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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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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관
작품등록일 :
2016.01.19 16:18
최근연재일 :
2017.06.01 17:38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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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8
추천수 :
76
글자수 :
172,306

작성
17.04.0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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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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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2. 카자르겍크(4)

DUMMY

날이 밝았다... 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오늘이 카자르겍크에서의 5일째.


엊그제부터 계속 숙소 안에서만 있으려니 좀이 쑤신다.


엊그제 길드로부터 회신이 도착하였다.


-조정관을 보낼테니, 기다리라.- 고..


그리고 오늘이 조정관이 도착하기로 예정된 날. 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해가 뜨고 지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 감각이 이상해져버렸다.


규칙적인 생활이라고 생각하면서 배가 고프면 밥먹고 졸리면 자는 일의 반복인데,


이게 정말 규칙적인 생활이야? 라는 의문이 든다.


해가 뜬건지 진건지 알 수가 있나.. 원..


"음. 그러니까 오늘 조정관께서 오시면, 왕을 알현하고, 협상을 시작할 걸세."


한슨씨가 엄격, 진지, 근엄한 얼굴로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며 말씀하시지만,


"후아아아암.."


란셀씨의 하품을 잠재우진 못했다.


"정말.. 길드의 일처리는 느려터졌단 말이지.. 몸에 녹이 슬겠어 아주."


란셀씨의 불평.


다들 늘어질대로 늘어져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때 숙소 문이 열리고, 고블린이 들어온다.


"잉간. 곧. 도차. 하다."






30분정도가 흘렀을까.


조정관 일행이 조잡한 숙소 문을 열고 도착했다.


험상궂게 생긴 남자와 예쁘장한 여자 그리고 머리빠진 수염 노인.


"안녕하세요?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고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웨이브진 갈색 머리. 간편한 여장. 좋은 인상을 가진 여성이었다. 어디서 본거같은데..


"아,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제인씨."


리더인 한슨씨가 반갑게 맞이하며 일행과 악수한다.


"제인씨가 오실 줄은 생각도 못했군요."


루셀씨가 의외라는 듯이 말한다.


"하하.. 길드는 항상 인력난이니까요.."


제인씨는 겸연쩍은 듯이 어색한 미소를 보일 뿐.. 아.


아아앗..!!


"길드의 접수누님!!!"


생각만 한다는 게 입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꽂힌다.


"그게 왜?"


무슨일 있냐는 듯, 조세핀씨가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아..아니에요. 어디서 많이 봤다고 생각해서.."


검지손가락으로 볼을 긁적이며 말하는 나.


별 것도 아닌걸로 호들갑이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다들 흘깃 쳐다보고 다시 대화를 이어나갔다.


"여기까지 오느라 지쳤으니 잠깐 쉬도록 할까요?"


"이쪽에 앉으시죠."


제인씨를 우리 옆 테이블로 능숙하게 리드하는 한슨씨.


"콘, 여기 마실 것좀 가져오게나."


"네? 마실거요?"


한슨씨의 요구에 반문 해본다. 마실거라니. 제정신인가.


그러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그들끼리의 잡담에 이미 이쪽은 안중에 없다.


일단 요구는 하셨으니, 서둘러 준비는 하고 있으면서도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마실 것-을 나무컵에 담아낸다.


-마실 것-의 풍부한 향이 코를 자극한다. 어우... 벌써부터 토할거같네.


다시 되뇌어보면서 생각해보지만 이건 아니다.


하지만 고작 짐꾼인 나에겐, 을의 입장이라는게 있어서... 까라면 까야지 뭐..


양손 가득 잔을 들어서 (쟁반으로 쓸 것을 찾아봤지만 그 대용으로 쓸 것조차 구비되어있지 않았다.) 일행과 조정관 일행의 테이블에 잔을 내려 놓았다. 잔을 하나 둘 씩 내려놓을 때마다 잔을 받는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굳어간다.


"...이게 뭔가?"


잔을 받아든 한슨씨의 굳은 표정.


"...맥주 입니다만?"


한슨씨의 얼굴을 바라보며 맞받아 친다.


"....."


한슨씨는 잠시간 멍한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맥주를 들이키기 시작했고 다 마신 뒤 잔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하..하하 오시느라 고생 하셨을 텐데, 맥주 한 잔 하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한슨씨의 어색한 모습. 드디어 깨달으신 모양이군.


따지자면 이렇다.


여기에 마실건 맥주와 위스키 밖에 없는 것이다.


난 그나마 나은 맥주를 골라서 가져온 거고.


한슨씨는 자기의 잘못을 무마 하시려고 임기응변으로 되려 맥주를 조정관 일행에게 권하기까지 한 것이다.


"오.. 안그래도 맥주가 생각나던 참이었는데.. 역시 한슨씨라니까."


험상궂게 생긴 사내는 마침 잘됐다는 듯이 잔을 입으로 가져다 대려고 했지만 그의 행동은 곧 저지되었다.


"잠깐만요. 정말 마시려는거에요? 중요한 회담을 앞두고?"


제인씨의 미간에 생긴 주름에, 사내는 아쉽다는 듯이 혀를 한번 햝고 잔을 느리게 내려놓았다.


"하핫.. 그렇지요. 습관적으로 그만 마셔버릴 뻔 했군요."


사내의 눈은 아직도 술잔에서 떨어지질 못했다.


