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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관 님의 서재입니다.

미궁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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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관
작품등록일 :
2016.01.19 16:18
최근연재일 :
2017.06.01 17:38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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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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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글자수 :
172,306

작성
17.04.28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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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2)

DUMMY

날이 밝자 곧바로 마술 도구점으로 향했다. 하루종일 끙끙 앓았던 내가 바보 같았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돈을 받는 다고 해도 손을 잃어서는 동생들이 기뻐할리 만무한데 그런 간단한 일조차도 그 자리에서 거절을 못하다니.. 돈이라는게 무섭긴 무섭나보다.


마술 도구점 백로의 간판이 보였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문에 접근해서 문고리를 돌렸다.


철컥. 철컥.


뭐야, 아직 가게 문 안 열었어?


..거절을 해야겠다는 결정에 가벼운 마음으로 들뜬 나머지 너무 일찍 왔나.


잠긴 문 앞에서 몇 분간 기웃 기웃 거리고 있자, 가게 안에서 인기척을 느꼈는지 곧 주인이 문을 열어주었다.


"누구야? 이런 아침 댓바람부터- ...오오. 자넨가. 얼른 들어오게나."


오만상을 찡그리던 얼굴의 주름이 순식간에 모세의 기적마냥 펼쳐지더니 금새 온화한 미소를 띄며 반겨준다. ..와. 장사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네.


가게를 둘러보니 카운터에는, 그제 우리 일행이 들고왔었던 고서들이 쌓여있었다. 아마 어제 나를 제외한 일행들이 물건을 팔았으리라 짐작된다. 그럼 내 몫도 있겠네!... 얼른 얘기를 끝내고 길드로 가봐야겠다.


"오오- 그래. 그래. 결정은 했는가?"


"아, 네. 그 일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음.음. 그래. 그래. 언제가 좋겠는가? 오늘 당장은 무리고, 내일부터는 가능 할 것 같네."


"아니..그러니까 제 말은.."


"참, 오늘 당장은 무리라잖는가. 젊은 이가 참을 성이 없어서. 쯔쯧.."


....


이 노인장이 말귀를 들으려하지 않네.


"안판다구요!"


"흠흠..그래. 자네가 정 그렇다면.. 오늘 할 수 있도록 준비를... ...뭐?"


"그러니까 팔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순간에 노인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가 금새 풀어졌다.


"아아, 돈이 좀 부족했나?.. 후.. 내 크게 인심 썼네. 금화 45닢으로 쳐줌세. 젊은 이가 흥정 할줄 아는구먼."


그리고선 안주머니에 손을 넣고 무언가를 만지작 거린다. 아마 돈이지 않을까 싶다.


"아니, 그러니까 얼마를 준다고 해도 안판다구요."


가게 주인은 이제 표정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고 인상을 팍 쓰며 짜증을 냈다.


"뭐? 아침 댓바람부터 열지도 않은 가게 찾아와서 하는 소리가 못팔겠다고? 새파랗게 젋은 애송이가 지금 누굴 놀리고있나! 얼른 꺼졋! 장사 방해하지 말고!"


가게 주인이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늙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우렁찬 목소리에 나는 서둘러 가게를 빠져나왔다. 가게 안에서 욕지꺼리가 들려왔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홀가분 했다. 한시름 덜었다는 느낌?


"하아-"


아침의 맑은 공기를 한번 들이 쉬고 내뱉은 뒤, 목적지를 길드로 정하고 근심을 털어낸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아침부터 길드의 문은 활짝 열려져 있었고, 그 안에는 수많은 모험가들이 원하는(쉽고, 보수 많고, 안전한) 일을 받아내려고 게시판에 몰려서 앞자리에서 보기 위해 아우성이다.


"콘! 이쪽이야."


나를 부르는 귓동냥 있는 칼칼한 목소리.


이미 창가쪽 테이블에는 란셀씨와 루셀씨가 기다리고 계셨다.


"어제는 왜 안나온거야?"


"어..그게... 좀 생각할 일이 있어서요."


변명을 적당히 늘어놓는다.


"콘씨. 어제, 콘씨 일 때문에 갔었던 마술 도구점에 책들을 팔았더니 꽤 후하게 쳐주더군요. 덕분에 수익금이 7골드 2실버 에서 10골드 89실버가 되었구요, 탐사도구들과 식량 그리고 콘씨의 손 문제때문에 사용된 금액을 제외한다면, 콘씨 앞으로 배정된 수당은 은화 97닢인데.. 그냥 금화 1닢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또다.. 또 금화 1닢..!!!


내심 쾌재를 외치곤, 오른 주먹을 꽉 쥔다.


"보수는 마찬가지로 카운터로 가셔서 받으시면 되구요."


"후우- 그래도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섭섭하네요. 그런데 한슨씨와 조세핀씨는 아직인가요? 아무런 인사도 하지 않는건 왠지 좀 그래서.."


"엉?.. 아. 곧 오실거야. 성실한 분들이니까."


테이블 의자에 앉아서 두 명과 이야기 하고 있자, 잠시 뒤에 조세핀씨와 한슨씨가 도착했다.


