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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조선타임트래블 Reru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8.03 10:03
최근연재일 :
2021.09.20 19:42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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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6
추천수 :
105
글자수 :
31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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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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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1

DUMMY

제4장. 검은 물속의 팔만대장경





검은 돌로 된 동굴이 있다.

물기를 머금은 짙푸른 이끼들이 촘촘히 빈 틈새마다 검은 벽을 메꾸고 있고 입구 안쪽으로 굽어 들어가는 검은 돌들은 습기로 축축하다.

사람의 손이라고는 닿지 않은 것 같은 검고 뾰족한 바위 틈새의 입구 안에는 그러나 흰 장대들이 세워져있고 붉고 흰 깃발들이 꽂혀있다.

제단위에는 돼지머리와 날고기들이 그릇에 받쳐 놓여있고 그 앞에는 노란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입은 처녀와 흰 저고리에 푸른 치마를 입은 처녀가 나란히 앉아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치마들을 입은 채 있는 대로 심사가 꼬인 채로 앉아있는 이현과 정한이 앉아있다. 이현이 얼굴을 찌푸린다.


"노랑저고리에 빨강치마. 이제 네가 확실히 나를 싫어하는걸 알았다. 김소영, 너 나 싫어하지."


그러자 상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소영이 푸푸푸부푸붚 하고 웃는다.


"치마가 푸흡, 정말로 잘 어울리시네요."


그러고 또 푸후풉 하고 웃는데 이현이 마구 노려본다. 그 옆에는 이현이 흰 저고리에 파랑 치마를 입은 채 서있다. 그걸 보자 이현도 돌아서더니 소영과 똑같은 얼굴이 되어 푸풉 하고 웃는다.


"대체 이 치마로 어쩌라고?"


그러자 정한의 꼴을 아주 재미있게 쳐다보던 이현이 계속 치고 올라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면서 그런다.


"여기 설화가 지네귀신을 잡는 거였잖아. 그래서 우리는 오래된 설화를 따라서 제물로 바쳐진 처녀들을 연기해서 그 괴물지네를 직접 때려잡는 거지."


그러자 정한의 얼굴이 또 마구 구겨진다.


“그래서 거대지네가 나타나면 어떻게 잡을건데?"


이현이 어깨를 으쓱한다.


"거기까진 생각 안해봤어. 보통 내가 이런거 생각해내면 해결책은 네가 생각하잖아."


그러자 정한의 표정이 확 험악해진다. 이현이 어깨를 으쓱으쓱 하는데 상 아래의 천 뒤로 숨던 소영이 다시 고개를 빼꼼 내밀더니 소리친다.


"작전대로 하기로 했잖아요! 지네 다 도망가겠네! 똑바로 안 있어요?"


그러자 이현이 소영을 쳐다본다.


"넌 안전한 상 아래에 있으니까 그런 말이 나오지! 넌 사과 물고 거대지네한테 나 잡아 먹으쇼 하고 엎드려 있는게 아니잖아!"


그러자 소영이 이현을 흘겨본다.


"거대지네라고 하니까 신나서 뛰어온 사람은 제가 아니거든요!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거대만 붙으면 신나가지고 펄쩍펄쩍."


그러자 이현이 뭐라고 대꾸하려는데 갑자기 전화 벨소리가 동굴 속을 왕왕 울린다. 세 사람이 기겁을 해서 돌아본다.


“누구야? 얼른 받아! 다 들키겠다!"


그런데 세 사람이 멀뚱멀뚱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자 이현이 소리친다.


"누구냐니까?"


이현이 정한을 홱 쳐다보자 정한이 얼굴을 찡그린다.


"나일 것 같냐?"


그리고 손을 들어보이자 이번엔 이현이 소영을 돌아본다.


"너지!"


그러자 소영이 얼굴을 팍 찡그린다.


"제 핸드폰은 2012년에 놓고 왔거든요!"

"그럼 누구야? 나도 핸드폰 없는데."


이현이 돌아보는데 그 순간 벨소리가 뚝 멈춘다. 동굴 안에 갑자기 정적이 감도는데 세 사람은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다.


