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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관 님의 서재입니다.

미궁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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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관
작품등록일 :
2016.01.19 16:18
최근연재일 :
2017.06.0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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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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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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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글자수 :
172,306

작성
17.04.2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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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1)

DUMMY

가게를 나온 뒤, 일행들은 내가 딱히 잘못되었다던가 한게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해주는 한편, 인스턴트 스펠을 얻게 된 내가 가장 큰 수확을 얻은게 아니냐고 장난을 치며, 내 긴장을 풀어주려고 신경써주시는 모습이 모였다. 그 후 우리 일행은 다시 길드로 돌아가서 맡겨놓은 짐들을 되찾고 잡화상과 대장간 등을 들려서 배낭을 가득 채웠던 수집품들을 정산했다. 모든 잡동사니들과 식기, 비단따위들을 정산하자, 도합 7골드 가량의 돈이 나왔다. 그리고 내 몫으로 나온 돈은 80 실버. 계속 이렇게만 번다면, 부자가 되는 것도 꿈은 아니리라. 난 내 손에 올려진 주머니를 꽈악 움켜잡으며, 그 돈의 무게를 실감했다.


이후로 각자 돌아가서 뒷 정리를 한 뒤에 탐사가 끝이 난 기념으로 다시 술집에 모여서 한 잔씩 마셨는데, 거기에서 다시 무쇠의 사나이 한슨씨의 무용담(...)이 울려퍼지자,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 한슨씨는 얼굴이 빨개진 채, 테이블 밑으로 고개를 숙였고 그런 한슨씨를 보며 술집의 모든 사람들은 유쾌하게 웃어댔다. 몇 잔을 더 걸치고, 알딸딸한게 기분이 좋아지게 되자, 일행은 모임을 끝내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도 물론 사랑스런 우리 집으로 돌아갔고.


"으..속쓰려.."


검은 진창의 밑바닥에서 부글부글 끓어 올라오는 듯한 감각에 눈이 떠진다. 어제 많이 마신거 같진 않았는데..


허름한 침대 옆의 낡은 탁상에는, 물 한 컵 놓여져있다. 아마, 데이지가 가져다 놓은거겠지. 컵을 들자 물이 출렁이며 창으로 들어온 빛을 이리저리 아름답게 산란시킨다.


벌컥벌컥 물을 마신 뒤, 컵을 탁상 위에 올려놓는데 자연스레 그 위에 올려진 구겨진 종이조각에 눈이 간다.


-내일 반드시 혼자서 찾아와 주십시오.-


이제와서 보니, 멋드러지게 휘갈겨진 필체가 눈에 띈다. 아마 많은 세월의 장삿일과 장삿일을 하기 이전 학문을 닦을 때의 경험들이 쌓여 완성된 필체이리라.


"왜 혼자서 찾아오란건지.."


다른 일행에게는 말하지 못할 비밀이라도 있는건가..? 벽에 걸쳐져 있는 외투를 대충 걸치곤 집을 나섰다. 끓어오르는 궁금증은 발걸음을 자연스레 어제의 가게로 이끌어가고 있었다.





-마술 도구점 백로-


"..."


가게이름은 백로였다. 작명을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자신의 하얗게 센 머리와 자기 자신을 백로같은 고고한 학자임을 어필하고 싶었다면, 대답은 No다. 내가 보기엔 가게주인은 그냥 흰 햄스터같았다. 볼이 해바라기 씨로 빵빵한 욕심많은 햄스터.


별로 내키지 않지만, 부드럽게 열리는 가게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발을 들인다.


"계세요-"


"음? 아. 왔구만. 왔어."


카운터 위에 책을 펴놓고 곰방대를 뻑뻑 빨아댔는지, 가게 안은 담배냄새로 가득 차있었다. 아오.. 독한 것도 피시네 진짜..


가게 주인은 곰방대를 내려놓고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나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가게문 쪽으로 다가간다. 그리곤 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주변을 몇번 둘러보곤 문을 닫았다.


