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저승달

조선타임트래블 Rerun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8.03 10:03
최근연재일 :
2021.09.20 19:42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8,010
추천수 :
105
글자수 :
311,603

작성
21.08.18 18:47
조회
44
추천
2
글자
10쪽

용산역의 도깨비 9

DUMMY

옆문의 샛길을 통해 빠져나온 다섯은 앞장선 영한과 영우를 따라 산을 타고 달려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눈 깜작할 새에 사라진 도깨비들에 이현과 정한이 헐떡이며 멈춰 선다.


"어떻게.. 된 거야?"


숨을 헐떡이며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옆의 나무를 잡고 숨을 몰아쉬는 이현이 그런다.

그러자 옆에서 후 하고 숨을 고르던 정한이 돌아보며 고개를 젓는다. 소영은 이마에서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으며 소리친다.


"이게 계획이예요? 산 세 개를 달려서 넘는 거? 그게 계획이라면 지금 말해주세요, 저는 짐만 될거예요.“


그러자 이현이 자기 꼴을 보라는 듯이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소영을 쳐다본다. 그때 이현의 옆에 도깨비 둘이 다시 풉 하고 나타난다.


"자네들 걸음이 너무 느려!"


그리고 영한이 이현과 정한의 목덜미를 콱 잡는다. 그리고 영우가 소영의 옆에 나타나던 소영을 어깨위에 사뿐히 들어 올려 걸친다. 소영이 꺅 하고 소리를 지르자 영우가 씩 웃는다.


"뒤로 꺾이고 싶지 않다면 꽉 잡으시라고 낭자."


그리고 둘 다 무릎을 굽히더니 앞으로 펄쩍 뛰어나가는데 소영이 소리를 지른다. 바람이 할퀴는 소리가 귓가에 왱왱하고 지나가고 소매가 미친 듯이 펄럭거린다.

소영은 자신이 너무 무서워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건지 바람소리가 음속으로 귓가를 스치는 건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잠시 뒤에 시작한 것처럼 갑작스럽게 뚝 하고 바람소리가 멎고 소영은 저도 모르게 죽어라 꽉 감고 있던 눈을 뜬다. 그리고 몸이 훌쩍 들리는 것 같더니 소영의 발이 땅을 밟고 있다.

어! 하고 휘청거리는 소영을 영우가 재빨리 잡아주더니 웃는다. 소영은 경황없이 주변을 휘휘 둘러본다.


"여기가 어디예요?"


목이 반쯤 쉬어버린 소영이 눈을 껌벅이며 묻는다.


"지도에 나와 있는 동굴 앞이지."


영우가 뿌듯한 얼굴로 그런다.


"산 세 개를 다 건넜다고요?"


그제야 소영의 눈에 바닥에 낙엽과 돌멩이처럼 구르고 있는 이현과 정한의 모습이 들어온다. 소영은 그 두 사람의 몰골을 보고 저는 그나마 양반이었음을 깨닫는다.


"어이..."


소영이 띵한 머리를 붙잡고 가까이서 구르고 있는 정한을 향해 묻는다.


"괜찮아요?"


그러자 정한이 비틀거리더니 간신히 무릎을 짚고 일어선다. 그리고 잘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눈을 부릅뜨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이현은?"


그때 뒤에서 잠시만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우웨에에에에엑 하는 소리가 들린다. 소영과 정한이 동시에 윽 하고 고개를 돌린다. 영한과 영우는 재밌다는 듯이 세 인간들을 보고 큭큭 거리고 있다. 잠시 뒤에 새파랗게 질린 얼굴의 이현이 비틀거리면서 걸어 나온다.

영한이 먼저 웃던 걸 뒤로하고 동굴 입구를 가리킨다.


"그 밀수꾼들의 지도를 보면 이곳이 맞아."


그리고 동굴 안으로 앞장선다. 이현은 벽을 짚은 채로 자신의 발을 원수처럼 노려보고 있는 걸 소영이 손을 잡고 이끈다. 정한도 썩 좋지 않은 낯빛으로 영우를 따라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소영은 눈을 크게 뜨고 생전 처음 들어와 보는 동굴 안을 연신 둘러보면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긴다. 흰 빛깔의 종유석 기둥들이 위아래로 맞닿은 거울기둥처럼 자라나고 있고 사방에서는 메아리처럼 똑똑 물 떨어지는 소리가 흐른다.


“저것 봐요!“


소영이 가리킨다. 소영의 말에 고개를 든 사람들의 입이 너나할 것 없이 동시에 벌어진다.

까마득한 천장으로부터 내려온 긴 손톱 같은 거대한 종유석들의 무리가 발처럼 동굴 안을 드리운다. 그 크기나 위용은 자못 숙연함까지 불러일으킨다. 그러자 그 거대한 종유석을 본 이현이 멈춰 선다.


"정말. 여기라고?"

"왜 여기가 어딘데요?"


