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저승달

조선타임트래블 Reru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8.03 10:03
최근연재일 :
2021.09.20 19:42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7,797
추천수 :
105
글자수 :
311,603

작성
21.08.22 12:11
조회
40
추천
1
글자
12쪽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2

DUMMY

***



네 사람은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복도에서 달달 떨면서 서있다.

한창 소란에 문을 열고 나온 세집 건너 아줌마가 발목까지 차는 물에 힉 하더니 이어서 홍수가 된 복도와 쫄딱 젖은 네 사람과 경비아저씨를 보고 입을 떡 벌린다.

다섯 사람은 동시에 아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는다. 아주머니가 소리친다.


"무슨 일이래요? 욕실이라도 터졌어요?"


그러자 경비아저씨가 떠듬떠듬 주변을 둘러본다. 사실 아저씨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탓이다. 유일하게 진짜 이유를 알고 있는 남학생은 현관문에서 최대한 멀어진 채 오들오들 떨고 있다.

발목을 첨벙거리며 다섯 사람에게 다가와 집안을 들여다보던 아주머니가 그걸 보고 표정이 한풀 부드러워진다.


"이리오세요. 그러고 있다간 다들 감기 걸리겠네. 학생!"


남학생이 깜짝 고개를 들자 아주머니가 손짓한다.


"이리와. 그 쫄딱 젖은 옷 입고 있으면 감기 걸려. 옷부터 갈아입자."


그리고 나머지 네 사람을 돌아본다.


"그쪽들도! 아무리 한여름이라지만 감기 들어요.“


그러자 이현과 정한 소영이 서로를 번갈아 쳐다본다. 이현이 어깨를 으쓱이더니 첨벙첨벙 뛰면서 아줌마한테 달려간다. 그 뒤를 정한과 소영과 두리번거리던 학생이 종종 따라간다.





**




이현은 이불을 꽁꽁 머리끝까지 말아 쓴 채로 신이 나서 아줌마한테 뜨거운 코코아잔을 받아 홀짝이고 있다.

감기 걸린다며 옷을 갈아입힌 아주머니 덕분에 안에는 빌려 입은 반팔에 반바지 차림으로 얇은 이불을 똘똘 말아 쓰고 있다. 옆에서는 아직도 오돌돌 떨고 있던 학생이 마찬가지로 이불을 꽁꽁 싸맨 채 이현에게 코코아를 건네받아 같이 홀짝인다.

소영은 두 사람을 뒤에서 허 하고 지켜보다가 정한을 쳐다본다. 아줌마한테서 코코아 잔을 받던 정한이 소영의 눈과 마주치고 움찔 한다. 소영이 눈을 굴리자 이현이 소영에게 코코아잔을 내민다.


"코코아?"


그러자 소영이 쳐다보다가 받아든다. 이현과 학생이 앉은 소파에 낑겨서 같이 앉은 채로 아주머니가 소영을 향해 씩 웃자 소영이 하하 하고 웃는다. 아주머니가 다시 부엌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소영이 이현을 향해 속삭인다.


"이제 어쩔 거예요? 문을 열었더니 묶인 남자애가 물 한트럭이랑 같이 쏟아져나왔는데 경찰에 신고해야 되는거 아니에요?"


그러자 이현이 씩 웃더니 시자철을 꺼내보인다. 닫힌 시자철 사이로 약한 노란빛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소영이 눈을 크게 뜨더니 남학생을 돌아본다. 학생은 시자철이 신기한 듯 입을 벌리고 쳐다보고 있다.


"이 남자애가요?"


그러자 학생이 놀라서 쳐다본다.


"내가 왜요?"


이현이 싱글벙글 웃더니 학생을 쳐다본다.


"학생 이름이 뭐야?"

"이주한이요."


그리고 세 사람을 번갈아 돌아본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거예요? 전 여기 살지도 않아요. 여긴 대체 어디예요?"


그러자 이현이 고개를 까딱하면서 대답한다.


"서울 양천구야.“


그러더니 다시 주한을 쳐다본다.