"자네 혼자 온거 확실하지?"


"네.. 혼자 왔어요."


딸깍.


뭐...뭐야? 지금 문을 잠군거야?


"아니아니, 뭐 이상한 오해는 하들 말고."


가게 주인이 내 표정을 보더니 마음이라도 읽은 듯이 말한다.


"남들이 알면 좀 껄끄러워서 그래."


그리곤 갑자기 인자한 옆집 할아버지 마냥 얼굴 표정을 바꾸는데,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따라 갈 수가 없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다른 사람한테도 얘기하지 말고 비밀로 해줬으면 싶네만. 그럴수 있지?"


누런 이가 보이는 가식적인 미소를 더욱 힘껏 미소짓는다.


"아...뭐... 그럴순 있죠. 무슨 얘긴데 그래요?"


"뭐... 별건 아니고... 자네.. 그 손 말이야.."


"네? 손이요? ..뭔가 중대한 문제라도 있는건가요? 저 죽는건가요? 그래서 일행한테는 부담될까봐 저 혼자만 불러서 이렇게 말씀해주시는건가요?"


손..손..손..!!!! 어제의 이야기로 끝난 건 줄 알았다. 그냥 평범한(마술이 평범한지는 모르겠지만.) 문제였고, 무탈한 것으로 끝인 줄 알았는데. 이제와서? 그것도 왜 나만 따로 불러내서? 뭐지? 왜???


"아니아니, 그건 아니고."


가게 주인은 과장되게 손사레 치고, 카운터로 돌아와 다시 곰방대를 집었다.


그리고 곰방대를 불을 붙이며 말라서 하얗게 뜬 입술을 연다.


"얼마면 되겠는가?"


"예?"


이 노인장이 지금 뭐라고 하는거지. 얼마면 되겠냐니? 뭐가 얼마라는거야?


"자네의 그 손 말일세."


내 손..? 아아. 이 손의 문신같은 것 말인가.


"저기.. 이게 막 떼거나 옮겨서 팔고 그럴 수 있는... 뭐라고 해야되지.. 문신? 반점?.. 아무튼 그런거였어요?"


내 말에 오히려 가게 주인이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곤 곰방대를 만지작 거리다가 깊게 한번 들이 마시고 내뱉은 후 마른 입술에 침을 바르곤 말을 잇는다.


"그럴리가 없잖나. 말 그대로 자네 그 손 말일세. 얼마면 되겠냐는거야."


"하?... 그게 무슨.."


"아..진짜.. 말귀를 못알아듣는구만. 얼마면 그 손을 잘라서 나에게 팔 수 있겠냐는 말이네."


지금 이 노인장이 치매가 왔나. 사람 손을 팔어? 잘라서? 사람 손이 자르고 붙이고 할 수 있는 물건이었나? 내가 잘못알고 있는건가?


자신의 상식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할 즈음 가게 주인은 연기를 한번 뿜어냈다.


"이정도면 되겠나?"


가게 주인은 왼손 손가락 세개를 펴고선 나에게 보여준다.


"3골드요? 미쳤습니까? 3골드에 손을 잘라서 팔라고? 이제보니 이 노인이 아주 쳐 돌았네!"


그러자 노인이 인상을 한번 찌푸리고.


"허참, 젋은 이가... 누가 3골드에 손을 팔겠나. 당연히 30골드지."


3..... 3..뭐라고?


"흠.. 너무 적나? 그럼 40골드는 어떤가. 나도 이 이상은 줄 수 없네."


지금... 이 늙은 이가 뭐라고..하는거지.....? 40..골드? 40골드... 금화.. 40 닢... 금화 40 닢!!!!!


"자..잠시만요. 잠시만...."


매캐한 담배연기 때문인지, 아니면 금액때문인지 머리가 아프고 핑핑 돈다. 40골드라고? 그 돈이면 데이지를 마술 학교에 보내고도 30골드가 남는다. 그리고 30골드면 우리 세 가족이 평생 굶어 죽을 일은 없을 것이고. 물론 사치를 부린다거나 아니면 탱자탱자 논다거나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처럼 무리해서 일할 필요도 없고 적당한 일거리만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금액.


