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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관 님의 서재입니다.

미궁 도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기록관
작품등록일 :
2016.01.19 16:18
최근연재일 :
2017.06.01 17:38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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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65
추천수 :
76
글자수 :
172,306

작성
17.04.2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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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 대전사 결투(3)

DUMMY

"4"


상체를 일으켜 세운 한슨씨의 손이 바닥을 짚고.


"3"


한슨씨가 쭈구려 앉은 자세가 된다.


"2"


"...차라리 그냥 일어나지 말아줘.."


조세핀씨가 젖은 눈을 질끈 감으며 쉰 소리로 말한다.


"1"


"대전사 한슨! 일어 섰습니다!"


결투장 내에 울리는 카프베릭카의 목소리. 조세핀씨는 귀를 막아버린다.


"대전사 한슨. 결투 속행 합니까?"


한슨씨의 의사를 묻는 카프베릭카.


하지만 상반신이 피떡이 된 한슨씨의 상태는 누가 봐도 경기 속행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한 대만 맞아도 쓰러질 듯한 모습. 서 있는게 고작일 것이다. 그 모습을 검은 바위는 쳐다도 보지 않는다.


그런 한슨씨는 손을 들어 결투 속행을 요구한다.


"...."


"대전사가 결투 속행을 요구했습니다. 그럼 선수들은 다시 제 위치로 가주십시오."


카프베릭카는 안쓰럽다는 듯이, 잠시 텀을 두고 결투를 진행했다.


양 전사가 다시 자리로 돌아가고,


"그럼 결투 속행 해주십시오!"


결투가 다시 진행된다.


피떡이 되어있는 한슨씨를 향해, 검은 바위가 느긋한 발걸음으로 서서히 걸어간다. 검은 바위의 양 주먹에 맺힌 한슨씨의 피가, 뚝뚝 떨어지면서 걸어가는 자취를 만든다.


한슨씨는 혈인이 된 상태로 자세도 잡기 힘든지, 양 팔을 늘어뜨린 채로 걸어오는 검은 바위를 마주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건 내가 보기엔 마치 사형 선고를 기다리는 죄수와같은 모습이었다.


둘의 거리가 서서히 좁혀져서, 사람 두명이 누울정도로 좁혀졌을 때였다.


검은 바위가 다시금 관중들을 향해 퍼포먼스를 하기 시작했다. 양 팔을 들어올리고, 마지막 한방으로 끝내겠다는 듯한 행동. 그리고 관중들의 함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손짓.


"저런 더러운..!"


험상궂은 사내가 험상궂은 얼굴을 더욱 구기며 한마디 한다.


루셀씨도 이를 꽉 깨물고, 란셀씨도 눈으로 날카롭게 쏘아본다. 기세만으로는 당장이라도 목을 쳐내버릴 기세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퍼포먼스가 끝나고 여전히 양 팔을 늘어뜨린 채 서 있는 혈인을 향해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는 검은 바위.


한슨씨는 그저 처형자를 기다리는 처지 일 뿐.. 그 커다랗던 덩치가, 지금은 너무나도 가냘퍼보인다.


이제,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


검은 바위가 한슨씨의 모습을 보며 한번 비웃고는, 끝을 낼 한방을 위해 자세를 잡는다.


조세핀씨는 보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 나머지 일행은 경기의 끝을 맞이 할 준비를 한다.


영원할 것 같았던 시간이 지나고, 쏘아진 주먹은 번개와도 같이 내질러졌다.


그리고 관중석에서 터져나오는 고블린들의 함성.


그렇게 대전사 결투는 끝이 났다.


결투의 끝을 인지했을 때, 내 뇌는 정확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함성. 그러나 아까 전까지의 함성과는 다르다.


한슨씨가 어느 새, 검은 바위의 등에 매달려 있었다.


검은 바위의 등에 매달린 채, 우완으로 목을 조르고 좌완으로는 우완을 거들고 있었다.


계속 조르기에, 검은 바위가 대항하려고 주먹으로 한슨씨를 때려보기도 하고, 발로 뒤를 차보기도 하지만, 등 뒤에 매달려서 있는 한슨씨는 목을 조르는 채로 이쪽 저쪽으로 움직이며 충격을 줄이고 자세를 유지한다.


버티기 힘들어졌는지, 검은 바위는 움직이지 못하는 부위인 팔과 머리쪽으로 공격을 향하지만 이 조차도 별 효과가 없다.


일행은 말하는 것마저 잊은 채, 이 결투의 상황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윽고 검은 바위의 움직임이 서서히 둔해지더니 팔이 늘어지고, 결국 다리의 힘이 풀려서 무릎을 꿇는다.


