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저승달

조선타임트래블 Reru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8.03 10:03
최근연재일 :
2021.09.20 19:42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7,772
추천수 :
105
글자수 :
311,603

작성
21.08.28 20:32
조회
38
추천
1
글자
12쪽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3

DUMMY

**


이천은 주변을 둘러본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좁은 벽을 따라 걸었던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갑자기 밝아진 빛에 눈을 움츠렸더니 세갈래 갈림길이 있고 이현과 다른 일행들은 보이지 않는다. 뒤를 돌아보니 왔던 통로는 감쪽같이 사라져있다.

수상쩍은 눈으로 통로가 있던 벽을 쳐다보던 이천이 흥 하고 다시 세 갈림길을 쳐다본다.

왼쪽은 얼음, 가운데는 불, 오른쪽은 돌의 표식이 있다. 이천은 가운데 불의 표식이 있는 동굴을 보더니 어깨를 으쓱하고 가운데로 걸어 들어간다.

사방이 검은 돌로 되어있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어둡더라도 앞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빛이 있다.

이천은 천천히 길을 살피며 앞으로 걸어간다.

그때 손끝으로 벽을 짚으며 걸어가던 이천의 손가락 끝에서 타닥 하고 불꽃이 튀긴다.

이천이 놀라 쳐다본다. 이천이 손가락 끝을 만져보자 돌가루가 잡힌다. 이천은 킁킁 냄새를 맡아보더니 다시 손가락으로 돌가루를 비빈다. 금세 손가락 끝에서 열기가 확 올라온다.


".... 정말 가도 가도 신기하구만. 불이라는 게 이런 뜻이었나?"


그때 뒤에서 그르르르 하고 낮게 목을 울리는 소리가 좁은 동굴 벽을 타고 울린다. 이천이 천천히 돌아보자 검은 벽들 사이에서 마치 벽돌이 움직이는 것 같다. 이천이 눈을 좁히자 벽색과 똑같은 검은 멧돼지가 쿵 쿵 하고 발 을 구르며 이천을 노려보고 있다.

바닥에 발굽이 부딪힐 때마다 검은 벽에 노란 불꽃이 튀긴다.


"이봐, 그러지 않는 게 좋을걸."


이천이 그런다. 그러자 멧돼지가 그르르르 하고 발을 쾅쾅 구른다. 그럴 때마다 불꽃이 탁탁 튀기더니 옆 벽과 바닥으로 노란 불똥이 화륵 하고 튀긴다. 이천이 천천히 손을 든다.


"... 여긴 사방이 부싯돌이라고. 네가 너무 발을 굴러도 불이 붙을 수 있고 내가 널 피해 달려도 내가 불이 붙을 수 있단 말이야."


그러자 멧돼지가 길고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더니 이천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한다. 이천이 이를 악문다.


"그래, 설득이 쉽게 먹힐 거라고는 생각 안했지!"


그러고 짚신을 벗은 채 까치발로 뒤돌아 달리기 시작한다.

꾸웨에에엑 하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기 시작하던 멧돼지의 발에서 불꽃이 튀기더니 이내 짐승의 발목에 화르륵 불이 붙어 타오르더니 순식간에 온몸으로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한다.

돼지가 산채로 불에 타오르는 것을 돌아본 이천이 다시 앞을 보고 이를 악물고 달리기 시작한다. 이천의 발바닥에도 바닥에 닿을 때마다 타닥타닥 불꽃이 일기 시작한다.






**





정한은 점점 넓어지더니 어느 순간 낯익은 풍경의 지하가 된 주변을 돌아본다. 발아래에 아그작 하고 얇은 얼음이 밟히며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 우엉의 동굴이라고 그랬지."


정한이 중얼거린다. 우엉들이 특히 과거와 현재의 시간들을 섞고 기술들을 가지고 장난치는걸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이 풍경이 나오자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정한은 고드름이 매달린 벤치와 얼어붙은 기둥들과 아래에 깔린 선로를 내려다본다.


"..... ......"


정한이 들어선 곳은 얼음동굴이 된 지하철 승강장이다.

