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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조선타임트래블 Reru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8.03 10:03
최근연재일 :
2021.09.20 19:42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7,837
추천수 :
105
글자수 :
311,603

작성
21.08.07 10:08
조회
147
추천
2
글자
10쪽

용산역의 도깨비 1

DUMMY

<세 사람이 연구실에 도착하기 30분 전>




나무로 된 거북이벽은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굽어보며 미동 없이 벽에 붙어있다.

소영은 반대편 벽에 팔짱을 끼고 서서 거북이 벽을 노려본다.


동대문운동장역을 수천 번도 넘게 지나면서 저 거북이벽은 그동안 먼지가 쌓이고 수만의 대중들의 무관심 속에 벽 인 듯 아닌 듯 하며 제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24시간도 채 되기 전, 저 벽은 소영의 이름을 빌보드처럼 반짝이며 저 두 사람에게 가르쳐주었고 그를 쫓아 저 두 사람은 소영에게 과거의 제자리로 돌려보내주겠다며 시자철을 들고 쫓아왔었다.

그리고 소영은 15세기 경복궁에 들어가 소현세자와 세손들과 각시들에게 쫓고 쫓기며 상자 가득한 피바다를 보고 마침내는 자신이 정말로 15세기의 궁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다시 2012년으로 돌아와 있었고 나름 찡한 결말로 헤어졌다고 생각했던 이현은 다시 나타난 소영을 지하철에 들어와서 빈자리도 많은데 굳이 옆자리에 앉아 꿈지럭 거리는 변태같이 생긴 아저씨처럼 대하고 있는 거다.


“.. 쓰다버린 휴지도 이런 대접은 안 받겠다.”


소영은 푹푹 한숨을 쉰다. 그러자 소영의 한숨에 이현이 돌아본다.


"그럼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던 거예요?"


소영이 이현에게 묻는다. 이현과 정한이 소영을 다시 과거로 되돌려 보내려고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처음 소영이 다시 돌아왔을 때 걱정 하지 마 놀랄 거 없어 하고 소영을 잡고 시자철을 돌린 이현은 그러나 다음순간 번쩍 하는 빛과 함께 두사람 다 지하철역 바닥을 구르고 있었고 발치에는 놀란 정한이 쳐다보고 있었다.


“방금 뭐였어요?”


소영이 묻는다.


그런 소영의 손을 다시 잡고 이현이 시자철을 돌렸을 때 이번에는 삽으로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허리가 훅 꺾였고 두 사람은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하철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충격에 얼굴이 새파래져서 헉헉대는 이현과 소영을 보고 달려온 정한이 소영을 부축해주자 바닥에 널부러진 이현은 천장을 향해 드러누운 채 팔만 들어 너 나한테 왜이래 하는 표정으로 시자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표정이 하도 불쌍해 소영은 잠시 자기 처지도 잊고 이현이 불쌍해졌었다. 하지만 그 뒤의 이현의 태도는 소영이 할 수 있다면 헤드락을 걸어 짤짤 흔들고 싶을 정도였다.

소영은 다시 한 번 으드득 이를 간다.






"... 없어."

"네?"


잠시 과거회상에 빠져있던 소영이 이현의 말에 고개를 든다. 이현은 고개를 젓고 있다.


"시자철은 꽤 단단하거든."


그러자 소영이 얼굴을 찡그린다.


"그 쬐끄만 시계가요? 엄청 낡아 보이던데."


이현이 고개를 흔든다.


"원래 있던 흠집 말고는 사람 힘으로는 생채기 하나 더 낼 수 없어. 저번에도 추락하고 있는 엘레베이터 도르래 사이에 이현이 시계를 껴 넣었는데 상처 하나 안 나더라고."


이현은 그 얘기를 하고 저번에 버럭버럭 고함을 지르던 정한이 생각나 고개를 부르르 떤다. 그러다 좀 더 생각하더니 덧붙인다.


