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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조선타임트래블 Reru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8.03 10:03
최근연재일 :
2021.09.20 19:42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7,770
추천수 :
105
글자수 :
311,603

작성
21.08.12 09:49
조회
40
추천
2
글자
11쪽

용산역의 도깨비 6

DUMMY

가연이 이현을 쳐다본다. 이현은 씩 웃고 있다. 이현을 빤히 내려다보던 가연이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오빠, 가환이에게 전화해봐."

"뭐? 왜?"


그러자 가연이 얼굴을 찌푸린다.


"얼른 전화해보라고!"


알았어. 하고 남자가 가연의 눈치를 살피며 전화기를 꺼낸다. 신호음이 여러 차례 울리지만 가환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남자가 얼굴을 찌푸린다.


"뭐지 이 녀석 지금쯤이면 그 인간들을 데리고 돌아와야 할 텐데."


그러자 가연이 이현을 홱 돌아본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이현이 어깨를 으쓱한다.


"여기 오는 길에 서울역을 지나왔거든. 그런데 시자철이 거기에서도 반응을 하더라고."


남자가 이현을 쳐다보자 이현이 고개를 돌리자 이현이 씩 웃는다.


"...너희가 서울에 떨어진 유일한 조선도깨비가 아니라는 말이야."


그러자 가연과 남자가 서로를 쳐다본다. 이현이 설명한다.


"그말은 지금 서울역에서 내 친구들이랑 만난 녀석이 바로 내가 찾던 도깨비라는 거지."


그리고 남자 어깨 뒤를 보면서 고개를 까닥인다.


"얼굴을 보니까 맞는거 같네."


남자와 가연이 뒤를 홱 돌아본다. 그리고 동시에 시퍼런 인장이 공중에서 확 타오르더니 도깨비둘이 뭐라고 할 사이도 없이 두 도깨비가 쿵 하고 바닥을 뚫고 아래로 푹 꺼진다. 뒤에서 소영이 뛰어나와 이현에게 달려온다.


"괜찮아요?"


그러자 이현이 어깨를 으쓱한다.


"한대 맞은 거 빼곤 괜찮아."


이현이 고개를 털면서 뒤에 서있는 정한을 쳐다본다.


"강지덕!"


그러자 정일당이 손등을 후 하고 불면서 이현을 보며 말한다.


"지덕은 내 어릴 적 아명이니라."


그러자 이현이 씩 웃는다.


"물론 당신이 강정일당이지. 조선시대 여성문학가! 여성에게 열악한 조선시대에 누구보다도 뛰어났던 학문가였지. 정일당은 당신이 사후에 붙여진 호였어."


이현이 얼굴을 찡그린다.


"그러고 보니 당신은 어떻게 죽은거지?"


그러자 정일당이 어깨를 으쓱한다.


"일정나이 이상으로 노화가 느려지니 인간들이 이상하게 보더군. 결국 죽은 것으로 하고 산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지."


그러자 이현이 씩 웃는다.


"... 역시 도깨비들이란 흥미로워."


그러자 이현의 얼굴을 차근히 보던 정일당이 묻는다.


"네가 시자철의 주인이라는 인간이냐?"


그러자 소영의 도움으로 의자에서 팔을 푼 이현이 으쓱한다.


"본인이지. 마음에 드시나?"


그리고 씩 웃는다. 그러자 정일당도 풋 하고 웃는다.


"내 어머니가 말씀해주신 적이 있다. 내가 어릴 적에 당신이 나를 품고있던 다친 어머니를 각시들에게서 구해준 적이 있다고."


정일당이 말하며 이현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러자 이현이 고개를 기웃한다.


"왜 그렇게 쳐다봐?"


정일당이 고개를 젓더니 그런다.


"... 아니다. 내 어머니의 말씀으로는 더 무섭게 생겼을 줄 알았는데."


그러자 옆에서 소영이 얼굴을 찡그린다.


"이현씨가요? 왜요?"


정일당이 뭐라고 대답하려 하자 이현이 소영의 얼굴을 옆으로 밀어낸다.


"이 녀석은 나한테 이사한 피해의식이 있어서 말이야. 일단 지금 중요한건 아니고. 일단 너를 먼저 제자리로 돌려줘야지."


그리고 시자철을 돌리기 시작한다. 그때 정일당이 시자철을 잡고 있는 이현의 손목을 꽉 잡는다. 이현이 쳐다보자 정일당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다.


"나는 돌아가지 않겠다."


이현이 허 하고 쳐다본다. 정한과 소영도 정일당을 쳐다본다.


이현이 어깨를 으쓱한다.


"어이 시간을 타고 왔다갔다 하는게 내키지 않는 건 알겠는데 앵두귀신 말처럼 각시들이 찢어놓은 조선의 시간을 복구하지 않으면 일이 점점 커진다고. 네 시간은 그냥 네 시간이 아니라..."


이현이 손을 흔들면서 말한다.