".... 뭐였어요 그거? 전화벨소린데. 우리 세 사람껀 아니었잖아. 여기 동굴에는 우리 셋밖에 없잖아."

"... 그리고 하나 더 있지."


정한이 이현의 뒤를 보더니 헉 하고 숨을 삼키더니 그런다. 이현이 그 말에 얼굴을 찡그리는데 이현의 뒤에서 으르르르르 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현과 정한이 딱 굳어서 돌아보는데 어둠속에서 샛노란 황톳불같은 노란 눈알 한 쌍이 화르륵 하고 타오른다.두 사람은 비명을 지르면서 지네가 내뿜는 노란 화염을 피해 달아난다. 거대지네는 용케 잡히지 않는 두 남자에 약이 오른 듯 더욱 비명을 올리며 쿵쿵 하고 동굴바닥을 짓밟으며 화염으로 된 숨을 뿜는다.

푸아아아아아 하고 뿜는 독이 오른 노란 화염에 이현과 정한이 소리를 지르면서 피하느라 정신없는데 소영이 소리친다.


"정한씨! 뒤!"


그러자 정한과 이현이 동시에 돌아본다. 붉은 치맛자락이 코끝에 넘실거리고 곱게 땋은 머리카락이 이현을 등진 채 거대지네를 마주보고 서있다. 이현이 입을 벌린다.


"비켜요!"


그런데 그 처녀 얼굴에 시커먼 수염이 나있다. 이현이랑 정한이 기겁해서 으악 하고 뒤로 물러서는데 처녀남자는 곧장 일어서서 팔을 걷어 부치더니 주머니 양 품에서 갑자기 주먹만 한 사과를 꺼낸다.


“... 사과?”


이현이 놀라서 쳐다보는데 처녀가 입에 문 쌈지로 팔에 매둔 부싯돌로 불을 촥 붙인다.


"?!"


이현과 정한이 놀라서 입을 벌리고 쳐다보는데 사과 꽁지에 불을 붙인 처녀가 팔을 붕붕 돌리더니 지네의 입을 향해 정확하게 사과들을 던져 넣는다. 그리고 이현과 정한이 어버버 해서 쳐다보자 곧장 달려와 양팔로 두 사람의 어깨를 퍽 쳐서 넘어뜨린다.


"엎드려!"


엉겁결에 태클당해 뒤로 철퍽 엎어진 두 사람이 땅바닥으로 넘어지는데 뒤에서 꾸르륵 꾸르륵 소리가 난다. 이현과 정한이 돌아보는데 지네가 거품을 물고 수많은 발들을 괴로운 듯이 달그닥 거리더니 눈을 뒤집고 뒤로 쿵 하고 나자빠진다.

두 사람이 놀라서 쳐다보고 있는데 뒤에 있던 처녀남자가 치마를 툭툭 털고 일어나더니 엎어져있는 두 사람의 팔을 턱턱 잡고 힘도 안들이고 일으켜 세운다.

얼결에 끌려서 일어난 두 사람이 더 이상 커질 수 없는 눈으로 남자를 쳐다보는데 어깨에 걸쳐둔 저고리로 얼굴을 슥 닦은 남자가 두 사람을 쳐다보더니 씩 웃는다.


"사과가 아니라 내가 만든 수제 수면 폭탄이라오. 큰 짐승 입에다 던져 넣으면 수면약이 터져서 몸을 해치지 않고 순식간에 잠들게 할 수 있지. 내가 실험을 할 때 자주 사용하는 녀석이거든."


상 밑에서 빠져나온 소영이 남자를 올려다보는데 이현은 활짝 웃으며 빛나는 눈으로 남자를 쳐다보고 있다. 남자의 손을 잡고 일어선 소영이 여전히 놀란 눈으로 남자를 쳐다보는데 남자가 호탕하게 웃더니 아직도 벙쪄 있는 소영과 이현의 어깨를 두드린다.


"나는 이천이라 하오. 그대들은 누구요?"


그러자 이현과 정한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천?"