"물론 시자철이 자주 고장나고 이상한 곳으로 튕기긴 하지만 너처럼 과거에 확실한 자리가 있는 사람을 제자리로 못가도록 튕겨낸 적은 없었다고."


확인사살을 받은 소영은 새삼 세상이 노래지는 기분이다. 정한과 소영이 이현을 쳐다보자 이현이 갑자기 벌떡 일어난다.


".... 앵두귀신을 불러야겠어."


이현이 그런다. 그러자 정한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정말?"


그러자 이현이 얼굴을 팍 찌푸린다.


"시자철은 또 고장 나서 우리를 죽일 뻔하고 얜,"


이현이 소영을 가리키며 그런다.


"우리가 기껏 자기 시간을 찾아줬더니 다시 돌아가지도 못하게 되고 거기다가 심지어 저 거북이에도 아무 이름이 안 뜨고 있잖아."


이현이 거북이벽을 가리키며 그런다. 확실히 거북이벽은 소영의 이름을 대문짝만하게 반짝이던 어젯밤과는 반대로 이현이 아무리 시자철을 두드려도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결국 사람들이 지나다니기 시작하는 시간이 되자 세 사람은 포기하고 반대편 계단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던 것이다.

정한이 일어난다. 소영이 이현을 쳐다본다.


"앵두귀신 이라는 게 진짜 있는 거였어요? 그 영감이라는 사람?“


정한이 끄덕끄덕 하면서 계단을 내려간다. 종종 따라가던 소영은 지하철 택배보관함에 도착해서 비밀번호를 꾹꾹 누르는 정한의 뒤통수를 쳐다본다.


"이현한테 처음 시자철을 준 것도 앵두귀신이야. 그다음에 이현이 날 찾아 낸 거고."


그러자 소영이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본다.

이현에게 처음 시자철을 쥐어주었다는 귀신을 제 발로 찾아가자는 얘기는 썩 끌리는 이야기는 아니다. 소영은 정한이 17번 사물함에서 꺼낸 물건을 보고 눈썹을 올린다.





***





정한이 든 것은 조그마한 돗자리 하나와 세발달린 손바닥만 한 조그만 나무상이다. 그러자 정한이 묻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젓는다.


"좀 있으면 넌 이것보다 더 심한걸 보게 될거야."


거북이벽 앞으로 돌아가자 이현이 기다리고 있다. 이현의 손에는 앵두가 들려있다.


"갑자기 앵두는 어디서 났어요?“


소영이 묻는다. 이현이 씩 웃는다.


"저기 아래에 자주 과일 팔러오시는 할머니가 계시거든."


그러고서 정한에게서 세 다리 상을 받아서 거북이벽을 마주보고 내려놓는다. 정한이 갑자기 소영의 팔을 잡아끌더니 뒤로 나선다.


"왜요?"


그러자 정한은 시선을 멀리한 채 소영을 정조에게서 멀리 끌어당긴다. 의아한 눈으로 이현과 정한을 번갈아 쳐다보던 소영이 이현이 하는 짓을 보고 눈을 휘둥그렇게 뜬다.

이현이 돗자리를 깔아놓고 손바닥만 한 상 위에 앵두하나를 올려놓는다.

그러더니 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앵두귀신이시여"


소영이 팔짱을 끼고 입을 딱 벌리고 이현을 쳐다본다. 정한을 돌아보자 정한은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이라는 듯이 냉정하게 이현을 외면하고 있다.


"지금 뭐하는거예요?"


소영이 속삭이듯 중얼거리자 정한이 고개를 돌린다. 지나가던 꼬마가 엄마 저거 봐 한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얼른 아이 손을 끌어당기면서 그런다.


"쉿. 저런 거 보는 거 아니야."

".... ...."


소영은 말을 잃은 채 이현이 하는 모양새를 보고 있다. 정한의 돌아선 얼굴은 미묘하게 움찔거리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현은 손바닥을 마주대고 중얼중얼 기도를 한다.

소영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서 정한의 옆으로 간다.


"앵두귀신이라니 그럼 각시들 같은 귀신인거예요?"


