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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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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영남
작품등록일 :
2016.04.16 23:31
최근연재일 :
2017.03.19 01:53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43,800
추천수 :
528
글자수 :
687,446

작성
16.07.19 00:09
조회
403
추천
4
글자
11쪽

저녁 -74

DUMMY

[오후 12시 40분, 서울, 성당]


성령기도회가 끝난 후, 장 신부는 다른 신부님들과 함께 교육관에 모였다. 강 베네딕트 신부님이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들고 탁자로 와 앉는다.


“떠났다고 하던가?”


장 신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오전 나절 남쪽으로 떠났습니다.”


“그랬군.”


“그런데 만신이 누굽니까? 누구기에 교구에서도 그렇게 경계하는 겁니까?”


그의 질문에 강 신부님은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으로 이마를 매만졌다.


“만신 이설화는 불과 며칠 만에 수백만에 달하는 신도를 긁어모은 교주일세.”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본래 종교란 것은 구심점이 있기 마련이지. 그 구심점은 교를 세운 교주고 말일세. 모든 종교가 구심점에서부터 출발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애초부터 하늘신교는 점조직 형태로 발생했네. 그 점들이 순식간에 커지고 뭉친 결과물이지. 솔직히 이건 나도 이해가 잘 안가는 부분이지.”


강 신부님의 설명에 장 신부는 신음성을 삼켰다. 하늘신교는 최근에 만들어진 신흥종교다. 보름이나 됐을까? 언제부터 뉴스에서는 연일 하늘신교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하늘신교의 특징은 교주 없이 최초 여러 지방에서 점 조직 형태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세가 하루가 다르게 불어났다. 각자의 세를 구축한 점 조직이 며칠 전부터 빠르게 뭉쳐졌는데, 그 정점에 선 곳이 지리산의 하늘신교였다.


“종교를 선택하는 일은, 자유의지를 통해 개개인의 판단에 달린 걸세. 그렇지만, 하늘신교는 적극적으로 사람들 앞에서 기적을 베풀고 있어. 죽은 사람을 살리는 기적이 대부분인데, 문제는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을 죽이고, 다시 살린다는 걸세.”


“마술 같은 일이군요. 죽은 사람을 살리다니요.”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리는 기적에 어떤 트릭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 기적을 통해 신도들을 모으는 것도 문제가 아니지. 정작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그것에 열광하고 있다는 걸세.”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는 말씀은?”


강 신부님은 커피 잔을 내려놓고, 옆에 있는 김 안드레아 신부님을 바라봤다. 김 신부님은 핸드폰 화면을 비춰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사진을 바라보던 장 신부는 자신도 모르고 숨이 턱 막히고 말았다. 사진 속 장면, 수천에 달하는 군중들이 동상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다. 그런데 동상의 모습이 낯이 익다.


사람들에게 온화한 미소를 보내며 팔을 벌린 예수님, 십자가에서 내려와 양 팔을 앞 쪽으로 당겨 마치 누군가를 안으려는 모습이다. 그 모습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구세주 그리스도 상’과 비슷해 보였다. 그렇지만 입고 있는 옷은 복식을 알 수 없는 서양 중세 복장이며, 옷 전체가 새빨갛다.


“메시아께서 재림해 피로써 세상을 정화하시고, 오직 믿는 자들에게만 구원을 허락하실지니. 이것이 바로 하늘신교의 교리일세.”


김 신부님의 설명에 장 신부는 성호를 긋고 말았다.


“한마디로 광신이군요.”


“게다가 저 붉은 복장은 중세 마녀를 재판하던 마녀재판관의 옷일세. 옷의 붉은 색은 희생자의 피를 의미한다고 하더군.”


“예수님께서 졸지에 마녀재판관이 되신 거군요.”


“하늘 신교가 믿는 신은 예수가 아닐세. 친근함을 나타내기 위해 그렇게 표현 한 게지. 다른 나라에서까지 유행하고 있는 하늘신교의 신 역시 그들 고유의 신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 같은 신이 아니라네.”


“그럼, 그들의 신은 누굽니까?”


“메시아.”


