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꿈을 향해 달려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꿈을 향해 달려라
작품등록일 :
2015.12.30 15:39
최근연재일 :
2016.01.17 18:4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6,453
추천수 :
1,817
글자수 :
126,136

작성
16.01.10 10:05
조회
3,037
추천
61
글자
11쪽

014

DUMMY

누구나 다 아는 이동화?



김일수는 밥을 먹는 내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처음 만났다면 정말 그가 분위기 있고,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정도.

슬이도 이런 점이 생소했는지 힐끔힐끔 그를 쳐다보았다.

분위기가 요상 야릇해진 터라 어쩔 수 없 운을 띄웠다.


“슬이야. 너 꿈에서 나랑 여기 왔다고 하지 않았어?”


슬이가 김일수의 눈치를 슬쩍 보더니 어색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 왔었지.”


이동화는 슬이와 김일수의 표정을 동시에 살폈다.

뭔가 말하기를 주저하는 그녀와 죄를 지은 듯 흠칫 놀라며 슬이의 시선을 피하는 그.

그의 표정엔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숨겨진 듯 하다.

이동화는 눈을 가늘게 떴다.


‘서로 같은 꿈을 꾼 건 확실한 거 같은데. 꿈을 꾼 사실을 서로 모르는 거 같단 말이야?’


서로 같은 시간대에 꿈을 꾼 건지 모르겠으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서로 같은 날에 꿈을 꾸었다는 점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미래의 일들을 그 다음날이 돼서야 꿈을 꾼다는 것 자체도 이상한 일이지만,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꿈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더 놀라웠다.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었다.


그들은 미래의 어느 부분부터 기억하는 것일까?


“슬이야.”

“응?”


슬이가 눈을 깜빡이며 바라봤다.


“네가 어제 꾼 꿈 있잖아. 혹시 어느 장면부터였는지 기억해?”

“응. 확실히 기억나."

"어느 장면부터였는데?"

"아마도.... 널 만나는 장면부터였을 걸?”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일수의 몸이 눈에 띄게 움찔거렸다. 그렇다고 해서 내색을 하거나 대화에 끼어들지는 않았다.

같은 꿈을 꾸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는 지금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는 것일까?

이동화는 대충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창피해서 못 끼어드는 거야.'


객기를 부리던 때.

뜻하지 않은 상황과 조우해 망신 아닌 망신을 당했으니까.

그것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조심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슬이와 공통적으로 경험했던 꿈을 핑계 삼아 은근슬쩍 다가갔을 것이다.

작은 한숨을 불어낸 이동화는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김일수에게 말했다.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어디가?"

"화장실."


이동화가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사라지자 그제야 김일수는 슬이를 향해 말을 걸었다.


"저 동화라는 친구. 옛날에 운동했었어?"


슬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했죠. 공부는 못했는데 운동은 열심히 했어요. 아주 열심히."

"지금은?"


슬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즘은 일 때문에 안 할걸요? 그런데 그건 왜 물어 보세요?"

"아니 그냥. 몸이 탄탄해 보여서."


슬이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 정도는 아닌데......"


그때였다.

식당의 문이 열리더니 몇 명의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무심코 그들의 얼굴을 본 김일수는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의아해한 슬이가 뒤를 돌아보았다.


'어? 저 사람들은?'


낯익은 사람들이었다. 정확히 꿈속에서 봤던 사람들.

그렇다고 해서 반갑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저들과는 악연으로 이어져 있었으니까.

슬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내내 바닥만 바라보던 김일수가 그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우선 밖으로 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봉팔이 소리쳤다.


"야! 저기 좀 봐봐!"


그의 말에 빈자리를 찾아가던 남자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 김일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라? 저 새끼......"

"꿈에서 봤던 놈이잖아?"

"꿈? 무슨 꿈? 난 처음 보는데?"

"아씨. 넌 몰라도 돼. 야! 그 새끼 맞는 거 같은데? 저 년도 본 것 같고."


그들의 분분한 의견에 박봉팔은 으드득 이를 갈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저 새끼하고 저년 맞아. 내가 그 꿈꾸고 나서 어제 나가지도 못한 걸 생각하면! 좆같은 새끼!"


들려오는 욕설에 슬이가 고운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그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봉팔의 무리들을 째려보았다.


"말 좀 곱게 하지? 내가 니들 친구냐? 저년이라니? 저 년 이라니!"


