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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 님의 서재입니다.

음영잔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임제
작품등록일 :
2012.05.15 07:19
최근연재일 :
2012.05.1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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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10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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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2

DUMMY

그날 밤 늦게 돌아온 계응걸이 조원들을 불러 모았다.


“지금 상황이 아주 고약해. 금가장의 호위무사들 태반이 그만두거나 도망갔어. 그리고 맹에서 파견한 고수들도 상당수가 이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죽었고. 뭐 여의각의 고수들이야 원래 몇 명 오지도 않았지만 풍운각이나 상무각 소속 무사들은 어제 우리가 본 것 말고도 다른 경로를 통해 오다가 당한 경우가 좀 있대.”

“사 조는 무사합디까?”

“어, 만나보고 왔어. 다들 무사해. 하여튼 걱정이야. 패천문 뿐만이 아니라 수라문도 금가장의 재산을 노린다는 소문이 났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 이유 없이 그런 소문이 돌지는 않을 거야.”

패천문, 광성보와 함께 절강성을 장악하고 있는 수라문이 가세했다는 말이 나오자 암울한 기운이 좌중을 흘렀다.

“어느 경로로 간답디까?”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아마 황산(黃山)으로 가겠지. 근처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야.”

“남궁세가(南宮世家)로군요.”

“그래, 패천문에도 짐작하고 있을 거야. 그것에 대해 대비를 하겠지.”

“우리 쪽에서도 준비를 하고 있겠죠?”

“몰라. 딱히 준비랄 것도 없어. 다만, 보타문에서 금정산을 보호하기 위해 여인 한 명을 보냈다는데 검후라더군. 내일 도착한다더라.”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더니…….”

“금정산이 보타문의 재정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잖아? 보타문이 이번 일에 개입하니까 광성보가 나서지 못하는 것이야. 우리로서는 다행이지 뭐.”

“조장, 우리가 맡게 될 임무는 뭐요?”

“몰라서 묻냐? 사조하고 우리는 번갈아가며 전위, 후위를 맡게 될 거야. 이삼일 내로 출발한다니까 알아서들 준비해. 그리고 육전호, 너 몸은 괜찮냐?”

육전호는 갑작스레 자신을 호명하자 계응걸을 바라보았다.

“네, 괜찮습니다.”

“뭐가 괜찮아? 그 정도 내상이면 족히 보름은 정양해야 하는데.”

“그게…… 저도 어찌 된 영문인지…… 내상이 좀 남아 있기는 하지만, 하루 이틀 정도면 나을 것 같습니다.”

대답을 하면서 육전호는 봉천우를 바라보았다. 계응걸과 조원들도 어떻게 육전호를 치료했는지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봉천우를 바라보았다.

봉천우의 무심한 얼굴은 전혀 변화가 없었고 굳게 다문 입술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영약이라도 갖고 있었나 보지 뭐…… 깨알 정도만 뜯어 먹었어도 빨리 나았을 건데…….”

소면도귀를 상대하면서 가벼운 내상을 입었던 소응박이 섭섭하다는 표정으로 봉천우를 외면하며 고개를 돌렸다.

“마침 사매가 속명단(續命丹)을 지니고 있었소.”

“속명단?”

영원히 닫혀 있을 것 같던 봉천우의 입이 열리자 계응걸은 관도에서의 한 장면을 기억해냈다.

육전호가 호사영에 의해 나가떨어진 직후 봉천우를 필두로 조원들이 속속 도착하자 호사영은 부하들에게 부축을 받으며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육전호의 상태를 살피던 봉천우가 무림맹의 무리 중 한 여인을 불러냈던 게 기억이 났다. 화산지화(華山之花)라는 별호로 무림에 알려진 강소미였다.

“속명단이라면 소림의 대환단이나 무당의 태청신단 같은 건가?”

“아니오. 화산에도 매화구환금단(梅花九還金丹)이라는 비전이 있지만 그걸 만드는 데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가오. 그래서 약식으로 간단히 만든 것이 속명단이요. 강호출행을 하는 제자들은 보통 한 알씩 지니고 있는 것이오.”

