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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조선타임트래블 Reru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8.03 10:03
최근연재일 :
2021.09.20 19:42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7,783
추천수 :
105
글자수 :
311,603

작성
21.08.05 11:52
조회
130
추천
3
글자
12쪽

궁녀4 (7)

DUMMY

"하지만 왜....?"


이현이 다시 함안의 피를 쳐다본다. 함이 열린 순간부터 각시들은 피냄새에 이끌리듯 고개를 함 쪽으로 향한 채 식식거린다.

함안의 피냄새가 방안을 채우자 각시들의 흰 손들이 서로 연결하듯 손에 손을 잡는다.


"저것들 뭐하는거예요?"


소영이 움칠하며 그런다. 정한이 이를 악문다.


"다함께 피를 먹으려고 하는거야."


정한이 말하는 사이 다른 각시들과 손을 잡은 각시 하나가 함을 향해 다가간다.

이현은 아직 말라붙은 피 부스러기가 있는 손끝을 비빈다. 그러더니 소현을 쳐다본다.

소현은 이현의 시선을 따라가듯 그를 마주보고 있다.


"....아!"


이현이 다시 함안을 쳐다보다가 깨달은 듯 눈을 반짝인다. 그리고 각시들을 막으려고 앞으로 나가는 정한의 팔을 잡는다.


"왜?"


정한이 놀라 이현을 돌아본다. 이현이 고개를 흔들더니 낮게 중얼거린다.


"기다려."


이현을 돌아본 정한의 얼굴이 멈칫 굳는다.이현은 눈을 빛낸 채 소현을 쳐다보고 있다.

각시들은 공명하듯 소리를 내며 울리고 있다.

맨 앞에 선 함 앞의 각시가 천천히 함안으로 고개를 숙인다. 맨 앞의 각시가 피를 마시기 시작하자 손을 맞잡은 각시들이 앞에서부터 점차 울음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무슨 생각이야!"


정한이 이현을 향해 낮게 소리치지만 이현이 잡은 손을 뿌리치려하지 않는다.

그때 맨 앞의 각시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함에서 튕겨나가듯 나가떨어진다. 그러더니 갑자기 각시들이 모두 동시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악”


사람들이 모두 공포에 차 쳐다보는 가운데 각시들의 탈이 쩌적 쩌적 하고 갈라진다.

그 뒤에 있던 죽은 사람들의 얼굴이 드러나면서 각시들이 하나둘씩 바닥으로 쿵 쿵 하고 떨어진다. 이현과 소영이 놀란 눈으로 사방에서 쓰러지는 각시들을 쳐다보고 있다.

쿵 쿵 하고 땅을 흔들면서 각시들은 몸부림을 치며 바닥으로 쓰러진다.

마지막 각시가 바닥으로 쓰러지자 사방에는 갑작스런 정적이 감돈다. 소영은 이현을 쳐다본다. 이현은 소현을 쳐다보며 씩 웃고있다.


"방법을 찾아내셨군요 세자저하."


그러자 소현이 희미하게 웃는다.정한이 쓰러진 각시들을 보더니 하 하고 기가 찬웃음을 터뜨린다.


"... 살아있는 사람들의 피야?"


그러자 방구석에 몰려 떨고 있던 궁녀들과 내관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든다. 그들의 팔마다 피를 뽑은 흔적이 붉게 남아있다.

소영과 눈이 마주친 어린 궁녀 하나가 파랗게 질렸지만 씩씩하게 씩 웃어 보인다.

저사람들과 소현은 각시들을 없애기 위해 다같이 피를 모으고 스스로 이 궁 안에 각시들과 함께 갇힌 것이다. 이현은 소현을 향해 걸어간다.


"내가 팬이라고 했잖아."


소현이 조금 의아하지만 역시 마주 웃는데 바닥에서 꿈틀거리던 각시 하나가 소현의 등 뒤로 다가선다. 이현이 눈을 크게 뜬다.