"그럼 아까 왜 저 옆집에 묶여있었던 건데?“


그러자 주한이 고개를 흔든다.


"저도 몰라요. 전 학교 교실에 있었다고요. 그런데 갑자기 검은 탈을 쓴 남자가 서있더니 애들이 소리를 지르고 다음순간 전 이 처음 보는 아파트 안에 있는데 손은 묶여있지---"


그리고 고개를 부르르 떨면서 이불을 꽉 잡는다.


"탈이라고?"

"네. 검은색에 그 옛날 한옥집 같은데 놀러가면 보는 탈이요."

".. 가비 탈이지.“


소영이 그런다. 그러자 주한이 마구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이현이 들고 있는 시자철을 본다.


"...그 시계는 원래 빛나는 거예요?"


그러자 이현이 시자철을 들어보이며 씩 웃는다. 그 표정을 본 정한이 뒤에서 벌써 얼굴을 찡그린다. 정한은 그 표정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거? 이건 시자철이라고 해. 네가 본 탈을 쓴 사람들은 가비라고 하는 시간의 괴물들인데 조선의 시간을 찢어서 과거의 사람들을 2012년으로 던져놨지. 여기 정한이랑 소영은 나랑 같이 그 2012년에 떨어진 사람들을 찾아서 과거의 제자리로 돌려주는 일을 하고 있어. 그리고 이 시자철이 빛나는 이유는,"


이현이 시자철을 주한의 얼굴에 가까이 들이밀었다가 멀리 떼내면서 말한다.

시자철은 주한과 가까이 다가오자 빛이 더 강해지고 멀어지자 다시 원래 빛의 밝기로 돌아간다. 주한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이현을 보고 있다.


"... 이번에 시자철이 찾아낸 사람이 너이기 때문이야."

".... ....."


잠시 거실에는 정적이 감돈다. 주한은 여전히 더 이상 커질 수 없는 눈으로 이현을 쳐다보다가 떠듬 입을 연다.


"... 당신 미쳤어요?"


그러자 이현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이현과 소영을 가리킨다.


"얘들한테 물어봐. 얘들보다 나한테 그 질문을 많이 한 사람도 없으니까."


주한이 벌떡 일어나서 세 사람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비틀 주저앉는다. 그리고 다시 벌떡 일어났다가 다시 주저앉을 듯 비틀비틀한다. 이현이 눈썹을 올리며 씩 웃더니 그런다.


"너는 방금 의자에 꽁꽁 묶인 채로 2층 아파트에서 물에 빠져 죽을 뻔 했어. 오늘 하루가 이상해진 건 이제 시작이라고."





**





이현이 집안을 들여다본다. 줄줄이 이불을 싸맨 세 사람이 이현의 뒤에서 나란히 고개를 빼꼼히 내민다. 이현이 문을 더 열더니 안으로 걸음을 디딘다. 그러자 주한이 이현의 이불소매를 콱 잡는다.


"왜?"


이현이 돌아보자 주한이 겁먹은 표정으로 쳐다본다.


"진짜 안에 들어가게요?"


그러자 이현이 어깨를 으쓱한다.


"가비들이 너를 묶어서 여기까지 던져놨으면 왜 그랬는지는 알아야지."


그리고 문을 끼이익 연다. 이불을 망토처럼 꽉 쥔 채로 성큼성큼 들어가는 이현의 뒤로 세 사람이 슬금슬금 따라 들어간다. 현관문을 열자 무엇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물은 푹 젖은 종이 곽처럼 온통 축축하게 늘어져있는 사방의 벽지다.

소영은 세탁기에서 막 꺼낸 것처럼 축 젖어있는 소파를 본다. 마치 호수에다 푹 담그고 온 것처럼 젖어있는 소파는 보기만 해도 축축해서 소영은 몸을 부르르 떨다가 혼자서 푸합 하고 웃는다.

이현과 정한이 똑같이 돌아보자 소영이 피시식 웃는다. 다들 이불을 똘똘 말아 쥐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방안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꼭 이불귀신 같다. 남자들이 이상한 표정으로 돌아보자 소영은 얼른 표정을 관리한다.