소영이 옆에서 쳐다본다.


"이천이 누군데요?"


소영이 정한한테 속삭인다. 그러자 옆에서 들은 이현이 소영을 홱 돌아본다.


"이천을 몰라?"


그러자 정한이 이현의 등을 퍽 친다. 앞으로 휘청 하면서 이천 앞에 서더니 이천이 쥐고 있던 주머니를 손째로 들어올려 살펴보기 시작한다.

이천이 놀라 이현 뒤의 정한을 쳐다보자 정한이 그러려니 하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이천이 다시 당황해서 이현의 까만 뒤통수를 내려다보는데 이현이 주머니에서 새어나온 가루들을 손끝으로 비벼보더니 이천을 똑바로 쳐다보고 묻는다.


"이건 폭죽화약 같은데. 지네한테 폭죽을 썼어요?"


그러고 지네를 돌아본다. 거대한 붉은 갑옷 같은 껍질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걸 본 이현이 다시 이천을 쳐다본다.


"기절 시킨 거네요?"


그러자 이천이 어깨를 으쓱 한다.


"나는 이 지네의 독을 연구하고 있었거든. 동물들도 이 지네의 냄새를 무서워해서 가까이 안 오고 노란 독은 벌레들을 죽이거든. 농작물의 병충해를 막는 연구에 유용할 것 같아서 말이야. 연구를 하는데 이놈을 죽일 필요는 없지."


이현과 이천이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한이 소영에게 설명한다.


"이천은 세종 때 과학자야. 조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리는 사람이지. 장영실은 알지?"


소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정한이 고갯짓을 하며 그런다.


"그 사람과 동시대 사람이야. 장영실 못지않게 조선시대 과학을 이끌던 과학자고 세종의 총애를 받은 인재이기도 하지. 어떤 사람들은 이천을 가리켜서 조선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도 할 정도로 다방면에 뛰어났던 사람이기도 하고."


"전 장영실밖에 몰랐어요."


소영이 중얼거리듯이 말한다. 이천은 신이난 이현과 무슨 얘기를 하는지 얼굴이 이랬다 저랬다 하며 이야기하기에 바쁘다. 정한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천은 그 업적에 비해서 후대한테 잘 알려지지 않은 위인들 중 하나야."


이현이 말한다.


"개량활자 경자자를 만들고 장영실과 함께 갑인자를 만들었다고."


이현이 정한의 옆에서 불쑥 튀어나와서 말한다. 눈이 반짝반짝하니 아주 신났다.


"게다가 더 대단한 건 뭐냐면...."


그때 지네의 몸이 꿈틀거리더니 다시 일어서서 동굴 안을 가득 채울 정도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소영이 놀라서 이현을 가리키며 입을 벌리는데 이현이 돌아보고 지네가 앞으로 공격하는 동시에 날카로운 쇳소리가 들린다.

이현이 돌아보자 눈앞에 돌진하고 있던 지네가 공중에서 풀썩 힘을 잃은 것처럼 휘청 이더니 이현의 발치 아래로 쿵 쓰러진다. 지네의 이빨이 발끝에 툭 닿자 이현이 위를 쳐다보는데 붉은 지네의 갑옷위에 이천이 장도를 들고 씩 웃으면서 서있다.

그러자 이현도 그 얼굴을 보고 따라서 씩 웃더니 그런다.


".... 조선과학의 정점에 선 과학자이면서도 원래는 무과에 급제해 대마도 정벌까지 나간 무신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지금 이천의 나이로 보면 대충...."


이현이 이천을 쳐다보면서 눈을 좁히더니 그런다. 정한이 어깨를 으쓱이더니 대답한다.


"스물? 스물 하나?“


이현이 씩 웃는다.


"그러면 아직 무과에 급제해서 관직에 진출하기도 훨씬 전이잖아. 이 사람은 어린 시절의 이천이라고."


이현이 얘기하는데 어느 순간 이천이 옆에 없다. 이현이 돌아본다.


"어디갔어?"


