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기록관 님의 서재입니다.

미궁 도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기록관
작품등록일 :
2016.01.19 16:18
최근연재일 :
2017.06.01 17:38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9,786
추천수 :
76
글자수 :
172,306

작성
17.05.21 15:09
조회
107
추천
0
글자
12쪽

7. 미궁 입문(1)

DUMMY

미궁의 문 안쪽에는 벽돌로 된 벽으로 된 넓직한 통로가 있었고 규칙적으로 횃불이 걸려서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조금 더 걸어가자, 통로는 곧 끝이났고 나는 그 통로가 사실은 성문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성문 옆에는 다시 경비들이 길드로 돌아가는 인원들을 확인하고 지나갈 수 있게끔 해 주었다.


"경비가 상당히 삼엄하네요?"


"당연하오. 미궁 안의 괴물이라던가, 현상수배범이 마음대로 길드와 미궁 사이를 지나다녔다간 큰일이 벌어질테니 말이오."


우리는 다시 마지막 관문에서 경비들에게 출입증을 확인시켜 준 뒤, 드디어 성문을 벗어날 수 있었다.


성문을 벗어나서 처음 본 미궁의 감상은..


"..여기 정말 미궁 맞아요?"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풍경.


녹음이 우거진 숲. 휘파람같이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숲. 벽 따윈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가까이 있는 벽인 성문 옆에는 여관과 마구간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건 하늘에 태양이 떠있다는 점. 나와 고블창은, 땅 밑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게 믿기지가 않아서 놀란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다들 처음 말리란의 미궁에 들어오게 된다면, 그런 말들을 하오. 처음 통과한 철문이 다른 장소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오. 그런다고 여기가 지상이냐고 묻는다면 역시 그것 또한 알 수 없소. 많은 이들이 이 곳이 어디인지 밝혀내려 했지만, 누구도 밝혀낼 수 없었소. 확실한 점은 여기가 철저히 마술적인 힘이 부과되어서 만들어진 곳이라는 것이오. 그러니 바깥과 같이 생각하면 오산이오."


릭의 설명을 들어도, 귀로는 듣겠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냥 말리란의 바깥 숲과 별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풍경. 숲 사이로 길이 나있고, 그 길로 모험가 몇 명이 등짐을 메고 오가고 있다. 지상과의 차이점을 눈꼽만치도 인지하지 못했다.


"여기가 1계층이오. 말리란의 미궁은 총 3계층으로 이루어져있소. 물론, 그 이상도 존재 할 수도 있지만 아직 밝혀낸 자는 없소. 일단 우리의 목표는 정착지에 도착하는 것으로 하는게 좋겠소."


멈춰선 발걸음을 옮겨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는 릭.


"정착지는 마을의 이름이오. 1계층의 중앙지점에 위치하고 있소. 이 길을 따라가면 3일정도면 도착할 것이오. 말을 탄다면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겠소만.. 그래서는 탐사라는 의미 자체가 없어져버리니 말이오."


고블창은 정신없이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면서 주변을 구경하고 있고, 나도 주변을 이곳 저곳을 살펴보았지만, 아무리 봐도 여기가 미궁이라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그렇게 별 탈없이 저녁까지 주변을 구경하면서 걸었고, 해가 떨어질 즈음, 자리를 잡고

주변에서 장작들을 구비해서 노숙 준비를 마쳤다.


"불침번을 순서 정해야 하오. 리더인 내가 중간을 맡겠소. 나머진 둘이 상의해서 정하시오."


릭은 스스로 가장 힘이드는 중간 순번을 자청하고는, 나머지는 우리에게 맡겼다. 고블창과 나는 서로 상의한 끝에, 내가 먼저 불침번을 서고, 마지막 순번으로는 고블창이 서는 것으로 정했다.


"주의 할 것이 있소. 절대로 말리란의 미궁 안에서 잠들 때는 불을 꺼뜨려서는 안되오. 절대요."


