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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꿈을 향해 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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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해 달려라
작품등록일 :
2015.12.30 15:39
최근연재일 :
2016.01.17 18:45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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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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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7
글자수 :
126,136

작성
16.01.0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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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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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글자
13쪽

010

DUMMY

로또를 사자.



김일수란 사람은 전혀 모르겠다는 말에도 놈들은 도리어 이죽거렸다.


"이런 병신 새끼! 쫄았냐?"

"뭐, 이런 개새끼가 다 있어? 야! 네 형이 도와달라잖아. 그런데 몰라? 모르는 사이야? 이런 상놈을 봤나!"


그러며 두 놈 중 용 문신을 한 놈이 가슴팍을 강하게 밀쳤다.

갑작스러운 힘에 중심을 잃은 이동화가 휘청거렸다. 그 바람에 부축하고 있던 슬이의 고개가 뒤로 위태롭게 꺾였다. 급히 손을 뻗어 그녀의 고개를 지탱했다. 그러며 표정 없는 얼굴로 놈들을 바라봤다.


"어쭈? 이 새끼 봐라?"

"나는 상관없는 사람입니다. 이대로 그냥 갈 테니까 제발 그만 하세요. 부탁드립니다."

"와! 의리 없는 새끼. 좆도 시팔! 니 형은 죽던지 말든지 신경 안 쓰겠다? 넌 꼴은 년 데리고 재미 보겠다? 어? 개새끼야!"


대답 할 사이도 없이 황급히 슬이를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나머지 돼지새끼가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했는지, 무게 중심이 쏠린 발목을 향해서 거칠게 발길질을 해왔다.


퍽!


제법 묵직한 소리와 함께 중심을 잃은 몸이 제 멋대로 바닥으로 꼬꾸라졌다. 동시에 품에 안겨 있던 슬이도 덩달아 바닥으로 나뒹굴렷다.


"윽!"

"아야."


강한 충격 때문이지 여태 정신을 못 차리던 슬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아직까지도 술이 덜 깼는지 표정은 멍했다.


"......이 사람들 뭐야?"


이동화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가만히 있으라는 듯 손을 들어 올렸다.


"우선 정신 먼저 차려."


그리 말한 그가 시선을 돌려 허공에서 발을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며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돼지 새끼를 쳐다보았다.


"뭘 꼬라봐?"

"와, 여자 앞이라고 강한 척 하네?


비웃음을 날리는 그들의 표정 속엔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추악한 면모를 보는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괴물이 꿈틀댐을 느꼈다. 오래전 쥐죽은 듯 숨어 있던 그 놈이 뛰쳐나오려고 발버둥을 쳐댔다.

그 괴물이 몸과 정신을 지배하는 순간 그 역시 괴물이 됨을 알기에 이동화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눈을 질끈 감았다.


'참자!'


괴물을 이겨내려고 숱한 나날들을 참으며 노력해왔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고 생긴 마음속의 분노를 극복하려고 피나는 노력을 거듭해 왔다.

이제와 그 모든 노력을 망칠 수 없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려고 어금니를 '으드득!' 갈며 주먹을 꽉 줬다. 그러자 돼지새끼가 어이없는 얼굴을 짓더니 안면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이런 미친 새끼가!”


그러며 들어 올린 발을 강하게 아래로 내리 찍었다. 이동화의 복부를 몇 차례나 가격하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던지 계속해서 발을 놀려댔다.


퍽! 퍽! 퍽!


강한 충격에 이동화의 몸이 들썩 거렸다. 옆에 주저앉아 있던 슬이가 그 모습을 보곤 화들짝 놀라며 급히 일어나 그의 몸을 감싸 앉았다.


"하지 마! 하지 말란 말이야!"


뜻하지 않은 상황에 돼지새끼가 발을 멈추려고 했으나, 처음 내질렀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슬이의 등을 향해 발길질을 가하고 말았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슬이의 몸이 들썩 거렸다.


"아악!"


고통에 찬 그녀의 목소리.

이동화의 눈이 번쩍 떠졌다.


'이 개새끼가!'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에, 상황의 유리함에 여태껏 참아왔지만 이제 그런 것은 상관없다고 여겨졌다.

분노는 점점 거세져 차갑기만 했던 이성을 빠르게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 들었다.

겨우 저 정도밖에 되지 않는 돼지새끼에게 이대로 굴욕 당할 수만은 없다.


'죽여 버리겠어!'


상대를 기필코 죽이겠다는 살의가 꿈틀대며 가슴을 거세게 두들겼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그의 눈동자에 핏발이 서며 눈알 전체가 빨갛게 변해 버렸다.