"소현!“






**





각시가 소현의 뒤통수를 퍽 친다. 그러자 소현이 울컥 하며 비틀거린다.

소현의 발치에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호두만한 핏덩어리가 투두둑 떨어진다.


"세자저하!“


궁녀들과 내관이 비명을 지르며 소현에게 달려간다. 그때 소영이 정한을 지나쳐 소현을 향해 달려간다.

이현이 소영을 쳐다본다. 소영은 무릎위에 소현의 머리를 받치고 소매를 찢어 천으로 소현의 목에서 나오는 울혈을 닦아낸다.


"저하!"


그리고 세자에게 달려가 소현의 얼굴을 살핀다. 세자는 누운 채로도 울컥거리며 주먹만 한 핏덩이들을 울컥울컥 뱉고 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소영이 소리친다. 정한이 내려다본다.


"각시가 방금 소현에게 남아있는 시간을 모두 되돌렸어. 지금 당장 죽고 있는 거라고."

"안 돼. 너무 빨라."


정한이 중얼거린다. 그때 이현이 소현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피 묻은 손 위에 시자철을 놓아주고 그 위에 자신의 손을 얹은 채로 푸르게 변하기 시작한 소현의 손이 시자철을 꽉 쥐게 만든다.


"뭐하는거예요?"


소영이 놀라 이현을 쳐다보자 이현이 소현의 얼굴을 내려다본다.


"지금은 1644년이야. 소현은 지금 죽을 수 없어. 아직 그의 시간이 남아있다고. 이 자리에서 죽으면 각시들이 있으나 없으나 여전히 역사는 찢긴게 돼."

"그래서 어쩌려고요?!"


그러자 이현이 소영을 쳐다본다.


"내 시간을 줄 거야."


이현이 말하는 것과 동시에 시자철이 우웅 하는 진동음과 함께 반응하기 시작한다.

이현이 씩 웃는다.


"걱정마. 정해진 만큼만 줄테니까."

"잠깐---- "


소영의 눈이 커지고 이현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시자철에서 나온 빛이 폭발하듯이 이현과 소현을 감싸고 휘몰아친다.

소영이 팔로 눈을 가리고 사방으로 빛이 뿜어져 나간 뒤 이현이 뒤로 물러선다. 소영과 정한이 크게 뜬 눈으로 이현을 쳐다본다. 이현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후두둑하고 이현의 코와 입과 눈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이현은 자신의 손을 타고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쳐다보며 웃는다.


"이거 어디서 봤던 것 같은데."


그리고 그대로 뒤로 넘어가는 이현을 정한이 받쳐 든다.


"이현!"


정한이 소리친다. 그때 소영의 무릎위에 있던 소현이 움찔하며 깨어나기 시작한다.

소영이 숨을 죽이고 쳐다보는 가운데 힘없이 눈을 깜박이던 소현의 눈에 빛이 돌아오기 시작하고, 바닥에 손을 짚으며 몸을 일으킨다. 그때 소현세자의 손에 있던 시자철이 소영의 손으로 떨어진다.

한차례 폭발이후로 시자철은 소영이 처음 봤을 때처럼 굳게 닫혀있다.

소영은 시자철을 손에 꼭 쥔 채로 세자를 올려다본다.


“시자철을 닫아!”


소현이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닫아, 소영!"


정한이 소리친다.


"이제 세자에게 줄 시간은 끝났어. 다시 이현과 시간을 바꿔야 돼. 이대로 면 시간을 다 뺏겨서 죽는다고!"


그러자 소현이 정한을 돌아본다. 그 눈을 마주친 순간 정한이 욕을 뱉으며 이현을 놓고 시자철을 향해 달려간다.

그때 소현이 고갯짓을하자 시체들 사이에서 불쑥 불쑥 튀어나온 두 각시들이 달려들어 정한을 뒤로 집어던진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 힘에 바닥이 쩍쩍 갈라지며 정한의 등과 벽 사이에 부딪힌 벼루가 두 동강이 나며 떨그렁 하고 바닥에 떨어진다.