쏘아붙이는 그녀의 말에 박봉팔은 어이없는 표정을 그렸다.


"니들 친구? 와. 미친년이네. 얼굴 반반한 거 믿고 까불면 좆 대는 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자 이를 묵묵히 지켜보던 식당 아주머니가 어쩔 수 없이 나섰다.


"신고하기 전에 모두 나가!"


엄포에 박봉팔은 아무런 말없이 식당아주머니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며 슬이와 김일수를 향해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키다 이내 방향을 아래로 틀어 땅을 몇 번 꼭꼭 찍어댔다. 마치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듯이.


"야! 나가자."


그의 말에 무리들이 썰물처럼 식당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제야 슬이가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김일수도 힘이 빠진 듯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사이 화장실에서 돌아온 이동화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시끄럽던데? 무슨 일 있었어?"


슬이가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어떤 정신 나간 놈들이 다짜고짜 시비 걸잖아."

"시비를 걸다니?"

"아, 글쎄. 꿈에서 봤던 놈들인데 그 놈들도 나하고 똑같은 꿈을 꿨는지, 아, 맞다! 그 놈들이 선배도 아는 것 같던데? 혹시...."


그러며 힘없이 앉아 있던 김일수에게 시선을 돌려 다시 말했다.


"선배님도 그 꿈 꾸셨어요?"


추궁하는 물음에 그가 결국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도 어제 그 꿈 꿨어. 오늘 여기에 온 것도 찝찝해서 왔던 거뿐이야."


슬이가 정말 놀랐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떻게 똑같은 꿈을 다 같이 꿀 수 있는 거죠? 저 놈들도 그렇고, 선배님도 그렇고."


김일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슬이는 한참 동안 '흠, 이상해.'라고 중얼대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 놈들 중에서 한 놈은 절 모른다고 했잖아요?"


김일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랬던 거 같아."

"아니에요. 확실히 그랬어요. 분명 난 그 놈도 꿈에서 봤는데 그 놈은 왜 저희를 못 알아봤죠?"

"글쎄......나야 모르지."


그 둘의 대화를 듣던 이동화가 눈을 빛냈다.


'잘하면 원인을 찾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야! 그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야?"

"개떡이고 나발이고 넌 모르면 끼어들지 마. 나도 헷갈리니까."


김도윤의 물음에 박봉팔이 짜증 섞인 투로 대답했다. 그러며 신경질적으로 담배연기를 쭉 빨아들였다.


"후우. 씨팔. 용식이 너도 그때 일. 생생하게 기억나지?"


용식이라 불린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생생이 뭐냐. 좆도. 아직도 무서워 죽겠는데."


그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박봉팔은 머리를 움켜쥐었다.


'으으으. 씨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같은 꿈을 꿨다고 말했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느낌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꿈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이해가 안 되는데, 꿈에서 경험했던 일들이 현실처럼 생생하게 기억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무슨 머릿속에 틀어박힌 것처럼, 그 날의 기억들은 절대 잊히지가 않았다.

확인해 봐야 이 불안함을 털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연놈들을 기다리는 이유도 이러한 연유가 있어서였다.

박봉팔은 다시 한 번 몸을 부르르 떨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괴물 같은 새끼를 만나기 전에 해결해야 돼!'





"오. 드디어 나오셨네. 도망갈 줄 알았는데."


쭈그리고 앉아 줄 담배를 피우고 있던 박봉팔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활짝 벌렸다.

그것이 신호가 됐는지 곁에 있던 무리들도 낄낄 거리며 일어나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그의 곁으로 나란히 섰다.

문을 열고 나오던 슬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째려 봤다.


"비켜 줄래?"

"못 비키겠다면?"


박봉팔의 말에 슬이는 예쁜 입술을 비틀었다.


"너 나랑 1대 1로 한판 뜰래? 남자답게."


호리호리한 체구의 그녀가 그리 말하자 박봉팔은 너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 이런 정신 나간 년을 봤나!"


상황이 점점 극적으로 흘러갔다.

결국 김일수 뒤에 서 있던 이동화가 슬쩍 앞으로 나섰다. 그러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비켜 주시죠?"




들려오는 목소리에 박봉팔이 인상을 와락 구기며 욕설을 퍼부었다.


"어떤 미친 새...."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그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며 이동화의 얼굴을 잠깐 쳐다보았다.


‘저, 저 놈은?’