"왜지?"


"잠에 들어 무방비해진 정신을 미궁이 갉아먹게되오. 시간이 지나면, 미궁의 망자가 되버린다오. 쉽게 말해 미궁의 괴물이 되어버린다. 이 말이오."


릭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취침 중일 때 불을 꺼뜨려서는 안된다는 점만은 이해 할 수 있었다. 주의하도록 해야지...


그렇게 완전히 어둑어둑해지자, 릭과 고블창은 먼저 잠이 들었고 나는 홀로 깨어서 불침번을 서게 되었다. 그리고 비로고 미궁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는데..


'별빛이 하나도 없네.'


하늘이 온통 새까맣다. 달은 커녕 별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주변의 숲도 모닥불의 시야범위까지만 보이고 그 외는 전부 칠흑에 휩쌓여 있어서 전혀 분간할 수 없었다. 마치 불 꺼진 카자르겍크처럼.


분명, 이 모닥불 마저 꺼져버린다면, 심연과 같은 어둠속에 남겨지게 되라라는걸 직감할 수 있었다. 숲 속에서는 음산한 소리만이 들려오고, 모닥불을 제외한다면 아주 미약한 불빛 하나 없다는게 이토록 무서울줄은 몰랐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나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아서 릭을 깨우기로 했다.


"릭. 일어나요. 릭. 릭."


여러번 부르자, 릭은 눈을 비비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자신의 배낭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배낭에서 물건을 하나 꺼냈는데, 낡아보이지만 값비싸보이는 회중시계였다. 회중시계는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은 탓인지, 표면에 빛이 반사되어 광택이났고 릭은 회중시계를 열어보더니 볼멘소리를 냈다.


"...아직 두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소. 시간이 되면 깨우시오."


그렇게 말하고는 나에게 회중시계를 건네주었다.


4시간은 된 것 같은데 2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푸드득-


"힉-"


시계를 보던 중, 날개짓 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랐다.


여전히 모닥불 바깥은 전혀 보이지 않고, 칠흑에 휩쌓여있다. 그리고 숲속의 음산함도 여전하고.


그러던 중, 모닥불의 불빛이 꺼질세랴, 다시 부랴부랴 땔감을 넣어 불을 더 지폈고 그렇게 몇 개의 땔감을 더 넣자, 교대시간이 되어 릭을 깨우고는 시계를 넘겨 준 뒤에야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잠이 깬 것은, 아직 날이 밝지 않은 때 한줄기 비명소리와 함께였다.


"쿠악!"


"콘! 일어나시오!"


비명소리와 릭의 다급한 목소리에 순식간에 잠에서 깨어났다.


모닥불은 꺼져가고 있었고, 숲 속은 여전히 어둠에 걷히지 않은 채로 앞이 분간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숲 속에서는 연신 쇳소리가 울려퍼졌다.


귀를 기울이자 그것이 병장기 소리임을 알 수 있었고, 나는 곧 고블창이 자리에 없음을

알수 있었다.


"릭. 고블창은요?"


다급하게 고블창에 대해 묻자, 릭은 소리나는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마도, 지금 싸우고 있는게 고블창같소. 우리도 얼른 가세해야하오."


그러곤 릭은 배낭에 걸려있는 횃대에 불을 붙이고는, 소리나는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고, 곧이어 우리는 횃불의 불빛에 반사되어 붉게 빛나는 눈을 가진 고블창을 찾을 수 있었다.


찾아낸 고블창의 주위에는 4-5마리의 고블린들이 시체가 되어있었고, 고블창은 그런 고블린들의 피에 온몸이 젖어있었다.


"이녀석들 뭔가.. 이상해! 대화를 하려 하지 않았어!"


고블창이 유령이라도 만났다는 듯이 기괴한 표정으로 말했다. 분명 같은 고블린인데도, 고블린이 아닌 것 같은 느낌.