정한은 고개를 젓는다.


"아니, 생긴 건 그냥 할아버지같이 생겼어. 앵두귀신이라고 부르는 건 이현이 그사람을 싫어해서 그러는 거고."

"왜 싫어하는데요?"

"왜냐면 저놈은 겁이 많거든."


소영의 오른쪽에서 누가 그런다. 소영이 화들짝 놀라 오른쪽을 쳐다본다.

소영의 오른쪽에는 벤치에 편하게 걸터앉은 꼬맹이가 앉아있다. 두 사람이 놀라서 쳐다본다.


"왜? 불러서 왔잖아."


하니까 얼른 달려온 이현이 얼굴을 찡그린다.


"네가 앵두귀신이라고?"


정한도 어이없다는 듯 아이를 내려다본다.


"꼬마잖아?"


이현이 그런다. 그러자 꼬마가 한숨을 푹 쉰다. 그 모습이 묘하게 정말 여든 살 먹은 노인 같아서 소영은 설마 한다.


"이건 시자철이 내 모습을 반영하는 실체의 일부분일 뿐이니라. 나는 항상 같은 사람이란다."


그리고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세 사람을 보고 한숨을 쉰 꼬마가 그런다.


"자 봐라."


이러고 이현의 머리를 콱 내리친다. 그러자 이현이 악! 하고 머리를 감싸 쥐고 앞으로 푹 숙인다. 그리고 "아씨 이 꼬맹이가!" 하고 소리치며 고개를 홱 든 이현이 꼬마를 보더니 움찔 한다.


"왜 그래요?“


소영이 묻는다. 그러자 이현이 꼬마를 내려다보면서 눈을 깜박깜박 한다.


"어 진짜 영감이네."


그런다. 그리고 다시 눈을 깜박이며 쳐다본다.


"다시 꼬마잖아?"

"이제 됐느냐?"


그러고 꼬마가 에헴 하고 기침을 한다. 그리고 정한과 소영을 차례로 본다.


"그래 나를 불렀느냐?"


여전히 정신없어 보이는 이현을 뒤로 하고 정한이 소영을 가리키면서 그런다.


"김소영은 과거의 자리를 찾았는데 이번에 다시 현재로 돌아왔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다시 제자리로 돌리려고 해도 계속 튕겼구요."


그러자 꼬마가 흐음 하면서 소영을 쳐다본다.


"어때? 뭐가 잘못됐는지 알겠어?"


이현이 앵두귀신에게 묻는다. 그러자 소영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갸웃 하던 꼬마가 흠 하고 다시 이현과 정한을 돌아본다.


"이건 내가 알아보마. 그동안 너희가 가볼데가 있다."

"어디? 시자철도 말을 안듣는 다니까."


꼬마가 이현의 손에 있는 시자철을 뺏어들더니 이리저리 태엽을 돌리더니 다시 이현에게 건네준다. 이현이 시자철을 내려다보자 꼬마가 고개를 까딱 한다.


"임시 작동법으로 한번 돌려놓았다. 이제 다녀오너라."


그러자 시자철에서 다시 노란빛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얼른 정한과 소영의 팔을 잡은 이현이 쳐다보자 꼬마가 손가락으로 네모난 모양을 그려 보인다.


"이만한 크기의 비밀문서가 적혀있는 빈종이니라. 얼른 가져오너라."


그러자 이현이 얼굴을 찡그린다.


"빈종인데 어떻게 문서가 적혀있다고....?"


그러나 이현이 말을 마치기 전에 빛이 번쩍 하더니 세 사람은 사라진다. 앵두귀신은 다시 벤치위에 기어올라 털썩 주저앉아 앵두를 아작아작 깨물어 먹으며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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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용산역의 도깨비 10 21.08.19 43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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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용산역의 도깨비 4 21.08.10 52 2 9쪽
11 용산역의 도깨비 3 21.08.09 55 2 9쪽
10 용산역의 도깨비 2 21.08.08 92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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