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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조선타임트래블 Reru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8.03 10:03
최근연재일 :
2021.09.20 19:42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7,780
추천수 :
105
글자수 :
311,603

작성
21.08.10 22:02
조회
50
추천
2
글자
9쪽

용산역의 도깨비 4

DUMMY

".... 이현씨가 이 영화를 고른 건 고의인거 같죠?"


소영이 중얼거린다. 입체안경 뒤의 정한의 표정이 썩 좋지 않다.

무려 쓰리디 아이맥스라는 말이 무색하게 영화는 앉아있는 사람의 인내심을 심각하게 테스트하는 줄거리와 편집으로 정한과 소영은 영화관 정중앙의 좌석에서 고통스러운 애벌레처럼 꿈틀대고 있다.

왠지 이 큰 상영관에 사람들이 개미 눈꼽 만큼밖에 없더라니.


"... 그녀석 나가면 가만 안둘거야."


정한이 이를 악문채로 중얼거린다. 소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주인공이 세 번째로 남자주인공의 뺨을 때리고 있는 스크린을 노려본다.

그때 뒤에서 이현의 목소리가 대답한다.


"미안. 이게 바로 상영하고 있는 거라 골랐거든."


그러자 화들짝 놀란 정한과 소영이 동시에 이현을 돌아본다. 뒷좌석에 앉아있는 이현이 정한을 보고 그런다.


"책을 찾았어. 도깨비들도."

"무슨 책?“


정한이 놀라 묻는다.


“잠깐, 도깨비를 찾았다고?"


그러자 이현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들켜서 지금 날 쫓아오고 있어."


이현이 정한에게 시자철을 건네준다. 정한이 이현을 쳐다보자 이현이 빠르게 설명한다.


"너랑 소영은 다시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야 해. 신도림역으로 가는 지하철은 5번 승강장이야. 그리고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안 보인다고 해도 서울역까지는 가야해, 알지?"


정한이 시자철을 내려다보더니 이현을 노려본다.


"무슨 소리야 그럼 너는..!"


정한이 벌떡 일어나려고하자 이현이 정한의 어깨를 눌러 앉힌다.


"시간이 없어. 나는 이미 찍혔거든."


그리고 소영이 뭐라고요? 하고 쳐다보자 고개를 흔든다.


"잡힌다고 해도 나한테는 흥정거리가 있으니까. 앞을 봐!"


이현이 어깨를 치자 다시 앞을 쳐다 본 소영은 스크린 앞쪽 문이 열리더니 밝은 빛이 문틈 사이로 새어나오다가 다시 닫히는 것을 본다. 그리고 관객석 쪽을 향해서 두 쌍의 녹색 눈이 어둠속에서 빛난다.

소영의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다. 소영이 입술을 최대한 움직이지 않으면서 중얼거린다.


"그냥 영화보고 있는 사람인 척 해요!“


소영이 속삭인다. 그러자 이현이 그건 안 돼, 하고 대답한다.

돌아보지 않아도 또 그 망할 웃음을 씩 짓고 있는 것이 눈에 선하다.

소영이 눈을 꽉 감는다.


"왜요?"


이현은 아마 어깨를 으쓱했을 것이다.


"난 안경을 안쓰고 있거든."


빛나는 두 쌍의 눈이 순식간에 다가와 등뒤의 이현을 끌고 가는 소리를 듣고도 소영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다. 정한은 소영의 손목을 꽉 잡는다.

소영은 앞을 본채로 가슴이 쿵쾅거리는 소리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가자."


정한이 속삭인다. 소영이 자리에서 파들짝 뛰고 정한을 쳐다본다.

정한이 앞쪽을 향해 고갯짓을 한다.


"걔넨 갔어. 이제 우리도 움직여야 돼."


소영이 정한을 따라 어두운 상영관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가면서 묻는다.


"이현은 어쩌고요?"


정한은 돌아보지도 않고 앞장서서 문을 연다. 밝은 빈 복도로 나온 소영은 정한의 얼굴을 쳐다보려 하지만 정한은 바쁘게 주변을 둘러보더니 소영을 잡아끈다.


"서울역까지 가야돼. 시간이 없어."

"이현은요?! 흥정할게 뭐가 있다는 거예요?"