이현이 돌아보는데 이천은 저쪽 뒤편에 혼자 서있다. 세 사람이 돌아보는데 이천이 이현을 향해 소리친다.


"이거 보시오!"


이천은 발 앞에서 뛰노는 불꽃을 신기한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세 사람이 놀라 멈춰 서서 이천을 쳐다보는데 이천이 손을 갖다대자 파직 파직 하고 손 반대편에서 번쩍이는 불꽃을 본 정한이 빤한 눈으로 그것을 쳐다본다.


“스스로 번지는 불꽃이오. 끄려고 해도 손길을 피하는군.”


이천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신기해하는 얼굴로 지네도 바닥에 내려놓고 손을 뻗는다. 소영이 정한을 쳐다본다.


"살아있는 불꽃이군! 이걸 어디에 쓸 수 있는지 알겠소?"


정한이 이천과 이현을 번갈아 쳐다본다. 이현의 눈과 마주친 정한이 그런다.


"불꽃이 아니야. 저건 전기잖아."


그 순간 파지지직 하고 이천의 손 주변에서 뛰놀던 전기가 강하게 빛나더니 이천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앞으로 고꾸라진다. 소영이 비명을 지른다.


"이천씨!"


그때 소영의 발 앞의 흙더미가 파직 하고 튀어 오른다. 소영이 놀라 뒤로 주춤하는데 숲의 나무들 사이사이에서 검은 탈을 쓴 귀신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이현과 정한이 소영을 데리고 쓰러진 이천의 몸을 중심으로 뒤로 물러선다.


"... 가비들이다."


이현이 그런다. 한 움큼의 전기들을 손에 쥐고 있는 가비들이 천천히 앞으로 나선다.

정한과 소영이 긴장한 얼굴로 뒤의 이천의 몸을 살피며 경계하는데 이현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앞으로 나선다.


"너희들 뭔가 이상한데."


그러자 제일 가까이 있던 가비들이 멈춰 선다. 이현이 재빠른 걸음으로 가비들을 휙 둘러보면서 그런다.


"아니 너희가 1395년에 전기를 쓰는 가비라는 건 일단 접어두고라도 말이야. 뭔가 이상해. 그게 뭘까."


그러자 가비들이 잠시 서로를 쳐다보더니 다시 이현을 쳐다본다. 이현이 다시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가비 둘 사이에서 두 가비들을 번갈아 쳐다본다.


"뭐지? 너희들이 인간의 냄새를 맡고 죽이고 싶어 한다는 건 똑같은데 말이야.."


이현. 정한이 이현의 뒤에서 그런다.


"옷이랑 머리를 봐봐."


그러자 이현의 눈이 반짝인다.


"아하! 그래 정한아. 옷이랑 머리. 그래 옷이랑 머리지. 가끔 가비들도 개성이 있다는 걸 잊는단 말이야. 그래 너희들."


이현이 가비들을 돌아보며 그런다.


"여기 출신이 아니지? 한국의 가비들이 그런 옷이나 머리를 하고 있 는 건 본적이 없어. 그 복장이랑 옷은 마치 꼭...!"

"---중국 귀신 이예요?"


소영이 외친다. 그러자 아차 한 표정의 이현이 소영을 돌아본다.


"내가 말하려고 했는데!"


그러자 소영이 눈을 굴리며 고갯짓을 한다. 그러자 삐죽이던 이현이 다시 가비들을 돌아본다.


"그래 너희들, 저기 있는 김소영이 말대로 중국산인건가? 1395년에 전기를 쓰는 조선 숲의 중국 가비?"


이현이 얼굴을 찡그리며 가비들을 쳐다본다. 가비들의 손에 있는 전기의 뭉치들이 파직 파직하고 거세게 일어난다. 이현이 그 전기뭉치들을 내려다보며 흐음 한다.


"그래 너희들은 전기를 쓸 수 있구나. 조선사를 갈기갈기 찢어서 앞뒤를 거꾸로 해버린 놈들이니까 신기하지는 않다만. 이걸 뭐라고 부르는 걸까. 전기 ..조각? 전기... 가루?"


