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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 님의 서재입니다.

음영잔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임제
작품등록일 :
2012.05.15 07:19
최근연재일 :
2012.05.1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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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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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6

DUMMY

육전호 일행이 황산현(黃山縣)과 제운산(濟云山) 사이에 자리 잡은 남궁세가의 거대한 정문 앞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이틀 후였다.

며칠 동안 씻지 못해 지저분한 얼굴에 핏자국이 가득한 옷을 걸치고 무기까지 패용한 육전호 일행의 몰골 때문에 세가의 경비무사들과 잠시 실랑이가 있었지만 뒤늦게 공동파의 고월이 신분을 확인해 주어서 세가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남궁세가의 거대한 전각군(殿閣群)은 금가장과 비견될 정도로 넓고 호화로웠다. 하지만, 정작 경비단의 조원들이 쉴 곳이라 하여 안내받은 곳은 정문 근처의 구석에 있는 행랑방(行廊房)이었다.

행랑방은 일반적으로 바깥 담장을 한쪽 벽으로 삼아 세운, 복도처럼 긴 방을 말한다. 주로 하인이나 노비들이 거주하거나 창고로 쓰는 경우가 태반이다.

남궁세가의 거대한 담장에 기대어 길게 세워진 행랑방들은 그 수효가 매우 많았음에도 비어있는 곳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육전호와 조원들에게 배정된 곳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다가 급하게 대충 청소만 한 낡고 퇴락한 행랑방이었다.


조원들은 각자 방을 정한 후 짐을 풀고 몸을 씻은 후 안내하는 세가의 무사를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여보시오,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겠소?”

“괜찮으니 말하시오.”

계응걸의 말에 한 걸음 앞서가던 남궁세가의 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행랑방에 있는 무인들은 남궁세가의 무인이 아닌 것 같던데 어찌 된 일이오?”

“세가와 친분이 깊은 문파의 무인들과 황산 근처에 있는 무인들입니다.”

“패천문과 수라문이 위협적이라지만 금정산은 이미 절강성을 빠져나오지 않았소?”

“그야 물론 그렇지요. 하지만, 금가장의 일이 아니더라도 세가의 지휘부에서는 안휘성으로 세력권을 확장하려는 구주사도천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흠…… 그렇군요.”

“호남의 형산파처럼 그냥 앉아서 내줄 수는 없지요. 미리미리 대비하는 겁니다.”

남궁세가의 무사는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 의지를 다지는 듯, 불끈 주먹을 쥐어 보인다.

육전호는 안내를 맡은 무사의 말을 듣다 보니 전각과 행랑방에 넘쳐나는 무사들과 세가를 감싸고 있는 긴장된 분위기가 이해됐다. 비단 남궁세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형산파가 그렇게 무너졌고 검각(劍閣)이 몰락했다. 지금도 수많은 중소 무파들이 허무하게 사라져가고 있을 터였다. 구주사도천의 과도한 세력 확장으로 말미암은 새로운 난세(亂世)의 도래였다.


조원들이 도착한 식당은 한 번에 이삼백 명이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곳이었지만 시설이 낡고 초라해 주로 하급무사들이 이용하는 곳 같았다. 정해진 식사시간이 지났는지 몇 개의 탁자에만 무사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고 식탁 대부분이 비어 있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일행이 자리를 잡고 앉자 세가의 하인들이 미리 준비한 음식을 갖다 주었다.

소채 몇 가지와 돼지고기 볶음, 그리고 밥 한 공기가 전부였다.

“숙소도 그렇고 식당도 그렇고 이거 너무하네.”

투덜거리는 등오의 얼굴엔 불만이 가득했다.

“불평 그만 해라. 산속에서 밤이슬 맞아가며 육포로 연명하던 게 바로 엊그제다. 그새 잊어버렸냐?”

“조장, 그땐 그때고 지금은 다르지 않습니까?”

“다르긴 뭐가 달라? 주위를 둘러봐라. 죄다 강호에 이름 난 명문이거나, 크건 작건 한 지역의 패권을 쥐고 있는 문파의 무사들이다. 우리와는 달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육전호는 계응걸과 등오의 대화를 가볍게 들으며 한 편으론 소채를 젓가락으로 뒤적거리고 있었다. 갑자기 두 사람의 대화가 끊겼다. 육전호가 고개를 들어보니 두 사람이 모두 식당의 입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문영영이 그곳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슴이 철렁거렸다. 자신도 모르게 의자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어찌할 바를 몰라 엉거주춤하는 사이 서문영영이 조원들의 탁자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잠시만 실례할게요.”

