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저승달

조선타임트래블 Reru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8.03 10:03
최근연재일 :
2021.09.20 19:42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7,792
추천수 :
105
글자수 :
311,603

작성
21.08.12 20:05
조회
40
추천
2
글자
7쪽

용산역의 도깨비 7

DUMMY

정일당의 옆에서 슬쩍 눈치를 보며 종종걸음으로 걷자 한참을 앞만 보며 걷던 정일당이 한숨을 쉰다.


"뭘 원하느냐."

"아니요 그냥."


소영이 뻘쭘하게 종종 걸음을 치다가 정일당의 옆모습을 쳐다본다.


"저도 납치당했었거든요."


그러자 정일당이 슬쩍 돌아본다. 타는 듯한 녹색 눈이 잠깐 소영을 향한다. 소영은 어깨를 으쓱이며 앞을 본채로 걷는다.


"저는 기억이 없는 채로 다시 과거로 납치당해서 천천히 기억이 돌아왔지만 정일당씨는 계속 기억이 있으셨잖아요."


소영이 그런다. 대답 없이 걷고 있는 정일당의 옆모습은 당당하고 아름답지만 외로워 보인다.


"그게 어떤 기분일지 전 감히 상상도 못할 것 같아요."


소영이 그런다. 정일당은 계속 앞을 쳐다본다. 하지만 단단히 굳어있던 눈매가 조금 풀려있다. 정일당이 소영을 곁눈질 하며 그런다.


"저 인간들이 너를 납치했다고?"

"그래놓고 15세기 소현세자 앞에 떨어뜨려 놨다니까요."


소영이 그런다. 그러자 정일당이 쿡쿡 웃는다.


"내 어머니가 자철의 주인 얘기를 할 때도 말씀하셨다. 생각이 없어 보일정도로 겁 없고 무모한 사람이라 도움 받는 중에도 오히려 내내 마음 졸이게 했다고."

"말도마세요."


소영이 한숨을 쉬고 뒤쪽의 이현과 정한을 힐끗 돌아본다. 정한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고 있고 이현은 뭐라고 손짓을 크게 하면서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다.

소영이 다시 정일당을 돌아본다.


"저 두 사람은 계속 이런 일을 하고있고 위험하고 무모하긴 해도 좋은 일을 위해서 노력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다음번에 또 다른 누군가가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야 하게 된다면 제가 옆에서 도와주고 싶었어요. 조금 덜 혼란스럽고 조금 덜 무섭게요."


소영이 혼자 말하고도 웃긴지 피식 웃는다. 그러자 정일당이 소영을 쳐다본다.


"너는 좋은 아이구나 소영. 저 남자가 왜 너와 다니는지 알것 같다."


그러자 소영이 쑥스러운지 으하하 웃는다.


"같이 다니는건 아니고 못 떼어놔서 울며 겨자먹기로 다니는 거죠 뭐."


정일당이 한숨을 쉰다.


"나는 그래도 돌아갈수가 없구나. 여기는 나의 본래의 시간이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이곳에 새로 뿌리를 내렸다."


그리고 통로의 벽에 붙어있는 보일러실 문만 한 작은 철문 앞에 멈춰 서서 소영을 돌아본다.


"하지만 친절한 아이야, 네가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나를 찾아도 좋단다."


정일당이 철문에 손바닥을 대며 말한다. 그러자 손바닥을 댄 자리가 녹색으로 확 타오르더니 문이 열린다. 정일당을 따라 문을 열고 들어간 소영이 갑자기 쏘이는 밝은 빛에 눈을 찌푸리다가 눈을 크게 뜨고 숨을 삼킨다.

소영의 눈앞에는 철문 안의 또 음침한 지하실이 아니라 엷은 노란빛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작은 산골마을이 펼쳐진다.

가운데에는 작은 초가삼간이 있고 노란 개나리들이 핀 담장이 두르고 있다. 뒤에는 야트막한 산언덕이 둘러있고 오른편에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는 전형적인 조선의 시골 초가집의 모습이다.


"어?"


소영이 저도 모르게 앞으로 한발자국 내딛고 깜짝 놀라 아래를 내려다본다. 신발에 부드럽게 밟히는 것은 검은 흙이다.

작은 돌멩이와 잡초들이 섞여있고 메뚜기 같은 녹색벌레들이 팔짝거리고 있다.

산 아래쪽의 야트막한 논 언덕 위에는 왜가리 몇 마리가 발목을 물에 담근 채 휘적거리며 걷고 있다.

소영이 그걸 쳐다보고 허 하고 숨을 뱉는다.

뒤에서 뛰어온 이현과 정한이 보고 같이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현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뛰어 오를 것처럼 반짝인다. 이현이 정일당을 쳐다본다.


"조선시대 도깨비가 21세기 서울 한복판 지하에다가 도깨비 집을 지은거야?"


