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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관 님의 서재입니다.

미궁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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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관
작품등록일 :
2016.01.1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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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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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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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5.2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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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 미궁 입문(2)

DUMMY

미궁 안에서의 둘쨋날.


날이 밝아오자, 이게 미궁 안인지 어젯밤이 꿈이었는지 생시였는지 분간조차 되지 않는다. 혹시 어제 노숙을 하며 꿈을 꾼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기이한 새 울음소리와 시선을 오솔길에서 조금만 떼어내면 우거져있는 이름모를 수풀과 거목들이 눈에 들어오며 이 곳이 바깥과는 다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었다.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가다보면 마치 아이가 고무줄을 가지고 놀다가 꼬여버린듯이 이해할 수 없는 모양으로 꼬여있기도 했는데, 릭은 그 것이 미궁 내부가 살아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길이 이렇게 이어져 있는 것도 얼핏 보기에는 그냥 단순히 모험가들이 짓밟고 지나가서 생긴 오솔길이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미궁의 흙바닥 그 자체에 좌표 마술을 걸어서 미궁이 지형을 바꾸더라도 길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소형 괴물이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어서 비교적 유지 보수가 쉬운 1계층까지의 이야기이고, 2계층으로 넘어간다면 띄엄 띄엄 있는 표식들을 보며 나아가야한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길을 잃는 경우도 부지기수고..


"흐아암-"


끝이 보이지 않는 숲 속을 걷는다고 생각하니, 맑은 공기에 더 건강해 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건 어제 뿐이었고 단 하루만에 주위 풍경은 식상해지더니, 이제는 지겨워져서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다.


시각이 정오 즈음이 되어 슬슬 허기가 질 즈음이라고 생각 되던 때에, 앞서가던 릭이 멈춰섰다.


"낭패로군."


멈춰선 릭의 간결한 한마디에 무슨 일인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 말을 이해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무기 전부 버려. 짐 내려놓고."


수풀에서 모습을 드러낸 다섯명의 남성들. 손도끼와 못 박힌 몽둥이. 그리고 투박한 검따위를 든 허름한 차림. 그리고 때묻은 헝겊으로 얼굴을 가린것으로 보아, 그들이 누구인지는 확실했다.


"아따, 내가 말한대로 아니요? 풀떼기 같은걸로 길 좀 가려놓고 새로 길을 내면 알아서 온다니께."


이가 서넛정도는 빠진데다가 누렇게 변색된 못생긴 사내가 콧김을 뿜으며 자랑하듯이 말했다.


"아그야. 역시 너는 머리가 좋당게. 워워- 거기 움직이지 말라꼬. 이 꼬챙이로 확 쑤-샤불랑게."


쇠꼬챙이를 이리저리 휘두르다가 갑자기 찔러오는 듯한 동작을 취하며 겁박하는 사내.


"어이야, 배낭 안 내려놓냐-. 엉아들도 시간이 만치 아나요- 배낭이랑 무기만 내려놓고 가믄, 해코지 안한당게?"


"콘. 일단 배낭은 내려놓기로 하는게 좋겠소."


릭은 배낭을 내려놓으며, 고블창의 짐을 대신 짊어지고 있는 나에게 말했다.


"좋네. 좋아. 좋구만. 인쟈- 무기들 내려놓고 퍼뜩 물러가소. 아, 거기 애완동물도 놓고 가능게 좋을거요. 어찌 길들였는지는 모르것는디, 가져다 팔믄 돈좀 되겠쟈-"


"애완동물?"


고블창은 이해를 못했다는 듯이 도적의 말에 반문했다.


"어따? 말도하네잉? 어야, 우리 대박을 잡은 거 같다. 그건 꼭 놓고가라, 알긋냐? 팍! 씨, 몸을 그냥 회를 쳐가지고 꿔먹어 벌랑게."


조금씩 도적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된 고블창은 점점 몸을 숙이고는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형님, 저거 보소- 푸흐히힉.. 저거저거, 무서워서 벌벌 떠는 꼬라지 좀 보시오."


도적은 자세를 풀고는 형님이라 부른 사람을 바라보며 고블창을 손으로 가리키며 비웃었다. 그리고 그게 그의 마지막 말이 되었다.


고블창은 땅에서 마치 화살이 시위를 벗어나듯이 발사되어 나갔고(정말로! 화살처럼 쏘아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그를 비웃던 도적의 목을 베어넘기자 도적의 머리통은 땅바닥에 나뒹굴렀으며, 그 도적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지도 인식하지 못한 듯, 여전히 비웃고 있었다. 모두가 말을 잊고 시간조차 잊은 채, 멈춰있었다.


그리고 서있던 도적의 목에서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피.


그것이 신호가 되었다.


동생을 바라보면 형님의 표정은, "어휴.. 저 X신 또 시작이네.." 에서 점점 경악으로 바뀌더니, 그 다음엔 이를 악 물며 노기에 휩쌓였다.


"이... 이 개..쒸불X들이..!!!"