"어디 다친곳은 없소?"


주변을 둘러보더니 더이상의 위험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릭이 고블창의 안부를 확인했다.


"이런 녀석들 상대로 당연하지. 근데 이녀석들 이상하다니까?"


릭은 안도의 한숨을 내뿜고는 입을 열었다.


"이것들이 바로 미궁의 괴물이오. 대부분 지성은 빼앗기고, 본능만이 남은 녀석들이오. ..그런데, 왜 이런곳까지 들어온거요? 모닥불도 지키지 않고."


고블창은 뜨끔한지, 필사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니, 나는 모닥불을 지키려고 했는데 고블린을 만나서 말을 걸었는데 반가워서 나무가 없어가지고 모닥불이 꺼질거같아서, 남은 나무를 다 넣었더니! 불이 확! 하고 올라와서 좋아했는데, 또 다시 꺼지려고 하더니, 그래서 막 다시 나무를 넣으려는데!! 또 나무가 없어지는 바람에..! 고블린들이 덤볐어!"


두서없이 말하는 고블창 덕택에 내 정신도 없어진다.


"음. 그러니까, 정리를 하자면.. 모닥불이 꺼질 것 같아서 장작을 다 넣어서 지폈더니, 불이 커져서 안심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다시 모닥불이 꺼질 것 같아서 장작을 넣으려고 보니 장작이 없어서 장작을 줏으러 나왔는데 고블린들을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서 이야기를 걸어봤더니 그녀석들이 다짜고짜 덤벼왔다. 이 말이오?"


"저..정답!"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준게 기쁜지, 아니면 자신의 말을 정확히 이해한게 기쁜지 아무튼 기쁜 표정으로 릭에게 검지로 가리키며 외치는 고블창.


..그리고 그런 고블창의 머리위로 꿀밤이 박히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아약!"


릭은 스스로 한 행동이 믿기질 않는 다는 듯이, 자신의 주먹을 바라봤지만 이미 꿀밤은 내려쳤던 일. 릭이 안했다면 나라도 얄미워서 무의식적으로 꿀밤을 때렸으리라.


"흠흠. 아무튼. 모닥불 지키는 법부터 가르쳐줘야 겠소."


일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고, 고블린들의 사체에서 쓸만한 것을 찾아보았으나, 나에게는

그닥 쓸만한 물건은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고블창은 "이건..머스트 헤브 잇 아이템..!"이라며, 반짝이는 갑옷 조각을 주섬주섬 안주머니에 챙겨넣었다. 릭은 단도를 꺼내더니, 고블린의 가슴부터 복부까지를 솜씨좋게 반으로 가르더니, 고블린의 배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내장을 헤집더니 피투성이가 된 손에는 검게 빛나는 결정 하나가 들려있었다.


"이것이 마석이오. 이 고블린들을 움직이는 매개체라고 보면 되오. 심장과도 같지. 마나의 힘이 깃들어 있어서 농도와 크기에 따라 비싼 값을 받을 수도 있소. 이곳에선 화폐 대용으로도 쓰이오."


그렇게 마석 하나를 나에게 넘겨준 뒤에 릭은 다른 고블린들을 해부하기 시작했다.


피에 젖은 마석을 더 잘보기 위해 대충 닦아낸 후 보았는데, 검은 광택이 있으며 깔끔하게 세공된 보석같았다.


고블창의 안내로 총 여섯 구의 시체를 찾았고, 그 시체에서 마석을 꺼내는 릭의 작업이 끝난 후, 우리는 다시 모닥불로 돌아왔는데, 곧이어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내 배낭...!"


우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위태롭던 모닥불은 완전히 꺼져있었고, 내 자리에 두었던 배낭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



하루 밤 사이에 여러가지를 배웠다.


미궁의 괴물들은 대부분 지성이 없다는 것.


미궁의 괴물들은 심장 대신에 마석으로 움직인 다는 것.