입술이 마르고 입 속이 탄다. 마른 침만이 목구멍을 넘어가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곰방대의 연기마냥 현기증이 나서 쓰러질 것만 같다.


"...잠시만요.. 잠시.. 잠깐만 시간을 좀.. 주세요. 생각 좀 해보고.. 와도 될까요."


"뭐어- 그렇게 하게나."


별로 관심 없다는 듯한 태도. 그러거나 말거나 라는 표정. 난 네 손 사도 되고 안사도 되. 라고 온 몸으로 표현하는 늙은 이가 비범해보이기까지 한다.


"잠금쇠는 오른쪽으로 돌리면 된다네. 아, 행여나 여기서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거나 하진 말게나. 둘 다 좋은 꼴을 보진 못할테니 말이야."


그렇게 말하곤 다시 곰방대를 뻐끔대며 카운터 위의 책을 보는데 집중했다. 마치 나는 이 곳에 없다는 듯이.






"금화 40닢... 금화... ...40닢.."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머리 속에 그 얘기만이 남아 뿌옇게 낀 안개처럼 남아있다. 꿈이라도 꾼 것일까.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침대에 드러눕는다. 오늘 한 일이라고는 가게에 갔다 온 것 뿐인데도, 하루종일 마차에 짐이라도 실은 듯이 피곤하다.


"하아..."


"오빠?"


친근한 목소리. 다른 집 청소라도 하고 왔는지 먼지 투성이의 데이지. 하지만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그 작은 먼지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주며 내 여동생을 더욱 예쁘게 만들어준다. ...물론 내 가족이라서 예쁘게 보이는 걸수도 있지만. 아무튼, 어느 새에 그런 여동생이 내 방문께에 서서 침대에 드러누운 날 바라보고 있었다.


"어.. 왔어? 일찍 왔네."


"아, 일이 좀 적어서 금방 끝났어. 근데 이 담배냄새는 뭐야? 오빠 담배 피는거야?"


"아..아냐, 잠깐 일이 있어서 다녀온 곳에 담배 냄새가 심하더라구.."


가게에서 밴 담배냄새가 빠지질 않았는지, 데이지가 찡그리며 떠나갔다.


"...하아....."


고민은 계속 되고 침대에 누워 그저 한숨만이 늘어갈 뿐이었다.






"...빠"


"...빠"


귀를 간지럽히는 목소리. 나를 부르는 건가.


"오빠!!"


"얽."


이미 중천에 있던 해는 떨어져 노을이 되어 빛나고 있었다. 누운 채로 그대로 골아 떨어진 것 같다.


"오빠!"


"어- 일어났어!"


"오빠, 식사하게 얼른 와."


이미 집 안에는 구수한 냄새가 가득 차서 내 위장을 괴롭히고 있었고 위장은 그것에 화를 내듯이 꾸르르르륵- 하고 소리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가자 이미 스프와 빵, 그리고 야채샐러드로 식사준비는 끝이 나있었고, 데이지와 닐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나는 데이지와 닐 사이의 내 자리로 가서 앉았다.


"많이 피곤한가봐? 아주 코를 골면서 골아떨어졌더만."


닐 녀석이 비꼬는 투로 말하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잘 먹겠습니다-"


간단히 감사 기도를 하고 식사를 시작한다.


모락 모락 김이나는 스프에 빵을 찍고 한 입 베어먹자, 입 안에 고소한 풍미가 감돌면서 침이 고였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 집에 들어오니까 한숨만 쉬고 있던데."


오물 오물. 데이지가 빵을 작게 베어 물었다.


"아. 별거 아냐."


별 일 아니라는 듯 과장된 몸짓으로 거짓 미소를 짓지만.


"..정말?"


가족을 속일 순 없다.


