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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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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관
작품등록일 :
2016.01.1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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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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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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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카자르겍크 탐사(2)

DUMMY

도심지를 지나, 내게는 익숙한 허름한 건물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달려나간다. 점점 숨이 가빠오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 한시라도, 1분 1초라도 더 빨리..


"헉...헉..."


다리가 풀릴것 같지만, 나 자신 스스로에게 더욱 박차를 가한다. 이 터질듯한 마음. 성취감과 자랑스러움과 큰 돈을 벌었다는 만족감이 하나되어 내 안을 풍선처럼 부풀려 놓았다.


"..어어, 콘. 어딜.."



"베이커씨! 안녕하세요!"


뛰어가던 도중, 상자를 운반하고 있는 베이커씨를 뵜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용무가 있다.


그렇게 몇번을 더 넘어질듯이 달려서 도착한 곳.


"..헉...헉...."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분명 숨은 쉬고 있는데, 달아오른 몸은 쉬이 진정하려들지 않는다. 다 떨어져가는 문 앞에 서서 숨을 몰아 쉬고 있을 때, 목소리가 들린다.


"...오빠?"


옥구슬이 굴러가는 소리가 이럴까. 천상의 곡조가 들리는 듯한 소리.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가족.


"헉..컥....데..데이...오파가..."


"일단 진정해! 일단 말 하지 말구!"


손 안에 있던 빨래감들로 보아, 빨래를 널고 있던 모양이다.


진정하기 위해 숨을 고르던게 몇 번.


"후우..."


"이제 좀 진정했어?"


여기저기 기워 입은 옷과 신발. 햇볕에 적당히 타서 건강한 갈색 피부. 풍성한 금발. 신록의 녹음 처럼 에메랄드 빛으로 반짝이는 눈동자. 데이지.


"데..데이지! 오빠가 말야! 오빠가!!"


"진정해."


"아니 그러니까 오빠가!!"


"오빠가!!!"


말을 하고 싶은데,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쥐어보는 큰 돈. 불과 얼마 전까지, 밥 한끼 먹을 걱정을 했었는데.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이런 큰 돈이 들어왔다. 과분할 정도의 금액.


"오빠가... 돈을 벌었어."


모험가 일로 돈을 벌었다는 성취감과 복받쳐 오르는 설움. 그리고 더이상 가족이 굶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섞여 터져오른 감정이 눈물이 되어 뺨을 타고 흐른다.


"아니, 오늘 돈 받으러 갔다온다더니.. 괜찮아?"


"오빠가 말야..돈을...벌었어.."


흘러넘치는 눈물과 콧물이 멈추질 않는다.


그런 나를 데이지는 조용히 달래주었다.












구멍난 나무 사이가 어설프게 메꿔진 작은 집. 곳곳에 세심한 솜씨로 수선된 물건들로 생활력에 엿보인다.


"에...에에?!"


내 말을 듣고, 그리고 금이간 탁자에 올려진 돈을 보고 놀라는 데이지.


아마 데이지는 많아야 은화 10개정도를 생각했던 모양이지만, 막상 탁자 위에 올라가 있는 돈을 보니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자기의 볼을 꼬집고 있었다.


"오빠가 말이야, 이만큼 벌었다구! 이제 이 돈으로 집도 좀 고치고, 너랑 닐의 옷도 좀 사고. 아, 먹고싶은건 없어? 말만 해! 이 오빠가 뭐든지 사줄테니까!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데이지가 마술사 양성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안 간다니까!!"


데이지가 소리를 질렀다. 좀 처럼 화내는 일이 없는 아이인데..


"..아..아하하..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오빠가 돈은 많이 벌테니까, 부담갖지 말고 생각만 한번 해보라구.."


볼품 없는 나와는 달리, 데이지는 마술에 소질이 있었다. 어렸을 때, 프릭씨가 장난 삼아서 사과정도 크기의 마나 측정구를 가지고 동네 사람들과 측정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나와 닐에는 큰 반응이 없었지만, 데이지가 만지자 황금빛 모래를 뿌려놓은 것처럼 금색으로 반짝 반짝 빛이 났다. 놀란 데이지는 화들짝 손을 떼어버렸고, 아버지께선 그 때부터 무리해서 일감을 찾으러 다니시게 되었다. 마술사 양성 학교의 입학금은 금화 10닢. 서민은 한평생 만져보기 힘든 돈이다. 하지만, 마술학교에 입학하여 마술사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신분 상승의 꿈을 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나의 목적은, 데이지라도 마술사 양성 학교에 보내어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게 해주고 싶은 것. 데이지는 이 것을 알기 때문에 질색을 하는 것이다.