불이 지켜주지 않는 곳에서 잠이 든다면, 미궁의 망자가 되어버린 다는 것.


그리고...


움직인다면 항상 배낭을 가지고 움직일 것.


......


사실상 마지막 것이 가장 속쓰리지만, 가장 큰 교훈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릭 왈.


"내가 가진 것도 빼앗기는 곳이 미궁이오. 이미 내 손을 떠나버린 것이라면, 말할 것도 없소."


내 탓으로 나흘 분 식량중에서 하루 분 식량과 도구 따위를 잃어버렸다.


릭은 처음에는 다 그럴 수 있다고 크게 신경쓰지 말라는 투지만, 나는 이미 한슨씨 파티에서 짐을 숨겨 놓는 이유에 대해서 들었던지라 그걸 생각하지 못한 자괴감에..


..사실은 그냥 나갈 돈이 생겼다는게 슬펐다. 뭐. 왜.


아무튼! 뼈 속 시린 귀중한 경험을 한 시간이 되었고, 곧 날이 밝아오면서 미궁에서의 첫날 밤은 그렇게 끝이났다.


우리 파티는 모닥불에서 조금 더 쉬다가, 횃불 없이도 분간할 정도로 날이 밝게 된 후에야 다시 길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궁 도전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취준생이였는데.. 취업해버렸습니다. 17.06.03 142 0 -
36 8. 인생은 실전이다(4) 17.06.01 95 0 12쪽
35 8. 인생은 실전이다(3) 17.05.30 90 0 13쪽
34 8. 인생은 실전이다(2) 17.05.29 104 0 13쪽
33 8. 인생은 실전이다(1) 17.05.28 100 0 12쪽
32 7. 미궁 입문(3) 17.05.23 110 0 12쪽
31 7. 미궁 입문(2) 17.05.22 94 0 12쪽
» 7. 미궁 입문(1) 17.05.21 107 0 12쪽
29 6. Let's Party(4) 17.05.20 150 0 12쪽
28 6. Let's Party(3) 17.05.19 188 0 13쪽
27 6. Let's Party(2) 17.05.18 146 0 11쪽
26 6. Let's Party(1) 17.05.16 182 1 13쪽
25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6) 17.05.14 176 1 13쪽
24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5) 17.05.13 135 0 12쪽
23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4) 17.05.12 142 0 13쪽
22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3) 17.04.30 203 0 13쪽
21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2) 17.04.28 142 0 12쪽
20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1) 17.04.27 155 0 12쪽
19 4. 카자르겍크 탐사(5) 17.04.26 169 0 12쪽
18 4. 카자르겍크 탐사(4) 17.04.25 149 1 13쪽
17 4. 카자르겍크 탐사(3) 17.04.25 149 0 11쪽
16 4. 카자르겍크 탐사(2) 17.04.23 182 0 12쪽
15 4. 카자르겍크 탐사(1) 17.04.22 182 1 10쪽
14 3. 대전사 결투(3) 17.04.20 224 0 11쪽
13 3. 대전사 결투(2) 17.04.20 206 0 12쪽
12 3. 대전사 결투(1) 17.04.07 227 3 12쪽
11 2. 카자르겍크(4) 17.04.06 238 3 10쪽
10 2. 카자르겍크(3) 17.04.01 320 3 13쪽
9 2. 카자르겍크(2) 16.02.26 343 4 10쪽
8 2. 카자르겍크(1) 16.02.23 399 4 9쪽
7 1. 모험가(6) 16.02.15 441 5 7쪽
6 1. 모험가(5) +1 16.02.14 482 6 7쪽
5 1. 모험가(4) 16.02.07 528 5 6쪽
4 1. 모험가(3) 16.02.06 556 6 5쪽
3 1. 모험가(2) 16.01.19 674 9 6쪽
2 1. 모험가(1) 16.01.19 832 9 4쪽
1 0. 프롤로그 +1 16.01.19 1,159 15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