"진짜 제대로 홍수 났네."


사방에 널려있는 옷가지들과 제자리에서 한참 떨어 진 듯한 물건들이 발에 채이게 나뒹구는 것을 보고 정한이 돌아보면서 그런다. 주한은 여전히 겁먹은 눈으로 이리저리 눈을 굴린다.

소영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냄비와 그릇들과 방석이 있는 것을 보고 허허 웃으며 발을 든다. 이현은 물 만난 고기처럼 이리저리 살피면서 축축이 젖은 물건들을 뒤집어보고 들춰보고 난리가 났다.

방한가운데에 선 정한이 천장과 한 바퀴를 둘러보더니 주한을 본다.


"거실이 완전히 물로 차있었다고 했지?"


주한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 물이 차게 된 건지는 알아?"


그러자 주한이 고개를 젓는다.


"제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물이 천장까지 차있었어요. 옆에 의자랑 소파가 둥둥 떠다니는데 처음엔 꿈을 꾸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 말을 듣고 얼굴을 찡그리면서 정한이 옆방들로 향한다. 안방으로 보이는 문은 살짝 열려있고 정한이 밀자 저항 없이 열린다. 안의 옷가지들과 이불들은 거실과 마찬가지로 쫄딱 젖어있다. 정한이 흠 한다.


"그러니까 이 집 전체가 침수 됐는데 옆집들은 멀쩡하고 이 집만 물이 가득 차 있었다는 거야?"


그리고 안방에서 고개를 빼더니 이번에는 옆에 있는 화장실 문을 연다. 평범한 화장실은 딱 거실과 안방만큼 젖어있지만 특별히 다른 점은 보이지 않는다. 정한이 안으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어본다.


"수압도 괜찮은 것 같은데."


수도꼭지도 이리저리 돌려보며 물이 나오는 것을 확인한 이현이 화장실 문 밖에서 빼꼼 고개를 들이밀고 있는 이현을 보며 그런다. 이현이 씩 웃는다. 정한이 눈썹을 올린다.


"왜그래?"

"내가 뭘 찾았는지 봐봐."


그리고 거실로 다시 나온 네 사람이 이현을 쳐다보자 이현이 TV옆 거실 구석에 있는 통을 가리킨다. 네 사람이 함께 내려다보는 것은 사물함 크기 정도 되는 큰 플라스틱 통 안에 들어있는 금붕어들이다.


"... 어항?"


소영이 이현을 보며 그런다.


"물고기잖아요. 왜요?"


그러자 이현이 홱 돌아본다.


"물고기들이 있잖아!"


그러자 소영이 얼굴을 찡그린다.


“저기 물고기 처음보는것도 아니고 물고기가 왜요?"


이현이 팔을 펴더니 자기 뒤의 거실을 향해 손짓한다.


"방안이 온통 물에 차서 소파가 부엌으로 가있고 의자들이 사방으로 둥둥 떠다녔잖아.

여기 학생은 의자에 묶인 채로 거실에서 현관문까지 헤엄쳐 와서 우리한테 문을 두드렸고 말이야."


소영과 주한이 눈을 깜박거리다 다시 어항을 내려다본다. 금붕어들은 사람 그림자에 먹이를 주는 줄 알았는지 수면으로 올라와 입을 뻐끔거리고 있다. 이현이 다시 이어 말한다.


"그런데 지금 이 물고기들은 의자나 소파처럼 거실이나 안방에서 펄떡대지 않고 지금 얌전하게 자기들 어항 속에 있잖아."


그 말에 소영과 주한이 다시 어항을 내려다본다. 물고기들은 여전히 입을 뻐끔거리지만 소영은 저도 모르게 주한의 손목을 잡고 뒤로 이끈다. 주한이 놀라 쳐다보자 소영은 불안한 얼굴로 이현을 쳐다본다.


"그래서 지금 이 물고기들이 수상하다는 거예요?"