그 와중에 노인은 조용하다 싶었는데, 앉아서 지팡이에 몸을 기대고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렇게 앉아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숙소에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정중한 요청. 연로한 목소리에선 세월이 느껴진다.


"아, 네. 들어오십시요."


한슨씨가 곧바로 가서 문을 열자, 거기에는 우리를 맞이하던 늙은 고블린 카프베릭카가 지팡이를 쥐고 서 있었다.


"늦어서 죄송하군요. 미리 마중을 나왔어야했는데 실례했습니다."


카프베릭카씨는 들어와서 일행을 향해 고개를 한번 숙이고는 말을 이었다.


"저희들의 왕이신 카자르겍크님께서 협상을 위해 여러분을 소환하셨습니다. 곧 알현하러 갈지어니, 준비해 주시지요."


카프베릭카씨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머리를 한번 더 숙이더니 숙소를 나갔다.







알현실.


가운데에는 붉은색 벨벳이 가지런히 깔려져있고, 그 천의 양 사이드에는 기사들이 일렬로 서있으며, 그 길의 끝에는 근엄한 왕이...


"......"


도착한 알현실은 상상을 초월했다.


물론, 내가 상상하던 알현실은 고위 기사들과 현명한 대신들, 대리석 스테츄, 화려한 장식물, 아름다운 시녀들과 그런 시녀들의 미모도 시들게 만드는 경국지색의 공주. 그리고 그 옆에 앉아있는 근엄한 왕이 조화를 이루는.. 이야기의 한 장면과도 같은 것이긴 했지만 이건 정말 환상을 박살 내버리는 문화 충격이었다.


온갖 고블린의 조잡한 조각상과 그냥 빛나는 돌맹이 몇 개를 달아놓은 장식물들과 양옆에 나열해있는 고블린 기사들... 엉성하기 짝이 없다. 뭔가 꾸미려고 노력한 흔적은 이곳 저곳에서 보이긴한다만.. 왕의 알현실에 대한 기대감을 초박살을 내버렸다. 그리고 거기에 쐐기를 박아버린건, 알현실 중앙에 앉아 있는 땅딸만하고 어린 돼지 고블린이다.


"..혹시 왕이세요?"


-빡!-


수박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내 머리에 둔통을 느낀다.


"아으..씨.."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요."


한슨씨가 재빠르게 상황을 모면하려고 손을 썼으리라.


"큼. 하찮은 것들! 예의도 모르는 놈들이로구나! 미물따위에 화를 내는 것도 왕의 품격에 어긋나니, 짐이 용서하겠다."


고블린 왕(?)이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과는 다르게 얼굴색은 울그락불그락 변하고 있지만, 용서해준다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크흠! 그래, 미물들이여. 짐의 나라에 용무가 있다고 하였는가?"


고블린 왕(?) 카자르겍크는 근엄한 소리를 내려고 노력 중인 듯이 보였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근엄한 소리와는 백만년은 떨어져있는 듯한 목소리.


"그렇습니다. 왕이시여. 왕께서는 지금 왕의 국토가 인간들의 영역 안에 있음을 인지하고 계신지요?"


어려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길드누님.


역시 배우신 분이야!


"하-? 미물이여. 그게 무슨 소린가. 짐이 있는 곳이 곧 짐의 영토고, 짐의 나라일진데, 어찌하여 그런 망발을 내뱉는가!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고블린 왕의 얼굴은 너무 빨갛게 달아올라서 조금만 더 있으면 터질 예정이다.


왕의 옆에 있던 카프베릭카는 왕의 반응에 안절부절 못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왕이시여, 조금은 자중하시.."


"자-주웅? 지금 그게 왕의 대신으로서 할 발언인가! 저 미천한 생물들이 지금 왕권을 우롱하려드는데도!"


카자르겍크는 더욱 분개하여 큰 소리쳤다.


내가 오크를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고블린이라는걸 모르고 들었다면 돼지 멱이라도 따는 줄 알았으리라.


"고블린의 왕이시여. 왕의 국토는 지금 인간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인간의 영토에서 떠나주시길 바라는 바입니다."


"닥쳐라!! 듣자듣자 하니 눈에 뵈이는게 없는 모양이로구나!!"


길드 누님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곤두선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안하무인의 태도로 나오는 고블린 왕에게 질려버린 모양이다.


"짐이 지금 당장 네놈들의 목을...!"


"와와와...왕이시여!! 이..이렇게 하는건 어떻겠습니까!"


카프베릭카가 당황한 듯이 지팡이를 들고 파닥파닥 거리며 왕의 말을 끊는 지경에 이르렀다.


"좋다. 말해보거라. 짐은 관대하노라!"


아직 분기가 가시지 않은 듯,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예로부터, 분쟁이 있을 시에 하는 방법으..."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만! 좋아. 좋아! 그걸로 함세! 그럼.. 우흐흐..."


카프베릭카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칼같이 잘라내고선, 갑자기 들뜬 듯이 기분나쁜 웃음소리를 내는 카자르겍크.


상황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그걸 할 모양이다.


솔직히 나도 좀 들뜨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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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4. 카자르겍크 탐사(3) 17.04.25 14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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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3. 대전사 결투(2) 17.04.20 206 0 12쪽
12 3. 대전사 결투(1) 17.04.07 227 3 12쪽
» 2. 카자르겍크(4) 17.04.06 239 3 10쪽
10 2. 카자르겍크(3) 17.04.01 320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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