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임제 님의 서재입니다.

음영잔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임제
작품등록일 :
2012.05.15 07:19
최근연재일 :
2012.05.13 07:04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022,415
추천수 :
7,844
글자수 :
212,785

작성
12.04.07 01:54
조회
31,160
추천
178
글자
12쪽

6

DUMMY

무림맹(武林盟)!

무림맹은 현재의 무림을 의정회(義正會), 삼대마교(三大魔敎), 구주사도천(九州邪道天)과 함께 사분하고 있는 거대한 무인집단이다. 한때 마교(魔敎)와 천하무림을 놓고 자웅을 겨루던 백도 무림의 대들보였으나 삼십 년 전, 사천혈사(四川血事)라 불리는 정마대전(正魔大戰)이 끝난 후, 마교가 내분으로 말미암아 세 개의 세력으로 나뉘자 무림맹 역시 사천지역의 문파들이 따로 떨어져 나가 의정회를 결성하였기에 그 세력이 많이 위축된 편이었다. 하지만 백여 년을 이어온 전통은 신흥 흑도 세력인 구주사도천의 발호를 적절히 막아내며 여전히 백도 무림의 하늘로 군림하고 있었다.


낙양 서쪽 외곽, 태이산(太二山) 자락에 웅크리고 있는 무림맹은 그 규모가 황궁에 비견될 정도로 웅장한 규모를 자랑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압감이 들게 하는 거대한 정문을 지나면 첩첩이 쌓인 고루 거각(高樓巨閣)들이 앞길을 가로 막는다. 그 깊숙한 곳의 한 전각 안에는 지금 수십 명의 사내들이 미동도 없이 도열한 채 정면의 단상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연설을 하고 있는 단상 위의 사내는 호리호리한 체격에 흰색 도포를 걸친 문사 풍의 사십 대의 남자였는데, 그 눈빛이 사람을 뚫어보는 것 같은 날카로움이 있었다. 바로 무림맹 내원의 원주인 독심수사(毒心秀士) 강수명이었다.


무림맹은 크게 원로원(元老院)과 내원(內院), 외원(外院) 등 세 개의 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구성을 보면, 원로원은 무림맹을 구성하고 있는 거대 문파의 장로급 인물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맹주 및 각 원주(院主)들과 함께 무림맹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기구이다.

내원(內院)은 맹 내부의 경비를 담당하는 경비대(警備隊)과 맹 내의 주요인사 및 각 기관들의 활동상황을 감찰하는 감찰대(監察隊), 맹주와 주요 인사들을 호위하는 호위대(護衛隊). 그리고 무림맹의 모든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재무대로 구성되어 있다.

외원(外院)은 원로원의 원로들이 추천하는 각 파의 중견 고수들로 이루어진 여의각(如意閣)과 무림맹 주축을 이루는 거대 문파에서 파견한 고수들로 이루어진 풍운각(風雲閣), 중소 문파에서 파견한 무인들로 이루어진 상무각(尙武閣) 등 무력을 담당하는 세 개의 각과 정보를 담당하는 은월각(隱月閣)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원주(內院主)인 독심수사 강수명은 섬서성의 중소문파인 오행곡(五行谷) 출신으론 드물게 무림맹 고위직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따라서 여러분은 오늘부로 무림맹 내원 경비대 제삼경비단(第三警備團)의 단원이 된 것입니다. 외부적으로는 제일, 제이, 경비단과 함께 무림맹 내부의 경비를 담당하는 것이 임무지만 실제로는 무림맹의 무력을 담당하는 여러 주력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명심하셔서 자부심을 갖고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오 년의 계약기간이 끝나더라도 많은 분들과 다시 재계약할 수 있는 기쁨이 제게 주어지기를 바라며, 이상으로 환영사를 갈음합니다.”

강수명이 환영사를 마치고 단상을 내려가자 붉은 전포를 입은 훤칠한 키에 호랑이처럼 부리부리한 눈을 한 가진 중년의 장한이 단상 위로 거칠게 뛰어 올랐다.

“반갑다. 나는 제삼경비단장 남원석이다. 하고 싶은 말은 몇 가지 있었으나 내원주께서 미리 말씀하셨으니 간단히 하겠다. 너희들은 다른 경비대의 대원들이 받는 보수의 두 배가 넘는 돈을 받는다. 그 값어치를 해주기 바란다. 지금부터 각자 배정된 조별로 호명하겠다. 호명된 사람은 인솔자를 따라가라. 일조 봉천우, 육전호, 소응박. 이조 왕구, 정우태, 표일구, 삼조…….”

경비대 제삼경비단장 남원석이 굵직한 목소리로 호명을 하자 전각 안이 부산해졌다.

육전호와 봉천우는 교육대 시절, 용독술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던 소응박이란 삼십대 초반의 교육생과 함께 제일 먼저 인솔자를 따라 전각 밖으로 나갔다.

