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꿈을 향해 달려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꿈을 향해 달려라
작품등록일 :
2015.12.30 15:39
최근연재일 :
2016.01.17 18:4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6,461
추천수 :
1,817
글자수 :
126,136

작성
16.01.05 20:05
조회
3,480
추천
87
글자
10쪽

008

DUMMY

잘난 척, 아는 척, 있는 척하는 척돌이(2)



느끼한 음성에 슬이가 몸서리를 쳤다.

버터처럼 느끼한 묵사발과 이를 거부하는 까칠녀 슬이. 둘의 모습이 제법 우스꽝스럽다.

이동화는 속으로 웃으며 물었다.


"왜 그렇죠?"


그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묵사발이 자랑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피노누아'는 여자가 마시기 좋은 와인이야.“

“마시기 좋다니요?”

“마셔보면 알겠지만 ‘피노누아’는 먹어도 부담 없어. 꽃과 과일향이 입안에서 맴돌거든. 특히 '루이 라뚜르 샹볼 뮤지니'는 프랑스 고급 와인인데 그 향이 더욱 진하지. 섬세한 꽃향기라던가, 신선한 체리향이라던가. 거기다 산딸기나 버찌 같은 야생 과일향도 느낄 수 있고.......”


길다. 설명이 너무 길다. 그래도 저 묵사발은 멈출 생각을 않는다.


“.......맛이 풍부해. 뭐랄까? 입안에서 느껴지는 균형감이 우수하다고나 할까? 마치 여성스러움에 비견될 만큼 섬세한 맛이라, 슬이에게 딱 어울릴 것 같았어. 그리고...."


아, 저 끊임없는 잘난 척. 정말 답 없다. 그래도 와인에 대한 식견은 풍부한 것 같다. 묻지도 않은 것까지 자세히 설명해 주는 걸 보면 말이다.

이동화는 보이지 않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웹사이트에 접속해 '로또 당첨 번호'를 검색했다. 짧은 로딩을 거치자 화면이 바뀌며 제 664 회차 당첨번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 664 회 차 당첨 번호 : 10 20 33 36 41 44 + 5(보너스)

순위 : 1등.


1인당 당첨금액 : 1,536,813,380원.

당첨자 수 : 10명.

당첨 기준 : 당첨번호 6개 숫자일치.

비고 : 자동7 수동3


순위 : 2등.

당첨 금액 : 58,212,172원

당첨자 수 : 44명.

당첨 기준 : 당첨번호 5개 숫자일치+보너스 숫자일치.

.

.

.

.

.

.

'10,20,33,36,41,44에 보너스 5라…….'


눈으로 잠깐 훑는 것만으로도 숫자가 머릿속에 각인 되었다. 여태 일들을 떠올려 보면 7개의 숫자를 잃어버릴 염려는 없다.

책 한권이 통째로 외워지는 놀라운 기억력인데 이깟 번호 7개가 대수겠는가?

그래도 혹시 몰라 화면을 바라보며 7개의 숫자를 다시 한 번 눈여겨보았다.

그 모습이 수상쩍던지 슬이가 옆구리를 툭 치며 조용히 물어왔다.


"로또 샀어?"


이동화는 스마트폰을 호주머니에 넣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내일 사야지."


정확히 자고 일어나서겠지만.

속도 모르는 슬이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정말 1등 당첨 됐으면 좋겠다. 그럼 내가 관리해주면 되는데. 그치?"

"그럼 나야 좋지."

"어? 목걸이네? 너 이런 거 싫어하잖아?"


목에 걸린 운석 목걸이를 보았는지 슬이가 의뭉스러운 얼굴로 물어왔다.

이동화는 밖으로 삐져나온 목걸이를 옷 안으로 밀어 넣으며 작게 말했다.


"그냥. 누가 줬어."

"누가?"


일장 연설을 늘어놓던 김일수가 속닥거리는 슬이의 모습이 못마땅했던지, 말을 멈추고 기분 나쁘다는 듯 물어왔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그래?"


슬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무슨 로또 얘기하는 것 같던데? 아닌가?“

“그냥 잠깐 물어본 거예요.”


그리 말한 슬이가 입을 닫았다.

이동화는 그녀를 힐끔 쳐다보곤 다시 고개를 돌려 김일수에게 말을 걸었다.


"아, 잠깐 확인할게 있어서요. 그건 그렇고 부르고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피노누아' 중 '루이 라뚜르'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네요. '루이 라뚜르 샹볼 뮤지니'도 그렇고. 새삼 배웠습니다."


네 이야기 잘 새겨들었으니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말라는 식으로 가볍게 응수했더니 묵사발 저놈은 이것도 기분 나쁜지 입술을 비틀며 되레 묻는다.


