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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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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영남
작품등록일 :
2016.04.16 23:31
최근연재일 :
2017.03.19 01:53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43,778
추천수 :
528
글자수 :
687,446

작성
16.07.17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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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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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저녁 -73

DUMMY

[오전 08시 30분, 서울]


맑은 날이다. 환한 햇볕이 내리쬐는 화창한 가을 날. 동진은 집 밖을 나와 길을 걷다가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거리가 온통 쓰레기 천지다. 지나는 사람들은 그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발로 툭 찬다. 웃고 있는 사람들도 없다. 모두 인상을 쓰고 지나가는데, 건드리면 폭발이라도 할 것 같다.


사거리 한복판에서 패싸움이 벌어졌다. 차 한 대가 교차로를 늦게 지나간다며 싸움이 일어났는데, 근처 운전자들이 모두 내려 서로에게 주먹질을 하고 있다.


“야 이 새끼야. 눈을 어디다 뜨고 다니는 거야!”


바로 앞에서 걸어오던 아저씨가 고함을 내지른다. 맞은편에 있던 아저씨도 지지 않는다. 결국 둘이서 싸움이 붙는데, 처음 욕을 한 아저씨가 유리하다. 모두 분노에 몸을 떨고 있었다. 동진은 일부러 사람이 없는 길을 택했다. 그렇지만, 그게 곧 실수임을 깨닫고 말았다.


골목에 웬 남자들이 서 있는데, 동진을 발견하고는 비웃음을 머금는다.


“야, 돈 있냐?”


한 녀석이 다가와 다짜고짜 돈이 있냐고 묻는다. 동진은 지갑에서 만 원짜리 몇 개를 꺼냈다. 그러자 녀석이 오만가지 인상을 찌푸린다.


“장난 하냐? 가진 거 다 내놔.”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뒤쪽에 있던 3명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든다. 그 모습에 동진은 꺼냈던 지폐를 다시 지갑에 넣었다.


“하하, 이 새끼 봐라. 겁 대가리를 상실했구만?”


“다른 사람을 위해서다.”


“뭐?”


동진은 지갑을 잠바 안주머니에 넣고, 말을 이었다.


“이 골목길을 지나는 다른 사람.”


기습적으로 날린 앞 차기가 녀석의 하복부에 꽂힌다. 동진은 무릎을 들어 웅크리고 있던 녀석의 턱을 가격해 버렸다. 녀석이 피를 토하며 뒤쪽으로 나자빠지자, 남은 녀석들이 칼을 빼들고 달려든다. 동진은 한 녀석이 휘두르는 칼을 피하고 그대로 가슴 쪽으로 안겨들어 명치를 가격했다.


순간 날카로운 칼날이 어깨 쪽으로 떨어져 내린다. 동진은 어깨를 비틀어 칼의 사정권으로부터 피해 뒤돌려 차기를 시도했다. 구둣발에 턱을 얻어맞은 녀석이 비틀거리며 물러난다. 동진은 땅바닥에 떨어진 칼을 주워들었다.


“지금부터는 잠깐 고통스러운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다.”


녀석들이 주춤거리며 물러나더니 결국 도망을 쳐버린다. 동진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며 근처 쓰레기통에 칼을 던져 버렸다.



성당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제법 많이 모였다. 성령기도회가 열려서 그런지 몰라도, 가쁘게 두근거리던 마음이 안정 된다. 교육관으로 향하니 장 신부님과 최 교수가 벽에 서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제 오나? 어제 그 일은 어떻게 됐나?”


최 교수의 물음에 동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제 전화 드렸는데, 바쁘시다기에.”


“언제 전화를 했는데?”


최 교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동진은 속으로 아차 싶었다. 현실에서는 최 교수에게 전화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차비하게. 갈 곳이 있으니까.”


최 교수가 어디를 가잔다.


“성령기도회에 참석하러 오신 것 아니었습니까?”


“그럴 시간 없어. 수겸이가 만신의 행방을 찾은 모양일세.”


“어딥니까?”


“제법 멀데요.”


누군가가 대신 답한다. 동진은 반가운 얼굴로 교육관 복도를 돌아봤다. 복도 한편에서, 청이가 빙긋 미소를 지은 채 서 있다.



[오전 10시 10분, 경기도]


“오늘이 며칠이죠?”


청이의 물음에 조수석에 앉은 최 교수가 답한다.


“10월 2일, 그냥 평일이야.”


“그런데 왜 이렇게 차가 막혀요?”


“그러게나 말이야. 추석도 지났는데, 꽉꽉 밀리는구먼.”


동진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했다. 아까 진입로에서부터 막히더니, 고속도로 역시 차가 가득하다. 마치 거대한 주차장을 보는 듯 했다. 운전이 신경 쓰이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즐겁다. 뒷좌석에 앉은 청이의 얼굴에도 즐거움이 묻어난다. 그 옆에 앉은 수겸은 핸드폰을 조물딱거리다가 슬쩍 김밥 한 덩이를 집어 든다. 청이가 사온 김밥이었다. 예전 무당집을 찾아다닐 때가 생각나 괜스레 마음이 푸근해진다.


“그런데 김밥은 언제 사온 거야?”


최 교수의 물음에 청이가 활짝 웃는다.


“아까 후딱 나가서 사왔어요. 김밥은 제 담당이잖아요.”


“먹는 것 하나는 야물딱지게 챙기는구먼.”


“저야 언제나 철저하죠. 그런데 동진씨도 하나 드세요. 운전 중이신데 먹여드릴까요?”


청이가 김밥 한 덩이를 들고 운전석 쪽으로 드민다. 동진은 잠시 주저하다가 슬쩍 입을 벌렸다. 입 안으로 김밥이 쏘옥 들어온다. 이제까지 먹어본 어떤 김밥보다도 달달하고 맛나다.


