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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관 님의 서재입니다.

미궁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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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관
작품등록일 :
2016.01.1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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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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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2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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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전사 결투(2)

DUMMY

풀잎과 같은 녹색 피부.


고무같은 탄력을 가진 근육.


성인 남성의 머리 하나만큼은 더 큰 덩치.


뛰어난 재생력.


이와같은 특징 중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역시 뛰어난 재생력 일 것이다.


다른 종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재생력때문에 날붙이로 생겨난 자상이나, 찰과상 따위는 순식간에 재생되어버린다.


이로써 트롤을 상대 할때는 머리를 단숨에 베어내거나, 아니면 불로 피부를 태워버려 재생을 못하게 막는다던가 하는 방법이 있다.


사는 지역에 따라 피부색이 달라지는데, 녹지 지역에서는 녹색 피부를 가진 포레스트 트롤이 대부분이며, 다크 트롤은 주로 화산지대에 서식하는 종이다.


약점인 불에 대해 좀더 잘 버틸수 있는 종의 특성 덕분에, 마술 사용자에게는 일반적인 트롤보다 더 까다로운 상대이다.


"카자르겍크의 대전사, 검은 바위. 우흐흐!"


카프베릭카의 기묘한 웃음소리 섞인 소개와 함께 다시한번 함성이 터져나온다.


"이게 노림수였나..! 칫!"


낭패한 표정의 길드 누님이 재빨리 한슨씨가 있는 결투장 안으로 뛰쳐나갔다.


"이거.. 기권해야할지도 모르겠는걸요..?"


루셀씨의 굳은 얼굴. 웃음기 없는 표정.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네? 왜요? 아무리 트롤이라고 해도 싸워보기 전엔 모르는거 아닙니까?"


한슨씨의 덩치보단 좀 더 크긴 하지만, 난 한슨씨가 질거같진 않은데? 한슨씨의 랭크는 B랭크. B랭크면 트롤이나 리자드맨을 대상으로 한 의뢰가 가능하다는건데, 어째서 싸우기도 전에 포기할 생각부터 하는거지?


"...콘. 너 트롤의 특징이 뭔지는 알고 있지?"


"에이, 그걸 말이라고.. 그건 동네 어린애들도 다 알고 있을껄요. 아, 왜 거 있잖슴까. 트롤 트럴 트러리."


질린듯한 란셀씨의 표정을 보며, 난 노래를 흥얼 거리기 시작했다.



트롤, 트럴, 트러리-. 트롤, 트럴, 트러리-.


트롤은 맞아도 낫지요. 트롤은 맞는게 낫지요.


트럴은 아랫 송곳니가 둘, 트럴은 발가락도 둘


트러리는 키가 크고, 트러리는 손도 크다네.


트롤 트럴 트러리-. 트롤, 트럴, 트러리-.



크- 내가 생각해도 잘 부른거같다. 모험가가 아니라 음유시인을 했어야했어.


"그래서, 이제 좀 알겠냐?"


"네? 뭘요."


내 대답을 들은 란셀씨가 엄지와 검지로 미간을 잡으며 작게 탄식한다.


"그러니까, 지금 대전사 결투는 승산이 없다는거죠. 트롤의 경우에는 빠른 재생력때문에 무기로 한번에 머리를 쳐내버리던지, 아니면 불을 사용해서 재생하지 못하도록 해야하는데, 대전사 결투 룰이 맨손 룰이잖아요."


"아."


한슨씨는 무기도 없이 맨손으로 트롤과 싸워서 이겨야한다는 거구나. ..아니 그래도 B랭크 모험가니까,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덩치도 비록 트롤이 더 크긴 하지만... 그래도 B랭크니까...


그런 잡다한 생각을 하던 도중, 한슨씨에게 갔던 길드누님이 종종걸음으로 돌아와서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한슨씨는 속행을 바라고 계십니다."


"에?"


경악하는 우리 일행.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러한 변수가 있을줄 몰랐던 상황이라 기권을 해도 길드측에서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못했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트롤이라는 존재로 인해 조정관의 오판이 유발되고, 거기에 트롤과 맨손으로 싸워야 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 누구의 책임도 물을 수가 없는 상황인데, 한슨씨는 okay 싸인을 내렸다고?