"말하는 데 딴 짓해 놓고 뭘 배웠다는 건대?"


차가운 음성에도 이동화는 담담한 표정으로 최대한 기분 나쁘지 않게 대답했다.


"솔직히 잘은 모릅니다. 단지 몇 가지만 기억에 남네요. 그 중에 몇 가지를 꼽자면. 음, 말괄량이 아가씨 같은 느낌인 ‘사비니 레 본’과 루이 라뚜르를 대표하는 레드 와인인 ‘샤토 코르통 그랑시’, ‘알록스 코르통’ 정도?“


잠시 뜸을 들이다 갑자기 생각난 것처럼 손뼉을 ‘딱!’ 치며 다시 말했다.


“아! 다른 것도 생각나네요. ‘사비니 레 본’은 대체적으로 은은한 장미꽃 향과 설탕에 절인 듯한 과일향이 나고, ‘샤토 코르통 그랑시’와 ‘알록스 코르통’은 은근한 맛이 오랫동안 입안에서 지속되는 스타일이라 천천히 음미하며 마셔야 한다고 했던 거요. 음. 그리고 '샹볼 뮤지니', '제브리 샹베르땡'은 섬세하면서도 상대적으로 화려한 느낌을 낸다고 했던 것도 기억나네요.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부르고뉴 포도밭의 최고봉인 '로마네 생 비방'. 그리고 부르고뉴에 뿌리는 둔 최고의 화이트 와인용 품종인 '샤르도네'의 설명도 재미있었습니다."


장구한 설명에 묵사발이 눈을 부릅뜨며 못 믿겠다는 표정을 그렸다. 옆에 있던 슬이조차 '너 동화 맞아?' 라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오죽할까?

너무 오버했나 싶다. 이게 다 쓸데없이 좋은 기억력 때문. 그래도 최대한 기분 나쁘지 않게 대답했으니 최대한의 예의는 지킨 셈.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묵사발 놈은 예의는 멍멍이에게나 줘 버려랏! 하는 듯이 싸늘한 표정을 짓는다.


"와인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 나한테 물어본 이유가 뭐냐? 왜? 쪽이라도 주고 싶었던 거냐?"


자존심이 상했는지 말투에 가시가 돋쳤다. 와, 이 정도면 중증인데? 이 놈 정말 답 없다. 여태 자기가 말했던 것을 그대로 인용해 대답했을 뿐인데, 그것도 눈치 채지 못하다니? 도리어 화를 내기까지 한다. 사람이 어쩜 이렇게 옹졸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한 건 사실.

솔직히 적당히 둘러대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내가 침을 튀겨가며 설명했는데 넌 그것 밖에 안 들었냐?'라고 말할 것 같아서 그랬을 뿐이다. 잘난 채 하고 싶다거나, 엿을 먹이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처음부터 그럴 거였으면 진즉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을 것이다.


"아닙니다. 들었던 설명을 반복했을 뿐이에요. 와인 이름은 예전에 몇 번 들어서 그런지 금방 외워진 것뿐이고요. 오늘 처음으로 와인을 먹는데 그런 걸 어떻게 알겠어요?"


묵사발이 믿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으르렁거렸다.


"헛소리 마. 무슨 천재라도 되는 줄 알아? 내가 말한 걸 한 번에 듣고 다 외웠다고? 지금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는 거냐?"


그의 말투가 점점 거칠게 변하자 슬이가 끼어들었다.


"동화는 거짓말도 못하고, 화도 잘 못내요. 거짓말 하면 얼굴에 바로 티가 나거든요. 진정하세요. 제가 선배님 말하는데 쓸데없이 잡담해서 일이 커진 거니까."

"슬이는 가만히 있어봐. 난 지금 저 동화라는 사람하고 말하고 있는 거야."


단칼에 '제 삼자는 빠져!'라는 말을 들은 슬이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물론 화가 난 것도 있겠지만, 정작 자신의 실수로 인해 저 묵사발과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에 대한 미안함이 더 크게 작용한 탓이다.

하지만 정작 이동화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은 분명 그로인해 일어난 일이었으니까.


물론 지금 상황은 저 묵사발의 과도한 질투심이 불러 일으켰다는 것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태.

그럴지라도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무마시켜야 하나?’라는 의문의 답을 찾은 건 아니었다.

결국 이동화는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김일수가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야지. 남자답게."


억지가 다분한 그의 말에 발끈한 건 이동화가 아니라 슬이였다.


“동화가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거예요? 선배가 말하고 있는데 스마트폰 꺼내서 한 번 본 거? 아니면 나와 몇 마디 나눈 거? 그것도 아니면 대답을 너무 잘해서 그런 건가요? 선배가 한 번 말씀해 보세요. 어떤 점을 잘못했는지......”