"나는 돌아가지 않는다. “


정일당이 단호하게 말한다. 이현이 눈썹을 으쓱한다.


"무슨 소리야 당신은 도깨비니까 각시가 잡아챘다고 기억을 잃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당연히.."


이현이 갑자기 말을 뚝 멈춘다. 그 순간 정한도 깨달은 듯 옆에서 움찔한다.

소영은 영문을 몰라 쳐다본다. 정일당이 뒤로 물러선다.

초록색 눈이 불꽃이 튀길 듯 강렬하게 번쩍거리더니 갑자기 물을 끼얹은 것처럼 공허해진다.


"어리석은 도깨비들이 무고한 인간을 해치는 것을 막았으니 이제 나의 볼일은 없다. 조선의 시간이 어찌되든 나와는 상관없으니 나를 그곳에 돌려놓을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거라."


그리고 돌아서서 미련 없이 밖으로 사라진다.


“... ....”


소영이 이현을 쳐다본다. 이현은 눈을 깜박이며 망연하게 시자철을 내려다보더니 정한을 쳐다본다.

정한이 후 하고 한숨을 쉰다. 소영이 쳐다본다.


"어떻게 된 거에요?"


그러자 정한이 대답한다.


"너처럼 기억이 없어서 되돌리기 힘든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기억이 있어서 되돌리기 힘든 경우도 있거든. 그리고 강지덕.. 강정일당은 기억이 있어서 되돌리기 힘든 경우고."


"왜요,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정한이 소영을 쳐다본다.


"강정일당은 아들 다섯과 딸 넷을 낳았었어. 하지만 그들 중 아무도 일 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지."


소영의 목이 마른다.


".. 아홉명 전부요?"


정한이 고개를 끄덕한다.


"하지만 강정일당의 아이들이라면 그 아이들도 도깨비들이잖아요."


정한이 고개를 젓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 하지만 역사 속에는 그렇게 적혀있고 방금 정일당의 반응을 보니 그게 맞는 것 같다."


그러자 소영이 이현을 돌아본다.

이현은 아직도 밧줄에 긁혀 시뻘건 손목으로 시자철을 손에 굴리면서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다. 이현이 문득 고개를 들어 소영과 눈이 마주친다.

그 눈빛에 소영은 왠지 철렁하면서도 그 안에 희망이 보이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이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가자."


정한이 쳐다본다.


"어쩌게?"


이현이 어깨를 으쓱한다.


"쫓아가야지."


그리고 쳐다보는 정한과 소영을 지나쳐 문 앞에 서서 계단을 내려 가고 있는 정일당을 보며 그런다.


"정일당이 슬픈 것과는 별개로 시간은 정일당이 여기 있음으로써 계속 더 쪼개지고 있어. 결국 시간은 어떻게든 정일당을 따라잡을 거라고."


이현이 정일당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 그때 우리가 정일당 옆에 있어야 돼."





**




정일당은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온다. 이현과 정한과 소영은 그 뒤를 간격을 유지하며 졸졸 따라오고 있다.

사실 그렇게 몰래몰래 따라가는 것도 아니고 도깨비의 감각을 피할만한 능력도 없기에 정일당은 세 사람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아랑곳 않고 여전히 굳은 어깨로 뚜벅뚜벅 걷는다.


"대체 어디까지 가는거예요...?"


소영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정일당은 서울역 지하철 지하보도 끝으로 걸어가더니 관계자 외 출입금지 표지판이 붙은 철문을 열고 안으로 쑥 들어간다. 그러자 이현도 문이 닫힐 새라 달려가서 안으로 쑥 들어간다.

그걸 보고 있던 소영이 한숨을 쉬고 자신도 얼른 따라서 들어간다.

잘 쓰지 않는 창고 인 듯 선반장과 책상 몇 개가 들어있는 큰 방 하나를 거쳐서 뒤의 또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보일러실처럼 큰 파이프가 달린 어두침침하고 칙칙 소리가 나는 지하실이 나온다. 금방 쥐나 구석에서 대걸레를 든 귀신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에 소영이 으으 하고 몸을 움추린다.

그 지하실 끝의 문이 열렸다가 닫힌다. 이현은 또 성큼성큼 따라가서 문을 열고 안으로 사라진다. 소영이 쳐다본다.


"이현이 저렇게 들어갈 때에는 괜찮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거예요?"


그러자 옆에 있던 정한이 어깨를 으쓱한다.


"아니."


그리고 소영이 쳐다보자 어쩌겠어?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소영이 한숨을 푹 쉬며 문을 홱 연다. 그리고 눈을 깜박한다.


"여긴... 지하철 통로잖아."


소영이 양 옆을 살펴본다.


지하철 특유의 돌 냄새와 먼지 냄새가 콧속으로 횅하게 들어온다. 콘크리트 터널 가운데에는 기둥들이 두 선로를 나누어 서있고 바닥에는 반질반질하게 닳아있는 철로가 양 방향으로 뻗어있다.