그러자 가비들이 잠시 멈춰선다. 소영이 뒤에서 이를 악물고 속삭인다.


"뭐하는거예요? 지금 당장 우리도 감전될지도 모른다구요!"


그러자 이현이 씩 웃는다.


"아니야 봐봐 얘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잖아. 쟤네들도 저 전기뭉치에 이름을 붙여준거야."


이현이 가비들을 돌아보더니 하하 하고 웃는다.


"그리고 자기들이 꽤 잘 붙였다고 생각하고 있고!"


가비들은 대답 없이 나무처럼 서있다. 그러자 가비들의 표정을 살피던 이현이 고개를 흔든다.


"아니지 아니야.. 너희들은 훨씬 재미있는 이름을 지어냈구나. 그래... 그러면 숲속에 내리는.. 전기....물방울. 전기... 송이. 전기송이! 그렇지! 아하!"


이현이 펄쩍 뛰며 소리친다. 그러자 가비들이 끼익 끼익 하는 소리를 낸다. 철판에 긁히는 소리같은 웃음소리에 소영이 질색하며 몸을 움찔하는데 이현이 신이난 검은탈의 가비들을 보며 중얼거린다.


"멋진데. 너희들은 이걸 전기송이라고 부르고 이 숲에는 너희 마음대로 전기의 비가 내리기도 하고 전기의 눈이 내리기도 하는구나. 그래 아주 멋지다. 그리고.."


이현이 정한이 잡고 있는 이천의 다른 쪽 팔을 잡아 일으킨다.


"우리한테 도망갈 시간을 주는 것도 멋지지!"


그리고 이현과 정한이 이천을 끌고 냅다 달리기 시작한다. 깜짝 놀란 소영도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뒤에서는 가비들이 쇠가 긁히는 소리들을 내며 쫓아온다.


"방금 뭐 한 거예요? 지금 계획이라도 있어요?"


그러자 정한과 함께 이천을 끌고 열심히 달리던 이현이 소리친다.


"보시다시피 열심히 달리는 게 계획이야!"


순간 정한의 발이 턱 하고 걸린다. 그 순간 옆의 나무가 빠지직 하고 꺾이면서 넘어가 소영이 기겁을 하는데 정한이 이를 악물고 소리친다.


"계속 뛰어!"


그때 갑자기 그때까지 정신을 잃고 있던 이천이 벌떡 일어서더니 이현과 정한을 양 팔에 턱 턱 끼고 달리기 시작한다.


"이천?!"


이현이 소리치는데 이천은 두 장정을 양팔에 끼고도 가볍게 쿵쿵쿵 달린다. 소영이 있는 힘껏 달려 이천의 옆으로 달리며 이현을 쳐다본다.


"이제 어떡해요?"


그러자 졸지에 이천의 옆구리에 끼인 이현이 소영을 쳐다보더니 손을 들어 보인다. 그게 어깨를 으쓱하지 못하는 표시인 걸 안 소영은 됐다는 듯이 고개를 흔든다.


"저기 동굴!"


이천이 소리친다.


세 사람이 쳐다보자 맞은편 절벽으로 이어진 바위산 틈에 이천이 말한 동굴의 검은 입구가 보인다. 소영의표정이 안좋아진다.


"방금 동굴에서 나왔는데 또 동굴이예요?"


그러자 이천이 달리는 와중에도 허허 웃는다.


"지네가 나오면 또 잡으면 되지!"


그때 이천과 소영의 머리위에서 우르릉 하고 천둥소리가 들린다.

소영과 이천이 깜짝 놀라 쳐다보는데 산 위의 하늘이 보라색과 노란색이 섞인 기묘한 색으로 번쩍거리기 시작한다. 소영이 입을 벌린다.


"저게 뭐예요?!"


그러자 이현이 크 흠 하고 헛기침을 한다.


"저게 아까 내가 말했던 전기의 비와 눈 같은데."


그러자 파직 파직하고 눈송이들이 빛나며 여러 전기송이들이 자기들끼리 뭉쳐서 번쩍거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소영이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침을 꿀꺽 삼키더니 소리친다.


