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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꿈을 향해 달려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꿈을 향해 달려라
작품등록일 :
2015.12.30 15:39
최근연재일 :
2016.01.17 18:4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6,471
추천수 :
1,817
글자수 :
126,136

작성
16.01.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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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18

DUMMY

내 생에 첫 주택



생각지도 못한 아저씨의 발언에 이동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무리 그래도……."


아저씨가 말을 잘랐다.


"널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지켜봤다. 코흘리개 꼬마였을 부터 지금까지. 기억 안나니? 고등학생 때도 집에 가기 귀찮다고 우리 집에서 살다시피 한 거?"

"하지만 그건 어렸을 때……."


아저씨가 껄껄 웃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너 혹시 우리 슬이를 여자로 생각하는 거냐? 그런 거야?"


짓궂은 아저씨의 물음에 이동화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슬이는 제게 있어서 가족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 맞다. 나도 그걸 알아. 그래서 사실, 슬이 혼자 타지에 보내 놓고 마음이 걸렸는데, 네가 이쪽으로 온다고 했기에 잘됐다 싶었지. 아무래도 네가 있으면 든든할 거 같았으니까. 그리고 너도 혼자 보다 둘이 든든할 거다. 슬이 결혼하게 되면 동화 네가 아파트에서 살면 돼."


일산은 평수가 작은 아파트라 할지라도 매매가가 비싸다. 최소 2억 5천은 줘야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당첨금의 대부분을 준다는 말과도 같았다.

순간, 울컥 가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무언가가 눈가를 두들겼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이동화는 주먹을 꾹 말아 쥐며 억지로 참아냈다.


'……돈으로 갚을 수 없는 거였어.'


그것은 여태껏 그리워하던 혈육 간의 간절한 정, 부모님의 마음이었다.

그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로또에 당첨된 것보다 수백 수천 배는 기뻤다.

이동화는 울컥 거리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통장을 말없이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며 울먹한 눈으로 슬이 부모님을 바라보았다.


"받으세요. 아들이 주는 거라 생각하시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이동화는 에브랜드 기숙사에서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짐이라고 해봐야 옷 몇 벌과 어릴 적사진 한 장.

큰 가방 한 개면 짐을 꾸리기에 충분하다.


"야, 내가 조만간 한 번 가마."


동기 녀석이 '꼭 집들이해라.'하며 용인 터미널까지 배웅해 주었다.

버스를 타고 숲속 8단지 802동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 집을 둘러보았다.


'의외로 깨끗한데?'


10년 된 아파트 치고 상당히 깔끔해 보였다. 전에 살던 사람 말로는 벽면 도배와 장판을 작년쯤 새로 깔았다고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인가 보다.

짐을 내려놓고 방 구조를 살폈다.

방 3개와 화장실 하나. 총 24평으로 이루어진 집의 구조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넉넉해 보였다.

이동화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슬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발신음 끝에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갔어?


대뜸 한다는 소리가 '갔어?'란다. 그 만큼 전화를 기다렸다는 소리.


"지금 막 도착했어. 이삿짐은 언제 온데?"

-아빠가 출발했다고 했으니까. 한 30분 후쯤이면 도착할 거야.


처음 아저씨가 '같이 지내면 좋을 거다.'라고 한 말은 빈말로 그러는 줄 알았다.

해서 다시 물어보니 '밤 길 위험하니까 동화 내가 슬이 잘 지켜줘. 물론 슬이가 누구에게 해코지 당하지는 않겠지만.'이라고 대답했다.

이건 뭔가 싶어 잠시 고민했는데, 의미심장한 뜻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솔직히 부모 된 입장으로 자신의 딸을 같은 남자에게 맡긴다는 것 자체가 무척 힘들 텐데 그런 결정을 내린 걸 보면, 아저씨는 참 대단하다.


물론 그 만큼 믿는다는 소리고 남같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 담겨져 있겠지만.

그 마음을 알기에 흔쾌히 알겠다고 했고, 그 후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내가 한 번 전화해 볼께. 걱정하지 말고 일해."

