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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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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영남
작품등록일 :
2016.04.16 23:31
최근연재일 :
2017.03.19 01:53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43,806
추천수 :
528
글자수 :
687,446

작성
17.01.15 22:46
조회
241
추천
2
글자
10쪽

저녁 -77

DUMMY

“빨리 가요. 늦었어요.”


뒤에 서 있던 수겸이가 눈치를 채고 청이를 재촉한다. 그녀는 못이기는 척 뒤를 따른다. 그렇지만, 시선은 계속 메시아 상에 고정되어 있다.


‘30분 후, 예배가 시작되오니 신도 여러분들께서는 신당으로 입장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30분 후, 예배가 시작되오니······.’


장내 안내방송이 울린다.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확성기, 그 위에 감시카메라까지 설치되어 있다. 예배가 시작된다는 소리에 사람들이 경기장 입구로 몰리기 시작한다. 입구에 늘어선 검은 양복들은 사람들이 지나치는데도 멀뚱히 서 있기만 했다. 뭔가를 경계하는 태도였는데, 별도의 소지품 검사는 없다. 사실 그런 검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기도 했지만, 왜 저토록 경계의 눈초리를 풀지 않는 걸까?


사람들에게 휩쓸려 경기장 내부로 들어서니, 별다른 시설은 없다. 벽면 이곳저곳에 하늘 신교를 홍보하는 광고문구만 가득하다. 커다란 플랜카드에는 인자하게 미소 짓고 있는 메시아의 얼굴이 도안되어 있다. 그 모습이 예수님을 똑같이 흉내 낸 터라, 자꾸 메시아라는 것을 잊고 만다. 애초에 그런 혼란을 계산에 넣었을 테고 말이다.


동진은 걸음을 옮기며 경기장 내부를 주의 깊게 살폈다. 경기장 아니 신당으로 통하는 문은 총 4개, 모두 삼중 문으로 설계되어 있다. 문들은 모두 통유리로 만들어졌는데, 육중하고 단단해 보인다. 맨 마지막 문을 지나니, 신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들이 꽉꽉 들어찬 신당 내부는 의외로 조용했다. 일행은 사람들에 밀려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 다니다, 결국 맨 뒤에서 빈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아이고, 정신없어.”


최 교수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쉰다. 뒤에서 졸졸 따라오던 수겸이 얼굴에도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반면, 청이는 팔팔해 보였다. 아니 팔팔하다 못해 어떤 위압감마저 느껴진다. 몸 주위에서 은연 중 피어오르는 압력,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옆에 있으면 괜히 오금이 저리는 느낌이다.


동진은 자리에 앉아 신당 내부를 살폈다. 연극무대나 극장처럼 부채꼴 형태다. 맨 앞쪽에는 커다란 단상이 마련되어 있는데, 그 옆으로 각종 방송장비와 스피커, 화환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그 단상 뒤에 거의 5미터가 넘어 보이는 메시아 상이 자리했다. 밖에 서 있는 메시아 상처럼 옷이 붉은 색이다.


“갑자기 담배가 당기는데?”


최 교수가 못 참겠는지 안절부절 못한다.


“제발 참으세요. 언제 또 나갔다와요?”


옆에 앉은 청이가 한소리 하자, 최 교수가 한숨을 내쉰다. 어느 정도 사람들이 들어차자, 단상으로 누군가가 걸어 올라온다. 쥐색 양복을 입은 40대 남자, 웃옷에 빨간 꽃이 꼽혀 있다.


“메시아께서 여러분들과 함께하십니다.”


잔잔한 기도소리에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합장을 하고 외친다.


“모든 사람들과 또한 그들의 종과 함께.”


“마음을 드높이, 우리 메시아를 찬양합시다.”


흔히 전례 중 첫 번째는 기도부터 시작되는데, 신교의 기도는 가톨릭의 전례와 매우 흡사했다. 이후 성가가 울려 퍼진다. 단상 좌측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붉은 옷을 입고 노래를 부른다. 성가대로 이해하면 될 듯싶다. 그 반대편에는 악기를 든 밴드가 연주를 하는데, 절로 흥겹다.


동진은 좌석에 미리 놓여 있던 팸플릿을 집어 들었다. 연혁과 인사말 등이 적혀 있는데, 뒤쪽에 시간표가 나와 있다. 본격적인 미사 시간은 약 2시간, 거기에 안수기도가 1시간 더 잡혀 있단다.


팸플릿을 뒤적이던 수겸이 나직하게 한숨을 내쉰다.


“만신님을 만나려면 앞으로 두 시간은 기다려야겠네요.”


수겸의 푸념에 최 교수가 머리를 긁적인다.


“누가 만나게는 해준데?”


“녀석들은 우리가 온 걸 알고 있을지도 몰라요.”


최 교수가 쓴웃음을 짓는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구먼.”


솔직히 조금 걱정이 앞선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교주 만신이 일행을 만나줄까? 아마 근처에 가기도 전에 보안요원에게 제지를 당할게다. 그렇다면, 안수기도를 이용하면 될 것도 같은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도 아니다.


일단 안수기도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부터 봐야 할 것 같다. 만약 다른 종교처럼 한명씩 머리에 손을 얻어 안수기도를 해준다면 그렇게 불가능한 일도 아닌 듯 보이지만. 문제는 여기모인 사람들 숫자다. 안수기도는 고작 1시간, 기도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채 100명도 안될 터였다. 그렇다면, 사전에 안수기도 받을 사람이 정해져있을 확률이 높다.