우당탕하고 벽에 내던져진 정한이 다시 일어서려 헀을 때 각시들이 정한의 양 팔을 잡아 뒤로 꺾어 고정시킨다. 정한이 팔을 빼내려 비틀지만 각시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씩씩대는 정한의 앞에 소현이 천천히 걸어온다.

정한이 고개를 들어 소현을 노려본다.

아직 눈과 입가에 말라붙은 핏자국이 선명한 소현은 희미한 미소를 띠고 정한을 내려다본다.

소현의 뒤에 소리없이 새로 서있는 각시들은 복종하듯 뒤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정한이 놀란 눈으로 눈을 부릅뜨고 소현을 쳐다보다 허 하고 헛웃음을 친다.


"... 굉장한데. 각시들을 이용한 거야? 대단해, 이현의 시간을 빼앗으려고?"


소현 역시 마주 웃는다. 차가운 미소다.






***






"이들은 내 악몽이었다. 귀신의 탈을 쓰고 나타나 내가 믿고싶지않은 미래를 얘기해주었지."


소현이 각시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하지만 이제 나는 저 뒤의 얼굴들을 알고 있다."


소현이 그런다.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정한 앞에서 소 현이 천천히 몸을 돌려 정한과 그의 팔이 잡고 있는 이현과 눈을 마주친다.


"저들은 가면을 썼지만 나는 저 가면들 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눈. 그건 저주와도 같았다."


소현이 비틀거리며 서있는 두 각시들을 향해 걸어간다.

내관들이 안된다고 소리치지만 소현이 다가가도 각시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당신이 뭘 하고 있는지 알아?"


정한이 소리친다.


"이현이 죽는다고! 이건 당신의 시간이 아니야. 이렇게 해도 소용없단 말이야. 각시들이 당신을 이용하는거야. 정신차리고 저들을 봐!"


그때 정한을 붙잡은 각시들에게서 끼익 끼익하고 녹슨 경첩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마치 철이 찢어지듯 끔찍한 소리다. 정한이 돌아본다.

정한을 붙잡고 있는 각시들의 얼굴이 웃고 있다.

순간 정한은 머리끝까지 쭈뼛하는 느낌을 받는다. 각시들은 낄낄거리고 있다.

그 순간 정한의 머리에서 무언가 들어맞는 소리가 들린다.


"... 당신 다 알고 있었어?"


자신을 향해 웃는 각시들을 올려다보며 소현이 희미하게 웃는다. 정한이 이를 악문다.


"각시들이 당신의 미래를 가르쳐 준거야? 당신이 죽는다고? 그래서 그런거야?"

"정한. 너는 똑똑하지만 이현이 필요한 이유가 있지."


소현이 먼 곳을 향해 말하듯 중얼거린다.


"이현에게는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눈이 있어. 나도 그런 눈을 가지고 있었다."


소현이 말한다.


"호란이 막 지나가고 난 백성들이 울부짖고 피가 강이 되어 흐르는 산천에서 현실성 없는 북벌을 외치는 대신들은 거짓이었고 내가 청나라에서 배워온 문물로 나라를 전쟁이 아닌 부국강병으로 이끌 수 있는 현실은 진실이었다."


소현이 정한을 똑바로 쳐다본다.


"나를 경계하는 아바마마와 대신들의 비난의 위협은 진실이었고 아무리 보지 않으려 해도 지금 당장 내가 처한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거짓이었다. 하지만 내가 본 그 어떠한 진실과 거짓도 내가 이 귀신들을 봤을 때의 진실만큼 괴롭지는 않았다."


소현의 앞에 있던 두 각시들의 탈들이 바닥으로 달그락 달그락 하고 떨어진다.

소영이 숨을 삼킨다.


"왜냐면 내가 본 얼굴들은 내 아들들의 얼굴이었으니까.“


순간 소영의 숨이 멈춘다.

각시 탈이 있던 자리에는 채 다 자라지 못한 앳된 얼굴의 두 소년들의 얼굴이 자리하고 있다.