"흠. 고생 많았네. 콘군."


"수고했어~ 그래도 짐 들어줘서 그동안 좀 편했었는데-"


"아뇨, 저야말로 감사하죠."


원래는 신입 교육겸으로 끼어들게 된 파티이지만, 예상 외로 길어진 의뢰때문에 보름 가까이 함께하게 된 파티. 그리고 보수금도 상상도 못할 만큼 많이 받게 되었다. 원래 예정은 고작 몇 실버가 전부였는데.. 그런 감사함을 담아서 몇번이고 허리숙여 인사했다.


"야야, 허리 부러지겠다. 그만 해. 그만 해."


"당연한 일을 한 것 뿐인데, 이러면 저희가 너무 부담스럽지요. 후후."


란셀씨가 내 감사인사를 만류하고 루셀씨는 부드럽게 미소지으면서 그 상황을 바라봐주었다.


"그동안 정말.. 정말..! 감사했습니다!"


일행에게 다시한번 감사인사를 했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일행과 작별했다.


그리고 내 발걸음은 길드의 구인 게시판으로 향했고, 지금은 게시물을 보면서 한창 고민에 빠져있다. 그 고민이 뭐냐면..


"흠.."


-파티원 모집! 태산과 같이 파티를 지지해 주며 폭풍같이 적을 쓸어버릴 전사분을 모집합니다-


이건...무리일 것 같고.


-함정의 달인 모십니다. 함정에 막혀서 의뢰를 못하고 있어요. 급구함! 프리랜서도 환영!


무리.


-파티 구해봅니다. 전 4살이구요. 고블린 정도야 한주먹감 입니다. 오크도 제 발길질 한방이면 발이 부러져서 일어나지 못할거에요. 꼭 뽑아주세요.


...이건 누가 장난이라도 친 건가.


-늪지 리저드 맨을 구축하실 분들 모집합니다. 랭크는 최소한 C+는 되셨으면 좋겠네요.


한슨씨 밑에서 배우면서 올라온 내 랭크는 겨우 E랭크. 택도 없다.


-신입 파티 모집 중. 잡일부터 시작하실 분들 모집합니다. 제발 와주세요. 혼자 외롭네요.


잡일은 돈이 벌리지 않지.


-가족 같은 분위기! 일심 동체! 함께 동고동락 하실분을 찾습니다! 별로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열심히 하실분 환영!


오..오- 이거야. 이게 내가 찾던거지.


다른 많은 구인 공고가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도에서는.. 이정도가 적절한 것 같았다. 거 참. 파티 구하는 것도 힘드네. 자격요건이 이렇게나 많아서야..


나는 곧장 길드 카운터로 가선, 그 공고에 대해 문의했고 오래지나지 않아 그 파티의 리더를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옆집 아저씨 같은 외모. 정리하지 않은 않은 수염이 삐죽 빼죽 튀어나와있고 빼빼 마른 몸매에 입은 가죽 옷이 커보였다. 그리고 허리춤엔 장검 한자루.


"안녕하세요! 공고를 보고 파티에 들고 싶어서 그러는데요.."


"일단 앉아서 얘기하도록 하죠."


우리는 비어있는 테이블을 찾아서 마주 앉았다.


"흠.. 간단히 자기 소개좀 해 주시겠어요?"


첫 인상이다. 첫 인상은 늘 중요했다. 내가 동네 이곳 저곳에서 온갖 잡무를 할 때, 깨달은 점. 처음 밉보이면, 그 이미지를 고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크흠."


목소리를 좀 가다듬고.


"콘이라고 합니다. 18살이구요, 경험으로는 고블린 도시를-"


"아아, 그 신입이구만. 뭐시냐.. 그 강철의 사나이? 헨슨인가 뭐시긴가 하는 아저씨 일행의."


"아, 네네. 맞습니다. 그 파티의 밑에서 경험을 쌓아서-"


"그런건 필요 없고, 잘하는거나 말해봐요."


이 아저씨는 단순한걸 좋아하시나보다.


"네, 제가 잘하는 것은 장작 패기와 짐 나르기, 그리고 약간의 건축물 수리 경험도 있고-"


"아니아니, 그런거 말고. 싸움을 잘한다거나, 활을 잘쓴다거나, 아니면 함정을 해제할 줄 안다거나."


하나같이 해당사항이 없는 목록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또는 마술을 쓸줄-"


"아."


인스턴트 스펠.


"저저, 마술을 쓸 수 있습니다!"


"뭐? 그게 진짜야? 진작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어이구. 제가 큰 인재를 놓칠 뻔 했네요."


말투가 갑자기 공손해지며 뒤에 이어지는 말로는... 이 아저씨는 날 뽑을 생각이 없었구만.


"그럼, 저 뽑힌건가요?"


"아 그럼요, 물론이죠. 헤헤. 마술 사용자라니, 당연히 환영입니다."


비굴한 태도까지 보인다. 하긴.. 마술 사용자라면 고급 인력이니 나라도 그럴 수밖에 없을테지.