그러자 정한이 홱 돌아본다. 눈이 번쩍이면서 소영을 쳐다보는데 그 서슬에 소영이 움찔 한다.


"종이."


정한이 내려다보면서 그런다. 소영이 주춤 한다.


"네?"


"앵두영감이 가져오라고 했었던 빈 종이 말이야. 그거 네가 갖고 있어?"


그러자 소영이 문득 생각난 듯 가방을 열어서 종이를 꺼낸다. 그러자 정한이 씩 웃는다. 소영이 종이를 쳐다보며 아차 한다.


"이게 저한테 있으면 어떡해요? 이현이 흥정할 게 없는 거잖아요?"


그러나 정한의 걸음은 더 빨라진다.


"다행이다. 너한테 없으면 어떡하나 했거든."

"네?!"


소영이 쳐다본다.


"왜요?"


그러자 소영이 들고 있는 교통카드로 소영 것까지 찍고 개찰구로 소영을 구겨넣다시피 한 정한이 개찰구 번호들을 확인하더니 저쪽 하고 소영을 끈다.

정한의 손에 잡힌 채 거의 계단을 구르듯 내려간 소영은 지하철 문이 닫히자 그제야 무릎을 잡고 후하 하는 정한을 쳐다본다.


"대체 왜요?"


그러자 소영을 쳐다본 정한이 씩 웃는다.


"왜냐면 그 말은, 이현이 이제 우릴 가지고 흥정할거라는 얘기거든."





***





이현이 눈을 깜박깜박 뜬다.

널부러진 상자들과 사방에 흩어져있는 종이들을 보고 이현은 이게 자신이 처음 도깨비들을 본 창고인 걸 안다.

아까 보았던 도깨비 둘은 오른쪽 벽에 붙어있다.

이현이 눈을 몇번 더 깜박인다. 그제서 야 도깨비들이 벽에 붙어있는게 아니라 자신이 옆으로 납작하게 쓰러져 있다는 걸 깨달은 이현이 몸을 움직인다.

덜컥 덜컥하고 의자가 흔들리는 소리가 나자 얘기를 나누던 여자와 남자가 이현을 돌아본다. 남자가 얼굴을 찡그리고 여자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이현을 쳐다보자 이현이 얼굴을 찡그린다.


"정말? 나는 인간이고 너희들은 도깨비 두 마린데 나를 묶어놓는다고?"


그러자 여자가 이현을 보고 씩 웃는다.


"귀여운 놈이네. 내가 먹어도 돼?"


여자가 무릎을 굽히고 이현을 내려다보면서 그런다. 이현이 씩 웃더니 고개를 까딱한다.


"그러게. 왜 아직 안 드셨어?"


그러자 남자가 옆에서 코웃음을 친다.


"가연, 그냥 미친 인간인지도 몰라. 어쨌든 인간이 우리 일을 알리가 없잖아?"


이현이 뺨에 붙어있는 종이를 바닥에 비벼 떼 내며 어깨를 으쓱한다.


"글쎄, 너희가 사실 이백년전 조선에 있어야할 도깨비들이고 밀수질하다 각시들한테 붙잡혀서 2012년에 떨어졌다는걸 빼면 나도 사실 잘 모르긴 해."


그 순간 이현은 순간 몸에서 숨이 훅 빠져 나가는 것 같다.

뒤늦게 쾅 하고 무언가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이현은 그게 자신이 벽에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라는 걸 깨닫는다. 남자가 이현을 내려다보며 씩씩댄다.

녹색 눈이 이글거리고 콧김이 푹푹 찌는데 얼굴이 화끈거려 데일 것 같다.


"죽이자 이놈. 너무 많이 아는 인간을 살려둘 필요는 없어."


이현이 후욱 훅 하고 숨을 들이쉰다. 폐에 공기가 들어가는 것 같지가 않다.

가영이 이현의 목 위에 손을 올려놓는다. 이현이 숨을 들이쉰다.


"잠깐잠깐잠깐!"


이현이 그런다.


"나는 너희들이 어디서 왔는지 뭘 찾고 있는지도 알고 있다고. 너희들 책들을 찾고 싶지 않아?"


그러자 이현의 목 위에 얹어놓은 가영의 손이 멈춘다.


