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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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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영남
작품등록일 :
2016.04.16 23:31
최근연재일 :
2017.03.19 01:53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43,777
추천수 :
528
글자수 :
687,446

작성
16.07.23 00:07
조회
321
추천
3
글자
10쪽

저녁 -76

DUMMY

[오후 16시 50분, 전라남도, 구례]


지리산국립공원은 수많은 사찰과 산지, 섬진강이 어우러진 하나의 산악공원으로 가히 비경이라 할 만큼 산세가 수려한 곳이다. 국립공원을 따라 화엄사와 천은사, 연곡사 등 유명한 사찰이 자리해 있으며, 가을단풍이 아름다워 이 시기에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기도 했다.


동진은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와 허리를 폈다. 장시간 운전하느라 허리가 뻐근할 지경이다. 최 교수 역시 허리를 두드리며 기어 나오듯 차 밖으로 몸을 뺀다. 청이는 언제 내렸는지 하늘 높이 손을 뻗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많이 힘들었나보다.


“아이고 삭신이야. 이제 늙었나봐. 그런데, 저 놈은 아직도 자빠져 자네.”


뒷좌석에서 곤히 잠든 수겸이를 보며 최 교수가 한소리 한다. 동진은 미소를 지으며 수겸을 깨웠다.


“벌써 도착했어요?”


수겸은 눈을 비비며 차 밖으로 나온다.


“벌써 라니? 아주 숙면을 취하셨구먼.”


“전날 한숨도 못잖단 말이에요.”


“일단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최 교수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빼문다.


“하늘신교부터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수겸이 걱정스럽게 묻자, 최 교수는 고갯짓으로 어딘가를 가리킨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가는 곳, 그 위에 현수막으로 하늘신교 가는 길이란 글자가 선명하다.


“그럼 빨리 밥 먹으러 가요. 배고파 죽겠어요.”


청이의 푸념에 일행은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족발이 땡긴다는 청이의 하소연에 일행은 족발 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제법 유명한 족발집인지 사람들이 무척 많다. 덕분에 30분 넘게 족발을 기다렸는데, 아직 음식이 나오려면 멀었단다. 먼저 온 옆자리 손님도 족발을 받지 못해 인상들이 구겨져 있다. 최 교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청이를 쏘아본다.


“그러게 게장이나 먹으러 가자니까.”


“전 게장 못 먹는다고 몇 번을 말해요!”


“아이고 입맛도 참 별나. 그런 사람 여기 한분 더 계시지.”


최 교수가 이쪽을 보며 한소리 한다. 동진은 젓가락을 만지작대다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게장은 싫다. 왠지 모르게 비린내가 나는 것도 싫었고, 결정적으로 발라먹기가 귀찮았다. 파 빼고 가리는 것 없는 청이도 계장은 싫은가보다.


20분을 더 기다리고 드디어 족발이 나온다. 양이 좀 적어보였는데, 맛은 있다. 족발을 주워 먹던 청이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이왕이면 대자를 시키지. 입이 몇 갠데 중자가 뭐에요.”


“놀러왔냐? 놀러왔어?”


최 교수의 구박에도 청이는 지지 않았다.


“고기 추가 할까요?”


“난 벌써 배부른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 최 교수는 젓가락으로 고기 몇 점을 쓸어간다.


“자고로 고기란 말일세. 뼈에 붙은 부위가 제일 맛있는 법이지. 자네가 먹을 줄을 아는구먼.”


잠자코 커다란 뼈다귀를 든 수겸이 주섬주섬 살을 파먹다 말고 최 교수를 올려다본다.


“그러는 교수님은 고기 드실 줄 모르네요. 살코기만 다 쓸어 가시던데.”


“아니, 요즘 젊은 애들은 어른 공경 할 줄을 몰라!”


“그러게 제 말대로 대자를 시켰으면 좋잖아요!”


셋이서 티격태격해댄다. 동진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며 뼈다귀를 내려놓았다.



[오후 18시 10분, 지리산 인근]


족발 집 가게주인의 말에 따르면 하늘신교의 성전은 이곳에서 차로 20분 거리란다. 먼 거리는 아니라지만, 문제는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행은 급히 차를 타고 성전으로 향했다. 저만치 높다란 지리산 봉우리들이 보이는데, 점점 도로가 좁아져서 차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산 밑에 도착하니 제법 커다란 주차장이 보였는데, 급조한 티가 역력하다. 원래 있던 곳에 확장 공사를 한 것 같은데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게다가 그 규모에 걸맞게 관광버스가 수백 대나 주차되어 있다. 거대한 주차장을 몇 바퀴나 돌고 나서야 맨 뒤편에 자리가 난다.


“대단하구만.”


최 교수가 늘어서 있는 차들을 보며 푸념을 해댄다.


“어림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네요.”


뭔가를 주섬주섬 챙기고 차 밖으로 나오던 수겸이 한소리 해댄다. 녀석의 시선은 산 중턱에 마천루처럼 서 있는 건물에 향해있다. 성당이나 교회를 본뜬 커다란 규모의 신전은 아직 공사가 한창인지 철골구조물이 서 있다. 그리고 그 건물 앞쪽으로 웬만한 경기장 규모의 대형 가건물이 설치되어 있다. 멀리서 봐도 입이 떡 벌어지는 규모였다.


관광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성전 쪽으로 걸어 올라간다. 그 행렬이 사람 많은 놀이공원을 방불케 한다. 버스 아래 짐칸에서 커다란 짐을 꺼내는 사람들, 승용차 트렁크에서 가방을 내려놓는 아줌마. 마치 명절날 버스 터미널 같다.


