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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꿈을 향해 달려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꿈을 향해 달려라
작품등록일 :
2015.12.30 15:39
최근연재일 :
2016.01.17 18:4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6,458
추천수 :
1,817
글자수 :
126,136

작성
16.01.04 20:05
조회
3,481
추천
79
글자
11쪽

007

DUMMY


잘난 척, 아는 척, 있는 척하는 척돌이




저녁 6시 무렵이 되서야 슬이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나 끝났어. 어디야?


퇴근을 해서인지 슬이 목소리가 방방 뛴다.


"일산."

-그럼 택시 타고 백석동으로 와.

"백석동?"

-응. 오대발 가자고 하면 기사님도 알거야. 거기 되게 유명하거든!


마치 자신의 자랑인 냥 말하는 슬이. 하긴 어릴 때부터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음식을 가리고 그러진 않는다. 단지 미식가일 뿐.


"거기서 봐."

-저기 그런데…….


평소답지 않게 슬이가 말을 끈다. 하기 힘든 말이 있음을 직감하고 부드럽게 말했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그게 아니고. 사실 내가 친구 만나러 간다니까, 자꾸 내 선임이 같이 간다고 해서……. 괜찮아?


선임라면 최소한 몇 년은 굴러먹은 PB일 터. 물론 슬이가 워낙 사교성이 좋기는 하다. 하지만 때와 장소를 정확히 구분할 줄 아는 녀석.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어색한 상황을 만든다? 답은 하나다. 그 선배 놈이 막무가내로 들러붙는 게 확실하다. 만일 거절하면 슬이가 꽤나 난감해할게 뻔하다.


"나야 상관없지. 같이 와."

-하아. 미안해. 대신, 내가 실컷 먹게 해줄게.

"오기나 하셔."


통화를 종료하고 나서 택시를 잡아타고 백석동으로 향했다.




페이스 북으로 유명해진 맛 집이자, 일산 맛 집 베스트로 소개될 만큼 오대발 육회는 폭발적인 인기를 구사했다. 그러하니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

웨이팅만 1시간을 소비한 후에야, 겨우 식당 안으로 들어온 이동화가 슬이에게 면박을 늘어놓았다.


"맛 집도 좋은데, 다음부터는 평범한 곳으로 가자잉?"

"흥! 기다린 보람을 느끼게 해주마!"


호언장담하는 그녀의 넉살에 이동화가 고개를 절래 내젓고 자리에 착석했다. 마치 그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슬이가 개구리처럼 폴짝 뛰며 옆자리에 찰싹 달라붙어 앉았다.

그 모습에, 맞은편에 앉은 30대 초반의 남자가 양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다 인상을 활짝 펴고 슬이를 향해 말했다.


"내가 들어오면서 주문했어. “


그러며 고개를 돌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김일수라고 합니다.”

“이동화입니다.”

“아, 동화씨. 슬이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멋진 친구라고 자랑을 얼마나 하던지.”


이동화는 가볍게 웃으며 슬이의 등을 살짝 두들겼다.


“이 녀석이야 말로 제 자랑거리죠.”

“슬이가 나이답지 않게 똑 부러지는 성향이 있죠. 아, 오면서 들었는데, 애브랜드에서 일 한다고요? 캐스트라고 했던가? 그게 뭔가요?"


은근히 묻는 말에 슬이가 처음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선배님. 오면서……."


이동화는 괜찮다는 듯 테이블 밑으로 그녀의 다리를 툭툭 두드렸다. 그러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바이트입니다."

"일용직?"

"네."


그제야 김일수라는 남자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괜한 말을 꺼내서 미안하다는 듯이.

