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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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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영남
작품등록일 :
2016.04.16 23:31
최근연재일 :
2017.03.19 01:53
연재수 :
1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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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14
추천수 :
528
글자수 :
687,446

작성
16.07.16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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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저녁 -72

DUMMY

모세의 10가지 재앙, 이는 구약의 출애굽기(出埃及記, Exodus)에서 나온 말이다. 여기서 출(出)은 탈출, 애굽은 이집트를 의미했으니, 유대 민족이 이집트를 탈출하는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이때를 기원전, BC 1300년 이후, 람세스 2세 시대로 보는 설이 유력한데, 당시 유대민족은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고 있었다. 파라오를 위해 존재했던 수많은 유대인 노예들 중, 모세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유대인들의 지도자로 선택되었다. 이 선택은 여호와의 계시이자 소명으로 풀이된다.


결론적으로 모세는 파라오인 바로와의 대결에서 승리해, 유대민족을 노예에서 해방시켜 먼 길을 떠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모세가 파라오에게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10가지 재앙이라는 것이다. 모세는 여호와의 힘을 빌려 이집트 전역에 10가지 재앙을 내렸는데, 나일 강을 핏물로 변하게 한다거나, 개구리와 곤충, 파리 떼가 도시 전체를 습격하고, 전염병이 창궐했으며, 폭풍과 우박, 메뚜기 때가 땅을 뒤덮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마지막 재앙은 그 파괴력이 대단했는데, 이집트의 모든 장자(첫째 아들)가 죽음에 이른 재앙이었다. 물론 그걸 과학적으로 진실이라 단정하기도 힘들거니와,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에 의미를 두고 해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신부님은 설레설레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조라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문제는 사람에게도 있지.”


강 신부님이 또 다시 핸드폰을 내민다. 세계 지도가 그려져 있는데, 전 지역이 새빨갛게 칠해져 있다.


“지난 한달 간 강력범죄 발생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어. 동일하게 말이야.”


“우리만의 일이 아니었군요.”


동진이 미간을 좁히며 답하자, 강 신부님은 인상을 찌푸린 채 말을 이어갔다.


“일부 나라에서는 계엄령이 선포됐네. 특히 치안이 열학한 곳은 더하고, 아직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은 곳도 있어.”


“왜 이런 걸까요?”


“교황청에서도 그걸 조사 중이야. 다방면의 전문가가 총 동원됐지. 과학이든, 의학적으로든 몇 가지 가정이 있는데 바이러스나 집단 히스테리 증세도 그중 하나지.”


집단 히스테리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바이러스는 그럴듯하다. 흉부외과 전문의 김무영 교수는 청이의 몸에 난 병변이 암이 아닌, 다른 종류의 병이라 말했다. 그렇지만, 전염병의 창궐 때문이라면, 사람들의 폭력성은 모르더라도 자연재해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런데, 신종 바이러스라면 검사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일 아닙니까?”


“가정일 뿐일세. 다방면으로 연구가 진행되는 중이지만,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어. 섣불리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렇다면 대체 뭡니까? 혹시 외계인의 짓 아닐까요?”


이제까지 가만히 있던 장 신부님의 의견에 신부님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외계인의 짓일 수도 있겠지. 그야 좀 더 알아봐야 하는 일이고, 문제는 불특정 다수에게서 나타나는 폭력성이야. 아까 단청이라는 아이가 분노했던 것처럼 말이지. 유독 분노를 참지 못하는데, 여기서 부터가 하이라이트지.”


강 신부님은 목이 타는지 물을 한잔 들이켜고 설명을 이어갔다.


“폭력성에 노출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광기에 집착한다는 거야. 이때 피해망상과 자아상실 상태에 놓이는데, 공통적으로 지옥에 갔다 왔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믿음을 강요해.”


“음.”


동진은 자신도 모르게 나직하게 신음성을 삼켰다.


“일부 사람들은 기적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TV쇼에 출연한 사람이 스타가 된 경우도 있네. 이들을 교황청에서는 이단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는 발표를 미루고 있는 상태야. 사회 파급력이 너무 대단해서지.”


“막을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거군요.”


“그런 것도 있고.”


강 신부님은 뒷말을 잇지 않았다. 동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두 신부님들을 응시했다.


“신부님들께서 제게 숨기는 게 있군요. 제가 뭐라고, 이런 설명을 하시는 겁니까?”


장 신부님이 대신 답한다.


“자네의 10년 전 상처 때문일세.”


10년 전 상처란다. 동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양 손등을 내려다봤다. 손등과 손바닥 모두 빨갛게 부어올라 있다.


“이건 그냥 아무것도 아닙니다.”


“글쎄, 그건 두고 봐야 할 일 아닌가?”


