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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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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관
작품등록일 :
2016.01.19 16:18
최근연재일 :
2017.06.0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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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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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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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글자수 :
172,306

작성
17.04.2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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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 카자르겍크 탐사(1)

DUMMY

중후한 철제 문을 열자 하얀 벽돌로 이루어진 넓은 내실로 이어진다. 내실 안에는 묵은 종이 냄새와 코를 찌르는 땀 냄새. 그리고 철기의 냄새들이 한데 섞여 어우러지고, 여러 탁자에 앉아있는 모험가들로부터 흘러나오는 웅성거림들로 가득 차있다. 의뢰 게시물이 걸려져 있는 게시판을 둘러보는 털가죽을 두른 건강한 체격의 남자. 접수처에서 의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짧은 머리의 중년. 탁자에 둘러앉아서 의뢰를 할지 말지 의견을 나누는 모험가 일행. 그리고 의뢰를 청하러 왔는데, 그 의뢰를 위한 포상금이 부족하여 안절부절 못하는 젊은 이까지. 이 근처의 거의 모든 걱정거리와 그 걱정거리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모험가 길드 플레티넘.


"음.. 어디보자... 아, 저쪽이군."


창가의 둥근 테이블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장발의 분위기 있는 미남과 그 창 옆 벽에 기대어 서있는 날카로운 인상의 모험가. 루셀씨와 란셀씨다.


나는 자리를 확인하고 그 자리로 움직였다.


"오? 왔구만?"


란셀씨가 먼저 눈치 채고 반겨주었다.


"어라? 한슨씨하고 조세핀씨는 아직인가보네요?"


"엉? 아. 한슨씨랑 조세핀씨는 따로 포상금 문제 때문에 지금 위층에서 상담중이야."


"아, 그런가요."


루셀씨의 맞은편에 앉아서 한슨씨와 조세핀씨가 올 때까지 한가로이 있기로 한다. 마침 할 일도 없으니, 궁금한 점들이나 물어봐야지..


"저기.. 두 분, 혹시 저한테 싸우는 법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음?"


"아니.. 그게.. 뭔가 싸울 줄 알아야 그래도 모험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솔직한 심정으론, 루셀씨나 란셀씨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세핀씨...처럼도 아니더라도. 한 사람분은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흠.. 콘, 네가 잘하는게 뭐야?"


내..내가 잘하는거? ..가만있어보자.. 내가 잘하는 거라..


"...일단 허드렛 일이나, 노동, 요리, 가사 이런건 정말 자신 있어요."


"..."


내 대답을 듣고 말이 없어진 두 명.


"콘씨, 무기를 쥐어본 적은 있어요?"


"무기?... 아. 날붙이 같은거 말하는거군요. 부엌칼 정도라면 잘 쓸수 있습니다."


"..."


또다시 두 명은 말이 없어진다.


나.. 조금은 심각한가?


"...저기요?"


"그..그럼 누구랑 싸워 본 적은..?"


루셀씨가 마지막 한 가닥 희망을 걸고 하는 질문.


"동네 사람들이랑 싸워 본 적은 있는데요."


"음.. 자세히좀 말해 주실수 있으세요?"


"아니.. 그러니까.. 보자.. 동네에 데니스라는 뚱뚱하고 못된 놈이 하나 있는데. 그녀석이랑 마찰이 있어서 몇 번정도 싸운적은 있죠. ...아니, 물론 제가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줬지요! ...정말이라니까요!"


못미더운 듯이 보는 두 사람.


물론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주고 또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기도 하고 하는 사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걸 보고 그냥 개싸움이라고들 하지.


"그럼 콘씨가 목표하는 정도의 강함은 어느정도에요?"


"그게 그러니까.. 일단은 한 사람분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다른 사람의 발목은 안잡는 정도..? 저도 이제 정식 의뢰를 처리하긴 했으니 초보자를 벗어나서 F랭크의 모험가가 되긴 할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비교적 다른사람들처럼 1인분은 하고 싶다. 그 말이죠."


지금까지는 한슨씨 일행이 전투를 도맡아 하고, 나는 짐만 지키는 반푼이 같았다. 나도 그렇게 싸우고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란셀씨는 나에게 관심을 잃었는지, 아니면 루셀씨가 설명해 줄거라고 보는지, 다시 모험가 길드의 내부를 보고 있다.


"전 충분히 콘씨가 한 사람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데요."


"네?"


너무 의외의 말.


"그러니까.. 이 전 의뢰에서, 콘씨의 역할이 무엇이었죠?"


"짐꾼이었죠."


"그렇죠. 콘씨의 역할은 짐꾼이었어요."


루셀씨가 깍지를 낀 채 양 손을 테이블 위로 올려놓는다.


"그러니까, 결국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 되는거에요. 자기 자신이 할 줄 아는 범위 내에서 말이죠. 그게 한 사람분의 몫이라는 거에요."


"그렇지만, 전.. 여러분이 싸울 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구요."


그런 무력함을 느끼긴 싫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건, 철 없던 어린아이 시절로만 충분해.


"콘씨. 자기 역할이라는건 중요한 거에요. 파티의 구성원들은 다들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거죠. 저와 란셀형의 경우는 전투는 둘 다 자신 있고, 저같은 경우에는 계산하는 것을 잘하고, 란셀형의 경우에는 주변을 잘 보는데 능숙하죠. 한슨씨는 다른이들을 돌보는 것을 잘하고, 조세핀씨는 우리 남자들이 잘 못하는 섬세한 일들을 처리해줘요. 그리고 우리 파티가 유지되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단점을 잘 보완해주기 때문이죠. 이게 파티라는 거에요."