-알겠어. 부탁해!


전화를 끊고 곧바로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쯤 왔냐고 물었더니 대략 10분 후면 도착한다고 했다.

사실 이삿짐이 도착해도 포장이사라 크게 할 일은 없었다.

단지 이사가 대한민국 풍속 상 주요행사로 꼽히는 만큼 여로 모로 신경 쓰이는 것뿐이다.

이사는 순조롭게 진행 되었다.


"침대는 어디에 놓을까요?"

"안방에다 놔 주세요."

"TV는 어디쯤에 놓을까요?"

"이쪽, 중간이요."


명령 아닌 명령을 하달 받은 이삿짐센터 직원들은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알아서 척척 짐을 옮겨 놓았다.


"다 끝났습니다."

"고생하셨어요. 여기, 받으세요."


대금을 치루고 그들이 돌아가자 아주머니가 청소를 하느라고 분주히 움직였다.


"욕실은 제가 할게요."


그리 말한 이동화 역시 팔을 걷어 부치고 욕실 안으로 들어가 청소를 도왔다.

그 사이 아저씨는 자질 구리한 것들을 정리하고, 문제가 되는 것들을 찾아내 수리를 했다.

대략 2시간 정도가 흐르자 얼추 이사 온 분위가가 났다.


"다녀왔습니다. 와, 여기 좋다."


저녁 무렵, 집에 도착한 슬이가 감탄을 하며 집안을 기웃거리다 집 정리를 도왔다.

모든 것이 마무리 되자 벽시계는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저녁 먹자."


그리 말한 아저씨가 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자장면 4개 하고, 탕수육 대자리 하나 갖다 주십시오. 주소는……."


역시 아저씨는 이삿날 불변의 법칙처럼 예상을 깨지 않고 중국집에서 주문을 했다.

30분가량 기다리자 중국집에서 배달이 왔다.

탕수육과 자장면 4개를 놓고 배달원이 사라지자 모두는 둥그렇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많이 먹어라."

"고생했어."

"동화야, 많이 먹어."

"예. 많이 드세요."


자장면의 포장을 뜯으며 이동화는 오늘이 정말 행복한 것 같다고 느꼈다.




"조심히 다녀와."

"응. 이따 저녁때 봐."


출근하는 슬이를 배웅하고 거실로 돌아온 이동화는 소파에 앉았다.


'오늘 마무리해야겠어.'


운석의 비밀 중 가장 꺼림칙하게 여겨진 타인의 꿈.

오늘은 그 비밀을 파헤쳐볼 생각이었다.

운석의 효능으로 남들과 다른 삶을 사는 그에게 있어서 타인들이 자신의 발자취를 안다는 것만큼 꺼림칙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혹시 이런 문제를 사소하게 생각하고 운석의 효능을 사용하다가 뜻하지 않은 불화가 닥친다면 어떡하겠는가.


그때 가서 손쓰는 것만큼 미련한 짓도 없다.

지난 번, 박봉팔의 전화번호를 딴 것도 이런 문제점을 파해져 보기 위함이었다.

솔직히 슬이를 실험대상으로 삼아도 괜찮다. 하지만 그런 경솔한 행동을 했다가 그녀가 잘못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감히 감당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저런 노파심에 실험 대상으로 박봉팔을 택했다.


어차피 그는 타인. 말 그대로 남이다.

설령 잘못돼도 크게 죄책감 따위는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왜냐?


그와는 좋은 인연으로 맺어진 사이가 아니니까.

의미 모를 미소를 띤 이동화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서랍장에서 컵을 꺼낸 다음 정수기에서 물을 받았다.


쪼르르륵!


반 컵 정도 받은 다음 천천히 물을 마셨다. 차가운 물이 식도를 타고 넘어갔다. 시원하다는 느낌과 함께, 박봉팔을 이용한다는 꺼림칙함이 좀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이동화는 컵을 내려놓고 고집스럽게 입을 꾹 다물었다.