몇 개의 건물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높은 벽돌담장이 앞을 가로막았다. 그 담장을 따라 이십여 장을 가다 조그마한 문을 열고 들어서자 청석이 촘촘히 깔린 널따란 연무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 연무장 끝에는 낮은 지붕을 한 허름한 건물들이 여러 채 늘어서 있었다.

인솔자를 따라 연무장을 가로질러 맨 앞의 건물로 다가가자 덜컥 문이 열리며 중년 사내가 나왔다.

잠을 자다 금방 일어난 듯, 헝클어진 머리를 한 사내는 육전호 등을 잠시 바라보다 인솔자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여섯 명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왜 세 명이야?”

“모르겠소.”

퉁명스럽게 대답을 한 인솔자는 몇 장의 서류뭉치를 사내에게 건네더니 발걸음을 돌렸다.

“이런 제기럴…… 따라와.”

불만이 많은 듯 구시렁대는 사내의 뒤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어둡고 긴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여러 개의 문들이 늘어서 있었다.

“일조! 회의실로!”

복도 중앙에 서서 큰 소리를 지른 사내가 복도 끝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 육전호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 방 안은 긴 탁자와 의자, 몇 개의 사물함이 전부인 썰렁한 곳이었다.

“대충 자리 잡고 앉아.”

사내는 탁자 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서류뭉치를 뒤적거렸다. 육전호와 일행도 엉거주춤 서로 눈치를 보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신입이 온 모양이네?”

오관이 답답한 모양으로 모여 있어 쥐처럼 약삭빠른 인상을 주는 중년사내가 번들번들한 눈빛으로 육전호와 일행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들어왔다. 그 뒤를 이어 두 명의 장한이 들어와 무질서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모두 조금 전까지 잠을 자다 일어난 듯, 흐트러진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왜 너희들뿐이야? 섭평위와 등오는?”

사내가 묻자 한 쪽에서 하품을 해대던 쥐처럼 생긴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그놈들은 밀린 계집질하느라 해가 떴는지 졌는지도 모르고 있을 거유.”

“빌어먹을 놈들! 남는 시간에 무공이나 한 수 더 익혀둘 것이지…….”

못마땅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던 사내는 육전호와 일행을 바라보았다.

“난 일조 조장 계응걸이다. 조원들하고 대충 인사나 해. 며칠 후에 출동이니까 석구는 신입조원들 청살검진 확인하고 필요한 장비 챙겨 줘. 침실하고 알아야 할 수칙 같은 것도 챙겨주고. 알았어?”

“예, 조장.”

피곤한 표정으로 연신 하품을 해대던 이십대 후반의 사내가 귀찮은 듯 건성으로 대답하자 조장 계응걸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반갑다. 난 송석구야. 이쪽은 원자춘 형님이고 저쪽은 담무원 형님. 또 지금 여기에는 없지만 섭평위, 등오형님 두 분이 더 계시다. 모두 우리 일조의 조원들이지.”

송석구의 말이 끝나자 육전호가 일어서서 포권을 취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육전호라고 합니다.”

육전호와 그 뒤를 이어 소응박이 인사를 마치자 봉천우가 느릿느릿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무표정한 얼굴로 포권을 취하며 입을 열었다.

“봉천우라 하오.”

뻣뻣해 보이는 봉천우의 태도에, 삼십대 후반의 약삭빠른 인상을 한 사내, 원자춘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풀어졌다. 그리고는 번들거리는 눈빛에 웃음을 띠며 입을 열었다.

“오호. 그놈 참 뻣뻣하구나. 삼 년을 이곳에서 보내면서 너 같은 애들을 여럿 보았지. 그만큼 실력에 자신 있으니 뻣뻣한 거겠지만 늘 조심하라구. 칼이 앞에서만 날아오란 법은 없으니까.”

자신을 향해 이죽거리는 원자춘의 말에도 봉천우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잠시 봉천우를 노려보던 원자춘이 얼굴을 굳힌 채 회의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비슷한 나이에 통통한 체격을 한 담무원 역시 뒤를 따라 나갔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것 참…… 저 원자춘 형님은 성격이 종잡을 수 없는 분이니 자네들이 이해하라고. 나도 벌써 이 년을 함께 생활했는데도 저 형님 성격 때문에 피곤할 때가 있어.”

회의실 안의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듯 송석구가 봉천우에게 말을 건넸지만 봉천우의 무표정한 얼굴은 아무런 감정표현도 없었다. 지켜보던 육전호가 나섰다.

“선배님,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이 형님이 워낙 무뚝뚝한 편이어서 상대방이 오해할 때가 많습니다. 먼저 나가신 선배님께도 대신 좀 전해주십시오.”

육전호의 사과로 대충 얼버무린 일행은 송석구를 따라 회의실을 나와 바로 옆의 창고로 들어섰다.

회의실과 같은 크기의 창고에는 벽을 따라 선반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위에 수북이 쌓여 있는 여러 가지 옷들과 각종 무기류 등이 놓여 있었다.