이동화는 자신의 상태를 어렴풋이 감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태임을 직감했을 지도 모른다.

이제 더 이상 참지 못한다!


타인에 비해 인내심이 출중한 그라 할지라도 지금은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

사실 그는 부당함을 느껴도 항상 화를 참고 억눌러 삭히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오면 그간 누적된 것들이 일순간 증폭되며 폭발해 상대를 반드시 단죄하고 말겠다는 의지가 더욱 강해져 버리고 만다. 한번 화가 나면 살심을 느끼는 것이다.

한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포악한 괴물의 현신!

제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없을 만큼 지독한 괴물이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를 알기에 이동화는 어릴 때부터 20살이 되기 전까지 해남에서 다양한 운동을 하며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르고 참아왔다.

이를 알면서도 이동화는 참지 않았다. 오히려 바닥을 바라보며 진득한 웃음을 머금었다.


'왜 몰랐을까? 왜 잊고 있었을까? 지금은 미래일 뿐인데. 현실이 아니고 미래일 뿐인데. 참을 필요가 없잖아? 그래. 참을 필요가 없어.'


같은 말을 반복하며 속으로 되뇌던 그가 불현듯 이상한 점을 발견하곤 눈살을 찌푸렸다.


'이상해.'


지금쯤이면 이성을 잃고 날뛰었어야 했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뭐랄까? 생각을 하면 이성이 돌아오는 느낌이랄까?

마치 분노와 이성이 서로 따로 노는 느낌.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동화는 생각하던 것을 멈추고 스스로 채워 놓은 자물쇠를 파괴해 버렸다. 곧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온몸을 지배해 버렸다.


상대를 기필코 죽여 버리겠다는 살심이 동한 상태!

이를 눈치 챈 슬이가 깜짝 놀라며 돼지새끼를 향해 소리쳤다.


"도, 도망쳐요! 빨리!"


황당한 그녀의 말에 돼지새끼가 코웃음을 쳤다.


"미친년. 뭐라고 하는 거야."


그 사이 이동화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금방이라도 그의 심장을 꿰뚫듯 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며 한 자 한 자 곱씹듯 돼지새끼를 향해 또박 또박 말했다.


"그 주둥이는 마지막으로 찢어 줄께."






폭풍우가 휘몰아쳤던 미래에서의 밤과는 달리, 현재에서의 이동화는 차분한 얼굴로 눈을 떴다. 스마트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6시]


언제나 같은 시간에 눈이 자동적으로 떠졌다. 마치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말이다.

같은 경험을 반복하다보니 이제 6시에 일어나게 되는 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역시 사람은 적응이 빠른 동물이라는 걸 세삼 느낀 그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부자리를 개서 장롱에 넣어두고 밖으로 나왔다.


"날씨 한 번 좋다."


바다 냄새가 섞인 신선한 공기가 콧속으로 스미었다. 더불어 푸른 물결 위에 부서지는 따사로운 햇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늘은 기분이 몹시 좋다.

백일도에서 두 번째로 맞는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따라 왠지 모르게 설레는 느낌이 들었다.

이동화는 감격과 흥분으로 떨리는 손끝을 꾹 말아 쥐었다.


'이제 시작이야.'


오늘이야 말로 지긋지긋한 생활고의 늪에서 벗어나 보다 높은 곳으로 갈수 있는 일생일대 기회. 그야말로 터닝 포인트가 되는 날인 것이다.


그런 중요한 날.


날씨가 오지게 쾌청하다.

그러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기지개를 쫙 편 그가 슬리퍼를 신고 욕실로 향했다. 샤워를 하고 나오자 역시나 슬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일어났어? 아침 줄까?"

"예. 금방 갈게요."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와 밥상 앞에 앉았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상은 그간 느껴보지 못했던 정이 듬뿍 담겨 있는 것만 같았다.

가슴이 훈훈해짐을 느끼며 맛깔스럽게 차려주신 아침을 게 눈 감추듯 뚝딱 해치웠다.


“잘 먹었습니다.”

“더 먹어.”

“많이 먹었어요.”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해야 할일이 딱 세 가지. 그 중 하나가 바로 로또를 사는 일. 그러려면 일단 해남으로 나가야했다.

이동화는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에 로또 번호를 머릿속으로 떠올려봤다.


'제 664 회 차 1등 당첨 번호가 10, 20, 33, 36, 41, 44고. 보너스 번호가 5번이었어.1인당 당첨금액은 1,536,813,380원.'


15억!


어제 종일 불안했던 마음이 무색하리만치 선명히 떠올랐다. 그 밖에 2등을 비롯해 5등까지의 번호 역시 잊지 않고 떠오르니 더 이상 말해서 무엇 하리.