푸르게 질린 얼굴, 검어진 입술.

가라앉은 것처럼 거뭇한 죽은 이들의 눈가는 마치 땅을 삼킬 것처럼 움푹하다.


아이들의 얼굴은 죽어있다.

죽은 아이들의 얼굴이 각시 탈들처럼 빙글빙글 웃으며 소현의 뒤에서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본 소영은 비명을 지르고 싶다. 소영은 그 얼굴들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각시들이 말해주더군. 내가 죽은 뒤의 내 아들들은 궁에서 쫓겨나 귀양살이를 하고 첫째와 둘째는 제주도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지만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고."


소현의 목소리는 담담하게 피가 끓는것 같다.


"내 아이들은 어렸어. 궁의 정치판을 물려주지 않더라도 내 아들들은 행복하게 살아있어야 했어. 숨을 쉬고, 피가 돌면서 살아있는."

"소영! 시자철을 열어!"


정한이 고개를 돌리고 이를 악물고 말한다. 각시들이 손톱이 정한의 팔로 파고들어도 정한은 느끼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지금 이 시간의 주인은 너야! 네가 시자철을 열면 세자와 이현의 시간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시자철을 열어, 소영!"


소영은 자신의 손에 놓여있는 시자철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시자철을 열기위해 손을 움직인다. 그때 소영의 손이 허공에서 뚝 멈춘다. 정한이 입을 벌린 채 소영을 쳐다본다.

소영은 기계처럼 공중에 멈춰선 자신의 손을 쳐다보고 있다.

소영의 커다랗게 뜬 눈이 천천히 위로 향한다.

소현은 각시들만큼이나 하얀 얼굴로 소영을 내려다보고 있다. 하지만 소영은 소현을 보고 있지 않다.

소현의 뒤에는 시체들 사이에서 새로 일어난 각시 하나가 한 팔을 치켜들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소영."


정한이 낮은 목소리로 부른다. 소영은 각시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소영."


정한이 다시 부른다. 소영은 정한을 돌아본다. 정한은 자신의 발치에 있는 궁녀들 중 한명의 시체를 내려다보고 있다. 정한이 보고 있는 그 궁녀의 얼굴은 소영에게 등을 지고 있어 볼 수 없다.

소영이 천천히 정한에게 걸어가 정한이 보고 있는 궁녀의 얼굴을 내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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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4 21.08.29 44 1 15쪽
31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3 21.08.28 39 1 12쪽
30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2 21.08.28 30 1 8쪽
29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1 21.08.27 40 1 18쪽
28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8 21.08.27 25 1 9쪽
27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7 21.08.26 29 1 15쪽
26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6 21.08.25 29 1 9쪽
25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5 21.08.24 41 1 13쪽
24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4 21.08.23 36 1 10쪽
23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3 21.08.22 30 1 7쪽
22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2 21.08.22 40 1 12쪽
21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1 21.08.21 43 1 6쪽
20 용산역의 도깨비 12 21.08.20 47 1 7쪽
19 용산역의 도깨비 11 21.08.20 39 3 7쪽
18 용산역의 도깨비 10 21.08.19 43 2 8쪽
17 용산역의 도깨비 9 21.08.18 41 2 10쪽
16 용산역의 도깨비 8 21.08.17 43 2 11쪽
15 용산역의 도깨비 7 21.08.12 40 2 7쪽
14 용산역의 도깨비 6 21.08.12 41 2 11쪽
13 용산역의 도깨비 5 21.08.11 46 1 9쪽
12 용산역의 도깨비 4 21.08.10 51 2 9쪽
11 용산역의 도깨비 3 21.08.09 55 2 9쪽
10 용산역의 도깨비 2 21.08.08 92 3 8쪽
9 용산역의 도깨비 1 21.08.07 146 2 10쪽
8 궁녀4 (8) 21.08.06 132 2 11쪽
» 궁녀4 (7) 21.08.05 131 3 12쪽
6 궁녀4 (6) 21.08.04 16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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