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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꿈을 향해 달려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꿈을 향해 달려라
작품등록일 :
2015.12.30 15:39
최근연재일 :
2016.01.17 18:4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6,465
추천수 :
1,817
글자수 :
126,136

작성
16.01.02 20:05
조회
3,741
추천
87
글자
11쪽

005

DUMMY

타임 슬립?




귀신에 홀린 듯한 얼굴로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켜 세운 그가 무의식적으로 방안을 훑었다.


'……저게 왜 여기에 있지?'


작은 거울이 달린 낡은 서랍장을 비롯해 1년간 사용한 옷장, 미닫이 문 너머 베란다에 세워 놓은 빨래 건조대와 그 위로 널어둔 옷가지들 까지.......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애브랜드 기숙사에 있어야 할 것들이 왜 슬이 방에 있단 말인가?


순간 등골을 스치는 오한에 이동화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야?'


너무 황당한 상황에 직면하다보니 평소와는 다르게 사리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오히려 주위를 둘러볼수록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진 것처럼 머릿속이 복잡해져갔다.

결국 머리를 움켜쥔 그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난 분명 어제 기숙사를 나와서 백일도에 갔어. 슬이네 집에서 잠도 잤고.'


확실히 기억난다. 그 뿐 아니라 몇 시간 전에 아주머니와 수다 떤 내용까지 명확히 떠오른다.

말마따나 무슨 바보도 아니고 불과 몇 시간 전의 일들을 까먹겠는가?

그런데 잠에서 깨니 어이없게 애브랜드 기숙사에 다시 와 있다?

이게 무슨 해괴한 상황이란 말인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 너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


"하. 하……."


한참을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던 그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창틈을 비집고 폭포처럼 쏟아지는 아침 햇살.

눈이 부셨다.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럼 어제 겪었던 일들이 모두 꿈이란 말이야?’


생각은 그리해도 가슴이 믿기를 거부한다.

어제 경험했던 일들이 모두 꿈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생경하게 떠오른 까닭이다.

터미널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백일도를 찾아가 바닷가를 찾은 그 모든 일들이 너무도 선명하게 생각나는데 어찌 꿈이라 여길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어제의 일들이 모두 자각몽이라고도 할 수 없다.


자각몽(自覺夢)은 말 그대로, 꿈을 꾸는 도중에 스스로 꿈이라는 사실을 알고 꾸는 꿈을 말하니까.

이동화는 급히 인터넷을 뒤졌다.


‘이건 아니야. 이것도 아니야.......’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추슬렀다. 얼마 후 지금 사례와 유사한 것이 눈에 띄었다.


'거짓 각성?'


꿈은 꿈인데, 정말 생생한 꿈을 꾸면서 본인이 그것들을 모두 현실로 인식하는 일. 한마디로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어제의 일들이 거짓 각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왜? 꿈은 말 그대로 무의식의 반영이며 무의식이 원하는 바가 꿈에 나타나는 것뿐이니까.

게다가 꿈을 꾸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토록 세밀하고 정확한 일들이 일어날리 없고, 그것들을 경험할리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을 부정할 수도 없었다.

도무지 받아 드릴 수 없는 상황에 그가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았다.

따사로운 햇살이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형형색색 푸름을 뽐내는 초목들이 곧게 서 있었다.

생동감 넘치는 세상.

따스한 온기가 피부 곳곳에 스민다.


이동화는 자신의 손에 내려앉은 햇살을 가만히 바라봤다.


"어제도 그랬어. 모든 게 생생했어. 그럼 지금이 꿈?'


아니다. 볼을 꼬집어봐도 꿈에서 깨기는커녕 극심한 고통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이동화는 허탈하게 웃으며 중얼댔다.


"혹시 내가 잠을 자는 도중에 공간 이동이라도 한 건가? 아니면 시간여행을 했던지."


말도 안 되는 소리임을 알면서도 확인해 보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이동화는 재빨리 일어나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며칠, 몇 시지?'


시간과 날짜를 확인했다.

6시 10분. 금요일이다. 어제가 바로 금요일이었으니, 오늘은 토요일이 됬어야 했다.

하지만 오늘은 금요일. 몇 번을 확인해도 결과는 똑같았다. 그렇다면 오늘이 바로 어머니의 기일이란 말. 더불어 공간 이동의 가설은 사라진다.

이동화는 급히 창문으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았다.

뚜렷하고 선명하게 보이는 전경들.


‘그래. 분명 시력이 좋아졌어.’


편의점에서 경험했던 괴상한 현상. 그 후에 갑자기 시력이 좋아졌고, 지금까지도 그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뭔가?

어제의 일들이 모두 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믿을 수만은 없다.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확인해 보아야한다.

이동화는 꿈속에서 경험한 일들을 떠올리며 고민하다가 급히 스마트폰을 클릭해 어제 본 영화를 찾았다.


'설마 있을까?'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설렜다.

공중에 붕 뜬 느낌을 즐기며 스마트폰 화면이 넘어가길 기다렸다.


'어제 본 영화는 로맨스 물, 판매자 아이디는 재밌는 영화였고. 제목은…….'