동대입구라고 붙어있는 벽의 주황색 표지판을 뒤로하고 정한이 얼어붙은 계단을 밟고 올라간다. 지하철은 완전히 얼어붙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2012년의 것과 똑같다.

기묘한 사진 속에 들어와있는 느낌을 받으며 정한은 개찰구 앞으로 올라선다.

역시 사람은 아무도 없다.


"1395년의 우엉의 동굴 속에 있는 얼어붙은 동대입구역이라."


정한이 돌아본다.


"... 이현이 이걸 봤으면 좋아죽었겠지."


정한이 중얼거리고 피식 웃는다. 정한의 입김이 공중에 하얗게 얼어붙는다. 그때 뒤에서 음메 하는 소리가 난다. 정한은 잠시 멈칫하더니 돌아본다.

저쪽 반대편 개찰구 쪽에서 얼음으로 된 거대한 황소 한마리가 막 정한을 보고 울고 있다. 정한이 눈썹을 올린다.


"...뭐?"


그러자 정한과 눈이 마주친 황소가 쿵 쿵 하고 방향을 돌린다. 이현이 눈썹을 올린다.


"... 그래 저걸 봤으면 정말 좋아했겠지."


그리고 재빨리 몸을 돌려 왔던 방향으로 다시 뛰어가기 시작한다. 얼음으로 된 황소가 정한이 뛰는걸 보고 더 속도를 높여서 쿵쾅쿵쾅 하고 따라오기 시작한다. 황소가 발을 디디고 쿵 하고 뛸 때마다 지하철 바닥이 흔들흔들하고 울린다. 정한은 빠져나왔던 개찰구를 뛰어넘어서 다시 계단 아래로 내려간다.

소가 성난 비명을 지르며 계단 위를 굴러 떨어지듯이 우당탕하고 넘어져 바닥에 구른다. 그사이 정한은 거리를 벌리고 반대편 통로로 뛰어가기 시작하는데 벽에 뻥 뚫려있는 구멍에서 이천이 무언가에 쫓기듯이 휙 하고 튀어나온다. 정한의 눈이 커진다.


"이천씨?"


그러자 이천도 정한을 보고 반가운 얼굴을 한다.


"어어 자네!"


그때 뒤에서 소가 일어나 얼음의 콧김을 뿜어내며 다시 달려오기 시작한다. 아까보다 더 커진 발굽소리에 땅이 덜덜 떨리기 시작하자 돌아본 이천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 저게 무슨 소린가?"


이천이 그런다. 그러자 정한이 고개를 든다. 정한과 이천이 밟고선 선로가 쿠궁 쿠궁 하고 울리기 시작한다.


"... 뛰라는 소립니다."


정한이 그러고 두 사람은 반대편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





"... 좋아 그러니까, 여기 동굴주인은 어떤 돌에다가 이 조각칼들을 가지고 팔만대장경을 새기고 싶었다는건데."


이현이 그런다.


"문제는 왜? 어째서?"


그러자 소영이 모니터들을 보다가 가리킨다.


"어 여기 정한씨! 이천씨!"


그러자 불의 동굴을 비추는 모니터 화면 옆에 얼음동굴처럼 보이는 곳에서 서성이는 이천과 정한이 보인다.


"어이! 여기선 저쪽으로 말 못하나?"


소영이 버튼들을 눌러보면서 그런다. 그러자 옆에서 장치들을 살피던 이현이 고개를 젓는다.


"이건 감시용 화면이야. 어쨌든 둘 다 무사한 걸 봤으니까 우리도 나가야지. 이건 동굴 입구를 가리키는 것 같고..."


이현이 세번째 화면을 가리키며 그런다. 소영이 이현을 따라 벽을 따라 움직이며 모니터를 관찰한다. 네번째 화면에는 팔만대장경이 떠있고 다섯번째 화면에는 먼 곳에서 찍은듯한 절벽의 모습이 있다.


"이현씨, 이거 봐요!"