소영이 묻는다. 그러자 이현이 눈을 반짝이며 정한을 돌아본다.


"여기 정말 고수동굴이야?"


그러자 정한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이현이 제자리서 신나서 펄쩍 펄쩍 뛴다.

그걸 보고 소영이 정한을 돌아보자 정한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한다.


"여긴 단양에 있는 고수동굴이야. 저 십 미터짜리 종유석이 있는 1700미터의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 뿐만 아니라 동양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굴이라고."


그러자 도깨비들과 소영이 새삼 둘러보며 감탄한다. 이현이 씩 웃으며 그런다.


"여기에서 자라고 내려오는 모든 것들 한 뼘 한 뼘마다가 이 석회암 동굴이 수십 수백 년씩 걸려서 쌓이고 녹여서 만든 거야. 인간이 이 땅을 걷기도 전부터 이 동굴 안에 있는 것들은 소리 없이 자라고 있었다고. 지금 우리는 그 엄청난 시간 속에 서있는거야."


그러자 네 사람이 새삼 동굴 안을 둘러본다. 그들이 서있는 어두침침하지만 거대한 위용의 동굴의 것들이 새삼 달라 보이는 느낌에 소영은 숨을 삼킨다.






**





어두운 벽면에 반사된 노란 불빛들이 물빛에 비쳐 흔들거려 앞서가는 사람들이 뒷모습을 어지러이 비춘다. 사람들이 잠시 모두 말이 없어졌기 때문에 좁지만 계속해서 안으로 파고드는 동굴의 통로의 적막은 동굴 안에 들리지 않게 퍼지고 있는 신비한 소리에 감싸여있다.

소영은 이곳에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알아차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때 길게 따라가던 줄의 열이 갑자기 멈춘다. 소영이 앞을 쳐다보자 영한은 희고 매끈하게 반짝이는 벽을 쳐다보고 있다.


"막혔는데?"


영한이 그런다. 그러자 소영과 영우가 앞으로 나서서 벽을 두드린다.

단단한 흰 벽은 쿵 쿵 거리는 소리를 낼 뿐 꿈적도 하지 않는다. 이현이 뒤로 물러서 흠 하고 쳐다보는데 문득 정한이 눈이 부셔서 손으로 눈을 가린다.

이현이 정한을 쳐다보자 정한이 빛이 들어오는 곳을 쳐다보려고 하면서 눈을 가늘게 뜬다.


"... 어디서 빛이 들어오는 거야?"


이현이 정한을 잡은 채로 빛을 따라서 고개를 돌리더니 아! 하고 흰 벽 위의 구멍을 가리킨다. 삼십미터정도 높이 되는 곳에 어른키만한 동그란 구멍이 나있고 그 구멍에서 흰 빛이 따갑게 내려오고 있다.


"저기 뭐가 있는거야?"

"몰라. 어쨌든 우리가 알아봐야겠지."


그러고 이현이 영한을 쳐다본다.


"너희, 우릴 저기로 올려줄 수 있어?"


그러자 영한이 씩 웃더니 당연하지. 하고 이현의 목덜미를 턱 잡는다. 그리고 위를 쳐다본 채 다른 한손으로 균형을 잡듯 무릎을 굽히더니 휙 뛰어오른다.

한 번에 십오 미터 가량을 도약한 이현의 심장이 펄떡 뛰는데 중간 벽을 잡고 더 위로 뛰어오르려던 영한이 움찔하더니 간신히 벽을 꽉 붙잡고 멈춘다. 갑자기 공중에서 움칠한 덕분에 심장이 벌렁벌렁한 이현이 뭐야? 하고 소리치자 벽을 한손으로 꽉 붙잡은 영한이 이를 악문다.


"몰라. 갑자기 힘이 잘 안들어가는데."


이러고서 다시 심호흡을 한다. 아래쪽에서는 정한과 소영이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고 있다.

그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려준 이현은 다시 한번 몸이 흔들 하더니 다시 도약한 영한의 손끝이 구멍 모서리를 꽉 잡는다.


"됐..다!"


영한이 이현을 휙 들어 구멍위로 올려주고 자신은 몸을 한바퀴 뒤집어 구멍위에 안착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동시에 굳는다.


"뭐야 뭐가 있는데?"


아래에서 궁금한 듯 총총 뛰던 영우가 한손으로는 정한의 목덜미를 잡고 다른 한손으로 소영을 짚어 어깨에 툭 걸치더니 휙 뛰어오른다. 소영이 꺅 하고 소리를 지르는데 별 무게를 안단 것처럼 가볍게 뛰어오른 영우가 역시 마찬가지로 주춤하더니 아까 영한이 매달렸던 중간벽에 착 달라붙는다.