슬이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왕년에 해남 일대를 쑥밭으로 만들었던 그 성깔이 나올 듯 싶다.

이동화는 헛웃음을 흘리며 그만하라는 듯 슬이의 어깨를 가볍게 잡았다. 하지만 그때 김일수가 눈치 없게도 찬물을 끼얹었다.


“이봐, 슬이양. 요즘 내가 너무 잘해 줬나? 말을 가려가면서 해야지. 안 그래? 이제 겨우 주니어가 마스터에게 그런 식으로 대들면 쓰나. 자네 고가, 내가 매긴다는 거 잊지 마. 지방으로 발령 나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


차가운 응수에 말문이 막힌 그녀가 입을 꾹 다물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 모습에 이동화는 직감적으로 눈치 챌 수 있었다.


‘또 그놈의 성깔 터졌네.’


예쁘고 참한 모습과 달리 태권도 3단, 무예타이 2단, 졸업하기 전까지는 주짓수까지 배운 무림 고수가 그녀다. 어릴 적, 아버지의 영향으로 해남에서 운동을 배운 그녀가 공부에 꽂히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UFC에 나가서 승승장구하고 있을 터. 그 정도로 운동신경이 뛰어나다.

그런 슬이가 오늘은 제대로 뚜껑 열렸다.


이동화는 순간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러다 한 대 치겠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 작성자
    Lv.99 꾸우움
    작성일
    16.01.06 00:51
    No. 1

    볼만하네요..건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5 어디보자
    작성일
    16.01.07 11:56
    No. 2

    황공하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삶의유희
    작성일
    16.01.15 02:44
    No. 3

    이번 편은 이해할 수 없는 편이네요.
    절친한 친구? 치근대는 놈? 그만 가자는데 와인을 마시러 가잖다고 감?
    절친은 대쪽 같고, 한 성질?
    겨우 술을 마시고 푹 자려고? 친구를 싫은 놈과 더 있게 하는 건 도대체 뭐하는 짓일까요?
    여자에 대해 잘 알건 모르건 싫어하는 티를 냈다고 하면 친구로서 빨리 쫑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글을 작가의 마음대로 쓰는 거라 분명히 원하는 게 있을 테니 얻은 게 있겠지만 잃은 것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5 어디보자
    작성일
    16.01.15 03:10
    No. 4

    글을 읽고 화가 나셨다면 정말 죄송할 따름입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김일수를 데려온 사람이 슬이이고, 슬이의 직장 상사이기 때문에 동화로썬 슬이를 조금 배려해 그런 선택한 겁니다.
    동화도 김일수와 함께 하는 게 좋을 리가 없으니까요. ㅎㅎ
    술이나 먹고 일찍 자야지. 라는 부분도 긍정적인 생각을 한 것 뿐 입니다.
    여하튼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16.02.10 10:12
    No. 5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꿈을 향해 달려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를 중단해야 할 거 같습니다. +1 16.01.17 1,372 0 -
공지 연재 시간에 대한 공지입니다 16.01.05 2,249 0 -
25 024 +5 16.01.17 1,709 38 13쪽
24 023 +5 16.01.16 1,651 35 12쪽
23 022 +9 16.01.16 1,818 37 12쪽
22 021 +7 16.01.15 1,913 45 11쪽
21 020 +5 16.01.14 2,173 50 13쪽
20 019 +9 16.01.13 2,309 62 12쪽
19 018 +1 16.01.13 2,466 62 11쪽
18 017 +5 16.01.12 2,471 68 17쪽
17 016 +9 16.01.11 2,528 61 11쪽
16 015 +5 16.01.10 2,937 68 10쪽
15 014 +5 16.01.10 3,038 61 11쪽
14 013 +3 16.01.09 3,068 64 11쪽
13 012 +7 16.01.08 3,060 77 13쪽
12 011 +5 16.01.07 3,118 90 14쪽
11 010 +7 16.01.07 3,317 83 13쪽
10 009 +3 16.01.06 3,248 79 9쪽
» 008 +5 16.01.05 3,481 87 10쪽
8 007 +3 16.01.04 3,482 79 11쪽
7 006 +3 16.01.03 3,631 93 12쪽
6 005 +6 16.01.02 3,741 87 11쪽
5 004 +7 16.01.01 3,790 98 10쪽
4 003 +5 15.12.31 3,951 101 11쪽
3 002 +3 15.12.30 4,074 95 9쪽
2 001 +6 15.12.30 4,541 108 15쪽
1 [프롤로그] +5 15.12.30 4,938 89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