“그럼 자네도 갖고 있을 것이 아닌가?”

“갖고 오지 않았소.”

말을 마친 봉천우는 팔짱을 끼더니 눈을 지그시 내리감는다.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완곡한 표현이었다.

몇몇 조원들이 아쉽고 부럽다는 표정으로 입맛까지 다시며 육전호를 바라본다.

“아니 왜 저를 그런 표정으로…… 제가 아니라 다른 분이 그런 경우를 당했더라도 천우형님은 그렇게 했을 겁니다. 그렇죠, 형님?”

육전호가 난처한 기색으로 쳐다봤지만 봉천우의 닫힌 입은 열릴 줄을 몰랐다.

그 모습에 더욱 당황한 육전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런 썩을 놈들…… 너희 놈 중에서 누구라도 호사영을 다시 만나면 단신으로 붙어서 깨져봐라. 그럼 내가 책임지고 대환단이라도 구해서 쳐 먹여 줄 터이니.”

계응걸의 말에 기세등등하던 조원들의 시선이 둘 곳을 몰라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다.

“하여튼 몸에 크게 이상이 없다니 다행이다. 앞으로 그런 개인행동은 가급적이면 삼가도록 해. 우리 정도의 실력으로 무림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동료를 믿고 의지하는 수밖에 없어.”

“네, 알겠습니다.”

계응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육전호의 가슴을 울렸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계응걸의 일장연설 중에도 몇 명의 조원들이 속닥거렸다.

“지금 저놈 피를 쪽 빨아먹으면 그런대로 약효가 있겠지?”

“뭐, 무림에 떠도는 얘기로는 그럴 수도 있지.”

“정말 효과가 있을까?”



다음날.

육전호는 새벽부터 운기행공 삼매(三昧)에 빠져 있었다. 식사시간과 잠깐씩 몸을 풀기 위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있었다.

오후에 도착하는 검후을 위한 연회에 가자고 여러 조원들이 꼬드겼지만 거절했다. 서문영영도 참석할 거라는 등오의 말에는 혹해 따라나설 뻔 했지만 그런 모습이 조원들에게 조롱거리가 될 것 같아 그냥 꾹 참았다.

속명단이 내공증진에 큰 효력을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그나마 내공으로 흡수할 수 있는 부분은 부지런히 정진(精進)해서 정순한 내공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봉천우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

이미 내상을 치료하느라 몸속에 남아있는 약효는 거의 없었으나 내상도 완전히 치료할 겸 부지런을 떨고 있는 육전호였다.


저녁 무렵.

방 안을 온통 붉게 물들였던 석양도 어둠에 쫓겨 그 흔적만이 남아 있을 무렵 육전호는 반개했던 눈을 떴다.

머리는 맑았고 몸은 한없이 가벼웠다. 마치 절정의 경지가 코앞에 있는 것 같았다.

전날 패천문의 무사들을 상대했던 유운검의 몇 가지 초식에 대한 소소한 깨달음도 있었다. 직접 검을 들고 풀어 그 깨달음을 체화시켜야 했다.

검을 들고 방문을 나서다 멈췄다. 가만히 가슴 속에 있는 손수건을 꺼내 보았다.

‘흑금단두라…….’


혁련세가의 흑금단두는 소문만 무성한 소림사의 대환단이나 무당파의 태청신단처럼 복용한 뒤에 정진을 한다면 반 갑자에서 한 갑자 정도의 내공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약효가 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용맹정진(勇猛精進)한다면 십 년 정도의 내공은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십 년의 내공이 현재 자신의 내공과 어우러진다면 근 반 갑자에 다다르는 것이었다.