"다시 생각해보니까 동굴도 괜찮은거 같네요!"


동굴 앞에 가까이 가자 정한이 소리친다.


"이현! 앞에!"


동굴 앞의 흙에서 거대한 돌상이 쿵쿵 하고 솟아오른다.


"저게 뭐예요!?"


소영이 소리치자 이현이 얼굴을 찡그리더니 표정이 굳는다. 그 얼굴을 본 소영의 얼굴도 대번에 굳는다.


"왜요. 왜 그래요 저게 뭔데요."


소영이 이현을 보는 사이에 돌상들은 점점 커지더니 돌 절벽을 굽어볼 정도로 높게 불쑥불쑥 솟아오른다. 동굴의 양 옆 입구를 지키고 있는 상들의 눈이 번쩍번쩍 하는데 이현이 헛웃음을 친다.


".... 우엉들이야."

"뭐요? 저게요?!"


그러자 이현이 계속해서 자라는 것처럼 커지는 돌상들을 보면서 그런다.


"아니 저 기계는 우엉들이 만든 문지기라고."


그러자 소영이 입을 딱 벌린다.


"가비 온수 우엉 할 때 그 우엉이요? 가비보다 두 단계 높은 괴물이라던 그거?“


그러자 이현이 또 손을 펴 보인다. 소영은 기가 막히다 는 듯이 입을 벌리고 소리친다.


"지금 장난해요?"


그러자 이현이 소영을 돌아본다.


"항상 진퇴양난이지 이건."


그러더니 정한을 쳐다본다. 정한은 고개를 끄덕인다.


"앞에는 우엉. 뒤에는 가비. 그럼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정한이 그러자 이현이 씩 웃더니 이천을 올려다보며 소리친다.


"이천, 앞으로!"


그러자 이천이 흥 하고 웃더니 소리친다.


"좋아 꽉 잡으라고 자네들!"


그리고 이현과 정한을 옆구리에 꽉 낀채로 돌상들 사이로 동굴 입구로 달려 들어간다.

소영은 이천의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 들어간다. 동굴 입구를 지나치자마자 안은 깜깜한 어둠이다.

바깥에서 거대한 것이 쿵쿵거리는 소리와 가비들의 비명소리가 높게 따라 들어온다.


작가의말

새 챕터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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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천상열차분야보물지도 1 21.08.30 67 1 14쪽
33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5 21.08.29 55 1 13쪽
32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4 21.08.29 44 1 15쪽
31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3 21.08.28 39 1 12쪽
30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2 21.08.28 30 1 8쪽
»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1 21.08.27 40 1 18쪽
28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8 21.08.27 25 1 9쪽
27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7 21.08.26 29 1 15쪽
26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6 21.08.25 29 1 9쪽
25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5 21.08.24 41 1 13쪽
24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4 21.08.23 36 1 10쪽
23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3 21.08.22 30 1 7쪽
22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2 21.08.22 40 1 12쪽
21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1 21.08.21 43 1 6쪽
20 용산역의 도깨비 12 21.08.20 47 1 7쪽
19 용산역의 도깨비 11 21.08.20 39 3 7쪽
18 용산역의 도깨비 10 21.08.19 43 2 8쪽
17 용산역의 도깨비 9 21.08.18 41 2 10쪽
16 용산역의 도깨비 8 21.08.17 43 2 11쪽
15 용산역의 도깨비 7 21.08.12 40 2 7쪽
14 용산역의 도깨비 6 21.08.12 41 2 11쪽
13 용산역의 도깨비 5 21.08.11 46 1 9쪽
12 용산역의 도깨비 4 21.08.10 50 2 9쪽
11 용산역의 도깨비 3 21.08.09 55 2 9쪽
10 용산역의 도깨비 2 21.08.08 92 3 8쪽
9 용산역의 도깨비 1 21.08.07 146 2 10쪽
8 궁녀4 (8) 21.08.06 132 2 11쪽
7 궁녀4 (7) 21.08.05 130 3 12쪽
6 궁녀4 (6) 21.08.04 16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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