벽을 한 바퀴 빙 돌아 첫 번 째 화면 옆에 있는 여섯 번째 화면을 가리킨 소영이 그런다. 소영이 가리킨 화면에는 네모난 방 안에 한복을 입은 여자들이 구석에 줄줄이 앉아있다.


"이 사람들 어디있는거예요?"


그러자 이현이 소영 옆으로 오더니 버튼들을 누르면서 얼굴을 찡그린다.


"좋아, 이게 연결된 카메라 위치고.. 이게 문으로 통하는 코드라고 하면- "


이현이 마지막 코드를 입력하자 삑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들 사이에 있던 벽이 열린다.

소영이 조심스럽게 문에 다가가자 흰 방 안에 있는 여자들이 놀라 숨을 죽이는 소리가 들린다. 소영이 조심스럽게 벽 안의 여자들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듯 손을 가볍게 흔들어 보인다.


"안녕하세요? 다들 괜찮으세요?"


그러자 여자들이 불안한 눈빛으로 소영을 쳐다본다. 그중 가운데 있던 여자가 용기를 내 고개를 들더니 주춤하며 일어선다.


"당신은 누구지요? 어떻게 우릴 찾은거예요?"


그러자 소영의 뒤에서 이현이 불쑥 고개를 내민다.


"당신들이 우엉의 포로였으니까. 혹시 우엉들이 당신들을 잡아다 뭘 하려고 했는지 알아요?"


그러자 남자를 본 여자들이 놀라 얼굴들을 가리며 부산을 떤다. 이현이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기웃하자 소영이 이현을 노려보며 옆구리를 퍽 찌르자 이현이 헉하고 뒤로 물러난다.


"왜?"

"좀 기다려 봐요! 이현씨 보고 놀라잖아요!"


내가 뭐 어때서. 이현이 얼굴을 찡그리다 소영이 확 하는 표정에 뒤로 슬금슬금 물러난다.


"알았어, 어쨌든 내가 물었던 거 한번 물어봐봐!"


그리고 이현은 얼른 소영을 피해 다시 모니터 앞으로 피한다. 소영이 한숨을 쉬고 다시 여자들을 본다. 열 명 여자들은 모두 머리를 쪽 지운 꽃다운 나이의 처녀들이다.

괴물에게서 풀려났다는 안도감이 퍼지고 나자 용기를 내서 일어선 여자들이 소영을 따라 방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이상한 방의 풍경에 놀란 듯 금세 저들끼리 부산을 떨면서 방을 구경하고 소영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우릴 찾아오다니 정말 용감하셔요! 저 남자분은 누구신가요? 마을에서 저희를 구하러 보내준 분이신가요?"

"신기한 옷을 입고 있네! 대체 어디에서 온거니?"


초롱초롱한 눈들의 시선이 쏟아지자 소영이 허허.. 하고 어색하게 웃는다.

이현을 흘끗 곁눈질해보지만 이현은 테이블 위의 돌들을 툭툭 쳐보고 관찰하느라 정신이 없다.


"저희는 그냥 여행자 같은 거예요. 저희 동료가 두 명 더 있는데 이 동굴에서 당신들을 잡아온 괴물 때문에 지금은 잠시 헤어졌어요."


소영이 그런다. 그러자 테이블 옆에서 이현에게 정신이 팔려있던 여자 둘을 아까 맏언니처럼 보이던 여자가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한다.


"주아야, 솔이야!"


그러자 얼굴이 빨개진 여자들이 깔깔거리며 웃으며 정원언니도 참, 하고 도로 소영을 쳐다본다. 소영은 몰래 눈을 굴린다. 여튼 남자는 잘생기기만 하면 된다 이거지.


"혹시 언니들 왜 괴물이 언니들을 가둬놨는지 아세요?"


그러자 정원이라 불린 여자가 다른 여자들과 시선을 교환하더니 그런다.


"우리를 가둬놓고 매일 한번씩 우리를 데리고 폭포수가 있는 절벽 앞으로 데려갔어. 그리고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손짓으로 우리더러 절벽을 오르라는 시늉을 하는거야."