뿌옇게 빛나고 있는 전등들을 올려다보면서 소영이 눈을 깜박인다.


"... 진짜 지하철 통로잖아."


그리고 저만치에서 걸어가고 있는 정일당을 쳐다본다.


"이현은 어디 갔어요?"


그러자 정한이 둘러본다. 정일당을 앞장서 따라가고 있어야할 이현이 보이지 않는다.

소영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정한을 쳐다보는데 이현이 고개를 불쑥 내민다.


"악!“


소영이 소리친다. 이현이 씩 웃는다.


"어디 갔었어요?"


그러자 이현이 정일당이 향한 쪽으로 폴짝폴짝 걸으면서 말한다.


"잠깐 18세기에 다녀왔었지."

"정일당의 시간에?"


정한이 묻는다. 이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정일당이 돌아가기 싫어하는 그 과거에 다녀왔었지. 혹시 돌아가고 싶어 할 만 한 이유가 남아있는지 보려고 말이야."


그리고 정한과 소영이 쳐다보자 거꾸로 걷고 있던 씩 웃는다.


"휴, 정말 대단한 여자야. 조선시대 후반은 정말 흥미로운 시대지.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도 서민들의 힘이 강해지고 활력이 차올라. 영조와 정조가 문예부흥을 일으키고 독서의 열기가 고조되는 시대라고! 매일 지붕아래 조신하게만 있을 줄 알았던 조선 여자들의 감추려고 해도 감춰질 수 없는 진가를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하는 시대고."


그리고 몸을 홱 돌려 앞서가고 있는 정일당을 쳐다본다.


"그리고 정일당은 그 선봉에 있었지. 조선후기 여성이란!"


소영이 뛰어가서 이현의 팔을 잡는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요?"


이현이 어께를 으쓱한다.


"어쩌긴. 따라다녀야지."


그러자 소영이 낮게 소리친다.


"거기서 정일당씨가 돌아가고 싶을만한 이유를 찾아 봤다 며요! 근데요?"


"아홉 명의 아이들의 추억과 바꿀만한 거? 그런 건 못 찾았지. 나는 오늘 도깨비한테 맞을 만큼 맞았다고. 거기다 정한에게까지 맞고 싶진 않아."


그러자 소영이 잠깐 말을 잃는다.


"그래서 어쩌게요. 이렇게 쫓아다니면서 정일당이 지쳐서 그래 돌아가자 할 때까지 기다리자고요?"


그러자 이현이 어깨를 으쓱한다.


"더 좋은 방법 있어?"


소영이 이현을 쳐다본다.


"정일당씨가 돌아가고 싶지 않아하는 건 과거에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잖아요! 그걸 몇 시간, 며칠 옆에서 기다리면서 끝나길 기다리면 다 될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높인 소영이 눈을 깜박이며 이현을 쳐다본다. 이현은 씩 웃고 있다.


"그럼 어쩔까."


소영은 이현을 쳐다본다. 이현이 정일당 쪽을 향해 고개를 까닥여 보인다.

소영은 잠시 이현을 쳐다보다가 다시 정일당을 향해 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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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천상열차분야보물지도 2 21.08.31 57 1 10쪽
34 천상열차분야보물지도 1 21.08.30 67 1 14쪽
33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5 21.08.29 55 1 13쪽
32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4 21.08.29 44 1 15쪽
31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3 21.08.28 38 1 12쪽
30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2 21.08.28 30 1 8쪽
29 검은 물 속의 팔만대장경 1 21.08.27 39 1 18쪽
28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8 21.08.27 25 1 9쪽
27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7 21.08.26 29 1 15쪽
26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6 21.08.25 29 1 9쪽
25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5 21.08.24 40 1 13쪽
24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4 21.08.23 35 1 10쪽
23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3 21.08.22 30 1 7쪽
22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2 21.08.22 40 1 12쪽
21 바다를 거니는 신선들 1 21.08.21 43 1 6쪽
20 용산역의 도깨비 12 21.08.20 47 1 7쪽
19 용산역의 도깨비 11 21.08.20 38 3 7쪽
18 용산역의 도깨비 10 21.08.19 42 2 8쪽
17 용산역의 도깨비 9 21.08.18 41 2 10쪽
16 용산역의 도깨비 8 21.08.17 43 2 11쪽
15 용산역의 도깨비 7 21.08.12 40 2 7쪽
» 용산역의 도깨비 6 21.08.12 41 2 11쪽
13 용산역의 도깨비 5 21.08.11 46 1 9쪽
12 용산역의 도깨비 4 21.08.10 50 2 9쪽
11 용산역의 도깨비 3 21.08.09 55 2 9쪽
10 용산역의 도깨비 2 21.08.08 92 3 8쪽
9 용산역의 도깨비 1 21.08.07 146 2 10쪽
8 궁녀4 (8) 21.08.06 132 2 11쪽
7 궁녀4 (7) 21.08.05 130 3 12쪽
6 궁녀4 (6) 21.08.04 16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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