장 신부는 말없이 일어나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더할 수 없이 기분 좋은 날이다. 그렇지만, 남쪽 하늘이 유독 붉다.


“제가 괜한 일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김 신부님이 뒷짐을 진 채, 곁에 선다. 그의 시선 역시 남쪽 하늘에 걸려 있다.


“만신 이설화의 위치를 알려준 것 때문에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무속 방계와 친한 사람은 자네뿐이었으니까.”


“그도 그렇지만, 그 아이까지 같이 보낸 것은, 좀······.”


“그 아이는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할게야. 그게 스스로의 죗값을 치르는 온당한 길이지.”


장 신부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예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벅차고 위험해 보입니다. 아마 막을 수 없을 겁니다.”


“막고자 보낸 것이 아닐세. 얻기 위해 떠난 게지.”


“무엇을 위함입니까?”


문득 김 신부님의 얼굴에 한기가 돈다.


“자네, 많이 변했군. 그들은 맡은바 소명을 위해 떠난 걸세. 그걸 희생이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실망스럽구먼.”


“희생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지옥을 경험하고 있겠지. 그건 월권일세. 아니, 감히 주님 행세를 하는 게지. 절대로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장 신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김 신부님이 어깨를 탁하고 치신다.


“숲을 보게. 나무를 보지 말고. 그게 자네의 소명이야.”



[오후 13시 10분, 충청북도]


서울에서부터 막히던 도로가 지방으로 내려오니 좀 숨통이 트인다. 아직 전라도까지 내려가려면 서둘러야 했는데, 수겸이가 멀미를 하는 통에 좀 쉬다가기로 했다.


“아 그러게 핸드폰이나 쳐다보고 있으니까 멀미가 나지.”


“저 그렇게 많이 안 봤거든요.


최 교수의 구박에지지 않으면서도 수겸의 안색은 눈에 띄게 나빠졌다. 동진은 근처 휴게소로 차를 몰았다. 예상대로 주차장은 만원이다. 관광버스가 수십 대나 서 있어 차댈 곳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 주차장을 몇 바퀴나 빙글빙글 돌고서야 좀 한적한 곳이 나온다. 차가 멈춰 서자 수겸이 쓰러지듯 차문을 열고 나온다.


“아이고, 웬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


최 교수가 담배를 입에 물며 푸념을 해댄다. 동진은 차에서 내려 휴게소 건물 쪽을 바라보았다. 마치 추석 연휴라도 되는 것처럼 건물 쪽에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다. 확성기 소리도 나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는다.


“일단 뭐라도 먹자고. 김밥으로는 성이 안차.”


일행은 휴게소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건물로 다가갈수록 확성기 소리가 요란하다.


“지옥이 눈앞에 있습니다. 지금 저와 여러분, 우리 모두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합니다. 보고도 보질 못하고, 들어도 듣지를 못하는 어리석은 자들은 바로 눈앞에 있는 지옥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팔팔 끓는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 받고 싶으십니까?”


“아닙니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크게 외친다.


“그럼 왜 믿지를 않는 겁니까. 여러분들 앞에 계시는 메시아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단 말입니까? 오직 메시아를 기다리는 것만이 천국에 가는 길입니다. 그렇지만, 그냥 기다려서도 안 됩니다. 그래서는 안 돼요. 여러분들 머릿속에 꽉꽉 들어찬, 불신과 의심, 죄악들을 모두 태워버려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고결해져야 합니다. 그래야 메시아의 곁에 설 수 있습니다.”


“믿습니다. 아멘!”


제법 높은 자리에 서 있는 남자가 확성기에 대고 소리를 친다. 그러자 구름 때처럼 몰린 군중들이 너도나도 아멘을 외친다.


“가관이로구만. 그런데 화장실은 어떻게 가지?”


최 교수가 눈살을 찌푸린다. 공교롭게도 화장실이 확성기를 든 남자 뒤편에 위치해 있다. 그곳에도 사람들이 잔뜩 몰려있는데, 헤쳐 나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일행은 건물을 한 바퀴 둘러서야 화장실 뒷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먼저 수겸이가 부리나케 화장실로 들어가 버린다. 동진은 같이 들어가려다 슬쩍 청이 쪽을 살폈다. 사람들을 응시하고 있는 청이의 시선에 회색 기운이 감돈다.