동진은 눈살을 찌푸린 채, 단상을 내려다봤다. 정부기관 관계자들과, 국회의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축사를 하고 있다. 뭐라고 하는지 듣고 싶지 않다. 축사가 끝나자, 다시 쥐색 양복을 입은 사람이 강단에 오른다. 그리고 기도가 이어진다.


“쟤는 또 자냐? 지금 잠이 와?”


최 교수가 투덜대는 소리에 옆을 돌아보니, 수겸은 이미 꿈나라로 향했다.


“아니, 자기 스승님 찾는다며? 왜 저렇게 태평해?”


“피곤할 겁니다. 계속 멀미를 했잖습니까.”


동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강단을 내려다봤다. 거리가 워낙 멀어서 양복 입은 남자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바로 옆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는데, 남자의 얼굴은 비춰주지 않고 기도문만 쓰여 있다. 그러는 와중, 스르르 눈이 감겨온다. 하루 종일 운전을 하느라 몸이 피곤한가보다. 정신을 차리려고 고개를 흔들었지만, 눈꺼풀은 천근만근이다. 옆에 앉은 최 교수와 청이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더 졸리다.


‘자면 안 돼.’


문득 귓가로 목소리가 속삭인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데, 목소리가 먼저 말을 걸었다. 내심 놀랐지만, 여력도 없이 정신이 희미해져간다. 잠결에 고개가 숙여지는 게 느껴진다.



힘겨운 2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안수기도 시간이다. 흰색 드레스처럼 너저분한 옷을 걸친 남자가 나오자, 사람들이 또 기도를 올린다. 남자는 처음 보는 사람이다. 게다가 예상대로 안수기도 받을 사람이 정해져 있는데, 앞 쪽 사람들만 강단으로 올라간다. 안수기도 역시 특별한 건 없다. 기도 받을 사람이 강단 위에서 무릎을 꿇으면, 남자가 머리에 손을 올린 후 뭔가 중얼대고, 그걸로 끝이다.


“오늘 날을 잘못 잡은 거 아냐?”


최 교수가 의자에 등을 기댄 채, 하품을 해댄다.


“이해가 안 가는군. 이게 뭐 대단하다고 그 멀리서 사람들이 찾아왔을까?”


“기다리다 보면 뭔가 있겠죠.”


“있긴 뭐가 있어. 끝났는데.”


동진은 강단 쪽을 내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안수기도가 끝났는지 사람들이 다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만신이 보이지 않는군요.”


“바쁜가보지.”


“그래도 교주라면 얼굴이라도 비춰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낸들 아나.”


최 교수가 손바닥으로 눈 부위를 문지른다. 많이 지치고 피곤해 보인다. 동진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맥이 탁 풀려 피곤이 몰려온다. 고작 이것 때문에 그 먼 길을 운전해왔다고 생각하니, 답답할 뿐이다.


“이만 나가세. 수겸이도 좀 깨우고.”


사람들이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자, 최 교수가 벌떡 몸을 일으킨다. 그렇게 예배는 허망하게 끝나 버렸다.



밖으로 나오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시계를 보니 저녁 10시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도 어중간한 시간인데, 그렇다고 근처 여관을 빌리자니 내키지가 않는다.


“아이고, 허리야.”


최 교수가 팔을 빙빙 돌리며 허리를 이리저리 비튼다. 장시간 앉아 있어 허리가 뻐근하다. 뒤쪽에 서 있는 수겸은 왠지 모르게 안색이 좋지 않다. 이마가 촉촉이 젖어 있는데, 식은땀을 많이 흘리고 있었다.


“쟤는 또 왜 저래?”


“.......”


대답이 없다. 수겸은 고개만 푹 숙인 채, 땅바닥만 바라본다.


“실망이 커서 그럴 겁니다. 만신을 찾으러 이 먼 곳까지 왔는데, 아무런 성과도 없었잖습니까.”


“하긴, 실망이 클 게야. 잔뜩 기대했잖은가. 그래도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걸세.”


최 교수가 먼저 뚜벅뚜벅 산길을 걸어 내려간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산길을 내려가고 있다. 동진은 사람들과 뒤섞여 산길을 내려오다 최 교수 곁으로 붙었다.


“이젠 어쩝니까?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전 그냥, 서울로 올라갔으면 합니다만.”


“지금 출발하면 새벽에나 도착할 텐데, 괜찮겠나?”


최 교수의 걱정에 팔을 휘휘 저으며 몸 상태를 체크했다. 좀 피곤했지만, 운전을 못할 정도는 아니다.


“괜찮습니다.”


“그러자고. 지금 시간대면 차도 별로 안 막히겠지.”


주차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관광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승용차들도 진입로를 빠져나가느라 정신이 없다. 동진은 차로 돌아와 운전석 문을 열었다. 최 교수가 담배를 빼문 채 조수석에 올라탄다. 그런데 수겸이가 차에 탈 생각을 않는다. 녀석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멍하니 땅바닥만 바라본 채다. 차창을 내리고 최 교수가 재촉을 해댄다.


“뭐해? 빨리 타지 않고.”


힘없이 발을 땐 수겸이 엉거주춤 뒷좌석에 올라탄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아무래도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였다.


“좀 자면 낫겠지. 얼른 출발하세.”


최 교수가 계속 재촉을 해댄다. 동진은 차 시동을 걸다가 다시금 뒷좌석을 돌아봤다.


“저는 괜찮습니다만, 그냥 좀 쉬었다 가는 편이······.”


“아 됐어. 그냥 가.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서 멀미약 좀 사고하면 돼.”


어쩌면 빨리 약을 먹는 편이 낫겠다 싶기도 하다. 괜히 서울로 올라가자고 했나보다. 일행을 힘들게 한 것 같아 괜히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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