절대적인 기억력 때문인지 어제의 일들은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기억이 났다.

이동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이트에 들어가 아이디를 검색했다. 곧 그가 업로드한 영화 목록들이 일목요연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료들을 빠르게 눈으로 훑었다.


‘있어? 그것도 업로드 준비 중?’


몇 번을 다시 봐도 어제 봤던 영화는 업로드 준비 중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뭔가?

어제의 일들은 꿈이 아니라는 말이다.

좀 더 세밀하게 추스른다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라는 것이다.

이동화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돌려 서랍장 위에 올려놓은 운석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곧 그의 입에서 넋 나간 듯한 음색이 새어나왔다.


“......정말 이루어진 거야?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밖으로 나온 이동화는 곧장 캐스트 라운지로 향했다.

길을 따라 걷는 내내 수만 가지 상념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물론 그럴 리는 없으나, 정말로 내일을 경험할 수 있다면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 지, 그 이점을 이용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의 고민들이 휘몰아치며 뇌리를 어지럽혔던 것이다.


쓸데없는 고민이라며 부정하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 사이 어느새 캐스트 라운지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내 바닥만 쳐다보다가 고개를 든 그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찔 떨었다.

어제처럼 김윤석이 서성대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손에 들고 있는 쇼핑백도.


'술과 꽃다발.'


정말 저 속에 술과 꽃다발이 들어 있다면 미래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망상이 아닌 사실. 더 이상 혼란스러워 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현실을 받아드리고 그 이점을 이용해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이동화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쩐 일이야?"


반색한 그가 어색한 표정으로 쇼핑백을 내밀었다.


"자, 이거."

"뭔데?"

"오늘이 어머니 기일이라며. 명색이 너랑 가장 친한 친군데 술이라도 한 병 대접해 드리고 싶어서."


어제와 토씨하나 안 틀리고 똑같은 말을 내뱉는다. 게다가 이런 사소한 말들조차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 이동화는 말없이 쇼핑백을 바라보았다.

예상대로 쇼핑백 안에는 소주 한 병과 꽃다발이 들어 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을 뜨겁게 적셨다.


아마도 그것은 감격과 희열이 한데 섞인 기쁨일 것이다.

미래를 경험할 수 있다는 기쁨.

휘몰아치는 격정을 느끼며 이동화는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는 김윤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힘을 주어 말했다.


"고맙다."





터미널에서 표를 끊고 버스에 올라탄 이동화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외국영화를 시청하는 일이었다. 시력이 좋아졌으니 기억력 또한 좋아졌을 거라고 생각해 확인해 보려던 것이다.

영화는 어제 처음 보았던 로맨스 물.


Do you have any restaurant in mind?

‘어디 특별히 가고 싶은 식당이라도 있으세요?’


동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하자 자막을 보지 않았음에도 말뜻을 알아들을 수 있음은 물론 영어 자체가 한국어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해야만 했다. 더불어 배우들의 행동, 다음 상황 등까지 명확하게 떠오른다.

예상이 맞았음을 직감하고 이동화는 한 가지 사실을 더 확인하기 위해 전혀 다른 영화를 찾아서 재생시켰다. 동영상을 보고나서 어제처럼 한 번에 외울 수 있다면 기억력까지 좋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드디어 영화가 시작되었다.


Can I buy tickets for the performance today?

‘오늘 performance 표가 있어요?’


몇 몇 단어와 문장은 자막을 보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웬만한 문장은 한국어처럼 친숙하게 느껴지고 이해가 되었다.

장작 2시간이 넘는 영화를 본 이동화가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그러며 머릿속으로 영화의 내용을 떠올렸다.


'어라?'


어제처럼 완벽히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단편적인, 임팩트 있는 내용들만 간간히 떠오를 뿐이다.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한 이동화가 급히 가방 속에서 책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아무장이나 펼쳐 몇 문장을 눈으로 훑어보았다. 대략 서너 줄을 읽은 그가 눈을 감고 되새김질하듯 읽었던 내용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생각나지 않는다!'


그랬다. 몇 가지 단어 외에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는 뭔가? 어제 본 동영상이나 경험했던, 보아왔던 일들은 자세히 기억할 수 있지만, 반대로 지금은 명석한 두뇌를 소유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왜?


시력은 좋아졌는데, 기억력은 평소와 다름없다니?

뭔가 이유가 있지 않고서야 이럴 리가 없다.

혹, 육체적인 것은 소유할 수 있지만, 정신적인 측면은 안 된다는 것인가?

이게 무슨 해괴한 장난이란 말인가!


명확한 이유를 찾기 위해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이동화는 결국 고개를 내저으며 욕심을 버렸다.


'과유불급이라 했어. 솔직히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겐 큰 행운이다.'


행운을 넘어선 신의 축복이다. 이 능력들이 언제 사라질지는 모르겠으나, 그 동안만이라도 이 능력들을 이용해 뭔가를 이루어내야 했다.

이동화는 마음속으로 수 없이 다짐을 하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버스는 해남 근처에 도착해 있었고, 창밖에선 가느다란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어제와 다름없이 말이다.


작가의말

동화 좋다 말았다능...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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