이현이 신이 나서 소리친다.


"이거 너무 멋지잖아."


그리고 마당에 들어서는 정일당의 뒷모습을 본다. 정일당은 마루에 걸터앉더니 마당 앞에 서있는 이현네 세 사람을 쳐다본다.

소영은 순간 정일당의 표정이 지독하게 외로워 보인다. 이현은 잠시 정일당을 쳐다보다가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정일당과 눈이 마주친다.


"우리한테 여길 괜히 보여준게 아니지?"


이현이 그런다. 정일당이 눈을 들어 이현을 쳐다본다.


"당신은 도깨비고 우리 같은걸 떼어 내려면 진작 떼 낼 수 있었잖아."


이현이 한걸음 다가선다. 마당 안에 발을 디딘 순간 정일당의 타는 듯 하는 녹색 눈이 차분한 검은색으로 변한다.

이현이 눈썹을 올리자 정일당이 어깨를 으쓱한다.


"이곳은 나의 영역이니 여기에 들어온 네 눈엔 내가 인간으로 보이는 것이다."


뒤따라 들어온 소영과 정한도 정일당의 까맣게 변한 눈동자를 쳐다본다. 그러자 이현이 흠 하더니 집을 둘러본다. 아담하지만 깔끔하고 단정한 집이다.

다만 손때가 묻지 않아 정일당이 앉아있는 지금도 외로워 보인다.

이현이 저벅저벅 정일당을 향해 걸어가서 몸을 돌려 정일당 옆의 마룻바닥에 털썩 걸터앉는다.

마당에서 보이는 풍경은 한적하고 아름다운 시골처럼 평화롭다.

이현이 입을 연다.


"강정일당의 집은 어릴 때부터 찢어지게 가난했었어. 시집을 가서도 가난이 지독한건 마찬가지였지만 당신은 포기하지 않았지. 18세기의 당신은 여자 혼자의 힘으로 살림을 아끼고 저축을 해서 집을 샀어."


이현이 그런다.


"처음 그 집을 샀을 때 어땠는지 기억해?"


정일당이 이현을 쳐다본다.


"그 집을 세운 여자가 바로 당신이야. 그 집에서 뿌리를 내린 도깨비가 바로 당신이라고.“


그리고 잠시 침묵이 내린다. 소영과 정한은 이현과 정일당을 번갈아 쳐다본다.

잠시 침묵이 길어졌을 때 정일당이 푸 하 하고 크게 한숨을 내쉰다.


"알았다 알았다고. 그래 어디한번 그곳으로 나를 데려가 보거라."


그러자 이현이 폴짝 뛰어오른다. 정일당이 눈을 번득인다.


"내가 영영 간다고는 생각하지 말거라. 나는 네가 나보다 더 입이 마르게 칭찬하는 내 옛집을 다시 보려는 것 뿐 이야."


그러자 이현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주머니에서 시자철을 꺼낸다.


"좋아 그럼 가자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조선타임트래블 Rerun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천상열차분야보물지도 2 21.08.31 58 1 10쪽
34 천상열차분야보물지도 1 21.08.30 67 1 14쪽
33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5 21.08.29 55 1 13쪽
32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4 21.08.29 44 1 15쪽
31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3 21.08.28 39 1 12쪽
30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2 21.08.28 30 1 8쪽
29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1 21.08.27 40 1 18쪽
28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8 21.08.27 25 1 9쪽
27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7 21.08.26 29 1 15쪽
26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6 21.08.25 29 1 9쪽
25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5 21.08.24 41 1 13쪽
24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4 21.08.23 36 1 10쪽
23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3 21.08.22 31 1 7쪽
22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2 21.08.22 40 1 12쪽
21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1 21.08.21 43 1 6쪽
20 용산역의 도깨비 12 21.08.20 47 1 7쪽
19 용산역의 도깨비 11 21.08.20 39 3 7쪽
18 용산역의 도깨비 10 21.08.19 43 2 8쪽
17 용산역의 도깨비 9 21.08.18 41 2 10쪽
16 용산역의 도깨비 8 21.08.17 43 2 11쪽
» 용산역의 도깨비 7 21.08.12 41 2 7쪽
14 용산역의 도깨비 6 21.08.12 41 2 11쪽
13 용산역의 도깨비 5 21.08.11 47 1 9쪽
12 용산역의 도깨비 4 21.08.10 51 2 9쪽
11 용산역의 도깨비 3 21.08.09 55 2 9쪽
10 용산역의 도깨비 2 21.08.08 92 3 8쪽
9 용산역의 도깨비 1 21.08.07 146 2 10쪽
8 궁녀4 (8) 21.08.06 132 2 11쪽
7 궁녀4 (7) 21.08.05 131 3 12쪽
6 궁녀4 (6) 21.08.04 169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