“아, 예…….”

서문영영이 가볍게 목례를 하자 육전호와 몇몇 조원들이 같이 고개를 숙였다.

모두 잠시 멍해 있을 때 등오가 소응박의 옆구리를 찌르며 눈치를 주었다.

“여, 여기 앉으시죠.”

소응박이 황급히 일어나며 자신의 자리를 권했지만 서문영영은 가만히 눈웃음을 짓더니 육전호를 바라본다.

“전호, 나가봐라.”

봉천우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귓가에 울렸다.

“저기, 소저. 제가 밖으로…….”


앉아 있던 탁자에서 식당 입구까지 오륙 장 가량의 거리를 걸어 나오는 데 족히 일각은 걸린 것 같았다. 다른 탁자에 앉아 있던 무사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이 불편하면서도 왠지 싫지만은 않았다.

식당 문을 나서니 왼편으로 조그만 정원이 보였다. 그곳으로 자꾸 꼬이는 발걸음을 옮기자니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고 있는 서문영영의 기척이 가까이 느껴졌다. 가슴이 쿵쾅거리는 소리를 서문영영이 들을 것 같아 애가 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질 않아 걱정이 앞섰다. 갑자기 머리에서 열이 나고 입안은 침이 말랐다.

걷다 보니 바로 앞에 돌을 조각한 장식대 위에 커다란 괴석이 있었다. 이곳에서 멈춰야 하나. 마음속의 고민과는 달리 발걸음은 멈춰지질 않았다. 몇 걸음을 더 옮기자 돌 장식대 위에 소나무 분재가 있었다. 여기가 적당할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발걸음은 멈추질 않는다. 자꾸 망설이다 보니 작은 정원을 다 돌고 다시 온 길을 걸어 나가고 있었다. 멈춰야 하는데. 어디서 멈춰야 하지. 어디가 적당한 곳인가.

“육소협?”

“네!”

서문영영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오자 그때서야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따로 놀던 두 발이 멈춰 섰다. 심호흡을 하고 돌아서 보니 서문영영이 고운 손을 들어 입을 가리고 있다. 눈매를 보니 웃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 부끄럽고 어색한 기분이었다. 왼손이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긁고 있었다. 얼굴이 뜨겁다고 느껴졌다. 평소 멋있다고 생각하던 봉천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얼른 손을 내려 뒷짐을 졌다.

“험…….”

잠시 시간이 흐르자 서문영영이 입을 가리던 손을 내려놓았다. 얼굴에는 아직 웃음이 남아 있었다. 수정처럼 맑은 눈빛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고 붉은 입술이 열렸다.

“생사불명이란 소식에 걱정을 많이 했어요.”

“네…….”

“고생이 많았지요?”

“아닙니다.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좋은 경험이요? 궁금해요. 육소협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서문영영이 다가서며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물어오자 육전호는 서문영영의 눈빛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입은 본대 후위에서 일어난 일부터 남궁세가에 도착하기까지의 일들을 주섬주섬 늘어놓기 시작했다. 육전호의 눈을 쫓으며 얘기를 듣고 있는 서문영영의 얼굴에는 때론 안타까움이, 때론 긴장감과 감탄의 기색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같은 시각.

남궁세가 내에 있는, 주로 세가를 방문한 귀빈들이 묵는 숙소 중 한 곳인 장천각(長天閣)에서는 혁련기가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만나고 있었다.


“그래, 무슨 일로 저를 보자고 하셨습니까?”

흑단목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탁자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마주보며 앉아 있었고, 탁자 위에 놓인 찻잔에서 흘러나온 용정차의 향긋한 냄새가 천천히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네, 소가주. 저는 무영문 출신으로 상무각에 있는 백준서라고 합니다.”

“하하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출행에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백 대협.”

호탕한 기품이 엿보이는 혁련기의 말에 마주 앉아 있던 백준서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대협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송구스러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무림의 후배로서 힘든 일을 겪은 선배에게 대협이라는 칭호가 대수겠습니까? 하하하.”

“그런 말씀 마십시오. 혁련세가의 소가주께서 저를 그렇게 칭하는 걸 다른 분들이 알면 비웃을까 두렵습니다.”