"...제인씨. 얼마나 부른거겁니까?"


루셀씨가 제인씨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물었다.


"성공시 금화 80 닢. 실패시 금화 여덟 닢을 제시했습니다."


제인씨는 일행에게 미안한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선 사무적인 어조로 답해주었다.


"...."


"히끅. 80...80닢..?"


금화 80 닢. 보통 서민 성인 한사람이 한 달 생활비로 은화 열 닢을 쓴다. 서민 성인 한명의 60~80년 분의 생활비가 되는 금액. 지더라도, 금화 여덟 닢를 보수로서 받는다. 거기에 룰은 제압. 사지의 안전과 죽음에 대한 걱정은 없기때문에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길드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을 모색할 수 밖에 없는 입장. 조금 과한 보상을 하더라도 확률이 0이 아닌 이상, 거기에 걸어보는 수밖에는 없다. 이미 계약까지 다 한 이상, 뜬 눈에 영토를 잃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잃게 된다고 한다면, 도시 측에서도 큰 손해 입게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대전사는 결투장 안으로 입장해 주십시오!"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도 카프베릭카의 진행은 계속 되었다. 양 측의 대전사가 결투장 앞으로 입장하자, 다시한번 고블린들의 환호가 이어졌고, 이에 보답하듯, 다크 트롤은 관중들을 향해서 양손을 들고 가벼운 퍼포먼스를 해주었다.


어느 새, 길드 누님과 함께 왔던 로브를 둘러입은 노인이 결투장 중앙에 서 있었다. 양 옆으로 한슨씨와 검은 바위가 나란히 서자, 노인의 몸집이 한층 더 초라해 보였다.


"이제 마나의 검사를 시행하겠습니다. 먼저 대전사 우흐흐는 마술진 안으로 들어가주십시오."


'뭐야..이거.. 설마 그 기분나쁜 웃음소리가, 웃음소리가 아니라 이름이었어?!'


난 분명 벙 찐 표정을 하고 있으리라.


대전사 우흐흐(다크 트롤, 이명 : 검은 바위. ?세)는 호명과 함께 바닥에 그려져있을 마술진(내 위치에선 잘 안보였다.) 위로 올라갔다.


곧이어, 노인이 지팡이로 바닥을 몇 번 내리치더니, 이내 마술진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대전사 우흐흐! 신체의 마나를 제외한 별도의 마나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다음 차례로 대전사 한슨. 진 위로 올라가주십시오."


호명과 함께, 한슨씨는 고개를 옆으로 까딱 하면서 가볍게 목을 한번 풀어주고는 마술진 안으로 발을 디뎠다. 그리곤 노인이 다시 한번 지팡이로 바닥을 몇 번 내리치더니, 이번에도 역시 마술진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왔다.


"대전사 한슨! 역시 별도의 마나는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이로써, 양측 모두 마술도구나 특수한 마술적 처리는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제 검사관은 장외로 나가주십시요."


카프베릭카의 진행에 따라, 노인은 지팡이를 지지대 삼아 천천히 장외로 나가는데 그 속도에 고블린 몇 몇은 속이 터져 죽지 않았을까 싶었다.


"자, 이제 모든 준비가 끝이 났군요."


그 말을 끝으로, 잠시 카프베릭카는 카자르겍크와 길드 누님쪽을 한번씩 보고, 이윽고 두 명의 고개짓을 확인 한 뒤 다음을 이어갔다.


"그럼 양 선수, 각자 위치로 돌아가 주십시오."


마술진 근처에 서있던 양 선수가 모두 자기의 위치로 돌아가고 난 뒤.


"이제, 대전사 결투를 시작합니다!"


카프베릭카의 개전 선언으로 대전사 결투가 시작되었다.


시작과 동시에 튀어나오는 관중석에서의 함성과 검은 바위의 맹렬한 돌진. 검은 바위는 한슨씨를 향해 정면으로 질주했다.


"상대의 실력을 볼 필요도 없다는건가..!"



루셀씨의 긴장한 표정 옆에, 란셀씨는 건들거리며 가벼이 휘바람을 할 뿐이었다.


