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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조선타임트래블 Re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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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8.03 10:03
최근연재일 :
2021.09.20 19:42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7,799
추천수 :
105
글자수 :
311,603

작성
21.08.20 18:04
조회
47
추천
1
글자
7쪽

용산역의 도깨비 12

DUMMY

그때 저만치 날아가 있던 영한이 달려온다. 진흙에서 한바퀴 구른 영한의 얼굴은 어느새 갈라진 틈이 사라지고 어느 때보다 쌩쌩하게 번쩍거리고 있다.

영한은 정한이 아직도 움켜쥐고 있는 한 움큼의 진흙을 펴든다. 그리고 바닥의 진흙더미들을 섞어서 뭉개기 시작하더니 위쪽으로 높이 세 번 던지고 나서 바닥에 놓고 그 위에 흙을 덮는다.

나머지 세 사람이 지쳤지만 호기심에 찬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작은 흙더미가 꿈틀꿈틀 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흙 가운데에서 초록빛이 새어나오는가 싶더니 팔 하나가 퍽 솟아오른다. 소영과 이현이 뒤로 깜짝 넘어진 가운데 영한이 재빨리 팔을 잡고 나머지 몸을 끌어올린다.

진흙투성이지만 역시 쌩쌩한 모습의 영우다. 초록빛으로 빛나고 있는 영우를 보고 소영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가서 영우와 영한을 껴안는다. 영우가 감격해서 마주 두 사람을 껴안는데 갑자기 소영이 푸합 하고 웃는다.


"왜?"


영우가 소영의 얼굴을 보고 의아한 듯 웃는다. 그러자 진흙으로 덕지덕지한 소영의 얼굴이 웃음을 참으려고 마구 움찔움찔 한다.


"왜?"


그러자 옆에서 이현과 정한도 피식피식 웃음이 샌다. 놀란 영우가 돌아보자 영한도 미안한듯 하지만 간신히 웃음을 참는 얼굴로 쳐다보고 있다.

네 사람의 시선을 따라 영우가 천천히 자기 머리위로 손을 올리더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나 대머리잖아?"

“진정해 머리카락 아니면 니 다리 한 짝 이었어.“


영한이 그런다.


“머리카락은 다시 자랄거란다. 아우야.“


그러자 영우가 황당한 표정을 한 채 으아악 하고 소리를 지른다. 발광하는 흙 도깨비와 형님도깨비를 뒤로하고 이현이 아차 한다.


"왜?"


여전히 진흙에서 일어날 생각을 안 하는 정한이 눈도 안뜨고 묻는다. 이현이 슬금 정한의 눈치를 본다.


"책들. 깜박했는데."


그러자 정한이 등 뒤에서 상자를 꺼낸다. 이현이 소리친다.


"구했어?"


그러자 정한이 얼굴을 찡그린다.


"내가 넌 줄 아냐. 이 중요한 걸 까먹게."


그러자 소영과 도깨비 둘도 상자를 향해 몰려든다. 네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현이 천천히 상자의 잠금장치를 열고 뚜껑을 연다. 그리고 안에 있는 것을 들여다본 소영이 입을 막으며 뒤로 물러선다.


"됐어. 이제 다시는 상자같은건 안 열어볼래요."


영한과 영우가 상자 안의 책들 옆에 들어있던 흰 해골 뼈 들을 꺼내자 소영이 정한의 옆에 비틀거리며 주저앉는다.


"열 때마다 피 아니면 해골이 나오는데 다시는 보고싶지않아."


진저리를 치며 소영이 그런다. 이현이 책들을 꺼낸다.


"강호연군가. 당쟁차탄가. 산중신곡."


이현이 책들을 차례로 펼치며 말한다. 정한이 옆에서 씩 웃는다. 이현이 정한을 돌아본다.


"처음 연구소에 있었던 책들이네."


이현이 그런다. 정한이 고개를 끄덕한다.

이현이 알겠다는 듯 다시 책들을 본다.


“과거의 밀수도깨비들이 이 책들을 같이 훔쳐왔었고 2012년이 되어서야 고수동굴에서 우연히 이 책들이랑 지도를 같이 발굴하게 된거지. 그 녀석들은 다시 여기로 돌아올 생각이었고.“

"아 그거 말인데. 그 도깨비들은 어떻게 자기들끼리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 한 거야?"


그러자 이현이 고개를 젓는다.


"몰라. 온수들의 도움을 받는다고 했는데 자세한건 물어볼 틈이 없었거든."


이현이 어깨를 으쓱한다.


"맞고 날아가고 하느라 바빠서 말야."


그러고 씩 웃는데 정한이 눈을 굴린다.


"온수들."


소영이 중얼거린다.


"온수들! 정일당씨요!"


그러자 영한과 영우가 서로를 마주보더니 소영을 보고 씩 웃는다.


"그래 얼른 돌아가자."