정원이 자신의 손을 보여준다.


"봐봐. 이렇게 고운 여자 손으로 어떻게 그 미끄러운 절벽을 오르겠니."


그러자 다른 여자들도 다같이 자신들의 손들을 펼쳐 보인다. 이현이 다가오더니 소영의 뒤에서 함께 손들을 내려다본다. 온통 물집이 잡히고 뻘겋게 부은 손들을 본 소영이 눈을 찌푸린다.


"... 절벽을 오르라고 했다고?"


이현이 그러더니 돌아서서 다섯번째 화면을 들여다본다. 그러자 주아가 소리친다.


"그 절벽이예요! 우리가 맨날 올랐던 절벽!"


그러자 옆에서 솔이가 거든다.


“우리가 실패하니까 무서운 소리를 내면서 화내는 거 같더라고. 하지만 절벽이 그런 주술이 걸려있으니 자기라도 오를 수 있을 턱이 있나.”


그러자 이현이 돌아본다.


"주술?"


그러자 주아가 옆 친구들과 깔깔대며 그런다.


"그냥 미끄러워서 떨어진게 아니예요. 그랬으면 가혜도 진작에 올랐지."


그러자 옆에 가혜처럼 보이는 여자가 주아의 어깨를 짝 친다. 주아가 웃으면서 그런다.


"절벽에 이상한 주술이 걸려있다고요 어떻게 미끄러지지 않고 잘 올라가봐도 절대 끝까지 오를수가 없다니까요?"


그러자 이현이 호오하고 흥미로운 표정을 한다. 소영이 한숨을 쉰다. 이현은 벌써 자판을 두드리더니 절벽으로 향하는 길을 찾고 있다.


"좋아, 그럼 같은 코드를 사용해서 이번에는 절벽으로 가는 길을 찾아보자."


그리고 이현이 몇 번 더 자판을 누르자 이번에는 반대편 화면들 사이의 벽이 드르륵 하고 열린다. 소영이 어깨를 으쓱한다.


"자 그럼 이제 남은 문제는 하나네요."


소영이 그런다. 이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방안의 부산스러운 여자들을 둘러보더니 그런다.


"... 이 방의 주인은 지금 어디 있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조선타임트래블 Rerun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천상열차분야보물지도 2 21.08.31 57 1 10쪽
34 천상열차분야보물지도 1 21.08.30 67 1 14쪽
33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5 21.08.29 55 1 13쪽
32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4 21.08.29 44 1 15쪽
»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3 21.08.28 39 1 12쪽
30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2 21.08.28 30 1 8쪽
29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1 21.08.27 39 1 18쪽
28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8 21.08.27 25 1 9쪽
27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7 21.08.26 29 1 15쪽
26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6 21.08.25 29 1 9쪽
25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5 21.08.24 40 1 13쪽
24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4 21.08.23 35 1 10쪽
23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3 21.08.22 30 1 7쪽
22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2 21.08.22 40 1 12쪽
21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1 21.08.21 43 1 6쪽
20 용산역의 도깨비 12 21.08.20 47 1 7쪽
19 용산역의 도깨비 11 21.08.20 38 3 7쪽
18 용산역의 도깨비 10 21.08.19 43 2 8쪽
17 용산역의 도깨비 9 21.08.18 41 2 10쪽
16 용산역의 도깨비 8 21.08.17 43 2 11쪽
15 용산역의 도깨비 7 21.08.12 40 2 7쪽
14 용산역의 도깨비 6 21.08.12 41 2 11쪽
13 용산역의 도깨비 5 21.08.11 46 1 9쪽
12 용산역의 도깨비 4 21.08.10 50 2 9쪽
11 용산역의 도깨비 3 21.08.09 55 2 9쪽
10 용산역의 도깨비 2 21.08.08 92 3 8쪽
9 용산역의 도깨비 1 21.08.07 146 2 10쪽
8 궁녀4 (8) 21.08.06 132 2 11쪽
7 궁녀4 (7) 21.08.05 130 3 12쪽
6 궁녀4 (6) 21.08.04 168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