늘 자신의 운기토납법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육전호에게 내공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은 내공의 양으로, 심법의 부족함에서 오는 약점을 어느 정도는 보완해 줄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

익히 알려진 백도 명문의 제자들이 강호행을 할 때에는 이미 반 갑자 정도의 내력을 완성한 후일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각 문파의 원로들은 힘을 아끼지 않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무당의 속가제자. 그것도 장로 신분인 옥허자(玉虛子)의 속가제자로 그 배분이 결코 낮지 않지만 허울뿐인 육전호에게 태청신단은 고사하고 자소단 조차도 꿈꾸어선 안 될 것이었다.

이런 사정을 대충 알고 있는 육전호였기에 흑금단두에 대한 욕심이 없을 수가 없었다.


노란 기름종이를 풀자 기이한 향이 퍼져 나왔다. 그 향을 맡는 것 만으로도 내공이 쑥쑥 늘어나는 것만 같았다.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것 같은 모습으로 한참을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기름종이로 꼭꼭 싸매 벽에 걸린 자신의 봇짐 속으로 집어넣었다.

혁련세가의 비전이라면 돈으로 환산해도 상당한 금액이 될 것이었다. 그렇게 귀한 것을 처음 보는 자신에게 선뜻 줄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물론 서문영영은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지만 육전호는 자신의 행위를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내상의 치료가 목적이었다면 그 목적은 봉천우로 인해 이미 의미를 잃었고, 도움에 대한 보답이었다면 무림맹에서 받는 봉급이 있었다.

서문영영의 마음씀씀이가 왠지 부담스러워지는 육전호였다.


마음을 가다듬은 육전호는 뜰로 나섰다.

한쪽에는 조그만 연못이 있어 잉어들이 연꽃 사이사이를 노닐고, 곳곳에 잘 다듬어진 수목들이 기이한 모양을 한 바위들과 어울려 운치 있는 정경을 자아내었다. 하지만, 검무를 추기에는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적당한 장소를 찾기 위해 담장 밖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갔다.

금귀(金鬼)라는 별호에 걸맞게 금정산의 장원은 호화롭기 짝이 없었다. 담장은 모두 벽돌을 쌓고 그 위에 회를 덧발라 여러 가지 화려한 문양을 그려 넣었고 그 위에 얹은 기와는 모두 유약을 발라 구운 것이었다. 이동로는 가운데를 중심으로 폭 석 자 가량을 청석으로 깔아 놓았으며 이동로 곳곳에는 대리석으로 만든 다양한 모양의 석등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담장을 따라 방향도 모른 채 삼십여 장 정도를 걷다 보니 몇 무리의 무인들이 수군거리며 마주 오고 있었다.

“무슨 검후가 그래? 듣던 거와는 너무 다르잖아, 안 그래?”

“뭐 경국지색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한 미인이고 또 검은 잘 쓰겠더라. 여자치곤 체격도 크고, 성격도 시원시원해 보이고.”

“야, 성격이 시원하면 그렇게 자기 환영식인데 얼굴만 잠깐 비추고 마냐?”

무림맹의 무사로 보이는 두 사람이 검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육전호의 곁을 지나간다.

‘등오 형님이 실망했겠군.’

인세에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미인이라는 소문을 듣고 아침부터 들떠 있던 등오가 실망하는 모습을 상상하자 웃음이 앞섰다.


“사숙(師叔), 어제 말씀드렸던 자가 바로 저자입니다.”

“그래? 잠시 보자꾸나.”

“예, 알겠습니다.”


육전호는 누가 뒤에서 소협이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회색 도복차림의 사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육전호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주위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자신을 부르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저를 부르신 겁니까?”

“그렇소, 저희 사숙께서 잠시 보자십니다.”

이제 서른 안팎으로 보이는 도복차림의 사내가 몸을 비켜서자 서너 장 쯤 뒤에 역시 도복 차림의 두 사내가 이쪽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가보시면 압니다.”

말투에서 왠지 적대적인 감정이 느껴졌지만 무림맹의 사람인 듯해서 별다른 의심 없이 앞서가는 젊은 도인의 뒤를 따랐다.