김 신부님의 대답에 동진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아직 제게 숨기는 걸 이야기 하지 않으셨습니다.”


“교황청에는 말일세.”


강 신부님은 깍지를 낀 채, 자연스럽게 손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렇지만, 그 손이 조금씩 떨려오고 있다.


“뛰어난 성직자들이 있고, 그들 모두 작금의 실정을 걱정하고 있네. 그렇지만, 점점 잠식당하고 있어.”


“잠식당하고 있다면?”


동진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묻자, 강 신부님은 깁게 미간을 좁혔다.


“반 이상의 성직자들이 악마를 내쫓는다는 미명하에, 수많은 기적을 베풀고 있네.”


“......”


“그들은 겉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성자행세를 하지만, 속은 타오르는 분노에 사로잡혀 있네. 그도 모자라 지옥에 보았다며, 사람들에게 광신을 강요하고 있지. 한마디로 어떤 전조가 있다는 거야. 그렇지만 이는 결단코 하느님의 뜻이 아닐세.”


강 신부님의 설명에 동진은 이마를 매만졌다. 김 신부님은 그런 그를 주의 깊게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자네 이야기를 해보게. 자네도 지옥에 다녀왔나?”


“저는.”


동진은 뒷말을 잇지 못했다.


“갔다 오지 않고서야, 어떻게 청이란 아이의 상태를 알 수 있었지?”


“청이는 뭔가 달랐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저도 잘 모르지만······.”


“스스로 통제가 된다는 건가?”


김 신부님의 물음에 동진은 입만 벌린 채,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도 잠시야. 결국 무너져 내릴 거야. 통제 할 수 없는 분노로 처벌이라는 미명하에 사람들을 지옥으로 보내겠지.”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동진의 반문에 김 신부님은 아무것도 없는 탁자 위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뒷말을 이었다.


“나 역시 지옥을 경험했으니까.”


“.......”


“우린 지난 30년 동안 수많은 구마의식을 해왔어. 그 경험이 아니었다면, 지옥을 빠져나올 수 없었을 걸세. 그렇지만, 내 장담하지. 현실에서의 10초, 그 짧은 시간은 내게 치명적 고통을 안겨줬네. 그로 인해 영혼까지 병들었지.”


김 신부님의 시선은 창 밖에 머물러 있다.


“이 일이 끝나면 난 은퇴할 걸세. 더 이상 믿음을 이어가기가 벅차. 그때 나는 죽었어야 했네.”


김 신부님의 말을 듣던 강 신부님은 더 이상 못 듣겠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버린다.


“자네는 어떤가? 어떻게 지옥을 탈출했나?”


“저 역시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스티그마타.”


김 신부님의 중얼거림에 동진은 눈을 부릅떴다. 스티그마타, 예수님의 다섯 가지 성흔(聖痕)을 의미한다. 동진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그가 죽기 전 했던 말, 한동만의 기도를 떠올렸다.


“저희 죄를 사하여 주시고, 저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악에서 구하소서. 겸손되이 비오니······.”


“이를 깨끗이 씻어 주시고 인자로이 강복하소서.”


뒤 구절을 김 신부님이 정확하게 따라 말한다.


“자네는 축성된 사람일세. 주님의 이름으로.”



[10월 2일, 오전 01시 50분, 서울]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너무 피곤해서 머리를 대면 바로 곯아떨어질 줄 알았는데, 그러질 못했다. 동진은 침대에서 뒤척거리다, 결국 일어나 버렸다. 청이를 포함해서 수많은 걱정거리가 머릿속을 맴돈다. 그 중에서도 축성된 사람이란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신부님이 설마 축성과 축복을 헷갈리신 건 아닐까? 그건 아닐 게다. 축복은 흔히 성물이나 사람에게 내린다. 하느님께 복을 비는 것이 축복이다. 반면, 축성은 성스럽게 함을 뜻한다. 축성을 받는 순간, 그 대상이 무엇이든 하느님의 것이 된다. 성당 부지 조성을 할 때, 축성을 한다. 일단 축성이 되는 순간, 성당이 지어질 땅은 하느님의 소유가 된다. 결국 축성은 세속에서의 죽음을 뜻했다.


‘물을 한잔 마셔.’


또 그 소리다. 혼자 어두운 방안에 있으면 여지없이 들려온다.


‘목마르잖아.’


목소리에도 동진은 일어서지 않았다. 오히려 침대에 누워버렸다.


‘이대로 잠이 안 올 거야.’


“그래서 어쩌라고요? 당신께서 소유하셨으니, 마음대로 쓰시겠다는 겁니까?”


목소리는 대답이 없다. 스르르 눈이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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