머릿속에 각인된 그의 얼굴이 떠오르는 순간, 자동적으로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악!“


그러며 뒷걸음질 치다 제발에 걸려 뒤로 벌러덩 넘어가 버렸다.

폭소를 터트릴 만큼 웃긴 상황.

그게 끝이 아니었다.

좌우로 퍼져 있던 그의 친구들 역시 대낮에 귀신을 본 듯이 깜짝 놀라며 마구 비명을 질러댔던 것이다.


"으헉!"

"씨, 씨팔!"

"저, 저 새끼는!"


갑작스러운 아이러니한 상황에 이동화는 피식 웃었다. 그러며 고개를 한번 내졌고 외딴섬 기러기처럼 멍하니 서 있는 남자를 주시했다.

친구들이 삿대질을 하며 뭐라고 중얼대도, 겁먹은 표정을 지어도 그만은 ‘미친놈들 뭐하는 짓이야?’라는 듯한 표정을 그렸다.


'진짜 모르나 본데?'


지금 상황을 받아드리기 힘들다는 듯 계속해서 인상을 찌푸렸다.

저들과 다르게 꿈을 꾸지 않았다면, 저 반응은 당연한 것이다.

그와는 오늘 처음 만난 사이가 되니까.

이동화는 천천히 그에게 걸어갔다. 그러자 뒤로 벌렁 넘어간 박봉팔이 자신에게 오는 줄 알고 '오, 오지 마, 이 괴물아! 오지 말란 말이야!' 라고 소리쳐 댔다.

그의 외침이 불을 지폈을까?


나머지 세 명들도 덩달아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악다구니를 써댔다.


"으으. 억!"

“오, 오지 마. 오지 말란 말이야!"

"나, 난 아무 짓도…….으악!"


그들이 뭐라고 하건 간에 이동화는 말없이 걸었다.

하지만 우습게도 그가 그들의 곁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그들은 하나 같이 깜짝 놀라며 뒤로 벌렁 넘어가 버렸다.

손으로 민 것도 발로 찬 것도 아닌데, 지레 겁을 먹고 제 스스로 뒤로 넘어가 버린 것이다.

한편의 코믹 프로를 보는 것처럼 상당히 우스운 상황.

하지만 이를 뒤에서 지켜보던 김일수는 절대 웃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을 심정을 100% 이해한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그러며 뻘쭘하게 서 있는 남자에게 다가간 이동화를 바라보았다.

사람 좋은 얼굴로 이것저것을 묻고 있는 그의 모습.

어찌 보면 친한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듯 보였다.

그는 결코 저 모습에 속지 않았다.


'가, 가식적인 놈. 네 본 모습을 보여 봐. 괴물 같은 네 모습을!‘


**





작가의말

일요일이라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

7시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꿈을 향해 달려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를 중단해야 할 거 같습니다. +1 16.01.17 1,372 0 -
공지 연재 시간에 대한 공지입니다 16.01.05 2,249 0 -
25 024 +5 16.01.17 1,709 38 13쪽
24 023 +5 16.01.16 1,650 35 12쪽
23 022 +9 16.01.16 1,817 37 12쪽
22 021 +7 16.01.15 1,913 45 11쪽
21 020 +5 16.01.14 2,172 50 13쪽
20 019 +9 16.01.13 2,309 62 12쪽
19 018 +1 16.01.13 2,466 62 11쪽
18 017 +5 16.01.12 2,470 68 17쪽
17 016 +9 16.01.11 2,528 61 11쪽
16 015 +5 16.01.10 2,937 68 10쪽
» 014 +5 16.01.10 3,038 61 11쪽
14 013 +3 16.01.09 3,068 64 11쪽
13 012 +7 16.01.08 3,059 77 13쪽
12 011 +5 16.01.07 3,118 90 14쪽
11 010 +7 16.01.07 3,317 83 13쪽
10 009 +3 16.01.06 3,248 79 9쪽
9 008 +5 16.01.05 3,480 87 10쪽
8 007 +3 16.01.04 3,481 79 11쪽
7 006 +3 16.01.03 3,631 93 12쪽
6 005 +6 16.01.02 3,741 87 11쪽
5 004 +7 16.01.01 3,790 98 10쪽
4 003 +5 15.12.31 3,951 101 11쪽
3 002 +3 15.12.30 4,073 95 9쪽
2 001 +6 15.12.30 4,541 108 15쪽
1 [프롤로그] +5 15.12.30 4,938 89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