“맹 밖으로 나가면 보통 한 달 이상을 지내니까 무복하고 경장 두어 벌 정도에 복면도 하나 챙기고 싸구려지만 검과 여러 가지 암기도 충분히 있으니 필요하면 챙겨 둬”

송석구에 말에 따라 육전호는 앞에 수북이 쌓여 있는 옷들을 들추어 검은 무복 두 벌과 파란색 경장 두 벌, 검은색 복면 하나를 골라냈다.

검도 수십 개가 놓여 있었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이 낮은 것이었기에 그냥 지나쳐 다음 선반으로 다가갔다.

그 곳에는 여러 가지 암기들이 있었지만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장방형의 가죽지갑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비수(匕首)였다. 지갑의 네 귀퉁이에 가죽 줄이 매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손목이나 허리에 착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비수는 모두 다섯 개였는데 그 길이는 한 자가 채 안되었다. 단순한 형태에 날카롭게 벼린 날과 손잡이까지 모두 검은 색을 띤 비수는 육전호의 마음에 쏙 들었다.

교육대에서 여러 가지 암기술을 배웠지만 그 중 제일 자신 있는 것은 예전부터 익숙하던 비수였다. 정위군 비찰대 시절, 동료였던 당문희로부터 비수를 던지는 잔기술 몇 가지를 배워서 실전에서 유용하게 사용했는데 그것이 나중에 교육대에서 배우던 것보다 훨씬 위력이 있었다.

육전호가 비수지갑을 집어 들자 지켜보던 송석구가 다가왔다.

“그게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

“네, 아주 마음에 듭니다.”

“그래? 그 친구도 고마워하겠지.”

“네?”

의아해하는 육전호에게 송석구는 비수의 주인에 관한 얘기를 해주었다.

비수의 주인은 이 년 전 송석구와 함께 교육대를 마치고 이곳으로 온 낭인 출신의 무인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첫 임무에서 죽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유품을 정리해서 고향집으로 보내고, 남은 무기류 등은 다른 사람들이 필요하면 사용할 수 있도록 이곳에 둔 것이었다.

하지만 첫 임무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한 이의 유품을 사용하는 것이 꺼림칙했는지 지금까지 그 비수를 사용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비수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육전호도 다소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으나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죽은 자의 유품에 손대는 것은 이미 육 년간의 전쟁을 치르면서 수도 없이 행했던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 봉천우와 소응박이 필요한 물건들은 모두 고르자 송석구는 일행을 데리고 복도로 나갔다.

“각자 숙소는 복도 입구에서부터 좌우로 여섯 개의 방이 비어 있으니 내키는 대로 정하면 돼.”

송석구의 말에 따라 육전호는 복도 입구의 왼쪽 방문을 열어 들어섰다.

꽤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았는지 퀴퀴한 냄새가 나는 방은 작은 탁자과 의자, 침상이 전부였는데 혼자 지내기엔 적당해 보였다. 앞으로 오 년을 지내야 할 자신만의 공간이었다. 운이 없다면 그 오 년이 더 짧아질 수도 있겠지만.

다음날 맹으로 돌아온 등오, 섭평위와 인사를 나누고 난 뒤, 며칠 동안 조원들과 함께 청살검진을 비롯해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해 놓고 서로 호흡을 맞추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원들 모두 초저녁 무렵에 간단히 식사를 하곤 일찌감치 휴식에 들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음영잔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감사드립니다 +90 12.05.15 20,665 24 -
35 34 +94 12.05.13 31,334 358 8쪽
34 33 +94 12.05.11 25,933 351 10쪽
33 32 +107 12.05.09 26,618 309 11쪽
32 31 +138 12.05.07 26,948 317 18쪽
31 30 +69 12.05.05 25,004 260 9쪽
30 29 +73 12.04.30 27,056 240 12쪽
29 28 +45 12.04.28 24,926 215 15쪽
28 27 +45 12.04.27 26,129 241 10쪽
27 26 +67 12.04.26 24,857 243 16쪽
26 25 +50 12.04.25 25,060 223 19쪽
25 24 +46 12.04.24 25,589 231 15쪽
24 23 +92 12.04.22 27,181 275 21쪽
23 22 +44 12.04.21 25,805 212 15쪽
22 21 +52 12.04.20 25,643 241 17쪽
21 20 +80 12.04.19 27,084 247 23쪽
20 19 +41 12.04.18 24,506 204 16쪽
19 18 +33 12.04.16 25,020 200 12쪽
18 17 +33 12.04.15 25,385 189 14쪽
17 16 +33 12.04.14 26,493 217 16쪽
16 15 +37 12.04.13 27,133 223 19쪽
15 14 +29 12.04.12 25,925 208 13쪽
14 13 +29 12.04.11 25,851 205 14쪽
13 12 +38 12.04.10 26,609 195 16쪽
12 11 +23 12.04.09 26,237 184 11쪽
11 10 +17 12.04.09 26,727 174 14쪽
10 9 +24 12.04.08 27,555 178 15쪽
9 8 +18 12.04.08 27,534 176 11쪽
8 7 +25 12.04.07 29,085 180 16쪽
» 6 +15 12.04.07 31,161 17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