“아, 시간 없어. 빨리 출발해야 돼.”


보다 못한 최 교수가 한소리 해대자, 그제야 청이가 시선을 거둔다. 동진은 남몰래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휴게소 건물 안은 예상대로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편하게 앉아서 뭘 먹는 건 불가능해 보이고, 식품 코너에서 대충 인스턴트 음식 몇 개를 골랐다. 그 마저도 긴 줄을 서야 했다. 간단한 도시락을 몇 개 고르던 청이의 얼굴에 짜증이 서린다. 밖에서 들리는 확성기 소리가 여기까지 쩌렁하다.


“저 소리 때문에 아주 미치겠어요. 제가 금방 해결해 버릴까요?”


“됐어. 바로 떠날 거야. 음료수나 몇 병 더 사.”


최 교수의 재촉에 청이가 입술을 삐죽댄다.


“그리고 멀미약도 사야 하는데 말이야.”


“그건 제가 사오겠습니다.”


“그럼 차에서 만나기로 하지. 아참, 담배도 몇 갑 사오게. 내가 피는 거 뭔지 알지?”


최 교수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 건넨다. 동진은 돈을 받아들고 다른 상점으로 향했다. 멀미약이라면 근처 편의점에서도 팔게다. 문제는 편의점을 찾는 일인데, 아이들 울음소리와 어디선가 싸우는 고함소리까지, 정신이 다 없을 지경이다.


“야 인마! 눈을 어따 뜨고 다니는 거야?”


“뭐? 이놈이 미쳤나. 죽고 싶어?”


어깨가 부딪친 아저씨 둘이서 싸움이 붙었다. 말싸움으로 시작하더니, 서로 배를 밀치며 몸싸움으로 변한다. 그럼에도 주위에서 말리는 사람은 없다. 본격적으로 주먹다짐이 벌어지자, 사람들이 잔뜩 몰려 구경을 한다.


“아, 밀지 마요. 왜 뒤에서 밀고 지랄이야?”


“아니, 이 여편네가 누가 밀었다고 그래?”


“여편네? 언제 봤다고 여편네야? 이 미친놈아!”


구경하던 아줌마와 다른 아저씨에게까지 싸움이 번진다.


“뭐 미친놈? 이 노무 여편네가 죽을라고.”


또 다시 드잡이 질이 이어진다. 동진은 미간을 좁히며 발길을 돌렸다.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사람들을 피해 건너편 편의점까지 갈 방법이 없다. 결국 다시 건물을 나와 다른 출구를 찾는 수밖에 없었다. 가까스로 편의점에 도착해서 멀미약과 담배를 사고 나오니, 누군가가 앞길을 막아선다. 허름한 옷차림을 한 남자 둘이다.


“아저씨, 돈 좀 빌립시다. 차비가 없어서요.”


대뜸 돈을 빌려달란다. 입고 있는 옷차림을 보니, 한눈에 봐도 노숙자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니, 그럴 만도 하다. 동진은 쓴웃음을 짓다 지갑을 열어보였다. 달랑 천 원짜리 한 장 뿐이다. 슬쩍 지폐를 내밀자, 남자들의 얼굴이 와락 구겨진다.


“그지 새끼구먼. 에이, 재수 없어.”


욕을 하면서도 남자들은 돈을 받아간다. 아니, 거의 채가는 수준이다. 문득 등 뒤에서 청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 사람들 뭐죠? 왜 욕을 해요?”


그녀의 표정에 분노가 가득하다. 동진은 얼른 청이를 막아 세웠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라뇨? 동진씨는 화도 안나요? 기껏 돈을 줬더니 뭐가 어쩌고 어째?”


“전 괜찮습니다. 그보다 교수님이 기다리실 겁니다. 빨리 차로 가시죠.”


두 눈동자가 유리알처럼 번뜩이는 청이를 달래가며, 동진은 간신히 차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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