"네가 책들의 행방을 알고 있다고?“


이현이 고개를 든다.


“나는 시간여행자야. 너희들이 이백년 전에 잃어버린 책들이 지금 어디있는지도 알고 있다고.“


그러자 도깨비들이 서로를 보고 웃기 시작한다. 이현이 얼굴을 찡그린다.


"뭐가 웃긴 거야?"

"2012년에 책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상관없어."


가연이 대답한다.


"우리는 다시 돌아갈 거거든.“


이현이 눈을 깜박인다.


"...어떻게?"


남자가 고개를 으쓱한다.


“각시들이랑 거래를 했거든. 우리가 딸려온 건 다른 멍청한 여자도깨비 때문이었어. 우리는 그 도깨비를 각시들한테 넘겨주면 되거든.”

"각시들이 그 약속을 지킬 거라고 생각 하는 거냐?"


이현이 묻자 가연이 어깨를 으쓱한다.


"그건 우리문제고. 네가 내세울게 그게 다라면 이만 끝내지."


그러자 뒤에 서있던 남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손바닥을 세워 이현의 목을 향해 내리칠 듯 팔을 든다. 그러자 이현이 재빨리 말한다.


"좋아 그럼 내가 그 위험요소를 제거해주면 어떨까.“


두 도깨비가 이현을 쳐다보자 이현이 그런다.


"나는 시간여행자야. 내가 너희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도 너희들의 책을 발견한 것도 다 그 덕분이지.


나한테 있는 시계로 너희들을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줄 수 있어. 대신 내가 아니면 시계를 과거로 돌릴수도 없지."


그러자 가연이 남자의 손을 턱 잡고 이현을 내려다본다.


"말해봐."


이현이 씩 웃는다.


"내가 너희한테 잡히기 전에 시계를 친구한테 맡겼거든. 그 시계를 가져오면 돼."


가연이 고개를 까딱한다.


"그리고 그 친구란 사람은 어떻게 찾으면 되지?"


이현이 고개를 까딱한다.


"지금 1호선을 타고 서울역 쪽으로 가고 있거든. 너희가 달려가면 지하철이 도착하기 전에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뭐, 너를 여기에 남겨두고?"


남자가 코웃음을 친다. 그러자 가연이 남자를 향해 눈짓한다.

남자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이현을 쳐다보더니 뒷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이현은 묶인채 도록도록 눈을 굴린다.


"어 가환이냐. 형인데 너 지금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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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천상열차분야보물지도 2 21.08.31 58 1 10쪽
34 천상열차분야보물지도 1 21.08.30 67 1 14쪽
33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5 21.08.29 55 1 13쪽
32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4 21.08.29 44 1 15쪽
31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3 21.08.28 39 1 12쪽
30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2 21.08.28 30 1 8쪽
29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1 21.08.27 40 1 18쪽
28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8 21.08.27 25 1 9쪽
27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7 21.08.26 29 1 15쪽
26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6 21.08.25 29 1 9쪽
25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5 21.08.24 41 1 13쪽
24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4 21.08.23 36 1 10쪽
23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3 21.08.22 30 1 7쪽
22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2 21.08.22 40 1 12쪽
21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1 21.08.21 43 1 6쪽
20 용산역의 도깨비 12 21.08.20 47 1 7쪽
19 용산역의 도깨비 11 21.08.20 39 3 7쪽
18 용산역의 도깨비 10 21.08.19 43 2 8쪽
17 용산역의 도깨비 9 21.08.18 41 2 10쪽
16 용산역의 도깨비 8 21.08.17 43 2 11쪽
15 용산역의 도깨비 7 21.08.12 40 2 7쪽
14 용산역의 도깨비 6 21.08.12 41 2 11쪽
13 용산역의 도깨비 5 21.08.11 46 1 9쪽
» 용산역의 도깨비 4 21.08.10 51 2 9쪽
11 용산역의 도깨비 3 21.08.09 55 2 9쪽
10 용산역의 도깨비 2 21.08.08 92 3 8쪽
9 용산역의 도깨비 1 21.08.07 146 2 10쪽
8 궁녀4 (8) 21.08.06 132 2 11쪽
7 궁녀4 (7) 21.08.05 130 3 12쪽
6 궁녀4 (6) 21.08.04 16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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