검은 바위와 한슨씨와의 거리가 점점 더 가까워 지는 때, 한슨씨는 표정을 뛴 걸음으로 검은 바위와의 거리를 유지해보려 하지만, 달려오는 상대로는 역부족이었고 이윽고 둘이 격돌한다. 격돌한 순간, 그들의 부딪치는 소리를 대변하듯 관중석에서 다시한번 함성이 튀어나온다. 한슨씨는 검은 바위의 돌진에 버티지 못하고 뒤로 급격하게 밀려날 뿐이었다.


이후로 이어지는 검은 바위의 폭풍과도 같은 연타. 한슨씨는 근육으로 다져진 팔을 앞으로 들어올려서 상반신을 보호해보지만, 이내 역부족임을 깨달았는지 사이드 스탭과 백스탭을 이용하여 주먹의 사정거리로부터 벗어났다.


"당신, 얻어맞기만 하고 돌아오면 나한테 죽을줄 알아!!!"


보고 있던 조세핀씨가 답답했는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우리 일행들도 다들 제각기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한슨씨 힘내요! 지지 말아요! 한 방 먹여주라구요!"


험상궂게 생긴 사내의 응원.


"한슨씨! 80 골드라구요! 그리고 지면 전 해고당할지도 모른다구요!! 절대 지시면 안되요!!"


...왠지 사심이 담긴 길드 누님의 응원.


"리더! 인간 남자의 저력을 보여주시라구요!"


"한슨씨! 장기전으로 가시면 불리합니다! 순식간에 끝을 봐야되요!"


란셀, 루셀씨의 응원.


"맞아요! 한슨씨! 노래로 길이길이 남을 대승리를 보여주시라구요!!"


젖먹던 힘까지 내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나.


"...."


그리고 노인은 구석에서 조용히 앉아있다.


일행의 응원은 관중들이 내지르는 소리에 묻혀서 한슨씨한테 들렸을 지, 들리지 않았을 지도 모를 정도였다.


검은 바위는 돌덩이같아 보이는 주먹을 계속 휘두르고 있었고, 한슨씨는 그것을 스탭을 밟아가며 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슨씨가 상반신을 노려오는 검은 바위의 주먹을 피하고 사이드 스탭으로 비어있는 보디에 주먹을 찔러 넣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좋아서 펄쩍 뛰는 조세핀씨. 괴기한 고음때문에 난 관중석에서 고블린이 내는 소린 줄 알았다.


두 명의 난투에 주먹이 오갈 때마다 마치 천둥소리마냥 함성이 들려와서 귀가 멍멍할 지경이었고, 이상할 정도의 열기가 피어올라 땀이 다 날 지경이었다.


한슨씨가 검은 바위의 빈 틈을 노려 한방 한방씩을 때려보지만, 검은 바위는 그 이명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런 데미지가 없는 듯한 느낌. 지금 이곳에서 보고있는 나조차도 감히 공격할 엄두가 나지 않는데, 그것을 직접 상대하고 있을 한슨씨의 입장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검은 바위가 다시 한번 한슨씨에게 헛주먹질을 하고 한슨씨가 다시한번 사이드 스탭을 밟은 뒤, 옆구리에 주먹을 꽂으려는 찰나.


"와아아아아아-!!!!!"


한슨가 뒤로 나동그라졌다.


"뭐..뭐야? 어떻게 된거에요?"


내 위치에선 검은 바위와 한슨씨가 일직선이 되어서 잘 보이지 않았다.


"페이크입니다! 한슨씨한테 일부러 헛손질을 하는것처럼 하고 반대쪽 주먹으로 카운터를 날렸어요!"


루셀씨가 재빠르게 끼어들어 설명해주신다.


뒤로 나동그라지면서 한바퀴 구른 뒤 앉아있는 한슨씨.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검은 바위가 위를 덮쳐온다. 한슨씨는 그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완전히 바닥에 눕혀져버렸다. 발을 사용해서 거리를 벌려보지만, 위에서 내려쳐지는 폭발적인 연타가 이어진다. 한슨씨가 뒤늦게 가드를 올리는데, 가드 없이 들어온 데미지가 너무 커 보인다. 한슨씨는 위기를 벗어나 보려고 몸을 이리 저리 틀어보고 다리를 사용해 보기도 하지만, 체급차이도 있는데다가 들어온 데미지도 적지 않아서 벗어나기가 힘들어 보인다. 그렇게 연타가 이어지더니, 한슨씨의 가드가 결국 풀리고 맨 몸으로 주먹질을 받아내게 되었다.