"늘 그렇듯이 시원찮은 걱정이겠지. 닐 녀석이 얼른 돈을 벌어야 할텐데~ 닐 녀석이 얼른 일자리를 구해야 할텐데~"


닐이 비꼬듯 말하며 빵을 거칠게 뜯었다.


"아니거든?"


건방진 녀석. 스스로도 뭐가 문제인지 알면서 저런 태도라니..


"그럼 뭔데? 뭐가 있기는 하다는 거네?"


그 틈을 데이지가 끼어들었다. 아차...


"아..아하하.. 진짜 별거 아니야... 음. 그러니까.. 내가 아는 사람 이야기인데... 그 사람이 그러니까, 불법 매매업자를 만났나보더라구."


"응응. 그래서?"


내 쪽으로 몸을 기울여서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는 데이지.


"에.. 그래서 그 불법 매매업자가, 아는 사람한테 자기 신체 일부분을 금화 40닢에 팔지 않겠냐고 했나봐."


"뭐어--???"


데이지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소리높였다.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부모님이 주신 소중한 몸인데.. 그걸 돈을 받고 사고 판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지!"


화를 내는 데이지.


"아..아하하..그 그렇지?"


"당연하지! 그리고 돈이 아무리 많으면 뭐해! 몸이 가장 소중한걸!"


"그렇지.. 그렇지! 그런데 그 사람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찢어지게 가난하-"


"그럼 더 안되지! 소중한 사람이라면, 그 곁에서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건데!"


데이지가 도중에 말을 끊을정도로 이야기에 열중해서 소리높인다.


"쯧. 뭘 또 집중하고 그래. 세상에 어느 멍청이가 신체 일부분을 금화 40닢이나 주고 산다고 생각해? 지어낸 이야기구만."


닐 녀석은 그러곤 식사를 다 했는지 자리를 일어나서 집 밖으로 나가버렸다.


"에에..? 그런거였어?"


실망한 듯한 데이지의 반응에, 나는 그저 변명거리만을 생각하는게 고작이었다.


그래.. 돈이 아무리 중요하다곤 해도.. 가족과 나보다 소중할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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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8. 인생은 실전이다(3) 17.05.30 90 0 13쪽
34 8. 인생은 실전이다(2) 17.05.29 104 0 13쪽
33 8. 인생은 실전이다(1) 17.05.28 100 0 12쪽
32 7. 미궁 입문(3) 17.05.23 110 0 12쪽
31 7. 미궁 입문(2) 17.05.22 95 0 12쪽
30 7. 미궁 입문(1) 17.05.21 108 0 12쪽
29 6. Let's Party(4) 17.05.20 151 0 12쪽
28 6. Let's Party(3) 17.05.19 189 0 13쪽
27 6. Let's Party(2) 17.05.18 146 0 11쪽
26 6. Let's Party(1) 17.05.16 182 1 13쪽
25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6) 17.05.14 176 1 13쪽
24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5) 17.05.13 136 0 12쪽
23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4) 17.05.12 142 0 13쪽
22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3) 17.04.30 203 0 13쪽
21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2) 17.04.28 142 0 12쪽
» 5.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1) 17.04.27 156 0 12쪽
19 4. 카자르겍크 탐사(5) 17.04.26 169 0 12쪽
18 4. 카자르겍크 탐사(4) 17.04.25 149 1 13쪽
17 4. 카자르겍크 탐사(3) 17.04.25 149 0 11쪽
16 4. 카자르겍크 탐사(2) 17.04.23 182 0 12쪽
15 4. 카자르겍크 탐사(1) 17.04.22 183 1 10쪽
14 3. 대전사 결투(3) 17.04.20 224 0 11쪽
13 3. 대전사 결투(2) 17.04.20 207 0 12쪽
12 3. 대전사 결투(1) 17.04.07 227 3 12쪽
11 2. 카자르겍크(4) 17.04.06 239 3 10쪽
10 2. 카자르겍크(3) 17.04.01 321 3 13쪽
9 2. 카자르겍크(2) 16.02.26 343 4 10쪽
8 2. 카자르겍크(1) 16.02.23 399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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