조용해 지는 결투장.


옆의 험상궂은 사내의 침넘어가는 소리까지 들린다.


"...와"


"와아아아아아아아-!!!!"


이윽고 관중석에서 터져나오는 함성.


"예쓰-! 예쓰! 예아-!!!"


"우아아아아아아!!!"


우리 일행들도 제각기 소리를 지른다. 조세핀씨와 나만 얼떨떨해 있을 뿐.


"뭐야, 어떻게 된거야.."


"이거.. 이긴거죠? 이건거 맞죠? 이야아아아아아!!!!! 한슨씨 굉장해욧!!!!"


뭔가, 배 밑에서 가슴 위로 솟아 오름을 느낀다. 이게.. 이게 바로 소름인가!


"조세핀씨! 한슨씨가 이겼다구요! 이겼어요!! 이겼다니까요? 꺄아아아-!!!!"


길드 누님이 조세핀씨의 손을 잡고 마구 휘두르며 말한다. 조세핀씨의 동공이 서서히 커지더니, 한줄기 눈물이 흐르고 이내 그 눈동자에에 비치는 사람을 향해 달려나갔다.










=================================



대전사 결투가 끝나고 이틀이 지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슨씨는 회복 마술로 인해서 몸의 상태는 전부 회복되었다.


그 노인이, 프리스트였다는 점에서 정말 놀라웠다. 보기엔 분명 네크로맨서인데 어째서 프리스트인가...


결투가 끝나고, 노인은 서둘러(내가 보기엔 꽃놀이 구경이라도 놀러온 줄 알았다. 우리 일행이 결전장 위로 올라오고 한참 뒤에야 도착했다.) 결전장 위로 올라오더니, 빨간색 액체가 든 유리병을 품 속에서 주섬주섬 꺼낸 뒤에 몇마디 중얼거리더니 손 끝에 붉은 빛이 돌다가 한슨씨를 에워싸고 잠시 뒤에 사라졌다. 그리고 그 빨간색 액체가 든 유리병은, 이내 투명한 액체가 되었다. 나중에 루셀씨에게 물어보니 병 속의 내용물은 트롤의 피라고 한다. 회복마술의 소재로 쓰인다고.. 값을 들은 나는 기절할 뻔 했지만, 생명이 담보라면.. 이라고 생각하니 어느정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슨씨는 완치 되었고, 조세핀씨에게 불꽃 싸다귀를 맞게 되었다.


"날.. 날 울리지 않겠다면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그리고 이어지는 찐-한 키스. ...크흠. 이부분은 생략하도록 하자.


아무튼, 그렇게 대전사 결투에서 승리한 다음 날, 우리는 카자르겍크를 알현하러 갔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동굴을 비워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보자..음.. 일주일 드리면 될 것 같네요."


길드 누님의 용서없는 한마디. 분명 얼굴은 웃고있지만, 말에는 날이 서있다 못해 베게 생겼다.


카자르겍크는 울면서 자비를 구해보지만.. 길드 누님은 쌤통이라는 듯이 그대로 알현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곤, 숙소로 돌아와서 승리를 축하하며 진득하게 마시고.


눈을 뜨니 오늘.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이야... 그래도 떠나려니 좀 섭섭하네요."


몇 일 뿐이었지만, 그래도 정든 숙소.


"뭐.. 그래도 이번 의뢰는 성공적이었으니까. 발걸음은 가볍겠구만."


이번 의뢰에 대해 품평하는 란셀씨.


"자자, 그럼 출발들 하시자구요. 전 어서 가서 일의 뒷정리를 해야하니깐.."


길드 누님이 일정을 위해 출발을 재촉한다.


"당신, 잊은 물건은 없이 다 챙겼어?"


"...다 챙겼네."


한슨씨를 챙기는 조세핀씨. 그 둘은 한차례 폭풍우가 지난 후라 그런지, 더욱 굳건해보인다.


"아무튼, 이제 출발하도록 하세."


그 말을 끝으로, 우린 고블린들의 도시 카자르겍크를 떠났다.







"잠깜만뇨!"


카자르겍크를 떠난 줄 알았다.


카자르겍크 동굴을 나왔다고 생각했을 때, 입구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이제 나오션내. 잠깐 할 얘기가 잇는데 시간좀 내주시 게습니까?"


아직 익숙하지 않은지 어눌한 공용어. 그 고블린이었다.


"..무슨 일인가? 작별 인사라도 하러 기다린 것 같진 않네만."


온갖 장비와, 배낭을 메고있는 고블린의 모습을 한번 훑어보고, 대표로 한슨씨가 대응한다.