육전호가 다가가자 역시 삼십 대로 보이는 젊은 도인이 한 걸음 옆으로 물러선다. 흰색 천에 검은 색 천으로 마무리를 한 도복을 입은 중년의 도인이 육전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걸음을 멈추게 해 미안하오, 내가 잠시 소협을 보자고 했소.”

족히 사십대 중반은 넘어 보이는 나이에 체구가 작으면서도 단단한 인상을 풍기는 도인이었다.

육전호는 포권의 예를 취했다.

“육전호라고 합니다. 무슨 일로 저를 보자고 하셨는지요.”

“나는 무당의 현진(玄眞)이라고 합니다. 여기 사질들의 이야기를 듣자니 소협께서 무당의 유운검을 쓴다기에 어찌 된 영문인지 확인하고자 불렀습니다.”

현진의 말을 들은 육전호는 허리를 깊게 숙여 다시 예를 올렸다.

“무당의 속가제자 육전호가 사문의 어른을 뵈옵니다.”

순간 현진은 당혹스러움에 두 사질을 바라보았지만 당혹해하는 건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무슨…… 생전 처음 보는 이가 속가제자라 하질 않나, 속가제자라는 이가 유운검을 쓴다 하질 않나. 허허.”

어이가 없다는 듯, 뒷짐을 진 채 하늘을 보던 도인이 다시 육전호를 바라본다. 눈가에는 노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혹스럽기는 육전호도 매한가지였다.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놈이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나. 누구 앞이라고 감히 본 문의 제자를 사칭한단 말이냐!”

처음 육전호를 청했던 젊은 도인이 검을 빼들며 호통을 쳤다.

“일광은 잠시 검을 거두어라.”

한 손을 들어 검을 든 도인을 만류한 현진이 노한 기색으로 육전호를 바라보았다.

“내 너에게 몇 가지 물을 것이니 사실대로 답하거라. 네가 유운검을 썼다는 것이 사실이더냐?”

“네, 그렇습니다.”

육전호는 자세한 사정도 묻기 전에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것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몇 달 전 무당산에서 겪었던 모멸감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았지만 애써 잊으려 노력했다. 그래서 그런지 무당파에 대한 소속감이나 애착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참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찌 됐건 자신은 무당파에 적을 두고 있고 이들은 같은 사문의 일원이었으니.

“그래 그 유운검을 누구한테서 배웠느냐?”

“유세명 대장군께 사사했습니다.”

“뭐라, 유세명?”

현진은 무척이나 놀란 기색이었다.

“유세명, 그놈이 너에게 유운검을 가르쳤단 말이냐? 그게 사실이더냐?”

“네, 그렇습니다.”

“그놈이…… 유세명, 그놈이 어떻게 적전제자에게나 전수되는 것을 너에게 가르친단 말이냐? 더구나 유세명 그 놈도 속가제자에 불과하거늘!”

“…….”

이미 자신이 무당산에 올랐을 때도 이 문제 때문에 장로들이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봤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 때, 옆으로 물러서 있던 젊은 도인 하나가 현진에게로 가 무엇인가를 한참 동안 속닥거렸다. 얘기를 듣는 내내 현진은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젊은 도인이 얘기를 마치고 다시 옆으로 물러섰지만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는 듯, 현진의 구겨진 얼굴은 펴질 줄을 몰랐다.

잠시 후, 현진은 한결 누그러진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 옥허사숙을 사부로 모셨다고?”

“네, 그렇습니다.”

“흐음…… 몇 년 전부터 무림맹에 파견 나온 지라 본산의 소소한 일들을 제대로 전해 듣질 못했다.”

“…….”

자신이 유세명에게 무공을 배운 후 옥허자를 사부로 모시게 된 경위를 조금 전에야 알게 된 것 같았다.

“그래, 유세명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더냐? 빠짐없이 고해 보거라.”

“네, 유운검과 유운신법, 그리고 삼재검을 배웠습니다.”

“심법은 무얼 배웠느냐?”

“심법은 배우질 않았습니다.”