형님의 외침과 함께 주위의 도적들이 달려 들었고, 이미 포위망에서 빠져나간 고블창은 다른 도적에게 들러붙더니 재빠르게 몸을 놀리며 여유롭게 도적을 상대했으며, 릭은 고블창이 처리한 도적쪽으로 외팔로 나를 잡아끌며 포위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했다. 고블창이 한 놈을 상대하고 나머지 세 놈이 우릴 쫓아왔는데, 릭이 놓아주자 나는 메고있던 창을 손에 꼬나들고 쫓아오는 한 놈에게 마구 찔러대자, 그 놈은 쫓아오다가 멈춰서서 거리를 벌렸다.


"그 덩치로 몇 번이나 휘두를 수 있을 것 같냐. 얌전히 죽는게 어때? 내 아프지 않게 한방에 보내주지."


한손 도끼를 손에 쥐고 나와 서로 눈치를 살피는 도적.


물론, 제대로 휘둘러본적도 없는 창이지만 이게 찌르는 무기라는건 안다. 그리고 루셀씨의 창놀림을 눈여겨 보기도 했고 물론 그런 수준으로는 쓸 수야 없겠지만, 루셀씨에게서 기본적인 창 다루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창이라는게 다른 무기보다 리치가 길어서 견제하기 유리하고 가까이 붙는다면 창의 반대편을 이용해서 타격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도적이 움직이려는 기미가 보이자, 나도 찌르려는 기미를 보여주었다.


"헛차!"


다시 서로 눈치싸움을 하고, 도적은 어떻게든 파고들려고 하고 나는 그쪽으로 창머리를 돌려서 함부러 접근하지 못하게 하며 서로 공방을 주고 받는다.


"자꾸 그러면, 크게 다치는 수가 있다? 쉽게쉽게 한방에 끝내준다는데."


"미쳤수? 당신이라면 그럴거 같아?"


"흐이."


도적이 사이드 스탭을 밟으며, 기회를 엿보지만 나도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줄 것이다.


계속해서 집중해가며 서로의 빈틈을 노리는 우리.


이것은 한 끗 싸움이다. 먼저 말려든 놈이 죽는거야.


최대한 집중한다. 녀석이 파고들어오려는 틈을 봐서 단숨에 찔러 넣어야한다.


'콘씨, 창이라는건 말이죠-'


'핫!'


지금 잠깐 루셀씨의 기나긴 강의가 생각나며 정신이 팔렸었다. 상대는 그 틈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여전히 나와 빈틈을 노리는 공방을 주고 받고 있다.


손에 땀이 났다.


만약, 방금 전에 도적이 공격을 들어왔으면 분명 죽은 것은 나였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니 자연스레 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고, 도적은 그런 나를 보고는 정색을 하며 뒤로 물어났다.


"워어- 방금건 위험했군. 필살의 일격을 준비하고 있었을 줄이야. 빈틈인 줄 알고 들어갔다면, 분명 그 창에 꿰이게 되었을 테지. 상당한 고수로군. 하지만 나를, 내 눈을 속일 수는 없다!"


거리를 벌린 뒤, 좋을 대로 말하는 도적. 지금 저 아저씨가 뭐라는 거야.


"후.. 싸움이 길어진 듯 하군. 이제 슬슬 끝을 내야겠다. 내 이름은 해리다. 저승에 간다면, 나는 해리라는 위대한 남자의 손에 쓰러졌다며 자랑하는 것을 허락하지. 남길 말은 없냐?"


도끼를 꼬나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게 보였다.


"헹. 당신 동료에게 안부나 전하시지."


"그게 유언은 전부냐? 그럼 잘가라!"


마음을 정했다는 듯, 미간이 좁혀지고 눈매를 날카롭게 만드는 도적. 그리고 도끼를 쥔 손을 높게 들고는, 발을 떼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고 소리를 지르며 도적이 있던 곳으로 있는 힘껏 창을 찔러 넣었다.


"으아아아아-!!!"


"이크, 위험하지 않소?"


그리고 들려온 것은 릭의 목소리 였다.


감았던 한 쪽 눈을 떠 보니, 그 곳엔 자신을 해리라고 칭한 도적이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손 끝에 감각은 없었으니, 내가 죽인 것은 아니리라.


곧, 그 해리라고 칭한 도적의 피로 바닥에 붉은 웅덩이가 생겼다.


붉은 웅덩이를 보고 있자니, 생리적인 혐오감이 들었다.


"으-.."


"괜찮아 보이니 다행이오."


별스럽지 않다는 듯이 도적은 무시하고 나의 안부를 확인하는 릭.


그의 손에는 피 묻은 검이 들려있었는데, 그 검의 손잡이는 그가 평소에 쓰던 지팡이 부분이었다.


"조금 더 지켜보자니깐. 한창 재미있었는데."


뒤에서 한마디 하는 고블창.


"뭐?"


상황이 이해가 안가서 반문을 한 뒤에, 아무도 말을 안하자 고요함 속에 바람소리만에 숲을 뒤덮고 있었다.


필시, 이 둘은 도적들을 먼저 처리하고 나와 이 도적의 숙명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창피함에 열이 확 올랐다.