"아..안되.."


조용히 절규하는 조세핀씨.


주먹이 한 방, 한 방, 무겁게 내려쳐질 때마다 이리 저리 피가 튀고, 이윽고 조세핀씨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일행은 그저 조용히 그 참상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검은 바위는 분풀이를 다 했는지, 아니면 더이상 거센 저항을 못하는 한슨씨에게 흥미가 없어졌는 지, 파운딩을 풀고, 관중석을 향해 양 팔을 들어올리며 퍼포먼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전까지보다도 더 큰 함성이 터져나온다.


"대전사 한슨, 전투 불능입니까?"


카프베릭카의 전언이 관중들의 함성때문에 잘 들리지 않을 정도다.


"그럼 카운트를 세도록 하죠."


"10"


검은 바위는 끝이 났다는 듯이, 한슨씨 쪽에는 눈길마저 주지 않는다.


"9"


결전장을 돌다가 카자르겍크를 향해서 눈을 마주치며 가벼히 고개를 한번 숙여주자, 카자르겍크는 흡족하게 미소지었다.


"8"


그리곤 다시 이어지는 관중들을 위한 퍼포먼스.


"7"


카운트는 계속된다.


"6"


"...아!"


목쉰 조세핀씨의 비명을 닮은 짧은 외침.


"5"


한슨씨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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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8. 인생은 실전이다(4) 17.06.01 95 0 12쪽
35 8. 인생은 실전이다(3) 17.05.30 90 0 13쪽
34 8. 인생은 실전이다(2) 17.05.29 104 0 13쪽
33 8. 인생은 실전이다(1) 17.05.28 100 0 12쪽
32 7. 미궁 입문(3) 17.05.23 110 0 12쪽
31 7. 미궁 입문(2) 17.05.22 95 0 12쪽
30 7. 미궁 입문(1) 17.05.21 108 0 12쪽
29 6. Let's Party(4) 17.05.20 151 0 12쪽
28 6. Let's Party(3) 17.05.19 189 0 13쪽
27 6. Let's Party(2) 17.05.18 146 0 11쪽
26 6. Let's Party(1) 17.05.16 182 1 13쪽
25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6) 17.05.14 176 1 13쪽
24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5) 17.05.13 136 0 12쪽
23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4) 17.05.12 142 0 13쪽
22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3) 17.04.30 203 0 13쪽
21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2) 17.04.28 142 0 12쪽
20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1) 17.04.27 155 0 12쪽
19 4. 카자르겍크 탐사(5) 17.04.26 169 0 12쪽
18 4. 카자르겍크 탐사(4) 17.04.25 149 1 13쪽
17 4. 카자르겍크 탐사(3) 17.04.25 149 0 11쪽
16 4. 카자르겍크 탐사(2) 17.04.23 182 0 12쪽
15 4. 카자르겍크 탐사(1) 17.04.22 183 1 10쪽
14 3. 대전사 결투(3) 17.04.20 224 0 11쪽
» 3. 대전사 결투(2) 17.04.20 206 0 12쪽
12 3. 대전사 결투(1) 17.04.07 227 3 12쪽
11 2. 카자르겍크(4) 17.04.06 239 3 10쪽
10 2. 카자르겍크(3) 17.04.01 321 3 13쪽
9 2. 카자르겍크(2) 16.02.26 343 4 10쪽
8 2. 카자르겍크(1) 16.02.23 399 4 9쪽
7 1. 모험가(6) 16.02.15 441 5 7쪽
6 1. 모험가(5) +1 16.02.14 482 6 7쪽
5 1. 모험가(4) 16.02.07 528 5 6쪽
4 1. 모험가(3) 16.02.06 556 6 5쪽
3 1. 모험가(2) 16.01.19 675 9 6쪽
2 1. 모험가(1) 16.01.19 832 9 4쪽
1 0. 프롤로그 +1 16.01.19 1,159 15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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