그러자 이현이 무릎을 굽히고 어항을 들여다본다. 흠 하고 어항에 머리가 빠질 정도로 들여다보는 이현이 시자철을 꺼내더니 물고기들을 비춰본다. 그리고 갑자기 씩 웃더니 벌떡 일어나 네 사람들을 쳐다보더니 큭큭큭큭 웃는다.

미친사람 보듯이 쳐다보는 네 사람을 향해서 계속 큭큭대며 웃던 이현이 정한이 노려보자 후 하고 심호흡을 하더니 이불을 휙 벗어던진다.


"?!"


소영이 쳐다보자 이현이 씩 웃으면서 그런다 .


"이 금붕어들, 아주 감쪽같이 속이고 있었어. 이불을 벗으니까 확실히 느껴지네. 너희들도 이불을 벗어봐."


그러자 미심쩍은 얼굴로 이현을 쳐다보는 네 사람에게 이현이 손짓하며 재촉한다. 엉거주춤 이불을 바닥에 떨어뜨리자 소영은 팔에 이상한 차가움을 느낀다.

그냥 한기라고 하기에는 뭔가 더 축축하고 습기에 차있는 차가움이다. 마치----

네 사람의 표정이 이상하게 일그러지는 것을 들여다보던 이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때, 공기에 닿으니까 너희도 알겠지? 축축하고 차갑잖아. 마치---"


이현이 팔을 앞으로 뻗어 짝 하고 손뼉을 친다. 그러자 이현의 손에서 공기방울이 터져나간다. 소영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쳐다보자 이현이 그런다.


"너희도 손을 흔들어봐."


소영이 이현을 쳐다보면서 천천히 앞으로 손을 흔들다가 눈을 크게 뜬다. 저항 없는 공기가 아니라 무언가 차갑고 축축한 물결을 손바닥이 밀어내는 힘이 느껴진다. 이현이 정한을 향해 말한다.


"더 빨리!"


정한이 얼굴을 찡그리고 팔을 휘두르자 이현이 소리친다.


"아주 빨리! 팔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빨리 휘둘러봐!"

"앗 차거!"


소영이 소리친다. 네 사람의 눈앞에서 갑자기 공중에서 물방울이 후두둑하고 떨어진다.

소영이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는데 이현이 씩 웃는다.


"... 이제 알겠지?"


정한이 쳐다본다.


"우린 지금 물속에 있는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조선타임트래블 Rerun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천상열차분야보물지도 2 21.08.31 58 1 10쪽
34 천상열차분야보물지도 1 21.08.30 67 1 14쪽
33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5 21.08.29 55 1 13쪽
32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4 21.08.29 45 1 15쪽
31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3 21.08.28 39 1 12쪽
30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2 21.08.28 31 1 8쪽
29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1 21.08.27 40 1 18쪽
28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8 21.08.27 25 1 9쪽
27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7 21.08.26 29 1 15쪽
26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6 21.08.25 29 1 9쪽
25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5 21.08.24 41 1 13쪽
24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4 21.08.23 36 1 10쪽
23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3 21.08.22 31 1 7쪽
»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2 21.08.22 41 1 12쪽
21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1 21.08.21 43 1 6쪽
20 용산역의 도깨비 12 21.08.20 47 1 7쪽
19 용산역의 도깨비 11 21.08.20 39 3 7쪽
18 용산역의 도깨비 10 21.08.19 43 2 8쪽
17 용산역의 도깨비 9 21.08.18 42 2 10쪽
16 용산역의 도깨비 8 21.08.17 43 2 11쪽
15 용산역의 도깨비 7 21.08.12 41 2 7쪽
14 용산역의 도깨비 6 21.08.12 41 2 11쪽
13 용산역의 도깨비 5 21.08.11 47 1 9쪽
12 용산역의 도깨비 4 21.08.10 51 2 9쪽
11 용산역의 도깨비 3 21.08.09 55 2 9쪽
10 용산역의 도깨비 2 21.08.08 92 3 8쪽
9 용산역의 도깨비 1 21.08.07 146 2 10쪽
8 궁녀4 (8) 21.08.06 132 2 11쪽
7 궁녀4 (7) 21.08.05 131 3 12쪽
6 궁녀4 (6) 21.08.04 169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