“그런데 말이야. 오늘 무슨 날이야? 차가 왜 이렇게 막혀?”


최 교수의 푸념에 핸드폰을 바라보던 수겸이 머리를 긁적이며 답한다.


“성지순례 때문이래요.”


“성지순례?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수겸이 핸드폰 화면을 돌려 보여준다. 인터넷 창에 뉴스 기사가 가득하다.


“뉴스도 안보세요? 요즘 이것 때문에 난리라고요.”


“아니, 내가 너처럼 그렇게 한가한 줄 알아?”


“아니 뭐에요? 이거 왜 이러세요. 제가 요즘 얼마나 바쁘게 뛰어다녔다고요.”


최 교수의 농담 아닌 농담에 수겸이 버럭 화를 낸다.


“아이구, 시끄러워요. 무슨 일인지나 말해보세요.”


결국 청이가 나서서 해결한다. 수겸은 입을 삐죽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모든 게 하늘신교 때문이에요. 신도수가 수백만에 달하는데, 지금도 빠르게 전파되고 있죠.”


“그 정도로 대단해?”


최 교수가 놀란 표정으로 묻자, 수겸은 정색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위세가 어마어마해요. 게다가 교인들의 분포는 나이, 성별, 지역을 가리지 않고 있어요. 다른 종교의 신도들까지 흡수해 나가는 추세고요.”


“뭘 흡수해? 다른 종교 사람들이 하늘신교를 믿기 시작했다는 뜻인가?”


“그런 셈이에요.”


“그게 가능한 일인가?”


최 교수가 이쪽을 바라보며 묻는다. 달리 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동진은 앞만 본 채,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보니, 성당에 나오는 신도 수가 줄었다며 장 신부님도 걱정하고 계셨다. 단순히 사람들이 바깥출입을 자제해서 그런 건 아닌 듯하다. 만약 하늘신교가 개입한 것이라면, 사정이 이해가 된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 해도,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만큼, 믿지 마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종교란 그렇게 단 순간에 번성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종교적 신념이나 믿음, 그것들은 절대적인 관념이다. 이 관념에서 사상이 탄생하고 관습이 생겨난다. 이는 오랜 기간을 거쳐 체계적으로 수정되고, 엄격하게 관리되는 규칙이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 종교는 도태되고, 외면을 받아왔다. 그런데 하늘신교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그리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기적인가?”


최 교수의 물음에 수겸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였다.


“맞아요.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대요. 죽은 사람이 살아나고, 앉은뱅이가 일어서며, 장님이 눈을 떴다는 군요. 기적에 대해 의심을 거둘 만큼, 신뢰가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고요.”


“의심을 거둘 만큼, 기적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겠지.”


“그 기적을 바탕으로 신교는 엄청난 속도로 뻗어나가고 있어요. 전국 각지, 아니 전 세계로요.”


최 교수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하늘신교가 다른 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쳤나?”


“그건 아니죠. 외국에서까지 하늘 신교라 불릴 리가 없죠. 그렇지만, 교세의 확장 방식이 똑같아요. 수많은 기적을 수반하며 엄청난 신도들을 긁어모으고 있죠. 모두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믿는 신도 다르지만, 전 그들 모두 하늘 신교라고 확신해요.”


“놀랠 노자로구먼.”


최 교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럼, 지금 우리가 가는 곳이 그곳이겠군. 그래서 이렇게 막히는 거고?”


“네. 하늘신교의 본교에요. 성지순례라는 말에 걸맞죠.”


“그런데 그 본교에 만신이 있다?”


최 교수의 물음에 수겸은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종이에는 조악하게나마 약도가 그려져 있다.


“네. 지리산 화엄사 쪽이라는데, 그쪽 방계 사람들이 만신님을 알아봤답니다.”


“멀리도 갔군.”


지리산 화엄사라면 전남 구례에 있는 사찰이다. 화엄사는 신라시대에 세워진 대 사찰로 그 명성만큼 규모도 크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절입니까? 만신은 무당이잖습니까.”


동진의 물음에 최 교수는 담배를 입에 문채, 라이터를 찾으며 답했다.


“만신은 무속 계열이지만, 도교에서 찢어진 방계 사람이야. 그렇다고 반은 무당이고 반은 도사라는 개념은 아니고, 예전에 말했다 시피 전통신앙과 결합된 방계 신앙 쪽이란 의미일세.”


“그런데 하늘신교의 본교가 절과 가깝게 위치해 있다니, 좀 의외로군요.”


“절은 말이야. 특히 오래된 절일수록 풍수지리 적으로 명당에 지어졌지. 절 땅이 비싼 이유도 그와 같아. 명당이라는 것이 뭔가. 기의 흐름에 막힘이 없고, 땅 기운이 용솟음치는 자리 아닌가. 무당이 기도를 드리기에 더할 수 없이 좋은 장소지. 뭐 그런 의미에서 신교가 자리했다 보기는 힘들지만,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걸세.”


최 교수는 라이터를 찾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연기가 뒤쪽으로 흐르자, 청이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아이, 교수님! 창문 좀 여세요. 그리고 차 안에서는 담배 좀 안 피면 안 돼요?”


“쯧.”


최 교수가 마지못해 조수석 창을 내린다.


“아무튼, 만신님이 계신 곳이 하늘신교 본교라니, 이번은 조금 위험할 것 같아요.”


이미 한번 당해본 수겸이 걱정 어린 표정을 짓자, 최 교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럴 거야. 그래서 하는 말인데, 너는 왜 따라오고 난리야?”


최 교수의 마지막 말은 청이에게 향해있다. 상념에 잠겨 있던 청이가 입술을 비죽 내민다.


“제가 제일 안전하거든요?”


그 말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동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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