"아. 그런데 닐은? 어디간거야?"


남동생인 닐이 안보이네..


"닐이라면 친구를 만나러 나간것 같은데.."


"뭐?.. 형은 이렇게 일을 하러 다니는데, 자기는 친구를 만나러 가?"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가 닐의 나이였을 땐,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동네의 모든 허드렛 일을 다 하고 다녔다.


나와 데이지가 밖에서 일을 하게 되니 닐은 자연스레 집에 혼자 남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


이렇게 된 것도 내가 동생을 잘 교육시키지 못한 탓이리라.


"누굴 만나러 갔대? 내 이녀석을 당장.."


"그러지 마, 오빠. 오늘은 기쁜 날이잖아?.. 아, 내가 닐은 불러올 테니까. 그 돈으로 같이 맛있는 거라도 먹자."


데이지는 내 눈치를 슬슬 살피더니 곧장 밖으로 나갔다.


닐 녀석.. 돌아오면 한 소리 해줘야겠구만..


그나저나.. 돈이 생기고, 이렇게 집을 한번 둘러보니 고쳐야 할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네.


창문은 고장나서 제대로 닫히질 않고, 탁자는 금이 간데다가, 의자는 뒤틀렸는지 흔들흔들 거린다.


금화 1닢, 은화 20 닢... 테이블 위의 돈에 자연스레 시선이 간다.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동전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난다.


그래. 오늘은 기쁜 날이니까..


닐 녀석을 혼낼 생각은 이제 온데 간데 없고,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을지 고르고 있었다.













참나무 원목에 붉은 칠이 되어있는 문이 열리고, 조금은 허름한 평상복을 입고 있는 젋은 남자가 문 밖으로 나온다. 표정을 보니 결과가 썩 탐탁치 않은 모양이다. 그리곤 길드의 출입구 쪽으로 내려갔다.



"다음 들어오세요."


방 안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사무적인 목소리.


"녜...녭!!"


긴장한 목소리. 조금은 어눌한 말투. 그리고 사람 무릎정도나 겨우 넘길까 싶은 키.


그런 난쟁이는 문 앞에서 점프해서 겨우 문을 열고 들어간다.


들어간 곳의 안에 이어지는 또 다른 문.


2중 문 구조로 경비와 방음 효과를 극대화 시킨 것이리라.


"..인간은 문을 참 좋아하능가 보그만."


난쟁이는 잠시 혼잣말을 하고 또다시 짧게 점프하여 문을 따고 들어갔다.


방 안에 들어가자, 그 방의 안쪽에는 사무용 책상 하나와 그 곳에 턱을 괴고있는 안경을 쓰고 있는 중년의 여성 면접관 그리고 면접관의 맞은 편에 맞 바라볼 수 있게 위치한 의자가 하나. 그리고 그런 그들을 양 옆에 금방이라도 피를 튀기며 싸울 듯한 남자 넷이 전투 태세를 갖추고 조용히 서 있었다.


"착석해 주시죠."


사무적인 어조로 단순 명료하게 요구하는 면접관. 그녀에게는 면접인이 난쟁이라는 것도 별스럽지 않은듯 그저 묵묵히 일을 해 나간다.


"녭."


난쟁이는 뛰어올라 의자에 앉는다.


"...."


"...."


의자에 앉아보지만(면접관도 그가 의자에 앉았다는 것을 알지만.) 테이블에 가려서, 그의 녹색 두피만이 눈에 들어온다.


"...테이블 위로 올라오시지요."


"녜...녜헵!!"


다시한번 짧게 점프하여 테이블 위에 착지하자, 테이블 위에 놓여진 수정 구슬이 부드럽게 출렁인다.


난쟁이가 테이블 위에 예의바르게 착석한 것을 확인 한 뒤에, 면접관은 한손으로는 안경을 치켜올리곤, 다른 한손으로는 종이다발을 이리저리 넘겨본다.


"어디보자... 그러니까.. 곱창...아니, 고블창 님이시라구요?"


"넵. 맞슴미다."


"지금 하려는게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넵. 조그믄 알고 있슴미다."