'가족이 아닌 이상, 우선 나 먼저 생각하자.'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모두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과 사, 가족과 타인. 확실하게 구분 짓고 행동해야 한다.

정에 이끌려 가다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냉정해질 때는 한 없이 냉정해져야 하는 법.

결심을 굳힌 이동화는 천천히 화장실로 향했다.


'일단 씻고, 박봉팔을 만나봐야겠어.'




“욕심 부리지 말고 던지라고! 이 미친놈아!”


어깨에 용 문신을 한 남자가 소리치자 돼지처럼 살찐 남자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아, 씨팔. 장중에 말 시키지 말라고 했지? 돈 날려봐. 그땐 친구고 뭐고 없어.”


쓴 소리를 내뱉은 박봉팔이 인상을 찌푸리며 컴퓨터 모니터에 시선을 던졌다.

화면엔 빨간색 봉과 파란색 봉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주식차트가 띄워져 있었다.

빨간색 양봉과 파란색 음봉은 시간이 흐를수록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며 빠르게 움직여댔다.

눈을 화면에 고정시킨 그가 입술을 살짝 핥았다. 눈빛엔 묘한 열망이 담겨져 있었다.


‘오늘은 고점 찍자. 도리아야.’


중소벤처기업들을 위한 주식시장인 코스닥.

그 안에서 584위 기업인 도리아의 캔들 차트만 이틀 내내 보고 있었다.

초단위로 시시각각 변하는 양봉과 음봉은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양초 같아서 관심 있게 봐주지 않으면 금세 밑바닥까지 추락해 꺼지고 만다.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하한가 행진.


원금 30% 이상의 소실을 감수해야만 하는 급 폭락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그것만큼은 피해야 한다. 미친 듯 뛰는 심장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만큼 위력적이어서 절대 피해야만 하는 일 중 하나였다.

그러니 박봉팔의 눈빛이 사뭇 비장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기필코 먹고 만다.’


숨까지 참아가며 보유한 주식을 팔, 매도 타이밍을 잡았다.

언제까지고 지속될 것만 같았던 그의 눈빛.

양봉이 살아있는 듯 위로 쭉 급등하는 순간 번쩍였다.


‘지금이다.’


순간 마우스에 올려놓은 그의 손이 재빨리 움직였다.


탈칵!


-매도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기계음에 용 문신을 한 김도윤이 화색을 띠며 소리쳤다.


“우와! 씨팔! 이게 얼마야!”


그제야 박봉팔이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내가 뭐랬냐? 작전주 잘만 좇아가면 수익률 괜찮다니까?”

“그래 씨팔. 네가 짱이다.”


엄지를 치켜세우는 친구의 모습에 그가 뿌듯해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호재 돌 때 살짝 고민했는데 사길 잘했네.’


중국 포털 입점이라는 찌라시가 돌 때, 한주 당 11,850원짜리인 도리아 주식 3000주를 매수했다.

그게 이틀 전의 일.

오늘 드디어 3,150원 오른 15,000원대, 매도에 성공했다.

총 매수금 3천 5백만 원 정도를 투자해 단 이틀 만에 1천만 원 정도의 돈을 번 것이다.

게다가 열흘간 벌어들인 수익도 꽤나 짭짭한 상태.


지난달 손실액을 메우고도 1300만 원 정도가 남는다.

그러니 어찌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박봉팔은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말했다.


“내가 7이고 넌 3이다.”


김도윤이 그의 뒤통수를 장난스럽게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아. 강조 하지 마.”

“돈거래는 확실하게 해야지.”

“쪼잔한 새끼.”


툴툴대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박봉팔은 기지개를 쫙 폈다.


“으아아아.”


여태 마음 졸이며 컴퓨터 앞에 내내 앉아 있었더니 뼈마디가 쑤셨다.

오늘은 이 정도에서 만족하고 바깥바람 좀 쐬고 싶었다.

그때 책상위에 올려둔 스마트폰이 부르르 떨었다.

박봉팔이 스마트폰을 집어 들어 발신자를 확인했다.


[악마]





작가의말

저녁때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즐겁게 읽어주세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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