“일단 올라가지.”


최 교수가 앞장서서 사람들 뒤를 따라 걷는다. 한쪽에 설치된 약도를 살피니, 주차장에서 성전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란다. 성전을 향해, 산길을 걷는 사람들이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양 즐거워한다. 어린아이 손을 잡고 행복한 표정을 지은 아버지, 뭔가 큰 기대를 하고 있는 듯 한 할머니, 모두들 저마다 뜻 모를 사연을 안고 성전으로 향한다.


동진은 앞서 걷는 최 교수에게 바싹 붙었다.


“특별한 건 없군요.”


“그럼 뭐 대단한 걸 기대했나?”


“그런 건 아니지만······.”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 걸세. 아무리 신교라지만, 무슨 악마상이 늘어서 있고, 광신도들이 날뛰는 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지.”


동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뜻은 아닙니다. 그냥 걱정이 돼서 그렇습니다. 동해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요.”


“우리의 목적은 만신을 만나는 거야. 그런데 분위기를 보아하니, 쉽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군 그래.”


산비탈 언덕을 오르던 최 교수가 잠시 숨이 차는지 걸음을 멈춘다. 동진은 주위를 둘러보다 미간을 좁혔다. 최 교수의 말대로 만신을 만나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거대 종단, 혹은 종파의 수장이나 교주를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몇 달 전부터 예약을 잡아야 할 수도 있고, 그도 아니면 정식으로 교단에 요청을 해야 한다. 동네 성당 신부님이나 교회 목사님 만나듯 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컸다.


지금 산길을 오르는 사람만도 수백 명은 족히 넘어 보인다. 성전에 도착하면 더 많아질 테고 말이다.


“일단 가보세. 가보면 뭔가 수가 나오겠지.”


잠시 숨을 고르던 최 교수가 다시 걸음을 뗀다. 동진은 주위를 둘러보다 뒤쪽에 쳐져 있는 청이를 찾았다. 그녀의 눈빛이 유리알처럼 빛나고 있다. 호기심보다는 어떤 분노가 느껴진다.


“왜요? 안 올라가 가세요?”


청이가 지나쳐가며 빙긋 미소를 짓는다. 입 꼬리가 살짝 말려 오르는 냉소, 그렇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다. 성큼성큼 앞서 걷는 청이의 뒷모습을 보니 왠지 모를 불안감이 솟구친다.


“제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맨 뒤에서 올라오던 수겸이 지나가면서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어쩌면 청이를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수겸일지도 모르겠다. 전날 그녀의 상태를 가장 먼저 의심한 사람도 녀석이었고 말이다. 동진은 마주 고개를 숙여 보인 후, 최 교수의 뒤를 따랐다.


성전에 도착하니, 입이 떡 벌어진다. 가장 먼저 눈이 휘둥그레지는 건 건물 규모다. 돔 형태의 경기장, 둥근 형태의 패널로 지어진 가건물인데, 그 크기가 올림픽 체조경기장 만하다. 그 뒤로는 본 성전의 모습이 보였는데, 아직 공사가 진행 중 임에도 규모는 경기장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무슨 중세 성처럼 생겼는데, 그 앞으로 로마 신전처럼 대리석 기둥이 죽 늘어서 있다.


가만히 보면 로마 바티칸 건물을 따라한 것처럼 보였는데, 어떻게 이런 산골짜기에 저런 건물을 지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가건물로 지어진 경기장 건물 옆으로는 소위 VIP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는데,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죽 늘어서 있다. 사람 키보다 큰 화환을 실은 차들에는, 라벨에 국회의원, 정부 부처 관계자, 기관장들의 이름이 쓰여 있다. 별 3개짜리 화한은 군대 장군이 보냈나본데, 육해공군을 가리지 않았다. 화한에 박힌 별 개수만 족히 수십 개가 넘어 보인다.


“이거 장난이 아닌데.”


최 교수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경기장 앞을 바라본다. 경기장을 둘러싼, 위압적으로 검은 양복을 걸친, 수십 명의 보안요원들은 둘째 치고, 경찰관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건물 곳곳을 지키고 있다. 정부에서 고위급 인사가 초청되었다면, 경호를 위해 경찰들이 배치되었을 거라 추측해본다.


동진은 경기장 건물 앞에 있는 십 미터 크기의 동상을 올려다봤다. 높은 곳에서 자애로운 미소를 지은 채,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석상, 바로 예수님 상이었다. 양 팔을 자연스럽게 벌리고 있는데, 입고 있는 옷은 중세 사제들이 입는 복장으로 여겨진다. 아니, 저 옷은 마녀를 재판하는 재판장의 옷이라 했다. 하나 다른 점은 동해의 마을회관에서 본 예수님 상의 옷은 반 정도만 붉었다. 그렇지만, 하늘신교 본교의 예수님 상이 입고 있는 옷은 아예 몸 전체가 새빨갛다.


사실, 성물 중에 특히 예수님이나 성모마리아 상에 컬러를 입히기도 한다. 그런데 저렇게 옷 전체를 빨간색으로 칠한 경우는 본 적이 없다. 경기장으로 들어가던 사람들은 예수님 상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뭔가를 중얼댄다. 예수님, 아니 메시아라고 불리는 신에게 그들은 정성스레 기도를 올렸다.


“일단 들어가 보자고.”


최 교수가 앞서 경기장 쪽으로 향한다. 동진은 예수님 상을 빤히 쳐다보다가, 뒤를 돌아봤다. 청이가 무서운 눈으로 예수님 상을 쏘아본 채다. 눈동자에서 스멀스멀 회색 기류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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