"그럼 다시 한번 설명해 드릴게요."


넘겨보던 종이 뭉치를 옆켠에 가지런히 밀어두고는 고블창을 마주본다.


"지금부터 하실 것은 길드에 가입하기 위해서 자격 요건을 알아보는 것 입니다. 이 방은 그 중 한가지구요. 이 방에서 하시게 될 것은 단순한 질문과 답변입니다. 다만, 답변 하실때에는 이 수정구슬 위에 손을 얹고 답하셔야 하구요. 당신께서 질문에 대답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수정구슬은 이상이 없을 겁니다. 만약 당신이 거짓을 말하게 된다면, 이 수정구슬이 붉게 빛날 거에요."


수정구슬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말을 이어간다.


"거짓말을 하지 마시라는건 아닙니다. 거짓말도 하나의 능력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몇몇 중대한 질문들에 대해 거짓말을 하신다면.. 그 뒤는 옆의 네 분의 날붙이들이 친절하게 답해드릴겁니다."


협박아닌 협박.


이종족이 다른 종족에 귀화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 한가지가 그 종족의 모험가 길드에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 섞여있을 스파이나, 테러범 등을 가려내기 위한 시스템은 필수적인 요소였고 이것이 그 안전장치이다.


"알겠슴미다. 그럼 이제 시자카는건가요?"


고블창은 이 대화가 지루한지 아니면 수정구슬이 신기한지 수정구슬 속에 부유하는 반짝이는 가루에 시선을 빼앗겨 있는 상태.


그런 고블창을 면접관은 잠깐 미소지어보고는 말을 이었다. 아마도 집에 있을 아이들이 생각났으리라.


"좋습니다. 그럼 시작하도록 하죠. 수정구슬에 손을 올려주시겠어요?"


수정구슬에 닿을 듯, 말 듯 손을 천천히 내밀다가 손가락 끝에 살짝 닿았다가 바로 떼기도 하고. 그러기를 몇 번. 이내 무해한 것을 이해 했는지, 손바닥을 살포시 수정구슬 위에 내려놓는다.


고블창이 수정구슬 위에 손을 얹은 것을 확인하고, 면접관은 서류뭉치 몇 장을 하얗고 긴 손가락으로 넘긴다.


"첫번째 질문입니다. 당신은 고블창 본인이 맞습니까?"


"녜."


"두번째 질문입니다. 당신은 고블린이 맞습니까?"


"녜."


고블창은 여전히 수정구슬이 신기한지, 손바닥의 감촉을 음미하듯 손을 움찔움찔 움직여 보기도 하고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수정구슬을 관찰한다.


"세번째 질문입니다. 당신의 연세는 어떻게 됩니까?"


"..녜?"


구정구슬을 바라보던 것을 멈추고 면접관을 쳐다본다.


"연세가 어떻게 되십니까?"


"...?"


"련...세..? 련세가 뭐에요?"


순진무구한 답변을 들려주는 고블창. 수정구슬의 빛나는 가루들은 여유로이 부유하고 있다.


"나이요. 나이."


"아, 아! 4년 쯤 되지 않았을까 싶슴미다."


"4살.."


대답을 다시한번 되짚고 서류에 조용히 휘갈겨나간다.


"네번째 질문입니다. 당신이 귀화하려는 목적은 무엇입니까?"


"어..음..그게.. 살기 위해서?"


고개를 몇번 까딱까딱 하다가 결론을 내린다.


"다섯번째 질문입니다. 당신은 도시 말리란을 포함해, 인간에게 해를 끼칠 이유로 길드에 가입하려는 의도가 있습니까?"


"아니영."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당신의 주특기는 무엇인가요?"


"조금 싸울 줄 암미다!"


그 대답을 듣고는 면접관은 서류에 마저 써내려나간다.


서류를 마저 작성한 면접관은 흡족한 미소를 지은 뒤, 서류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쌓인 서류 더미 위에 얹어놓는다.


"좋습니다. 면접은 이것으로 끝났습니다. 다음으로는 무투의 수준을 측정해봐야겠네요. 방을 나가서 출입구 반대쪽 복도로 나가셔서 첫번째 방입니다. 이제 나가셔도 됩니다."


말이 끝나고, 면접관은 고블창에게 한번 미소지어 준다. 그런 면접관을 고블창은 한번 허리숙여 인사하고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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