하지만 이동화는 그의 표정에서 '겨우 그것 밖에 안 돼?'라는 듯한 감정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위축이 들거나 내색하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한 눈으로 김일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PB라고 들었는데, PB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합니까?"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음에도 모르는 듯 묻자 그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랑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PB는 프라이빗 뱅커라 해서 일반 고객이 아닌 거액의 자산가들만 상대해. 금융 주치의라고도 하지. 아, 참! 말 편하게 해도 되지?"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은근 슬쩍 말을 놓는다. 그러면서 묻긴 왜 묻는단 말인가?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고객 자산의 수익률 향상과 리스크 관리를 전담하는 거야. 아, 이렇게 얘기 모르나? 음, 그러니까 예금, 적금, 펀드 등 각종 금융상품은 알지? “


이동화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대답에 김일수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그런 건 말할 것도 없고 부동산 관리라던 지, 연금이나 보험, 은퇴 후 재산상속도 컨설팅까지. 거기다 해외 상황 파악하랴, 아침에 일어나면 그 전날 상황 점검하랴, 신문, 뉴스 훑어보랴.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라니까. 그래도 난 내 일에 자부심을 느껴. 보람 있다고나 할까? 열심히 하니까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고, 지금은 과장급인 마스터를 맡고 있는데........."


자랑 아닌 자랑을 주르륵 늘어놓는 그를 바라보며 이동화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적당히 좀 하지.'


사실 말마따나 고소득 직업인 PB, 그것도 저렇게 어린 나이에 과장급이라 하면 남들에게 자랑할 만하다. 그 만큼 능력이 있음을 증명하는 거니까. 하지만 그것도 적당히 해야 상대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법.

저 놈은 제 잘난 맛에 사는 놈인가 보다. 그렇다면 애당초 배려 따위를 기대하기는 글러 먹었다. 슬이도 진작 이런 사실을 알았던지, 후회가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며 고개를 살짝 돌리곤 ‘쏘리’ 라고 입만 뻐끔거렸다.

고개를 살짝 돌려 슬이를 향해 괜찮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


그 사이 식당 아주머니가 테이블에 반찬을 세팅하더니 갈비찜과 파스타를 내려놓고 돌아갔다. 음식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저 잘난 놈은 입을 멈출 생각을 않는다. 앵무새처럼 종알종알 대는 꼴이 밉상이다.

그 마음을 눈치 챘는지 슬이가 나섰다.


“일단, 식사 먼저 하시죠?”


꽤나 싸늘한 말에 그가 어색한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럴까?”


그러더니 대뜸 고개를 돌려 바라보곤 말한다.


“멀리서 왔는데 많이 먹어. 오늘은 내가 살 테니까. 하하!”


선심 쓰는 척 말하는 그의 말에 이동화는 겉으로 밝게 웃으며 답했다.


“그럼 사양하지 않고 먹겠습니다.”




식당에서 나올 무렵에 이동화는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체크했다.


[20:40분]


드디어 로또 추첨시간이 도래했다. 하루 종일 긴장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기껏 마음을 다스리려 애썼는데, 어째 그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마음이 점점 초초해진다.

아마 마음 한편에 '혹시 내일 로또1등 당첨이 안 되면 어쩌지?'라는 불안함이 존재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마음이 심란하니 몸이라고 성할까?


걱정이 앞서다보니 몸이 제멋대로 경직된다. 그로인해 걸음걸이마저 부자연스러울 정도.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러며 불안함을 해소하려고 숨을 크게 들여 마셨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슬이가 곁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미안해. 나 때문에 불편했지? 내가 어서 승진해서 저 놈 묵사발 내주께.”


말이라도 고맙다만 어째 불가능할 것만 같아 웃음이 났다.


“그래. 꿈은 자고로 크게 가져야지.”

“정말이라니까! 내가 한다고 마음먹으면 해내는 거. 너 알아, 몰라?”


기필코 그러겠노라 다짐하는 슬이. 솔직히 말해서 그 사소한 일은 잊은 지 오래다. 게다가 잘난 척 들어주고 밥 한 끼 얻어먹었으니 이정도면 개이득이지 않은가?


“묵사발 내줄 놈, 저기 나오네.”


슬이가 화들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며 입을 꾹 다물었다.

꽤나 우스꽝스러운 모습.

잠시나마 긴장감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경직됐던 몸도 서서히 돌아온다.

계산을 마치고 나온 김일수가 보란 듯이 지갑을 상의 주머니에 넣으며 다가왔다.

이동화는 그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잘 먹었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그가 말을 자르며 끼어들었다.


“아직 시간도 이른데 커피라도 먹지? 아니면 술 한 잔 하던가?”