"음..그러니가... 저기.. 저도 데려가주면.. 안될갑쇼?"


우물쭈물 거리며 말하는 고블린.


"하?"


이건, 란셀씨.


"저기.. 그러니까.. 저도 잉간들의 도시애 가고 싶슴이다."


고블린은 쭈뼛거리며 말을 이어간다.


"아부지께서 말슴 하시길.. 여기 잇어봤짜 곧 주께 될거라며.. 지가 생각캐도 그럴거 갓지만요... 아무래도 책임이라는게 잇스니.."


"그러니까, 잉간들을 따라가라능게 아버지의 말슴임미다. 아. 저는 카프베릭카의 아들, 곱창 임니다."


"..곱창?"


...이녀석 지금 지 이름을 곱창이라고 했어.


"아뇨. 아니..그러니가... 곱...고블....곱창이요."


...그렇게 말하고는 자기 입을 손으로 몇번 때리더니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곱..고..고블창. 고블창이요."


"..."


아무튼. 이 곱창인지 고블창인지 하는 녀석은, 자기를 인간들의 도시에서 살게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게 말처럼 쉽나. 몇일 전까지 피터지게 싸우던 관계에서 갑자기 같은 도시에서 살게 된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지. 당연히 여기선 거절이다.


"받아 들이도록 하겠네."


"에?"


뭐여. 지금 한슨씨가 뭐라고 한겨.


"몇 일 봐왔던 걸로는, 나쁜 품성을 가진거 같진 않고 괜찮을것 같네만. 조정관의 의견은 어떤가?"


몇번 수염을 만지작거리던 한슨씨는 길드 누님의 의견을 물었다.


"아. 한슨씨가 보증한다면야, 저는 이견이 없습니다. 저도 찬성하도록 하지요."


"캄사...감샤 합니다!"


곱창.. 아니 고블창은 투구를 벗고 몇 번이나 허리를 숙였다.


...이로써 돌아가는 인원은 한명 더 늘게되었다.








고블창.


고블린이다.


돌아가는 동안,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대략적인 자기소개는 이랬다.


"제2 왕시 기사단, 단장 고블창 임니다."


..제2 왕실 기사단 단장이란다. 난 이 대목에서 깜짝 놀랐는데, 고블창이 말하길 생긴지 얼마 안된 나라인데다가 워낙 죽어나가는 고블린이 많기 때문에 허울 뿐이라고.. 아마 나보다도 약할거라고 했다. 사실, 이 대목에서 난 좀 기세등등 해졌다.


카프베릭카는.. 아마도 곧 처형당할 것이다.. 라는 의견인 것 같다. 협상의 실패와 대전사 결투의 패배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하고 그 책임을 질 적합한 위치(나는 왜 왕이 책임지지 않고 대신이 대신 책임을 져야하는지.. 대신이라서 대신 책임지는건가? 이거 말 되네?)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카프베릭카 혼자서 책임을 지는게 아니라 일가족이 전부 책임을 지게 되기때문에, 고블창만이라도 인간들의 도시로 내보낸 것이다.(사실 고블창에게는 여러 형제가 있었는데, 그 중 고블창만을 내보냈다고 한 점을 보아, 카프베릭카가 그를 얼마나 아꼈는 지 알 수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일행들의 말을 맡겨놓은 작은 마을에 도착했고, 마을에는 이제 그린 제너럴 마운틴의 고블린 무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해주며 잠시 요깃거리를 때운 후에 떠나왔다.


한결 가벼워진 짐가방은 말리란에 도착하면 받을 의뢰 완수금 때문에 마치 솜털과 같이 가벼웠고, 늘어난 일행 때문인지 떠나올 때보다 시간은 더욱 쏜살같이 지나갔다.


우리 일행은 그렇게 다시 말리란에 도착했고, 내 첫번째 정식 의뢰는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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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4. 카자르겍크 탐사(4) 17.04.25 148 1 13쪽
17 4. 카자르겍크 탐사(3) 17.04.25 149 0 11쪽
16 4. 카자르겍크 탐사(2) 17.04.23 179 0 12쪽
15 4. 카자르겍크 탐사(1) 17.04.22 182 1 10쪽
» 3. 대전사 결투(3) 17.04.20 223 0 11쪽
13 3. 대전사 결투(2) 17.04.20 206 0 12쪽
12 3. 대전사 결투(1) 17.04.07 227 3 12쪽
11 2. 카자르겍크(4) 17.04.06 238 3 10쪽
10 2. 카자르겍크(3) 17.04.01 320 3 13쪽
9 2. 카자르겍크(2) 16.02.26 343 4 10쪽
8 2. 카자르겍크(1) 16.02.23 399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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