“사실이냐?”

“네.”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육전호를 바라보던 현진이 불쑥 손을 뻗어 육전호의 맥문을 잡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피하려고 마음을 먹었어도 쉽게 피하지 못했을 정도로 빠른 손길이었다.

겨우 몇 호흡에 불과한 시간이었지만 현진의 뜨거운 진기가 맥문을 통해 들어와 대맥을 한 바퀴 돌고는 빠져나갔다.

육전호의 손목을 내려놓은 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그놈이 조금의 양심은 남아 있었나보다. 사문의 심법을 가르치지 않은 것을 보니…….”

“…….”

“그래도 그렇지…… 속가제자에 불과한 자가 관(官)의 위세를 빌어 옥허 사숙께 적전제자들만이 익힐 수 있는 무공을 강탈하더니 이젠 그걸 제 맘대로 외인에게 전수를 해?”

현진은 기가 막힌다는 듯이 한참 동안 혀를 찼다.

“그래, 듣자하니 너희 경비단 일행 중엔 사체의 금품에도 손을 대는 자가 있다 하던데 사실이더냐?”

“…….”

“허허…….”

대답이 없는 육전호를 바라보던 현진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하자 옆에 서 있던 두 젊은 도인들의 얼굴에도 설핏 비웃음이 스쳐갔다.

“무당의 무공을 배웠을 뿐, 무당의 정신은 배우질 못했으니 그런 무리와 어울리는 것도 당연하다. 옥허 사숙께서 네게 별다른 심법을 내리지 않았다고 하니 아마도 너를 당신의 제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모양이구다. 그러니 너도 무당의 속가제자라고 스스로 떠벌리고 다니지는 않도록 하여라.”

눈을 감은 채 허탈한 기색으로 말을 마친 현진이 싸늘하게 몸을 돌렸다.

“그만 가자.”

“예, 사숙.”

현진의 뒤를 따라가는 젊은 도인 중 검을 빼들었던 일광이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살기를 띤 눈이었다.


이미 무당의 현진과 두 젊은 도인이 눈앞에서 사라진지 오래였지만 육전호의 신형은 그 자리에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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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8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5.09 01:47
    No. 31

    화내는 게 당연하기는 하지만 육전호가 너무 불쌍합니다. ㅠㅠ
    감사히 읽고 갑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천군
    작성일
    12.05.10 00:20
    No. 32

    솔직히 주인공이 불쌍하긴 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속가제자에겐 하사가 안되는 무공이잖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가인비
    작성일
    12.05.11 19:15
    No. 33

    저도 같은 의견..원칙은 원칙이니까요. 그나마 유세명의 관직때문이겠지만 어쨌든 예외를 둔것만은 사실이니 저정도 홀대는 감수해야죠. 일광이라는 애가 오버만 안하면 좋겠네요. 더이상 안 바라니 서로 걍 소닭보듯 지내면 좋으련만.
    참! 독자들의 열화와같은 호소와 작가느님의 은총으로 살아남으신 계응걸 조장님~(17살짜리 미모의[어쩌면;;] 딸!이 있으시다는) 모처럼 전호편 거하게 한번 들어주시네요.(토닥토닥)참 잘했어요~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꿀도르
    작성일
    12.05.11 21:49
    No. 34

    그쳐.. 다 자기들만의 룰이 있는데.. 자기 맘대루 깨 부신거니.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領天華
    작성일
    12.05.14 16:58
    No. 35

    감사합니다. 건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화일박스
    작성일
    12.05.15 15:01
    No. 36

    명문이 명문다운 아량과 배포를 보여줘야 하는데 말이죠..시절이 하수상하니 다들 자기 살기만 급급한 형편이라 할 수 밖에요...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참좋은아침
    작성일
    12.05.17 14:13
    No. 37

    건필하세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마녀의솥
    작성일
    13.09.04 16:54
    No. 38

    음, 무당파가 천하의 무도한 문파가 되어 버렸네요.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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