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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꿈을 향해 달려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꿈을 향해 달려라
작품등록일 :
2015.12.30 15:39
최근연재일 :
2016.01.17 18:4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6,460
추천수 :
1,817
글자수 :
126,136

작성
16.01.0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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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012

DUMMY


은혜는 두 배로, 원한은 스스로 알아서?




밤새 한숨도 못잔 이동화는 한적한 공원을 찾았다. 자리에 앉아 고층빌딩 사이로 고개를 삐쭉 내미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찬란하게 떠오르고 있는 아침 햇살.

마치 밝은 미래를 예측하는 듯하다. 저 태양처럼 언젠가 우뚝 솟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숨을 크게 들이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적한 공원을 천천히 걸었다.


‘진정하자. 진정하자.’


마음이 복잡했다. 좋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하여간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그런 상태임은 분명했다.

이게 다 로또 때문.

이동화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쓱 둘러보았다.

제법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간간히 조깅을 하는 사람들을 빼면 공원은 한산하기만 했다.

아무도 없음을 느끼고 주머니에서 로또 용지를 꺼내 들었다.

겨우 손바닥 크기의 작은 용지 한 장을 물끄러미 용지를 바라보았다.



「나눔 Lotto 제 664 회

10 20 33 36 41 44

10 20 33 36 41 44

22 23 34 41 43 45

10 20 33 36 41 44

11 12 13 15 33 45 」



'인생 역전이라....'


총 다섯줄로 이루어진 30개의 번호가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게 아직까지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머리는 분명 그 진실을 이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은 제멋대로 콩닥콩닥 뛰기만 할뿐이다.

이동화는 복잡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러며 로또 664회 차 당첨 번호를 조회했다.


『제 664 회 차 당첨 번호 : 10 20 33 36 41 44 + 5(보너스)

순위 : 1등.

1인당 당첨금액 : 980,958,670원

당첨자 수 : 14명.

당첨 기준 : 당첨번호 6개 숫자일치.』


머릿속에 기억된 번호와 일치했다. 몇 번을 봐도 그 번호는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

그토록 바라던, 꿈에 그리던 1등에 철썩 당첨된 것이다.

이동화는 로또 용지를 든 손을 부르르 떨었다.


‘진짜 당첨 됐어.’


당첨 금액만 9억 8천만 원이다. 게다가 약간의 욕심을 부려 1등 당첨 번호를 세줄 연속으로 기입했으니, 총 당첨 금액만 해도 29억 원 정도.

물론 33%의 세금인 대략 9억 7천만 원을 공제해야 한다.

그렇다하더라도 19억 정도가 통장에 입금된다.


19억!

50년 동안, 한 달에 3백만 원씩 써도 남을 금액이다.

자그마치 50년 동안 말이다.

이 작은 종이 한 장의 힘이 그랬다. 50년 동안 먹고 놀아도 평생을 보장 받을 수 있게 해주는 큰돈인 것이다.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평생 1억 짜리 수표도 보지 못해서인지, 현실적으로 받아드리질 못했다.

액수가 액수인 만큼 현실적인 감각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도 기쁜 것만은 틀림이 없었다. 아니, 크게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일이면 억대의 부자가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뻐 방방 뛰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동화는 오히려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온갖 심열을 기울였다.


'좋기는 한데 문제는 미래가 바뀠다는 점이야.'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이었다.

분명 미래에서는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은 10명. 지금은 14명이다.

게다가 당첨 금액도 바꿨다. 대략 15억에서 10억으로.


왜?


1등에 당첨된 사람 4명이 추가로 늘어서다.

그래서 미래가 바뀐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바뀐 건 없다.

로또에 당첨이 됐으니까.

이동화는 심호흡을 하며 햇빛에 반짝이는 고층건물을 응시했다.


‘내 목표는 이게 아니야.’


겨우 20억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좀 더 높은 곳, 더 멀리 날아야 한다. 절대 이정도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의 교만을 버리고 겸손해져야 한다. 자랑하고 싶고, 그간 못해봤던 것들을 잔뜩 해보고 싶은 욕망도 떨쳐내야 했다.

아직은 시기상조다. 운석의 효능이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벌써부터 그럴 수는 없었다.

게다가 다짐한 게 있지 않은가.


가치 있는 돈을 벌겠다고. 그 개새끼처럼 살지 않겠다고.