"네. 루셀씨의 말은 이해 하겠어요. 하지만.. 만약에..라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해는 한다. 하지만, 사람은 항상 예기지 못한 일에 직면하는 법. 나도 싸워야 할 때가 온다거나..


"그렇죠. 가르쳐주지 않는 다는 게 아니니 너무 그렇게 조급해하지 마세요."


루셀씨가 난처하다 듯 손사레 친다.


"오..! 오오! 정말인가요!"


루셀씨에게.. 싸우는 법을 배울 수 있는건가!!


"아, 하지만 무투법을 가르쳐드린다거나 하는건 아니니까.. 너무 큰 기대를 갖으시면 안되요."


"...에이.. 그럼 뭘 가르쳐 주신다는 거에요?"


"처신법이죠."


음? 처신법?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콘씨가 지금부터 싸우는 법을 배운다고 해도, 그게 언제 숙달될지도 모를 지언정 재능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고,"


..이 사람 방금 분명히 말을 잠깐 끊었어.


"제가 하루 종일 붙어서 가르쳐드릴 수도 없는거지요. 저도 제 삶이 있기때문에.. 아무튼, 대부분의 모험가가 그렇듯, 스스로 터득해 나가는 수밖에요."


스스로..인가.


"그러니, 결국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대략적인 처신법 정도 겠군요. 상황에 대한 대처법 정도만 알아도 위험을 피해가는데 도움이 많이 되니까 말이죠."


"그럼 간단한 퀴즈 형식으로 가볼까요."


"이 곳은 번잡한 도시 입니다. 당신은 소매치기에게 지갑을 도난 당했습니다. 그리고 소매치기는 골목 안으로 도망갔구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뭐야. 쉽네.


"정답! 쫓아가서 죽도록 패준다!"


"..."


"네? 왜요."


루셀씨는 물론 길드를 보고있던 란셀씨도 검지와 엄지로 미간을 부여잡는다.


"콘씨, 상대를 완전히 웃도는 힘이 있지 않는 한.. 아니 웃도는 힘이 있어도 상대를 추적하는 일은 조심해야되요. 이건 던전 안에서도 똑같습니다."


"아..그렇군요."


"그럼 다음 문제. 이 곳은 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전장의 한 가운데 입니다. 당신은 창 한자루가 있고, 상대쪽은 당신을 향해 오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난전이고, 나에게 창 한자루가 있다..?


"창을 이용해서 상대를 찌른다?"


"땡."


"에? 아니에요?"


"정답은 아군 진영쪽으로 도망간다 입니다."


"왜죠?"


"생각보다 간단한 논리죠. 콘씨가 싸워서 그 상대를 물리쳤다 한들, 그 다음 상대가 다시 나타날 것이고.. 그게 쭉 이어집니다. 그렇지만 콘씨의 능력이라는게 있으니까.."


이 사람, 아주 날 물로 보네..


"그러니까, 뒤로 빠져서 적당히 시늉만 하시던지 그것도 아니면 시체들 사이에 숨어서 죽은 척이라도 하는게 죽지 않는 방법이죠. 물론, 그 상태로 전장을 빠르게 이탈하는게 제일 중요하지만요."


그리곤 한번 미소짓고는 이어서 말한다.


"사는게 제일 중요한거에요. 싸우는건은 최하책 입니다.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다면 그것이 상책이구요. 그리고 혹시라도, 싸우게 되었다.. 한다면, 그 땐 재량껏 해야죠. 뭐.."


"..뭡니까. 그게."


"아, 그래도 혹시나. 마나를 다루는 자를 상대로 만나게 된다면, 그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벗어나도록 하세요. 그들은 일반인과는 비교가 안되니까요."


그렇게 루셀씨와의 이야기를 몇 번인가 더 주고 받았더니, 얼굴에 웃음이 만연한 커플이 돌아왔다.


"이거이거, 기다리게 했구먼."


멋쩍게 뒤통수를 긁으며 자리에 앉는 한슨씨.


"일단 전해줄 소식이 있다네. 길드에서 파티의 공로를 치하는 뜻에서 완수금에 웃돈을 얹어줬더군."


"진..진짜요?! 얼마요? 얼마나요??"


한슨씨의 입이 떨어지길 재촉해보지만, 대답은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우후후.. 길드 측에서는 기존 완수금을 포함해서 총합 금화 10닢을 주겠다고 하더라구."


여...열 닢..! 내가 받기로 한 것은 12%. 그..그럼 이게 얼마야.


두뇌를 풀가동 해서 열심히 머리를 굴려본다.


내 앞으로 떨어지는 금액은 금화 1닢에 은화 20닢..


말도 안되.. 벌써 목표금액의 1/10은 되는 금액이 모였다. 이래서 다들 모험가 모험가 그러는건가?


"아. 그리고 말일세, 고블린들이 예정대로 동굴을 다 비웠다고 하는 것 같구만. 그 동굴의 우선 탐사자격으로 우리 파티가 선정되었네. 아무래도 공로가 인정되었으니 말일세."


"어..? 전 이번까지만 같이 하는거 아니었나요? 그럼 이번에도 또 같이 가게되는거에요?"


"물론일세. 다만, 이 탐사라는 것은 따로 길드에서 포상이 나온다거나 하는게 아니니, 너무 기대는 하지 말게나."


탐사.. 인가. 아무튼간에 그런건 중요한게 아니고!!


"저저저저.. 와완수금은 언제..?"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말이 다 헛나오네.


"접수처로 가면 받.."


"죄송한데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께욧!!!!"


내 정신은 이미 접수처로 향해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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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4. 카자르겍크 탐사(2) 17.04.23 182 0 12쪽
» 4. 카자르겍크 탐사(1) 17.04.22 18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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