혁련기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하자 연신 고개를 숙이며 손사래를 치는 백준서였다.

“그건 그렇고 무슨 일로 저를 보자고 하셨습니까?”

“예, 그게…… 제가 어쩌다가 엉뚱한 장소에서 이걸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혁련기가 갑자기 정색을 하며 물어오자 백준서는 허리춤에서 꾸깃꾸깃한 종이 쪼가리를 꺼내어 조심스럽게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이건…….”

노란 기름종이였다. 구겨진 부분을 펴자 한쪽 구석에 조그맣게 동그란 모양으로 찍힌 혁련(赫連)라는 인장(印章)이 뚜렷하다. 혁련기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걸 어떻게 백 선배가 가지고 있는 것이오? 아니, 이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계시오?”

“예, 소가주. 저의 사문인 무영문 또한 혁련세가의 넓은 그늘에 있기에 그것이 무엇인지는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백준서의 말과는 달리 하북성 정주(定州)에 자리한 혁련세가와 평산(平山)에 있는 무영문과는 비록 하루거리에 있었지만 평소 왕래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혁련세가가 무림맹에서 원로원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곳이라면 무영문은 이제까지 상무각의 무사를 겨우 서너 명밖에 배출하지 못할 정도로 차이가 큰 곳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것을 본가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예, 물론 입죠. 그래서 이렇게 갖고 온 것 아니겠습니까?”

“말씀해 보시오. 이걸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

처음과는 사뭇 달라진 혁련기의 말투에 백준서가 긴장을 했는지 입술에 침을 발랐다.

“그걸 제가 습득하게 된 것은 며칠 전입니다. 그때 관도에서 습격을 받고 경비단 무사들과 함께 고립되었던 것은 소가주께서도 들어서 알고 계실 겁니다. 그날 어찌어찌 적들을 피해 도주하다가 숲 속의 어느 산막에서 하룻밤을 묵어가게 되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가까이 있던 개울가에서 세안을 하다가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빈 종이만 있었소?”

“예, 그렇습니다.”

백준서의 대답을 듣던 혁련기는 기름종이를 코에 갖다 대었다. 아직 흑금단두의 옅은 향이 남아 있었다. 아마도 며칠 전까지는 흑금단두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럼 누가 복용했는지는 알고 있소?”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경비단의 계응걸 조장이 전날 검에 복부를 찔리는 부상을 당해 곧 죽을 것 같았는데 다음날 일어나 보니 거의 완치되었더군요.”

“그 사람을 누가 치료했소?”

“같은 조원인데 봉천우라는 자입니다. 듣기로는 화산파의…….”

“됐소, 알고 있소.”

봉천우라면 금가장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풍운각의 동료인 강소미의 사형이었다.

혁련기의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흑금단두는 혁련세가에서도 무척이나 귀하게 취급하는 것이었다. 수십 가지 약재를 구하는 데 들어가는 돈과 시간도 상당했지만 한 알을 제조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보통 일 년은 잡아야 했다. 무림에 익히 알려진 대환단이나 태청신단에 비하면 약효라 할 것도 없었지만 세가에서는 그나마도 귀해 함부로 밖으로 돌리지 않는 물건이었다. 혁련세가에서 흑금단두를 세가의 밖으로 갖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단 세 명. 무림맹 원로원에 있는 할아버지 혁련무종. 세가의 가주인 아버지 혁련광 그리고 자신뿐이었다.

백준서의 얘기를 들어봐도 그 일행 중에는 흑금단두를 갖고 있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 정황으로 보아 봉천우가 가장 유력하기는 했지만 그 역시도 자신의 아버지나 할아버지와 흑금단두를 주고받을 만한 인연은 없어 보였다.

한참을 고민하던 혁련기가 고개를 들어 백준서를 바라보았다. 백준서는 외인이었다. 세가의 일을 깊게 알아서는 안 될 인물이었다.

“아마 아버님이나 할아버님과 인연이 닿은 분이 일행 중에 계셨던 것 같소. 아무튼, 알려주어 고맙소. 이 일은 백 선배만 알고 있었으면 좋겠소.”

말은 마친 혁련기가 얼굴을 굳히자 백준서가 고개를 숙였다.

“예, 당연 합죠.”

“그만 가보시오.”

“예…….”

백준서가 일어서 인사를 하면서도 주춤거렸다.