또한 그 개새끼만큼 성장해 동등한 조건으로 대면해 ‘넌 쓰레기야. 부모 없이는 보잘 것 없는 놈이야.’라고 말하겠노라고 다짐하지 않았던가!

지금에 와서 그 결심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운석의 힘이 사라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그 놈의 위치까지 올라서야 한다.

이동화는 품속에 로또 용지를 조심스레 넣은 다음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며 눈을 빛냈다.


‘그래. 아직 만족해서는 안 돼.’




잠에서 깬 김윤석이 얼굴을 찌푸렸다.

어젯밤 진탕 먹은 술기운이 이제야 가시려는지 슬슬 두통이 찾아왔다.


“아이고, 머리야.”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그가 부스스 일어났다. 그러며 찜질방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도 한밤중인 수면실 내부. 여기저기 흩어진 사람들만 질펀하게 누워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고 있었다.


‘어디 갔지?’


코가 삐뚤어지도록 같이 술을 마셨던 동화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다시 한 번 둘러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결국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수면실을 빠져나왔다.


‘찜질하고 있나?’


온도별로 나뉜 찜질방까지 돌아다녀 보아도 동화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 꼭대기 층에 마련된 테라스나, 식당, 목욕탕 등은 가보지 않았지만, 제법 넓은 찜질방 안에서 사람을 찾는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결국 스마트폰이 있는 탈의장으로 향했다.

전화를 걸 생각에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몇 번의 수신음 끝에 동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났냐?

“너 어디야?”

-일산 가는 길이다.”

“일산? 갑자기 일산은 왜?”

-약속 때문에.”


김윤석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야! 나 깨우고 갔어야지! 재수 없게 혼자 가냐?”

-열 번은 넘게 깨웠다.

“.......”


잠시 할 말을 잃은 그가 머리를 극적이며 말했다.


“그랬냐? 여하튼 조심히 다녀와라.”

-그래. 나중에 연락하마.


전화를 끊고 목욕탕으로 향한 그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 노곤했던 몸이 풀리는 듯 싶었다. 잠시 그 여운을 즐기다가 간단히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피곤이 싹 가시는 느낌.

몸에 흐르는 물기를 닦은 다음 옷을 입으려고 탈의장 문을 열었다.

속옷을 입고 바지를 집어 들었을 때, 바지 뒷주머니에 삐죽 튀어나온 종이 한 장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 로또.’


술에 정신이 팔려 깜빡 있고 있었다. 기왕 본 김에 숫자나 맞춰보자는 생각에 뒷주머니에서 로또 용지를 빼들었다. 스마트폰까지 집어 들고 나서 탈의장 중앙에 배치된 나무의자에 앉았다.


“보자, 보자. 몇 개나 맞았을라나?”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다. 단지 허투루 돈쓰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친구 놈이 사다준 게 신기해 맞춰보자는 속셈. 물론 정성도 갸륵했지만.

짧은 로딩을 거치자 화면에 로또 일련번호가 나열되었다. 왼손 손에 들고 있던 로또 용지를 눈높이에 맞춘 다음 스마트폰에 시선을 던졌다.


“10.”


그러며 로또 용지를 눈으로 훑었다.


‘없네.’


다섯줄로 구성된 숫자만 해도 총 30개. 그 중에 10이라는 숫자는 그 어디에서 보이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다는 듯 그의 표정은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애초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니 그럴 수밖에.

김윤석은 피식 웃으며 스마트폰에 시선을 던졌다.


‘하긴. 평생 로또만 산 사람들도 당첨되기 힘든 판에 무슨. 5등이나 당첨되면 다행이다.’




버스를 타고 일산에 도착한 이동화는 눈을 비비며 맥도널드로 향했다.


‘잠을 안 잤더니 피곤하네.’


사실 밤새도록 찜질만하다가 새벽같이 찜질방을 빠져 나왔다. 로또도 그렇지만, 정작 운석 때문에 신경이 쓰여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직까지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 지도 모르는데, 사람들 앞에서 위험한 도박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일로 인해 오늘은 캠코더를 하나 살 생각이었다. 잠든 자신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면 운석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 전에 맥도널드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잠을 몰아낼 생각.

안으로 들어가자 계산대 알바생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안녕 하세요. 맥도날드입니다. 주문도와 드리겠습니다.”