이쯤 되면 눈치 채고 싶지 않아도 알 수밖에 없었다. 저 자존감 넘치는 묵사발이 슬이를 꽤나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동화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어떡할까?’


솔직히 자랑질 하는 성격만 아니면 직업이 빵빵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 직업 빵빵하고 돈 잘면 최고의 신랑감이 아니던가?

은근슬쩍 빠져줄 생각에 슬이의 얼굴을 슬쩍 살폈다.

어색한 웃음을 띠고 있는 그녀. 하지만 겉으로 웃고 있다는 게 너무 티가 난다. 거기다 주먹은 왜 또 ‘꽉!’ 쥐 있단 말인가? 싫어하는 티를 너무 팍팍 낸다.


이동화는 다시 고개를 돌려 김일수를 바라보았다.


‘하아. 눈치가 없는 건지.’


저 자존감 최고, 향후 묵사발이 될 놈은 슬이의 상태를 눈치 채지 못했는지,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 하는지 실실 쪼개며 어디든 가자고 보챈다.

쯧쯧! 저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아닌가? 그 만큼 자신이 있다는 건가? 뭐, 이유가 어찌 됐건 간에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저러면 평생가도 슬이는 고사하고, 고향친구 못난이 경희조차 얻지 못하게 된다는 거. 아니, 그건 고사하고 항상 저런 식이면 슬이가 제 성깔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폭발하고 말 것이다.


솔직히 지금이야 갓 들어온 신입이고, 사수격인 저 놈에게 배우고 있어서 참고 있다 뿐이지 백일도 핵 폭탄녀라 불리던 그녀가 이대로 가만히 보고 있을 리만은 없기 때문이다.

하기야 제 잘난 맛에 사는 놈이니 이런 사실을 알 리가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끈질기게 한곳을 가리키며 중얼중얼 말할 리 없지 않은가?


“……저쪽으로 가면 괜찮은 와인바 있는데?”


슬이의 얼굴이 단박에 굳었다.

이동화는 가볍게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러며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가자.”


슬이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조용히 말했다.


"가고 싶어?"

"뭐, 일단 가면 돈은 굳잖아?"


슬이가 고개를 내저으며 귓속말로 '괜히 갔다가 골치 아파져. 차라리 내가 사줄게.'라고 말했다.

이동화는 여유로운 얼굴로 대답했다.


"술값도 그렇지만, 내가 오늘 너무 정신이 없어서 깜빡한 게 있거든.”

“깜빡한 거라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 그녀의 물음에 이동화는 말없이 웃었다.


‘술 먹고 빨리 자려고.’




“음! 정말 맛있네요. 그치?”

“응. 정말 맛있어. 혹시 비법이 있나요? 혹시, 기업 비밀인가요?”

“하하! 아닙니다. 저쪽에 보시면 알처럼 생긴 오픈이 있지요? 저게 바로 빅 그린 에그입니다. 저 빅 그린 에그로 고기를 굽는데, 가열될 때 그 안의 공기와 참숯이 만나 고기가 촉촉해지고 부드러워......”


은은한 황금빛 조명아래 나지막한 재즈가 흐르는 와인 바 안은 모임을 찾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손님의 물음에 친절히 대답하는 호스트의 얼굴은 여유가 흘렀으나, 대답을 마치고 테이블을 떠날 때의 발길은 바빠 보였다.

김일수의 말마따나 정말 괜찮은 와인 바만은 틀림이 없었다.

모두가 테이블에 앉자 블랙 슈트를 입은 소믈리에가 웃으며 다가왔다.


"오랜만에 오셨군요. 김 과장님."


둘 사이에 친분이 있는지 김일수가 여유롭게 웃으며 대답했다.


"요즘 바빴거든. 오늘은 ‘루이 라뚜르 샹볼 뮤지니’로 부탁해. 나머진 알아서 주고."

"역시!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가 사라지고 나자 김일수는 슬이에게 은근한 눈빛을 보냈다.


"슬이처럼 사랑스럽고 화사한 사람한테는 '피노누아'가 어울려."





작가의말

아흑~ 닭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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