혁련기가 보기에 뭔가 미진한 것이 있어 보였다. 대가를 바라고 있는 것이었다. 백준서가 자신에게 고한 것은 어쩌면 사소한 일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이런 경우에는 세가의 이름에 걸맞을 적당한 대가를 던져주어야 한다.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남아 있소? 괜찮으니 얘기해 보시오.”

혁련기가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어오자 백준서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번 출행으로 풍운각의 희생이 컸다 들었습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 인원을 보충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소가주, 저희 무영문에서 이번에 풍운각의 무사를 배출하는 영광을 얻게 된다면 혁련세가와 소가주의 은혜를 결코 잊지 않을 겁니다.”

듣고 있던 혁련기는 가슴이 뜨끔거렸다. 빙 둘러 얘기하고 있지만 결국 백준서 자신을 풍운각에 넣어 달라는 청탁이었다. 생각해 볼 여지도 없었다. 곤란했다. 상무각이면 몰라도 풍운각의 무사자격은 명문출신이 아니면 어려웠다. 무림맹의 원로를 배출한 혁련세가에서도 자신을 포함해서 겨우 십여 명만이 풍운각에 들었을 뿐이었다. 출신이 중소문파에 불과한 무영문이라면 여의각은 애초에 불가능하고 풍운각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청탁을 하고 있었다.

“백 선배. 풍운각 무사의 선발 건은 그 조건이 까다로워서 저로서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혁련기가 단호한 목소리로 얘기를 하자 백준서의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

“사문에서 자질이 뛰어난 자를 골라 두어 명 추천해 주시오. 내 아버님께 말씀드려 상무각에 배치되도록 힘써 볼 터이니.”

말을 끝낸 혁련기가 찻잔을 들었다. 아직 따스한 기운이 남아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별로 밝지 않은 얼굴을 한 채 방문을 나서는 백준서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혁련기이었다.



“야! 육전호!”

매복하고 있다가 수라문의 무사를 사로잡은 과정을 서문영영에게 설명하고 있던 육전호는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날카로운 소리에 깜짝 놀랐다. 강소미가 눈을 흘기며 야릇한 미소를 띤 채 다가오고 있었다. 도둑질을 하다 들킨 것처럼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머, 생사불명이라더니 여기서 영영이랑 노닥거리고 있었어?”

“언니. 안녕하세요?”

서문영영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지만 강소미는 고개만 까닥거리고는 육전호를 바라보았다. 그때서야 육전호가 허리를 숙였다.

“누님…….”

“흥! 무사히 도착했으면 이 누나에게 먼저 알렸어야지. 그건 그렇고 둘이 언제부터 이렇게 다정한 사이였어?”

양손을 허리에 얹은 채 턱을 한쪽으로 치켜든 강소미가 육전호를 흘겨보았다. 육전호와 서문영영의 얼굴이 동시에 달아오른다.

“어, 언니!”

“누님, 그 무슨 말씀을…….”

“됐어, 두 사람 얘기는 나중에 듣기로 하고, 그 인간 무사해?”

“예, 무사합니다. 지금 조원들과 함께 식사하고 있습니다.”

“알았어, 내가 있으면 방해만 될 테니 그만 가볼게.”

육전호와 서문영영을 향해 의미심장한 눈빛을 흘리더니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강소미였다.

그렇게 강소미가 사라지자 얼굴이 발갛게 물든 서문영영이 시선을 돌려 작은 정원을 둘러본다. 둘 곳을 모르는 의미 없는 시선이었다. 육전호는 그런 서문영영을 잠시 바라보다 헛기침을 해댔다. 해가 지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육전호의 얼굴엔 어느새 석양이 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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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3

  • 작성자
    Lv.86 일발장타
    작성일
    12.06.26 23:42
    No. 31

    ..하는 누구였다는 표현은 거북하네요.
    차라리 누구는 ..했다고 하는 게 나을 듯..

    글이 참 좋습니다.

    무협 소설도 이렇게 쓸 수가 있네요.

    감탄, 또 감탄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6 일발장타
    작성일
    12.06.26 23:44
    No. 32

    백준서를 가만히 지켜 보는 혁련기이었다.

    대신

    혁련기는 ...하는 백준서를 가만히 지켜 보았다. 라고 하시는 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마녀의솥
    작성일
    13.09.04 17:53
    No. 33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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