근차근 가자면서요."


그러자 이현이 돌아본다.


"그래 차근차근 가야지."

"이 두루마기만 걸치고 궁궐로 들어가자구요?"


아까 이현이 사준 옷을 펄럭이며 소영이 그런다. 이현이 뒤를 힐끗 쳐 다 보더니 그런다.


"그건 쓰개치마야. 두루마기는 조선시대 남자가 입던 옷이라고."


소영이 그 말에 흠 하며 자기 옷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아무리 쓰개치마로 덮어도 쓰개아래 청바지랑 운동화는 어쩔 건데?“


한다. 그러자 소영이 눈썹을 올린다.


"그쪽도 청바지랑 운동화잖아요. 어떻게 할 건데요?"


그러자 이현이 자기 옷을 내려다보더니 기웃한다.


"좋은 생각이야. 일단 우리 옷이 필요해. 궁녀 복이랑... 선비 옷이겠지."


자기 옷을 내려다보면서 그러더니 갑자기 방향을 바꿔 시장터에서 빠져나간다.


"옷 사자면서요!"


소영이 따라가면서 그런다. 이현이 돌아보지도 않고 손을 흔든다.


"궁녀 옷인데 시장바닥에 있겠어? 따라와."


그 묘하게 우쭐해진 태도에 소영이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피시식 웃으며 따라간다.


"좋아요 계획이 뭐예요?"

"옷을 구해야지."


그러자 이현이 시자철을 꺼낸다. 이제 손가락 마디 두개정도가 들어갈 정도로 틈이 벌어진 시자철을 보면서 이현이 틈을 가늠하듯이 쳐다본다.


"새로운 시간으로 가는 건 힘들어도.."


이현이 소영의 손을 시자철 위에 올려놓더니 시계 옆의 단추를 누른다. 그러자 번쩍 하고 노란 불꽃과 함께 장터 뒤에서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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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천상열차분야보물지도 2 21.08.31 58 1 10쪽
34 천상열차분야보물지도 1 21.08.30 67 1 14쪽
33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5 21.08.29 55 1 13쪽
32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4 21.08.29 48 1 15쪽
31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3 21.08.28 39 1 12쪽
30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2 21.08.28 33 1 8쪽
29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1 21.08.27 41 1 18쪽
28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8 21.08.27 25 1 9쪽
27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7 21.08.26 30 1 15쪽
26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6 21.08.25 29 1 9쪽
25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5 21.08.24 42 1 13쪽
24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4 21.08.23 36 1 10쪽
23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3 21.08.22 31 1 7쪽
22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2 21.08.22 41 1 12쪽
21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1 21.08.21 43 1 6쪽
20 용산역의 도깨비 12 21.08.20 48 1 7쪽
19 용산역의 도깨비 11 21.08.20 39 3 7쪽
18 용산역의 도깨비 10 21.08.19 43 2 8쪽
17 용산역의 도깨비 9 21.08.18 43 2 10쪽
16 용산역의 도깨비 8 21.08.17 43 2 11쪽
15 용산역의 도깨비 7 21.08.12 43 2 7쪽
14 용산역의 도깨비 6 21.08.12 41 2 11쪽
13 용산역의 도깨비 5 21.08.11 47 1 9쪽
12 용산역의 도깨비 4 21.08.10 52 2 9쪽
11 용산역의 도깨비 3 21.08.09 55 2 9쪽
10 용산역의 도깨비 2 21.08.08 93 3 8쪽
9 용산역의 도깨비 1 21.08.07 148 2 10쪽
8 궁녀4 (8) 21.08.06 133 2 11쪽
7 궁녀4 (7) 21.08.05 13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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