"그래도 방금 것은 좀 위험했소. 눈을 감고 창을 내지르다니, 다음번엔 확실히 눈을 뜨고 목표를 노려서 찔러 넣어야하오."


"푸흐흐.. 으아아아-! 라니.....크큭..끅..끅..."


고블창이 웃음을 참느라 목을 울리며 소리내었다.


'차라리 참지 말고 그냥 웃으라고! 그게 더 비웃는 것 같잖아!!'


"얼른 가도록 하죠. 쓸때 없는 시간 낭비를 했네요. 갈 길이 멀잖아요?"


마음 속 외침은 입 밖으로 나오는 일 없이, 창피함을 숨기기 위해 쿨한 척 이야기 속의 대사를 읊으며 뒤돌아서 온 길 쪽으로 걸어갔다. 정말, 한시라도 그 곳을 빠르게 벗어나 쥐구멍에라도 숨고싶은 기분이었다.



=====================================================


도적 떼를 만나서 우여곡절 끝에 승리를 쟁취하고..


...


그래. 내가 직접 쟁취한 것은 아니다. 아무튼 이긴 편이 우리 편이니까 나도 승리한 거라고.


이야기가 샛는데, 여튼. 도적들에게서 얻은 수확은 별 거 없었다.


고블린의 마석 3개 정도밖에 가져갈 것이 없었다.


그들이 무기로 쓰던 것들이라던가, 그런걸 가져가자고 했더니 릭이 반대를 했다.


"그런 고철은 여기선 팔리지도 않네."


지상과는 다르게, 이 곳에서는 대장간에 고철을 맡겨서 대장 일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괴물의 소재를 사용하거나, 더 희귀한 광석들을 가공해서 만드는 일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물론, 그 비용은 지상과는 천지차이다. 돈을 많이 벌게 되는 대신, 그만큼 돈을 사용하게 된다고.. 괴물을 사냥하려면, 좋은 장비가 필수고 좋은 장비를 갖추려면, 괴물 사냥이 필수다. 이게 끝없는 연쇄를 일으키게 된다고 한다.. 물론, 일정 수준에서 만족해서 쓴다면 상관 없는 이야기지만.


"생계형 도적이었던 것 같소만, 살려주었다간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칠테니..."


굳이 죽일 필요까지가 있었냐는 질문에 릭은 그렇게 답해주었다.


그리고 미궁에서는 괴물 보단 사람을 더 조심해야한다고 다시 한번 장황한 설명을 늘어 놓았다. 위해를 끼친 자를 살려주었다간 보복심리에 쫓아와서 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미리 화근을 제거해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가려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인 릭의 눈은 왠지 모르게 슬퍼보였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길을 되돌아와서 수풀에 숨겨진 길을 찾아서 따라 걸었고, 날이 어두워질 기미를 보이자, 주변에서 땔감들을 모아와 야영 준비를 끝냈다.


"이게 모닥불을 지키는 법이오."


고블창에게 모닥불을 꺼뜨리지 않게 땔감을 분배하는 법을 가르치는 릭.


"아. 그러니까 이렇게 이렇게.."


고블린은 정말 빨리 배웠다. 고블창은 모닥불을 지키는 법을 금새 익혔고, 릭도 그 모습에 만족한 모습이었다. 그 기세로 첫번째 불침번은 고블창이 맡게 되었고 중간은 릭, 마지막 순번은 내가 되었다.


"여기, 회중시계를 받으시오. 시간이 되면 깨우시오."


그러곤 시계를 짚어가며 교대 시간을 알려주는 릭.


"그럼 미안하지만 먼저 자리에 들겠소. 고생하시오."


나무에 등을 기대고선 앉은 채로 모포를 덮고 잠을 청하는 릭, 그리고 나는 모닥불 근처에 누워서 따뜻한 불을 쬐며 잠이 들었다.


그렇게 미궁에서의 둘쨋날 밤이 지났다.


...아니, 지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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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7. 미궁 입문(3) 17.05.23 110 0 12쪽
» 7. 미궁 입문(2) 17.05.22 9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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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2) 17.04.28 142 0 12쪽
20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1) 17.04.27 155 0 12쪽
19 4. 카자르겍크 탐사(5) 17.04.26 169 0 12쪽
18 4. 카자르겍크 탐사(4) 17.04.25 149 1 13쪽
17 4. 카자르겍크 탐사(3) 17.04.25 149 0 11쪽
16 4. 카자르겍크 탐사(2) 17.04.23 182 0 12쪽
15 4. 카자르겍크 탐사(1) 17.04.22 183 1 10쪽
14 3. 대전사 결투(3) 17.04.20 224 0 11쪽
13 3. 대전사 결투(2) 17.04.20 206 0 12쪽
12 3. 대전사 결투(1) 17.04.07 227 3 12쪽
11 2. 카자르겍크(4) 17.04.06 239 3 10쪽
10 2. 카자르겍크(3) 17.04.01 320 3 13쪽
9 2. 카자르겍크(2) 16.02.26 343 4 10쪽
8 2. 카자르겍크(1) 16.02.23 399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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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 모험가(5) +1 16.02.14 482 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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