상쾌한 공기만큼이나 기분이 몹시 좋았다. 몸이 붕붕 뜨고 발걸음이 솜사탕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점심이라도 먹고 가지 벌써가?"

"해남에 볼 일이 있어서요. 갔다가 다시 올게요."


가는 길에 새벽부터 전복 채집을 하고 돌아온 아저씨를 만났다. 해남에 나간다고 하자 아저씨는 미래에서처럼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 후 다시 돌아와 손수 해남까지 태워다 주었다.


"좀 있다 해남 갈 일 있으니까. 들어올 때 전화해라."

"그럴게요."


주말을 맞은 해남은 항상 관광객들로 붐볐다. 묘한 흥분에 휩싸인 그들은 모두 왁자지껄 떠들며 예쁜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북적북적, 시글시글.

이동화는 예전부터 이런 풍경을 좋아했다. 사람 사는 냄새가 가슴속에 숨어있는 공허함을 메워줬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해남 번화가로 나갔다. 번화가라고 해봤자 대도시인 서울에 비하면 한참 뒤쳐진 읍내 수준. 그래도 오늘은 한산한 도로를 꽉 메울 만큼의 차량들이 바글대고 있었다.

휴가철마다 찾아오는 진풍경을 잠시 바라보다가 인도를 따라 걸었다. 광주은행 4거리인 이곳에서 5분 정도 걷다보면 제법 큰 CU편의점과 맞닥트릴 터.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흥분이 된다.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흥분하지 말자. 후우. 후우!"


편의점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은 예상외로 한산했다.

이동화는 안을 둘러보곤 나눔Lotto라고 쓰인 곳으로 다가갔다. 빨간색 테이블 위에 로또 용지와 사인펜이 놓여 있었다.

우선 로또 용지 세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총 다섯 칸으로 되어 있는 로또 용지. 한 칸 당 1000원씩이다.


용지 세 장을 꺼냈으니 도합 15,000원.

어느 순간 머릿속으로 로또가격을 계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이동화가 피식 웃었다.


'습관이 이래서 무섭다니까.'


의식하지 않아도 근검절약 정신이 살아난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사실 그는 군대 전역 후, 허투로 돈을 써 본적이 없다.

남들이 '겨우 15,000원 가지고 뭘 그러냐?'라고 할지 몰라도 그가 생각하는 15,000원의 가치는 허투로 쓸 만큼 작은 돈이 아니었으니까.

물론 얼마 후면 억대의 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아주 손쉽게, 그 어떤 노력 없이도.

이동화는 사인펜을 집어든 손을 잠시 멈추었다.


'쉽게 벌면 쉽게 쓰지 않을까?'


돈이란 노력의 대가다. 화폐에 가치는 땀 한 방울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노력하지 않고 번 돈은 그 만큼 가치가 가벼울 수밖에 없고, 가벼운 만큼 쉽게 쓸 수밖에 없다.

이를 아는 까닭에 그가 고민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를 갈등하게 만드는 건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삶의 만족. 모든 걸 쉽게 이룰 수 있는 현재의 상황, 처지에 만족하는 안주함이었다.

막연히 돈을 벌겠다는 목표의식은 마치 모래성과 같아서 언젠가 허물어지기 마련.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성공해 그 당당한 모습을 어머니와 아버지께 보여 드리고 싶었다.

이동화는 로또용지에서 시선을 때고 숨을 크게 들여 마셨다. 그러며 애브랜드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금 떠올렸다.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큰돈을 벌어도 그 새끼처럼은 살지 않겠어."


돈이 많다고 남을 무시하던 놈.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데,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물건 취급하던 놈. 비록 남을 돕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인간의 존엄성만큼은 지켜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설령 돈방석에 앉게 되더라도 최소한 사람들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그 새끼처럼 만큼은 행동하지 말아야 했다.

그러려면 일단 돈을 벌어야 한다. 그 개새끼만큼 성장해야 한다.


동등한 조건을 갖고 대면해 말할 것이다.

넌 쓰레기라고. 부모 없이는 보잘 것 없는 놈이라고.

이동화는 마음속으로 수없이 다짐하며 사인펜을 쥔 손에 힘을 꽉 쥐었다. 그러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언젠가 만나게 될 날이 있을 거다.‘


**




작가의말

저녁 7시쯤에 한편 더 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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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06 +3 16.01.03 3,626 93 12쪽
6 005 +6 16.01.02 3,737 87 11쪽
5 004 +7 16.01.01 3,788 98 10쪽
4 003 +5 15.12.31 3,948 101 11쪽
3 002 +3 15.12.30 4,070 9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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