후 덜덜 떨면서 소영이 간신히 한손은 영우의 어깨를 잡고 다른 손은 정한의 팔을 죽어라 꽉 잡고 있는데 영우가 얼굴을 찌푸린다. 그리고 다시 힘을내어 뜀박질을 해서 이현과 영한이 내려다보고있는 구멍에 도착한다.


"놀랬잖아요! 말을 하고서...!"


겨우 다시 땅바닥에 발을 디딘 소영이 휘청거리다가 영우를 향해 소리치다가 말을 멎는다. 그들의 앞에는 커다란 수영장만한 넓이의 호수가 펼쳐져있다. 물은 맑은 푸른색이지만 아래는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하게 내려간다. 영우가 저도 모르게 다리가 후들 하자 영한이 재빨리 잡아준다.

위 아래로 솟은 종유석들에서 물이 깊고 넓은 물속으로 소리없이 빨려들어가는걸 보면서 소영도 아찔하다.


"대체 이 동굴에 왜 이런게 있는거야?"

"이래서 힘이 안들어간거였어?"


영우가 중얼거리자 이현이 돌아본다.


"힘이 안들어가다니? 아까 휘청댄거?"


정한이 쳐다보자 영우는 여전히 시퍼런 얼굴로 너무 깊어서 흔들리지도 않는 고요한 수면을 피해 흰 벽으로 움찔움찔 물러난다. 영한이 한숨을 쉰다.


"우린 백살도 못산 흙도깨비라고. 물에 빠졌다간 잘못하면..."


그리고 말을 잇지 못하고 영우를 따라 벽에 딱 붙는다.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본 이현이 호수 반대편의 똑같은 크기의 구멍으로 통하는 통로를 쳐다본다.


"어쨌든 지도대로라면 저 쪽으로 건너가야 된다는 거잖아."


정한이 의아한 듯 벽에 딱 붙어서 벌벌 떨고 있는 두 도깨비들을 돌아본다.


"잠깐 여기에 그 책들을 숨긴 건 그 밀수도깨비들이잖아. 걔들은 여길 건넜는데 너희는 왜 못 건너는거야?"


그러자 영한이 이를 갈며 정한을 노려본다.


"걔들은 쇠도깨비들이라고."


그리고 소영과 정한이 의아하게 쳐다보자 푹 한숨을 쉬더니 소리친다.


"우리는 흙도깨비고! 한 삼백년쯤 살았으면 모를까 우리는 수영도 못한단 말이다!"


"그럼 그냥 아까처럼 뛰어서 건너면 안돼?"


이현이 반대편 입구와 도깨비들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그런다. 그러자 영한이 고개를 젓는다.


"아까부터 힘이 빠지고 있었는데 여기선 더 심해. 아마 저 호수 한가운데쯤에서 떨어져버릴걸."


그러자 이현이 고개를 젓는다.


"너희들은 우리보다 무거워서 업고 헤엄을 칠 수도 없잖아."


그러자 호수 가운데를 쳐다보고 있던 정한이 돌아선다.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말하는 정한의 표정도 썩 좋지는 않다. 그러자 네사람이 동시에 정한을 돌아본다. 정한이 한숨을 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조선타임트래블 Rerun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천상열차분야보물지도 2 21.08.31 59 1 10쪽
34 천상열차분야보물지도 1 21.08.30 71 1 14쪽
33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5 21.08.29 57 1 13쪽
32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4 21.08.29 50 1 15쪽
31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3 21.08.28 40 1 12쪽
30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2 21.08.28 35 1 8쪽
29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1 21.08.27 42 1 18쪽
28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8 21.08.27 27 1 9쪽
27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7 21.08.26 31 1 15쪽
26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6 21.08.25 31 1 9쪽
25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5 21.08.24 43 1 13쪽
24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4 21.08.23 37 1 10쪽
23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3 21.08.22 32 1 7쪽
22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2 21.08.22 42 1 12쪽
21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1 21.08.21 45 1 6쪽
20 용산역의 도깨비 12 21.08.20 52 1 7쪽
19 용산역의 도깨비 11 21.08.20 40 3 7쪽
18 용산역의 도깨비 10 21.08.19 43 2 8쪽
» 용산역의 도깨비 9 21.08.18 45 2 10쪽
16 용산역의 도깨비 8 21.08.17 46 2 11쪽
15 용산역의 도깨비 7 21.08.12 44 2 7쪽
14 용산역의 도깨비 6 21.08.12 42 2 11쪽
13 용산역의 도깨비 5 21.08.11 49 1 9쪽
12 용산역의 도깨비 4 21.08.10 53 2 9쪽
11 용산역의 도깨비 3 21.08.09 59 2 9쪽
10 용산역의 도깨비 2 21.08.08 96 3 8쪽
9 용산역의 도깨비 1 21.08.07 151 2 10쪽
8 궁녀4 (8) 21.08.06 137 2 11쪽
7 궁녀4 (7) 21.08.05 137 3 12쪽
6 궁녀4 (6) 21.08.04 177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