그리고 각자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이현과 정한의 목덜미를 잡고 영우가 소영을 들쳐 업는다. 이현과 정한의 얼굴이 순식간에 다시 시퍼래지는 가운데 두 도깨비가 무릎을 굽히더니 훅 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다음순간 동굴 앞에는 아무도 없다.





**





마당 밖에서 또 한차례 헛구역질을 하고있는 이현을 내버려두고 정한과 소영이 두 도깨비들을 따라 마당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그리고 네 사람은 너나할 것 없이 눈앞의 풍경에 제자리에 멈춰선다.

마당은 온통 커다란 구멍들이 파여 있고 한차례 태풍이라도 지나간 것처럼 나무들과 온수들 가릴 것 없이 뿌리 채 뽑혀 나뒹굴고있다. 마당을 검은 재처럼 뒤덮은 온수들의 시체들을 보고 기가 막힌 소영이 입을 떡 벌리는데 영한과 영우가 소리친다.


"누님! 누님!“


마당은 휑하고 열려있는 방안은 텅 비어있다.

입가를 훔치며 다가온 이현이 누님을 찾아 헤매는 두 도깨비들 뒤에서 고개를 돌린다.

그때 뒤에서 저벅저벅 소리가 나서 다들 놀라서 휙 돌아보는데 정일당이 서있다.

구불거리는 머리채는 사방으로 휘날리고 초록색 눈은 횅횅하게 번뜩인 채로 사방에 온수들의 시체가 널 부러진 한가운데 서서 품에 넣을 수 있는 아이들을 꽉 껴안고 있는 모습은 가히 압도적이다.


"책은 구했느냐?"


도깨비보다는 폭풍의 여신같은 모습으로 정일당이 그런다. 그러자 벙찐 얼굴로 쳐다보던 사람들 중에 이현이 제일 먼저 씩 웃는다.


"당연하지."


아이들이 마당에서 꺅꺅거리면서 뛰어노는 소리가 높이 울린다. 아이들을 한껏 뿌듯한 눈으로 안고 있는 강정일당과 두 형제의 배웅을 받으면서 마당을 나선 세 사람이 다시 한 번 정일당 네 집을 돌아본다.

폭풍이 한차례 지나간 것 같은 모습은 당장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세 도깨비들은 저 아이들을 지키며 살게 될 것이다. 마지막 온수의 검은 탈이 사라지자 위잉 하고 울리기 시작한 시자철을 잡으며 이현이 다시 한 번 손을 흔들고 있는 정일당네를 본다.

정일당과 영한과 영우와 꼬맹이들은 세 사람을 보며 손을 흔들고 있다. 이현이 정일당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런다.


"정말 굉장한 여자야. 아홉을 잃었지만 다시 아홉을 구했지."


소영은 마당안의 도깨비와 인간의 가족들을 바라본다. 그 모습을 보자 가슴속에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벅차오른다. 그리고 다음순간 시자철이 번쩍이면서 세 사람의 모습은 잠깐 스쳐지나간 빛 속에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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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천상열차분야보물지도 2 21.08.31 58 1 10쪽
34 천상열차분야보물지도 1 21.08.30 67 1 14쪽
33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5 21.08.29 55 1 13쪽
32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4 21.08.29 45 1 15쪽
31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3 21.08.28 39 1 12쪽
30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2 21.08.28 31 1 8쪽
29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1 21.08.27 40 1 18쪽
28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8 21.08.27 25 1 9쪽
27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7 21.08.26 29 1 15쪽
26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6 21.08.25 29 1 9쪽
25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5 21.08.24 41 1 13쪽
24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4 21.08.23 36 1 10쪽
23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3 21.08.22 31 1 7쪽
22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2 21.08.22 41 1 12쪽
21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1 21.08.21 43 1 6쪽
» 용산역의 도깨비 12 21.08.20 48 1 7쪽
19 용산역의 도깨비 11 21.08.20 39 3 7쪽
18 용산역의 도깨비 10 21.08.19 43 2 8쪽
17 용산역의 도깨비 9 21.08.18 42 2 10쪽
16 용산역의 도깨비 8 21.08.17 43 2 11쪽
15 용산역의 도깨비 7 21.08.12 41 2 7쪽
14 용산역의 도깨비 6 21.08.12 41 2 11쪽
13 용산역의 도깨비 5 21.08.11 47 1 9쪽
12 용산역의 도깨비 4 21.08.10 51 2 9쪽
11 용산역의 도깨비 3 21.08.09 55 2 9쪽
10 용산역의 도깨비 2 21.08.08 92 3 8쪽
9 용산역의 도깨비 1 21.08.07 146 2 10쪽
8 궁녀4 (8) 21.08.06 132 2 11쪽
7 궁녀4 (7) 21.08.05 131 3 12쪽
6 궁녀4 (6) 21.08.04 16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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