"음. 그러면 간단한 마술 좀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아니, 딱히 의심하는건 아니고.."


보여줘? ..잠깐.


"정말 간단한 마술이라도 괜찮으니까. 헤헤."


기대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내를 앞에 두고 나는 생각한다.


이거.. 어떻게 사용하는거지.







"꺼져. 어디서 되도않는 거짓말이나 해대고.."


순식간에 태도가 바뀌어 거절당했다.


가족같은 분위기라며. 어딜봐서 이게 가족같은 분위기야? 가 족같은 분위기지!


..아무튼. 그렇게 면접은 파탄났고. 나는 다시 구직자 일뿐.


파티 구하는게 이렇게 힘들어서야. 결국 나는 구인 게시판에서 파티를 구하는 것을 포기하고, 길드에 동화 50 닢을 지불하고 파티 구성을 받기로 했다.


파티 구성은, 길드에서 각자 매겨진 등급과 신뢰도 그리고 특기 등을 조합해서 파티를 대리로 구성해주는데 이렇게 파티 구성으로 짜여지는 파티는 대부분이 처음 길드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이 많아서, 밑바닥부터 시작하게 된다. 누군가 숙련된 모험가가 있어서 파티를 이끌어 주면 좋지마는.. 그런 모험가들은 서로 데려가려고 하기 때문에 파티 구성으로 맺어지기엔 힘들다.


"네. 소개료 받았습니다. 모두 동화 50닢 확인 했구요. 파티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시간이 좀 걸릴테니 몇 일 뒤에 오시겠어요?"


카운터에서, 직업상 한번 미소지어주었다. 내 뒤로 차례가 밀려있으니 더 있을 수도 없을 지경. 딱히 할 일도 없겠다. 나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다음날.


"음. 아직 딱히 구성된 곳은 없네요. 몇 일 뒤에 오시겠어요?"


그 다음날.


"몇 일 뒤에 오시겠어요?"


그 다음날도.


"몇 일 뒤에-"


"장난하심까!!!"


장난!


나랑!


지금!


하냐!


"으으.. 귀청이야..."


"지금 몇 일째, "몇 일 뒤에 다시오세요~" 하시는 겁니까!"


몇 일째 놀았다. 이러고 있을 시간 없는데.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어야, 내년에 동생을 입학시킬 수 있을것인데.. 아직도 모아야 하는 돈은 8골드 가량 남아있다. 거기에 생활비는 하루하루 계속 쓰고있고.


"아아- 아- 아-. 음음. 이제 좀 괜찮아졌네."


몇 번 목소리를 내며 귀를 어루만지는 카운터 누님.


"아니, 당신이 능력이 없는걸 왜 여기와서 화풀이에요? 아- 능력이 있으면 파티 구성을 요청하기 전에 이미 일행이 있었겠네요~ 제가 콘님이 무능력해서 구성 요청을 했다는걸 깜빡 했네요."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 마라. 내 낯짝은 비수보다 두꺼우니까.


"아니, 동화 50닢이나 지불 했으면, 일처리를 빨리 해주셔야 할 것 아닙니까! 서로 벌어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싸게싸게 후다닥 좀 빨리 처리해주심 안되는겁니까?"


주변의 시선이 느껴진다. 뭐.. 나도 한슨씨 일행과 테이블에 앉아있을때 왜 카운터 쪽에서 큰소리가 나는지 의아했지만. 이래서였나.


"아으.. 알았으니까. 내일 다시오세요. 내일입니다. 그리고 길드도 인력 부족하니까, 좀 이해해 주시구요. 네. 다음분!"


난 당당하게 발걸음을 출구로 옮겼고.(괜히 부끄러워하면 지는 것이다. 난 당당히 내 권리를 위해 싸웠다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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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7. 미궁 입문(3) 17.05.23 1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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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6. Let's Party(1) 17.05.16 18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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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4) 17.05.12 142 0 13쪽
22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3) 17.04.30 203 0 13쪽
»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2) 17.04.28 143 0 12쪽
20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1) 17.04.27 156 0 12쪽
19 4. 카자르겍크 탐사(5) 17.04.26 169 0 12쪽
18 4. 카자르겍크 탐사(4) 17.04.25 149 1 13쪽
17 4. 카자르겍크 탐사(3) 17.04.25 149 0 11쪽
16 4. 카자르겍크 탐사(2) 17.04.23 182 0 12쪽
15 4. 카자르겍크 탐사(1) 17.04.22 183 1 10쪽
14 3. 대전사 결투(3) 17.04.20 224 0 11쪽
13 3. 대전사 결투(2) 17.04.20 207 0 12쪽
12 3. 대전사 결투(1) 17.04.07 227 3 12쪽
11 2. 카자르겍크(4) 17.04.06 239 3 10쪽
10 2. 카자르겍크(3) 17.04.01 321 3 13쪽
9 2. 카자르겍크(2) 16.02.26 343 4 10쪽
8 2. 카자르겍크(1) 16.02.23 399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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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 모험가(5) +1 16.02.14 482 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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