“음. 프리미엄 로스트 원두커피 주세요. 따듯한 걸로요.”

“네. 핫 프리미엄 로스트 원두커피 주문하셨습니다. 드시고 가실 건가요, 가지고 가실 건가요?”

“먹고 갈게요.”

“옆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계산을 끝내자 알바생이 기계에서 커피를 받았다. 30초 정도 흐르자 알바생이 커피를 건넸다.


“주문하신 프리미엄 로스트 원두커피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커피를 들고 빈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투명한 유리벽 밖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을 때, 동기 녀석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자 마치 죄를 지은 듯이 소곤대는 동기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듣고 놀라지마.

“말해.”

-어제 사다준 로또 있잖아.


뭔가 조심스럽게 말하는데도, 그 안에 감추어진 흥분이 절로 느껴졌다.

해도 모르는 척 담담히 물었다.


“로또 뭐?”


잠시 갈등하는 듯 말이 없던 녀석. 얼마 후 목소리를 심하게 떨며 말했다.


-나. 2, 2등 당첨 됐어. 그래서 있잖아…….


로또 2등이면 6천만 원 가까이 된다. 세금 22%를 공제한다고 해도 4천 5백만 원 정도가 남는 셈.

졸지에 그 큰돈을 얻게 되면 누구라도 마음이 흔들리게 돼있다.

동기 녀석이 갈등하는 것도 다 그 때문일 터.

이동화는 말없이 그를 기다려 주었다.

30초 정도 말이 없던 동기 녀석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있잖아.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게 당첨돼서 좋기는 한데 좀 껄끄럽더라고.

“그래서?”

-우리가 한두 해 볼 것도 아니고 이 정도 돈 때문에 의리 상하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에효. 그래 솔직히 말할게. 나도 사람이라 쿨하게 다주지는 못하겠고. 딱 나누자. 반으로!


솔직히 로또 번호를 확인하고 나서 바로 전화를 할 수 있다는 의리도 감격스러웠지만, 지금만큼은 아니다.

이런 놈이 친구라는 게 정말 자랑스러웠다.

이동화는 진심으로 웃으며 말했다.


“반 같은 소리하네. 그냥 너 다가져.”




김윤석과 30분 정도 통화를 했다. 원해서가 아니다. 그가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덕분.

재수 없다느니, 멋있는 척은 혼자 하다느니. 별사소한 것을 다 트집을 잡았던 것이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사실 그 돈을 받을 생각도 없었다. 다만 그런 큰 돈 앞에서 그가 어떻게 행동할지 조금은 알고 싶었다.


그런 작은 의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큰 돈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정확히 말했다.

나누자. 반으로.

누가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설령 어릴 적부터 지내온 불알친구라 할지라도 그리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기뻤다.

진심으로 기뻤다.


돈보다 사람을 얻었다는 게 그 동안 그와 보냈던 시간들이 아깝지 않아서 너무나 기뻤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나도 인복은 좀 있나보네?’





밖으로 나와서 전자랜드에 들려 캠코더를 산 다음, 슬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세 번 울리자 그녀가 명랑하게 전화를 받았다.


-동화야! 왔어?

“도착했어. 어디서 만날까?”

-아침 안 먹었지?

“커피만 먹었어.”

-그래? 음……. 지금이 10시 31분이니까. 그럼 오대발 가자. 거기 되게 맛있거든.


설마 백석동에 위치한 그 오대발? 묵사발 그 놈과 처음 만난 곳?


“오대발 육회, 갈비찜 유명한 곳?”

-어? 와봤어?


갔다 뿐이겠는가? 공자라고 이것저것 잔뜩 시켜서 먹기까지 했는데.

뭐, 지금에 와서는 상관없을 듯 싶다. 게다가 오대발의 음식은 나름 괜찮았던 걸로 기억된다.


“그냥. 사람들이 말하는 거들었어. 그리로 갈게.”

-어딘지 알아?

“알아.”

-으음…….


갑자기 슬이가 의문이 섞인 감탄사를 내뱉었다.


“왜 그래 갑자기?”


잠시 말이 없던 그녀가 갑자기 한숨을 불어내며 말했다.


-하아. 있잖아. 나 사실 어젯밤에 네 꿈 꿨거든. 너랑 오대발에서 밥 먹는 꿈. 내 선임도 같이 갔었고. 그런데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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